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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체제 전환에서 지도자 표적화로: 베네수엘라 사태와 북한의 좁아지는 선택지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ditor's Note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2026년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사건을 분석하면서, 이 군사 작전이 미국의 대외 개입 방식과 국제 규범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체제 전환’이라는 불확실한 목표 대신 정보력과 특수전을 결합한 ‘지도자 표적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주권 국가의 지도자도 직접적인 무력화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지적합니다. 박 소장은 이러한 변화가 북한에게 핵무기가 체제 생존을 위한 억지력이 아니라 오히려 지도자를 정밀 감시와 강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전략적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핵의 역설'로 작용할 것이라고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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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현직 국가원수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해 본토로 이송한 사건은 단일한 군사작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작전은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안전가옥에 침투해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작전 개시 이후 종료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2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사전에 베네수엘라 정부의 동의나 국제기구의 승인 없이 이루어진 이 작전은, 현직 주권 국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 군사 개입이라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작전의 세부 양상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정보·군사 역량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수개월 전부터 베네수엘라 현지에 소규모 팀을 상주시켜 마두로의 이동 경로, 일상 동선, 경호 방식, 숙소 교체 주기를 집요하게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보원이 마두로의 주변부에 침투해 있었고, 이들이 제공한 위치 정보는 실시간으로 미군 측에 전달되며 작전 직전까지도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구조였다. 여기에 인공위성, 신호정보(SIGINT), 무인기 정찰 자산이 결합되면서 어느 건물이 실제 안전가옥인지, 출입구 구조와 경비 병력 배치, 인근 방공망의 위치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정보전의 축적이 있었기에 작전은 극히 짧은 시간 안에, 그리고 목표 제거가 아닌 ‘생포’를 전제로 수행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미국이 오랫동안 표방해 온 규범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태도, 대외 개입 방식, 그리고 적대국 지도자에 대한 강압 전략이 어디까지 변화했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이 작전은 ‘체제 전환(regime change)’이라는 명시적 목표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주권 국가의 최고 권력을 직접적으로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국식 개입 모델과 뚜렷이 구별된다. 미국의 군사·정보 역량이 이미 압도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역량이 더 이상 비국가 행위자나 테러 조직에 한정되지 않고 주권 국가의 현직 지도자를 대상으로 직접 행사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다른 충격을 제공한다. 이는 국제정치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암묵적 금기인 ‘국가원수에 대한 직접적 무력 개입’이라는 선을 미국이 넘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파장이 크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베네수엘라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과 구조적으로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들, 특히 북한과 같은 개인 지배적 권위주의 체제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 뉴스가 아니라, 미국의 위협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증 사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본 글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강압 방식 변화와 그 국제법적·전략적 함의를 분석하고, 이것이 북한의 위협 인식과 전략적 선택에 미칠 영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베네수엘라 작전과 규범 기반 질서의 균열

 

이번 작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미국이 국제 규범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다. 냉전 이후 미국은 무력사용을 정당화할 때 민주주의, 인권, 인도적 보호, 국제 안보라는 규범적 언어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이라크와 리비아 개입은 그러한 논리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이러한 가치 담론은 거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대신 미국은 마두로를 미국 연방법원에 기소된 ‘국제 마약 테러 조직의 수괴’로 규정하고, 이번 작전을 군사행동이 아닌 고위험 법 집행 활동으로 설명했다. 현상금을 걸고, 작전 현장에 미 법무부 요원을 대동해 연방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작전의 성격을 법 집행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국제법적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 유엔헌장 제2조 4항은 무력사용과 주권침해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으며, 현직 국가원수의 강제 체포·이송은 국제관습법상 가장 중대한 주권침해에 해당한다. 자위권 행사,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집단적 조치, 혹은 매우 제한적인 인도적 개입이라는 기존의 예외 사유 가운데 어느 것도 이번 사안에 명확히 적용되기 어렵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상대로 무력 공격을 감행한 사실은 없으며, 안보리의 명시적 승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베네수엘라 내 인권 침해와 민주주의 훼손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현직 국가원수를 군사력을 동원해 체포·이송하는 방식이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인도적 개입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이번 작전은 국제 규범의 ‘예외적 적용’이라기보다는, 미국이 규범을 더 이상 자발적 자기제약의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택을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여러 차례 “자신에게 국제법은 필요 없으며, 도덕성만이 유일한 제어장치”라고 발언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그러한 인식이 수사적 차원을 넘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었음을 보여준다. 규범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작동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군사력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수단이 동원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된 것이다.

 

체제 전환 없는 개입: 지도자 표적화 전략의 부상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는 미국의 개입 목표가 ‘체제 전환’에서 ‘지도자 표적화 및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정계 진출 이전부터 이라크 전쟁을 대표적 실패 사례로 언급하며, 타국의 정치 체제를 강제로 바꾸는 개입을 “값비싸고 어리석은 선택”으로 비판해 왔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러한 인식은 일관되게 반영되었다. 미국은 마두로 이후의 민주화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고, 선거 부정이나 야당 탄압, 언론 통제와 같은 문제를 개입의 중심 명분으로 삼지도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야권 인사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아 온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해 “인기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사실상 대안 세력에서 배제했다. 대신 마두로의 최측근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권력 구조를 유지한 채 미국이 원하는 사안만을 관철하는 방식을 택했다. 체제 전환이 아니라, 기득권을 인정한 관리 전략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고전적 의미의 강압 외교와도 구별된다. 과거의 강압 외교가 상대 국가의 특정 정책 변화를 목표로 했다면, 이번 사례는 압박의 대상이 정책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은 체제 전체를 상대로 협상하거나 압박하기보다, 체제의 정점에 있는 개인을 제거하거나 무력화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방식은 대규모 병력 투입이나 장기 점령 없이도, 정밀한 정보력과 특수작전을 통해 단기간에 정치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택이다.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북한의 위협 인식 변화

 

북한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비교적 신속하게 반응했다. 마두로가 미국으로 이송된 바로 다음 날인 1월 4일,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주권침해 행위”를 감행했으며, 이를 “지역 정세에 부가될 불안정성 증대와 연관해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월 5일 김정은은 “핵전쟁 억제력을 고도화해야 할 이유를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발언의 배경에 베네수엘라 사태를 염두에 둔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북한의 시각에서 가장 먼저 다가왔을 메시지는 미국의 군사 능력 그 자체였을 것이다. 미국이 현직 국가원수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제거가 아닌 체포·납치까지 해냈다는 사실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모든 핵심 권한이 최고지도자 1인에게 집중된 북한 체제의 특성상,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지도자의 위치를 특정해 ‘주요 지휘부 제거 작전’을 실행할 수 있음을 이번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북한에 군사력의 규모보다 정밀성과 정보력이 더 치명적일 수 있음을 각인시킨 사건이었다.

 

또 하나 북한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는, 미국이 기존의 규범과 국제법에 의해 스스로를 제한해 왔다는 인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2017년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 “완전히 부숴버리겠다”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했고, 같은 해 9월에는 항공모함 3전단을 동해에 전개하며 대규모 연합 공군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에는 말과 위협에 그쳤지만,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를 통해 북한은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실제로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체감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작전이 체제 전환이 아니라 지도자만 교체하는 방식의 적성국 대응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북한에 새로운 계산을 요구한다. 이라크나 리비아와 달리 북한은 대규모 반정부 세력이나 외부 점령을 수용할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도자만 제거하고 기존 엘리트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라면, 단기적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비교적 빠른 안정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성립한다. 이러한 인식은 김정은 개인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핵 억지의 역설: 좁아지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지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 대외정책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은 더 이상 규범을 통해 스스로를 제한하는 행위자로만 남아 있지 않으며, 체제 전환이라는 고비용 전략 대신 지도자 표적화와 선택적 강압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질서 전반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위협 인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북한의 경우, 이번 사건은 단기적으로는 핵 억지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화하는 계기로 인식될 수 있다. 미국이 국제 규범이나 외교적 절차에 구속되지 않은 채 군사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 보유는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억지력이라기보다 오히려 북한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지를 좁히는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핵무장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직접적 개입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기능해 왔지만, 동시에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핵 위협’으로 고착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그 결과 북한은 정상국가로서의 외교적 공간을 확장하기보다, 항상 예외적이고 잠정적인 대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핵을 보유하는 한, 북한은 체제 전환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지도자 표적화나 제한적 군사 강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있다.

 

더욱이 핵무기는 북한의 전략적 유연성을 구조적으로 제약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제재 해제와 국제 금융·경제 질서로의 편입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핵을 고도화할수록 미국과의 관계는 ‘관리 대상’ 혹은 ‘위험 요소’로 더욱 고착된다. 이는 핵이 북한에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기는커녕, 외교·경제·군사 모든 영역에서 선택지를 점점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북한에 던지는 경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말보다 힘이 앞서는 시대에, 핵을 보유한 북한은 억지력을 확보한 행위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정밀한 감시와 강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은 협상의 기반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위험이며, 필요하다면 제거하거나 무력화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북한의 핵 카드는 체제 생존을 보장하는 보험이 아니라, 체제를 끊임없이 위기 상황에 노출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북한이 직면한 선택지는 명확해지고 있다. 핵을 계속 움켜쥘수록 미국의 강압 전략은 정밀해지고, 북한의 전략적 공간은 좁아진다. 반대로 핵 문제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지 않는 한, 북한은 ‘대화 가능한 상대’가 아니라 ‘언제든지 조치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김정은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선택지는 더욱 수축될 수도, 혹은 제한적으로나마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핵이 더 이상 북한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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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곤_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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