동아시아연구원(EAI)은 2026년 국제정세를 관통할 주요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 「2026년 국제정세 10대 트렌드」를 선정하였습니다. 본 기획은 미·중 전략 경쟁과 서태평양 해양 질서, 중국의 핵 강대국화, 일본과 유럽의 전략 조정, 인도·태평양 해양 안보, 다층적 다자주의의 확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미·중 AI 패권 경쟁, 그리고 북한의 대내외 전략 변화에 이르기까지, 2026년 국제정치의 주요 쟁점을 입체적으로 요약합니다. 또한 저자들은 단기적 사건 분석을 넘어, 국내 정치–전략 환경–국제질서 변화가 맞물리는 구조적 전환점에 주목하고, 한국 외교·안보·경제 전략에 함의하는 중장기적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개요 동아시아연구원은 새해를 맞아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국제정세를 전망하는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2026년 국제정치는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화, 동맹 질서의 재편, 지정학과 경제·기술 안보의 결합, 그리고 인공지능과 군사·안보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중첩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중견국과 지역 질서 전반에 새로운 선택과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미국을 출발점으로 일본, 중국, 인도·태평양, 국제정치경제, 인공지능(AI), 국방, 북한, 유럽에 이르기까지 주요 행위자와 핵심 이슈를 순차적으로 조망함으로써, 2026년 세계질서의 구조적 변화와 그 함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각 논평은 단기적 현안 분석을 넘어 중장기 전략 환경을 진단하고, 한국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발간 순서 1. EAI 선정 2026년 국제정세의 10대 트렌드 2. 미국 3. 일본 4. 중국 5. 인도·태평양 6. 국제정치경제 7. 인공지능(AI) 8. 국방 9. 북한
10. 유럽 |
1. 2026 미·중 전략 경쟁: 국내 정치가 규정하는 대외 전략
2026년 미·중 전략경쟁은 향후 세계질서와 아시아-태평양 안보 환경을 규정할 핵심 변수이다. 올해는 양국 모두 주요한 국내정치일정을 앞두고 있기때문에 미·중 전략 경쟁은 긴장 속 안정의 양상을 띨 것이다. 미국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경제회복과 중산층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정책과 보호주의 무역, 해외 투자유치 및 대외개입자제의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전략경쟁을 추진하면서도 중국의 대미 관세 보복 및 핵심광물 수출제한 등 미중간 경제관계 악화에 대비하면서 무역합의를 통해 경제회복을 위한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중국 역시 2027년 시진핑 주석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할 제21차 당대회를 앞두고 안보와 경제 전반에서 안정과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4연임은 물론이고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과 ‘국가안보 시스템 완성’ 을 장기 국가발전 목표로 제시하면서 장기 집권을 기정사실화해 가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 등 체제 안정과 직결된 핵심이익 관련 이슈에서 강경하게 맞대응하지만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한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면서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과 마찰은 우회하고 국제사회의 위상과 영향력을 확장할 것이다.
2. 미·중 간 서태평양 해양 주도권 각축
미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지속하는 가운데, 서태평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력 격차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특히 제1도련선을 중심으로 한 양국 사이의 해군력 격차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집권 초기 공세가 약화되었다고 보고 1도련선내에서의 군사적 주도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 애국주의에 기반한 심리적 자신감이 단기간에 실제 대미 전략에 발현되어 중국이 전면적인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역시 해륙 복합국가로서 중요한 해로인 남중국해의 안정이 중국의 현대화 강국 건설 목표 실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수의 미국 동맹 또는 우방국들이 반중국 연대를 구축하지 않도록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총체적인 해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가는 장기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1도련선 내 중국의 군사적 입지 강화에 대응하여 미군 기지를 요새화하고 자체 생존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재래식 전방 방어의 책임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게 이양하는 ‘부담 전환(burden-shifting)’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안보경쟁은 단순한 군비 증강을 넘어, 미국의 1도련선 요새화와 대중국 공급망 차단이라는 이중 전선에서 ‘대응-맞대응의 나선(action-reaction spiral)’을 그리며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3. 중국의 핵 강대국화와 미·중 안보 구도의 재편
중국은 최근 핵무기에 대한 소극적 전략에서 탈피하여 핵무기 증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기준으로 핵탄두 보유량을 600기 이상으로 늘렸으며, 2030년에는 1,000기 이상, 2035년에는 1,500기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미국 국방부는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조기경보에 기반해 즉각 핵으로 대응하는 ‘조기경보 역습(EWCS)’ 교리와 약 350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일로를 구축함으로써, 상대의 선제공격을 받아도 보복 능력을 유지하는 체계를 만들어 어느 쪽도 먼저 핵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상호확증파괴(MAD) 상태에 기반한 상호억제를 확고히 하고자한다.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이 방어적 현대화를 넘어 미국과의 전략적 핵 균형을 달성하고 재래식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구조적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장기적으로 핵무기 경쟁을 지속하면서 중국은 핵능력 증강, 미국은 중국의 핵 기반 우위 추구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4. 일본의 외교안보전략: 대미 의존과 대중 압박 사이 다자협력과 한일관계
일본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일관계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굴욕적으로 평가된 대미 관세 협상을 거치면서 동맹을 거래로 보는 미국에 자국의 안보를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미국과 적정한 상호의존 관계로의 재균형, 자체 방위력 강화, 동지국(한국, 호주, 나토 등)과의 협력 확대, 중국과 전략적 소통 강화 등 미국 패권 쇠퇴에 대한 다각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관련 발언이 야기한 중일관계 악화는 이러한 노력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신년에도 중일 대립과 중국의 강압외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일관계의 악화는 일본을 대미의존 축소보다는 대미의존 강화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고, 동지국과의 전략적 연대 노력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 대중관계의 파고 속에서 다카이치 정권은 한일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힘쓸 가능성이 크다.
5. 인도-태평양지역 해양 안보질서의 격동
남중국해를 둘러싼 동남아의 국제정세 역시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서태평양 1도련선에서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필리핀 해상에서 미중 양국과 동맹국들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되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과 필리핀의 해양순찰 및 해양훈련에 일본, 호주, 나토 일부 국가가 가세하는 이른바 ‘S-Quad (+)’ 가 구체화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 팽창을 억제하고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확장형 안보 협력체가 강화되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회색지대 전략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과 해양영토 분쟁이 있는 필리핀이 2026년 아세안 의장국 지위를 수행하는 가운데, 해양안보가 인태 지역 안보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 동맹의 다변화와 다층적 다자주의의 확산
미국과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한 역내 국가 간의 양자 및 소다자 협력·연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 및 안보 우호국에 대해 거래적 관점에서 안보공약을 약화시키고 동맹을 경시하면서, 역내 국가가 중심이 되는 전략적 연합의 중요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 더해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동참하는 지역간 안보협력의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일례로, 나토-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경우, 미국의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유럽과 인태지역이 연계되는 플랫폼으로 접근하는 방향성이 내부적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7.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과 대외 노선 전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유럽을 안보, 경제, 가치 측면에서 점점 이탈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고, 유럽 역시 미국우선주의와 대서양 동맹의 약화가 구조적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은 대서양동맹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NATO 중심의 방위력 강화와 군사적 자율성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 위협이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국방비 증액과 유럽 내 방위 협력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저가 과잉생산과 전략산업 침투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경제안보 중심의 대중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럽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군사적 개입보다는 공급망, 방산, 기술 협력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럽은 미·중 경쟁 속에서 인태 국가들과 안보와 산업 기반을 함께 지키는 실용적 연계를 강화하고자 하며, 일본·호주와 함께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을 것이다. 2026년 유럽의 대외정책은 가치외교를 유지하되, 실제로는 안보와 산업 경쟁력 방어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수렴할 전망이다.
8.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지속: 관세 전쟁 2.0.과 미·중 무역 협상
세계경제의 측면에서 2025년은 트럼프 행정부 발 관세전쟁이 휘몰아친 한 해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관세 협상을 전개한 결과 보호주의가 확산되었다. 2026년 한 해 동안 두 가지 측면에서 세계 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첫째, 2026년은 관세전쟁 2.0.이 될 전망이다. 2025년 관세전쟁이 정부 간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었다면, 2026년은 합의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이 불거지고, 새로운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팩트 시트(fact sheet)에도 농산물과 디지털 무역 등 제2라운드의 무역 협상을 위한 장치가 내재되어 있다. 둘째, 2025년 관세전쟁은 미중 무역 협상의 전초전의 성격을 띠었다. 지금의 중국은 미·중 1단계 합의를 도출했던 2020년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2026년 미중 무역 협상에서 더 큰 불확실성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2026년 한국은 미중 무역 협상이라는 거시적 변화 속에서 미국과의 기존 합의이행 및 새로운 분야의 협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9. 미·중 AI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
첨단 기술, 특히 인공지능을 둘러싼 미중 간의 전쟁은 올 한해 더 격렬하게, 더 다양한 측면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AI 경쟁은 주로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 올해는 Agentic AI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조, 보건, 교육, 공공영역 등 다양한 부문으로 AI 확산 실험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게 될 것이다. 미국은 프론티어 AI 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AI 인프라와 확산 영역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각 분야에서 중국이 축적해 온 장점과 유리한 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중 AI 경쟁에서 미국이 일방적이고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보다는 양국이 차별화된 방향으로 진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10. 북한의 ‘헤어질 결심’과 상상된 다극질서: 9차 당대회 이후 대남·대외전략
북한은 2026년 개최될 제9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대남·대외정책의 방향을 제도적으로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미 2025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그 윤곽을 제시했으며, 특히 2023년 12월 선포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헌법과 당 규약에 반영함으로써 남북관계의 단절을 되돌릴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과의 대화와 교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필요시 무력 사용과 영토 점령까지 정당화하는 노선의 재확인이다. 표면적으로는 강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더는 출구를 찾지 않겠다는 ‘자기방어적 결별 선언’에 가깝다. 동시에 한미 확장억제가 제도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 사용이 곧 정권 종말로 귀결된다는 메시지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신냉전과 진영 대립을 강조하며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제재를 돌파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경계하면서, 북한은 러시아와 함께 ‘정의로운 다극질서’라는 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9차 당대회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공식 노선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며, 대미정책에서도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을 염두에 둔 제한적 대화 가능성이 시사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기대하는 진영 중심의 다극질서는 역사적 경험과 국제질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 결국, 북한은 한국과는 제도적으로 결별하고, 세계질서에 대해서는 상상의 공간을 확장하는 이중 전략을 공식화하려는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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