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이슈브리핑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➉ 2026 북한 전략의 결합: ‘비핵화 거부–두 국가론–CNI’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ditor's Note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2026년 북한이 ‘비핵화 거부’, ‘적대적 두 국가론’, ‘핵·재래식 무력 통합(CNI)’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대내외 전략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저자는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제재 해제를 시도하고 대남 적대 노선을 제도적으로 고착화하는 가운데, 핵과 재래식 전력을 연계해 전쟁 수행의 선택지를 확장하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박 소장은 북한의 이러한 시도가 한반도의 위기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며, 한미 양국이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면서도 정교한 위기관리와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는 복합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개요


동아시아연구원은 새해를 맞아 급변하는 세계질서와 국제정세를 전망하는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2026년 국제정치는 미·중 전략 경쟁의 구조화, 동맹 질서의 재편, 지정학과 경제·기술 안보의 결합, 그리고 인공지능과 군사·안보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중첩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중견국과 지역 질서 전반에 새로운 선택과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미국을 출발점으로 일본, 중국, 인도·태평양, 국제정치경제, 인공지능(AI), 국방, 북한, 유럽에 이르기까지 주요 행위자와 핵심 이슈를 순차적으로 조망함으로써, 2026년 세계질서의 구조적 변화와 그 함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각 논평은 단기적 현안 분석을 넘어 중장기 전략 환경을 진단하고, 한국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2026년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발간 순서


1. EAI 선정 2026년 국제정세의 10대 트렌드

2. 미국

3. 일본

4. 중국

5. 인도·태평양

6. 국제정치경제

7. 인공지능(AI)

8. 국방

9. 유럽

10. 북한


   

서론

 

2026년 1월 말 현재 북한은 제9차 당대회의 구체 일정을 공고하지 않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당대회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이며, 북한에서도 당대회를 조선로동당의 최고 지도기관으로 규정한다. 당대회는 당 강령·규약의 재·개정, 노선·정책·전략의 공식화, 총비서와 당중앙위원회 등 핵심 중앙지도기구의 선출을 통해 국가운영의 방향을 제도화하는 계기로 기능한다.[1]

 

그러나 북한의 당대회는 정기적 관례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1980년 김일성 시기의 제6차 당대회 이후 2016년 제7차 당대회까지 36년간 공백이 이어졌고, 북한이 공식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 적은 없다. 다만 김일성이 “의식주 문제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없이는 7차 당대회를 열 수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전언이 알려져 있으며, 이는 당대회가 단지 형식적 정치행사가 아니라 체제의 성과와 노선 정당성을 총결산하는 ‘정치적 결산장’이라는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2]

 

이러한 맥락에서 9차 당대회는 단순한 일정 공지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가 향후 5년의 국가운영 과제를 어떤 위계와 논리로 재구성하여 제도화할지 가늠하게 하는 분기점이 된다. 특히 2021년 제8차 당대회가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포함한 중기 국가계획을 제시했다는 점을 준거로 할 때, 9차 당대회 역시 경제·군사·대외정책 지침의 재정렬을 통해 김정은 통치의 다음 국면을 확정하는 자리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당대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더라도, 북한이 2026년과 그 이후 어떤 전략과 정책을 선택할지의 윤곽은 알 수 있다. 2025년 9월 제14기 제13차 최고인민회의에서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시정연설은 대외인식, 대남전략, 대미관계의 방향을 제시했고, 이후 북한 매체 보도는 군사전략으로 ‘핵무력 및 상용무력 병진’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본고는 당대회 이전 시점에서 확보 가능한 공개 자료를 토대로 2025년까지의 북한 대미·대남·군사전략을 분석·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6년 전략 방향을 전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북한의 대미전략이 ‘비핵화 거부–제재 해제 추구–대화 여지’라는 긴장을 어떻게 결합하는지, 둘째,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제도화가 대남정책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셋째, ‘핵무력 및 상용무력 병진’이 북한판 재래식–핵 통합(CNI)으로 발전하는 양상과 그 한계를 고찰한다.

 

북한의 대미전략

 

북한은 현 세계질서가 급변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미국 일극 체제의 패권이 무너지면서 이를 지키려는 “미국의 야욕과 무절제한 힘의 남용”이 “전 지구적 불안과 총체적 위기”의 근원으로 판단한다.[3] 이로 인해 북한의 안보도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질서와 대미관을 바탕으로 김정은은 다음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2018∼19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기간 중 김정은은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2018년 8월 5일 김정은이 트럼프에 보낸 친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양국의 실무협상을 앞두고, 도발적인 연합 군사훈련은 취소되거나 최소한 연기될 것이라고 나는 인식하고 있었다....한반도 남부에서 진행되는 연합 군사훈련은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한 것이며, 누구의 행동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것인가?[4]

 

2025년 9월 김정은의 시정연설에서도 미국의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운용이 “몇 년 전과도 다르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증대되었다”면서 “각양각태의 쌍무 및 다무적 전쟁연습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공간적 공백이 없이 이어지고 거기에 더욱더 많은 핵요소들이 포함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라고 강변한다.[5]

 

이러한 북한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 실제로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가 중단될 수 있는 환경과 가능성을 읽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 한국 정부, 특히 통일부는“한·미 연합군사훈련은 한반도 평화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6]

 

현재 한미는 ‘동맹 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핵심은 한반도 방어의 주도권을 한국이 행사하고 미국은 지원하는 형태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로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수차례 공개 석상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7] 이 의미는 기존의 한미동맹이 북한 위협에 대한 단일 대응에서 벗어나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인태 역내 동맹으로 역할과 범위를 확장하려 하는 것이다.

 

작년 연말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은 인도·태평양의 장기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 전략적 위치를 갖추고 있다”라고도 언급하였다. [8] 이런 형태로 동맹 현대화가 심화할 경우 현재와 같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필요치 않게 된다. 2024년 한미가 합의하여 운용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2는 이전 작계와 유사하게 한반도 유사시 미 지상군을 포함한 대규모 증원군이 투사된다.[9] 그러나, 미국은 이미 이라크 전쟁 이래 해공군 위주의 종심 타격 후 최소 수준의 지상군을 파견하는 형태로 작전을 수행한다.

 

동맹 현대화의 핵심이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변경하는 것이므로 한반도 유사시 지상군 작전은 한국이 주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 남침시 대규모 미 증원군 파견을 상정한 현 한미연합훈련은 성격과 규모, 내용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인식도 영향을 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비싸고 도발적인 전쟁게임”으로 규정한 바 있다.[10] 이후 1기 때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작전 비용’이라는 신규 항목을 내세워 동 비용을 청구하려 했다.[11] 그러므로,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을 위해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집요하게 이런 상황을 파고들어 한미의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등에 대해 예외 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비판하고 있다. [12]

 

둘째, 북한 비핵화 대화는 거부하면서도 제재 해제를 원한다. 김정은은 2025년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라는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수 없다”라고 강변한다. 북한은 핵보유를 헌법에 규정했다면서 비핵화는 “위헌행위를 하라는 것”이라 주장한다. 동시에 제재 무용론을 아래와 같이 다섯 문장 이상 언급한 바 있다.[13]

 

“제재를 풀자고 하겠습니까. 천만에! 천만의 말씀입니다. 적대세력들의 제재는 우리에게 보다 강해질 수 있는 학습효과를 주었으며 그 어떤 압박에도 눌리우지 않는 내성과 저항성을 키워주었습니다.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제재나 힘의 시위로써 우리를 압박하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그들이 달라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아직도 《비핵화》를 떠들면서 제재와 압력을 가하며 부질없는 짓을 계속하겠으면 하라고 합시다.”

 

제재와 연계하여 “선택권”은 미국에 있다면서 시간은 “자신 편”이라고 강변한다.[14] 비핵화를 요구하고 제재를 계속 부과하는 한 북한은 핵 고도화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맥락에서 의미를 해석하면 북한이 제재에 대해 고통스러움을 읽을 수 있다. 정말 제재가 무해하다면 다섯 문장 이상을 할애하면서 강조할 필요가 없다. 객관적 자료로도 북한이 제재에 취약함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General Administration of Customs of China; UN Comtrade Database; KOTRA, 「북한 대외무역 동향」, 각 연도 자료 종합.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북제재의 효과성은 포괄적 제재가 부과되기 시작한 2017∼2018년 전후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2016년 정점을 찍은 북한의 대외 무역은 2019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하였다.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끊은 코로나 3년 시기가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대외무역량은 포괄적 제재 이전과 비교하여 30% 내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의 제재 무용론은 역설적으로 제재 해제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 미국과의 대화를 추진할 의향이 있다. 전술한 제재와 연계하여 결국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또는 담판을 통한 해제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2024년 미국 대선 기간부터 이미 북한은 대미 비판 수준을 현저히 낮췄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 때 사용되었던 ‘노망난 늙은이’(dotard) 같은 표현은 사라졌다. [15]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서 북한은 “불법 무도한 적대시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미제와는 사상으로써, 무장으로써 끝까지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도 차별화된다.[16]

 

대미정책을 자세히 밝힌 김정은의 작년 9월 연설에서도 “적대세력, 제국주의” 등을 소환했지만,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적대세력들이 우리 주변에서 무분별한 힘자랑 질을 한계 없이 계속하다가는 우리 인내심을 건드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여야 할 것입니다”라는 형태로 미국을 특정하지 않고 “적대세력”으로 통칭한다. 그러면서 널리 알려진 아래의 두 문장을 통해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 [17]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연설에 앞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18] 북한의 대미 수사(修辭)를 고려할 때 이 정도의 표현은 사실상 대화를 원한다는 의지의 표방이다. 특히 김여정이 밝혔듯이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언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19]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사고”는 결국 비핵화 회담이 아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사실상(de facto) 인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핵군축 협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8∼19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는 분명 다르게 한반도 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가 아니라 미북이 적대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위기관리 형태의 핵군축 협상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냉전 시기 미소가 온전한 평화공존이 아닌, 확전을 통한 핵전쟁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군축 협상을 한 것과 유사한 형태이다.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제재를 해제 받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나가는 것이 북한의 목표로 이해된다.

 

북한은 인도·파키스탄처럼 제재 해제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원한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을 비롯하여 심지어 북한과 밀착된 러시아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1968년 비확산체제로 핵 독점권을 가진 5개 국가가 북한 핵을 인정함으로써 특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 국가가 북한 핵을 용인하는 것은 비확산체제의 붕괴로 이어져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한국이 선봉에 설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북한은 인도·파키스탄처럼 제재 해제를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등극하는 경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하면 2026년 북한의 대미전략은 2025년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되되, 실제 미북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보다 계산된 접근으로 진화하고 있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제재 해제를 도모하며 미국과의 담판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을 최소 조건으로 설정하고,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 구도를 추구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제재의 지속적 효과와 미 행정부의 전략 환경 변화를 동시에 활용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북한의 대남전략

 

북한의 대남전략은 2023년 12월 8기 9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천명한 ‘적대적 두 국가론’이 여전히 유효하고, 2026년에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선언하였다.[20]

 

이후 북한은 1947년 건국 이래 지속해온 하나의 민족 개념을 삭제하며, 통일 지우기에 나섰다. 대표적인 예가 평양에 위치했던 ‘조국통일 3대 헌장(자주·평화·민족대단결)’ 기념탑을 2024년 초 완전히 철거한 것이다. 이외에도 남북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선화’하고, 북한 매체에서 ‘동족·통일’이라는 표현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며, 대남 통일 전담 기구도 폐지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안인 통일 포기에 대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상징·제도·공간·군사·담론 차원에서 통일 개념 자체를 체계적으로 삭제하는 작업은 지속했지만, 왜 통일을 포기하는지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비전이 무엇인지를 북한 최고 지도자 혹은 체제 차원에서 제시하지 못(안)하고 있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선대와의 단절에서 오는 부담감이 일부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일성은 북한을 건국하면서 ‘사회주의 건설과 조국 통일’을 2대 역사적 사명으로 규정한 바 있다. 김정은의 통일 포기 선언은 김일성이 부여하는 정통성의 핵심 중 하나를 포기하는 행위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김정은의 2025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은 주목된다. [21]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통일 포기에 대한 구체적 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첫째, 사실상(de facto)의 두 국가론이다.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을 상정하며 김정은은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왔습니다”라고 주장한다. 둘째, 역사적 적대감을 초기부터 소환하며 한국 책임론을 제시한다. 이승만 정부와 대한민국 헌법 3조를 언급하며 “하나의 강토에서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온 겨레의 지향을 한사코 반대”한 것은 한국이라고 강변한다. 셋째, 한미의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에 전략 자산을 끌어들이며 한국은 이러한 미국과 “야합하여 무분별한” 반북한 군사적 행동을 연합훈련 형식으로 해온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 정부의 성격과 무관하게 적대적 타자로 정의한다. “현실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적이 없고 또 절대로 변할 수도 없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인식을 대변한다. 이전과는 달리 한국 정부와 한국민도 분리하지 않는다. ‘괴뢰 정부’와 ‘남조선 인민’을 차별화했던 표현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남북은 철저히 이질화되어 더는 융합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 속국”으로 “사회주의 문화와 양키문화가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북한의 논거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김정은의 시정 연설시 표현처럼 “어제, 오늘 갑작스레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닌”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뼈대 중 하나인 통일을 제거한 근본적 노선의 전환임을 확인할 수 있다[22]. 2026년 북한은 보다 본격적으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의 논거를 학습시키며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최될 9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이미 지시한 대로 북한 헌법이나 노동당 규약에 적대적 두 국가와 관련된 내용을 삽입시켜 제도화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김정은은 작년 9월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입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23]

 

그러나, 북한의 문제는 김정은의 표현대로 남북관계를 “철저히 이질화되였을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으로 주장할수록 오히려 체제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김정은의 주장은 남북이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제1의 주적으로 적대시함으로써 결국 극복하고 승리해야 할 대상으로 타자화한 것이다. 김여정의 표현처럼 “서로 상관하지 말고 살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상대로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오히려 증대된 것이다.[24] 핵 보유를 제외한 군사·경제·사회·문화 측면에서 선진국인 한국을 상대로 한 북한이 경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통일 포기 선언은 결국 무력사용만을 선택지로 남긴다. 북한 체제에서 강조하는 대남 ‘혁명’은 표상적으로 통일, 평화, 민족을 근본으로 한다. 이를 삭제한 혁명은 김정은의 아래 선언만 남는다.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그것들의 영토를 점령, 평정하는 것을 국시로 결정한 것은 우리 국가의 영원한 안전과 장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천만 지당한 조치입니다.[25]

 

이에 따라 한국을 대상으로 한 끊임없는 군비경쟁과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게 된다. 이는 완벽한 ‘선군’(先軍)의 부활로 북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부과한다. 종합할 때 2026년 북한의 대남전략은 적대적 두 국가의 강화 및 제도화로 예상된다. 특히 본격적으로 한국을 적대시할 필요성을 북한 주민에 학습시키고, 9차 당 대회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헌법 또는 노동당 규약에 공식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북한의 노선이 제도화되므로 적어도 2026년 한 해 동안 혹은 그 이상으로 한국과는 김정은의 표현처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26]

 

북한 군사전략

 

2026년 북한 군사전략의 핵심은 ‘핵무력 및 상용무력 병진정책’으로 대변될 것이다. 김정은은 2025년 9월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장갑무력의 전투력이 크게 강화되었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당 제9차 대회는 국방건설 분야에서 핵무력과 상용무력 병진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해, 핵무기 중심 노선을 핵·재래식 무기의 동시 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27]

 

이는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핵 개발과는 차별화된다. 당시 북한은 이른바 “핵무력 건설 대업 완성”을 위한 핵기술 고도화, 핵무기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한 5대 전략 목표로 ① 극초음속 무기 개발, ② 초대형 핵탄두 생산, ③ 15,000km 사정권 내 타격 명중률 제고, ④ 수중 및 지상 고체연료 ICBM 개발, ⑤ 핵잠수함 및 SLBM 개발을 제시하였다.[28]

 

그러나, 2025년 들어서 미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 개발은 제한하고, 재래식 무기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2024년 10월 화성 19형을 발사한 이래 2026년 1월 현재까지 시험 발사가 없다. 이후 모델인 화성 20형도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실물만 공개했다. 반면, 김정은은 다양한 재래식 무기 개발을 현장 지도하고 있다. 해군의 경우 2025년 5월과 6월 각각 5천 톤급 최현호와 강건호를 진수하였다. 김정은은 이 함정을 “가장 강력한 무장을 탑재한 다목적 구축함”이라면서 “국가핵전쟁억제력의 일익을 담당할 해군의 핵심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최현급(5천톤급) 또는 그 이상급 구축함들을 매해 2척씩 해군에 취역시키겠다”라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29]

 

공군도 5월 김정은이 평양 인근의 한 “정예전투 비행사단”의 실시간 훈련을 참관하며 신형 공대공·공대지 무장 개발·배치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그 ‑ 29에 장착된 중거리 레이더 유도 공대공미사일, 또 다른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정밀유도 활강폭탄 등을 시험했다.[30] 이는 북한의 노후화된 공군력을 보완하기 위한 공군 현대화 의지의 시현으로 판단된다.

 

이외에도 2025년 3월에 자폭·정찰 드론 시험을 현지 지도했다. 김정은은 무인기와 인공지능을 “현대전의 기본방향”이라고 규정하고, “무인 체계와 인공지능 생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지능형 무인기’ 발전을 위한 종합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하였다.[31] 9월에는 전술공격 드론 성능시험을 하면서 무인 무기가 “육·해·공 전장에서 다양한 전술적 타격과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32]

 

김정은은 육군의 핵심전략인 기갑사단의 탱크 공장을 2025년 5월 시찰하면서 “지난 세기식 장갑무기를 최신형 탱크와 장갑차로 교체하는 것은 우리 군대의 무장장비 현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군의 장갑무기체계를 전면적으로 갱신하는 것이 당이 내세운 ‘제2차 장갑무력혁명’을 일으키는 핵심 과업”이라고도 했다.[33] 실체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지만, 한국군도 아직 개발 중인 능동방호체계가 탑재된 신형전차를 공개했다.

 

2025년에 보여준 북한의 노력은 ‘핵무력 및 상용무력 병진전략’으로, 분석적으로는 북한판 ‘재래식–핵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CNI)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을 명확히 분리하던 기존 구도를 약화시키며, 위기 상황에서 핵 사용으로의 이행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핵과 재래식 전력을 별개의 억제 수단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 목표하에서 통합된 억제 및 전쟁 수행 체계로 기획·운용하려는 접근이다. 동 개념은 2010년대 초 미국에서 체계화되었으며, 그 사상적 기원은 1960년대 나토가 채택한 유연 반응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34]

 

북한이 이를 탐구하여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전구 전쟁계획과 위기·억제 계획에서 재래식 작전계획과 핵전력 운용계획을 분리하지 않고, 상호 연계된 시나리오와 선택지로 통합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공개된 ‘핵방아쇠’와 ‘화산경보’ 체계는 이러한 통합 운용 구상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한미의 공격을 가정한 상황에서 재래식 전투 능력과 핵 대응 옵션을 함께 제시하여 최고지도자가 단계적·유연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조하는 체계이다. 특히 제한적 핵 사용 국면에서 지도자의 선택지가 ‘대규모 핵보복 또는 항복’이라는 양자택일로 축소되는 것을 방지하고, 재래식 지속전투와 제한적 핵 옵션 등 다양한 대응경로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판 CNI에는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CNI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대응 선택지를 신속하게 검토·선택하고 위기 단계에 따라 확전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수령 일인영도체제하에 정치·군사 권력이 극도로 집중된 체제에서는 이러한 운용이 본질적으로 제약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및 주요 군사적 결정은 최고지도자에게 일원화되어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도 의사결정 권한을 하위 지휘관에게 분산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고강도 위기 국면에서는 정보 보고, 판단, 결심에 이르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시 또는 위기 상황에서 통신망이 교란되거나 지휘부가 물리적·전자적으로 타격을 받을 경우, 최고지도자의 결심이 전력 운용 체계로 전달되지 못하는 ‘결심 단절(decapitation risk)’ 위험이 발생한다. 이는 지도부 제거 자체를 의미한다기보다, 지도부가 존재하더라도 통신·지휘 연결이 차단됨으로써 실질적인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뜻한다. 이러한 단선적·수직적 지휘체계에서는 상황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경로를 전환해야 하는 CNI의 요구인 단계적 확전 관리와 임기응변적 옵션 조정이 구조적으로 정착되기 어렵다.[35]

 

또한, 북한의 C4ISR 능력의 한계 역시 CNI 발전을 제약하는 핵심요인이다. C4ISR은 지휘(Command), 통제(Control), 통신(Communications), 컴퓨터(Computers), 정보(Intelligen-ce), 감시(Surveillance), 정찰(Reconnaissance)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현대전에서 전력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정보·지휘의 신경망에 해당한다. CNI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목표 정보, 전장 전반에 대한 상황 인식, 타격 이후의 피해 평가(Battle Damage Assessment), 그리고 상대방의 의도와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 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제한적 수의 군사 정찰위성과 일부 전술 정찰 드론, 그리고 인적정보(HUMINT)에 대한 높은 의존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정보 수단은 범위와 정확성, 실시간 측면에서 근본적인 제약을 지니며, 특히 전자전이나 사이버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그 결과, 전구(戰區) 단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군사 상황을 하나의 통합된 그림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래식과 핵 옵션을 연계해 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36]

 

가장 결정적인 취약점은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시간·공간적으로 정교하게 맞추는 ‘동시성(synchronization)’의 결여이다. CNI의 핵심 요구는 재래식 타격과 핵 옵션을 언제, 어디서, 어떤 신호로 결합할 것인가를 정밀하게 조율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육·해·공·로켓군 간의 통합 지휘체계, 전술핵과 재래식 전력이 상호 연동되는 발사 플랫폼과 통제 체계, 그리고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합동 운용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군종 간 합동성이 제한적이며,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은 서로 다른 지휘·통제 체계 아래에서 운용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상대해야 할 대상이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군이 추진 중인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체계와는 질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 JADC2는 육·해·공·우주·사이버 영역의 모든 센서와 무기체계를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휘관이 즉각적으로 최적의 타격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인 반면, 북한은 이러한 수준의 기술적·조직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위기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은 확전이 급속히 전개되고 조기 핵 사용에 대한 압력이 증대될 경우, 동시성을 확보하지 못한 CNI는 억제 안정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37] 미국의 선제타격 유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CN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재래식 전력과 이를 뒷받침할 C4ISR 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술력과 자본이 필수적이다. 이는 결국 경제적 자원을 추가로 군사 분야에 투입해야 함을 의미하며, 국방비 증액과 그에 따른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북한이 추진하는 육·해·공 전력 발전은 질적·양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의 군사력과는 근본적인 격차를 보인다. 예컨대 5천 톤급 구축함 전력의 상징으로 제시되는 강건호는 2025년 5월 진수 과정에서 좌초 사고를 겪은 바 있으며, 이는 북한의 대형 수상함 건조·운용 경험이 여전히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 함정은 대잠 탐지 및 대어뢰 방어 체계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실제 전투 상황에서 생존성과 임무 수행 능력에 한계를 노출할 가능성이 크다. 공군 전력 역시 공대공·공대지 미사일을 자체 개발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보유한 가장 최신 전투기로 평가되는 미그-29 전투기는 1980년대 후반 도입된 4세대 기종으로, 한미공군이 운용하는 F-35 및 F-22와 같은 5세대 전투기와는 세대적·기술적 격차가 현저하다. 이러한 구조적 열세 속에서 북한판 CNI를 위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과도한 군비경쟁에 몰입시키고, 경제에 대한 부담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론

 

2026년의 북한 전략은 ‘대화의 문을 남겨둔 채 제재 해제를 추구하고, 대남 적대 노선을 제도화하며, 핵과 재래식의 통합 운용을 통해 억제·전쟁 수행의 옵션을 확장하려는’ 방향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부담의 확대, 외부적으로는 위기 불안정성의 심화라는 비용을 동반한다.

 

한미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화 국면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는 ‘협상 의제’와 ‘레드라인’을 미리 정교화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의 사실상 인정과 제재 완화에 가깝다. 따라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목표를 일괄 타결로 설정하기보다, 위기관리형 합의(군사 위험감소, 시험·배치 제한, 투명성 확대)를 단계적으로 쌓되, 그 과정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제재 체계의 조건부 조정, 동맹 방위태세 유지, 검증 장치의 내재화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협상은 필요하지만, 협상의 구조는 북한이 원하는 방식(동맹 약화–제재 해제–핵보유 고착)의 순서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제도화 가능성에 대응하여 한국은 대북 메시지와 제도적 준비를 장기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이 통일 개념을 삭제하고 대남 적대를 제도화할수록, 단기적 화해 이벤트로 관계를 되돌리는 접근은 현실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한국은 대북정책을 ‘대화 재개’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① 군사적 충돌 회피, ② 도발 억제, ③ 인도적 채널 유지, ④ 중장기적 통일·평화 담론의 국내 기반 강화로 재정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이 한국 정부와 국민을 분리하지 않는 담론을 강화할 경우, 한국은 오히려 북한 주민을 향한 메시지(생존·경제·미래에 대한 사실 기반 정보)를 일관되게 유지하여 ‘적대적 타자화’의 효과를 상쇄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선전전이 아니라, 체제 경쟁 국면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비용 대비 효과적인 장기 전략 중 하나이다.

 

셋째, 한미는 북한의 ‘연합훈련·전략자산 중단’ 요구가 협상의 최소조건으로 굳어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운용은 동맹 방위태세의 일부이자 위기 억제의 신호이므로, 이를 선제적으로 ‘거래 대상’으로 만드는 순간 북한은 협상을 ‘비핵화’가 아니라 동맹 약화와 대북 억제력 축소의 교환으로 재정의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동맹이 유연성을 전혀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양보의 형태가 아니라, 조건과 절차의 설계이다. 예컨대 훈련의 조정은 북한의 ‘정치적 요구’에 대한 상응 조치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위기 완화 조치(군사적 투명성, 특정 활동 중지, 위험감소 채널 가동 등)와 연동되어야 하며, 동맹 내부에서는 “훈련 축소=평화”라는 단선적 인식을 경계하고 훈련의 목적(억제·대비태세)과 형식(규모·공개성·시기)의 분리를 통해 정책 선택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판 CNI가 초래할 수 있는 위기 불안정성에 대비해 한미는 ‘조기 핵 사용 압력’과 ‘오판 가능성’을 낮추는 전쟁 억제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북한이 재래식과 핵을 연동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수록, 위기 상황에서 신호가 혼선되거나 동시성이 실패할 경우 우발적 확전의 위험은 커진다. 이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더 강한 응징’ 구호가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위기관리 장치의 확충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북한의 핵·재래식 운용을 분리하여 흔들기 위한 표적화된 비핵(非核) 억제 수단(정밀타격, 전자전, 사이버, 대드론/대미사일 방어)의 결합을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연합 차원의 경보·정보 공유 속도와 의사결정 절차를 단축하여 북한이 기대하는 ‘결심 지연’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위기 국면에서 상호 인식 오류를 줄이기 위해 군사적 핫라인, 우발 충돌 방지 메커니즘, 훈련·작전 신호의 관리(공개·비공개, 메시지 통일)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한이 ‘옵션’을 늘리려 할수록, 한미는 옵션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억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종합할 때 2026년 한미의 대응은 ‘강경’과 ‘유연’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면서도 위기관리와 협상 조건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복합 전략이어야 한다. ■ 

 

[1] 한국학중앙연구원, 「당대회(黨大會)」,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2.

[2] 통일연구원,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분석,” 『KINU Insight 16-01』, 2016.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4] Bob Woodward, Rage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

[5]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6] “대북정책 대미협의 주체 놓고 통일부-외교부 난데없는 기싸움,” 『연합뉴스』 2025.12.15.

[7] Javier Brunson, Commander, United States Forces Korea (USFK), remarks at the AUSA LANPAC Symposium, Honolulu, Hawaii, 15 May 2025.; Javier Brunson, Commander, United States Forces Korea (USFK), remarks at an online discussion hosted by the Institute for Corean‑American Studies (ICAS), 27 May 2025

[8] Javier Brunson, Commander, United States Forces Korea and Combined Forces Command, keynote address at the 2nd ROK–US Combined Policy Forum, War Memorial of Korea, Seoul, 29 December 2025.

[9] Yonhap News Agency, “S. Korea, U.S. inked new joint wartime contingency plan last year amid evolving N.K. threats,” Yonhap News (English service), 9 April 2025

[10] Trump White House Archives, “Press Conference by President Trump,” The White House, June 12, 2018, https://trumpwhitehouse.archives.gov/briefings-statements/press-conference-president-trump/ (검색일: 2026년 1월 22일).

[11] David S. Cloud & Victoria Kim, “Trump’s demand that South Korea pay more for U.S. troops leads to impasse,” Los Angeles Times, January 11, 2019, https://www.latimes.com/nation/la-na-pol-trump-korea-troops-20190111-story.html (검색일: 2026년 1월 22일).

[12]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 “미전략자산의 조선반도지역전개를 규탄,” 『조선신보』 2025.3.3.;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합동군사연습은 가장 적대적인 전쟁도발의지의 표현,” 『노동신문』 2025.8.19. 외 다수가 있다.

[1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1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15] “미국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중앙통신』 2017.9.22.

[16]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조선중앙통신』 2021.5.2.

[1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18] “조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뿐이다,” 『조선중앙통신』 2021.3.18.

[19] “조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뿐이다,” 『조선중앙통신』 2021.3.18.

[20] “조선로동당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노동신문』 2023.12.31.

[2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2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2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24]『조선중앙통신』 2022.8.19.

[25] “조선인민군창건 76돐에 즈음하여 국방성을 축하방문하시여 하신 연설,” 『로동신문』 2024.2.9.

[2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9.22.

[27]『조선중앙통신』 2025.9.13.

[28] 이호령, “북한 8차 당대회 최대 성과와 9차 당대회 전망,” 『Global NK 논평』, 동아시아연구원(EAI), 2025.12.5.

[29] 『조선중앙통신』 2025.4.25.; 『조선중앙통신』 2025.6.12.

[30]『조선중앙통신』 2025.5.16.

[31]『조선중앙통신』 2025.3.26.

[32]『조선중앙통신』 2025.9.18.

[33]『조선중앙통신』 2025.5.4.

[34] Justin Anderson and James R. McCue, “Deterring, Countering, and Defeating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Strategic Studies Quarterly 15, no. 1 (Spring 2021), Air University Press, accessed January 25, 2026, https://www.airuniversity.af.edu/Portals/10/SSQ/documents/Volume-15_Issue-1/Anderson.pdf

[35] Shane Smith and Paul Bernstein, North Korean Nuclear Command and Control: Alternatives and Implications (Washington, DC: National Defense University Center for the Study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ugust 2022), accessed January 25, 2026, https://wmdcenter.ndu.edu/Portals/97/Documents/Publications/NK-Nuclear-Command-and-Control_Report.pdf

[36] Markus Schiller,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 The Kim Jong Un Regime’s Current and Future Capabilities (Seoul: Korea I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2023), accessed January 25, 2026, https://repo.kinu.or.kr/retrieve/11859.

[37] U.S. Department of Defense, Summary of the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JADC2) Strategy (Washington, DC: Department of Defense, March 2022), accessed January 25, 2026, https://media.defense.gov/2022/Mar/17/2002958406/-1/-1/1/SUMMARY-OF-THE-JOINT-ALL-DOMAIN-COMMAND-AND-CONTROL-STRATEGY.PDF; Markus Friedrich and Eric J. Ballbach, “North Korea’s Fait Accompli: Scenarios, Drivers and Implications,” SWP Research Paper 2022/R 13 (Berlin: Germ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nd Security Affairs, August 2022), accessed January 25, 2026, https://www.swp-berlin.org/publikation/north-koreas-fait-accompli.

 

■ 박원곤_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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