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연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거대한 동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상·투자·노동시장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합니다. 송 교수는 AI 기술 표준과 인프라 장악력이 미래의 부와 국제 질서의 주도권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임을 진단하며, 기술 민족주의와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지정학 경쟁의 본질을 조명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AI가 초래할 국가 간 불평등과 노동시장의 고용 충격 등 구조적 위험을 경고하며, 새로운 기술 변화가 가져올 복합적인 결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
Ⅰ. 서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기술발전과 확산속도가 엄청나다. OpenAI에서 개발한 ChatGPT가 출시된 이후 비슷한 기능을 탑재한 AI 소프트웨어가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경제와 산업 전반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가속도는 눈부시다. 현재 AI 기술은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와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 처리속도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실제 현장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전 단계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혁신적인 산업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I로 대표되는 최근의 기술혁명이 국제정치경제에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누가 미래의 부와 표준을 결정하는가, 이러한 기술혁신이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이익과 혜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본 워킹페이퍼에서는 AI가 국제정치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통상과 투자 및 AI 활용으로 인한 기회와 도전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Ⅱ. AI와 국제정치경제
지난 몇 년 사이에 AI가 가져온 변화를 고려한다면 AI는 단순히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제정치경제질서에서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거대한 동력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동안 국제정치에서 국가들이 패권경쟁을 벌이며 치열하게 다투었던 영토,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 자원 등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AI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과학기술과 관련 인프라를 누가 주도하고 통제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표준과 규범이 결정되고 경제 및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결국 국제정치경제 질서가 어떻게 유지 또는 재편되는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AI 기술경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주요 부품 및 제품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지고, AI 인프라, 전력공급, 데이터, 컴퓨팅 등의 분야로 경쟁이 빠르게 확대 및 심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AI가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형성하는 통상, 투자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AI 기술개발 및 투자에 있어서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가장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다.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양국의 기술경쟁에서 보여주듯이 AI는 산업에서 기술표준을 결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영역으로 고려되고 있다. AI는 하나의 기술과 제품이 민간 목적과 군사 목적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중적 목적/이중 용도(dual purpose)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경쟁을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군사적 패권경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개발과 활용에 중요한 데이터 문제는 통상에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데 데이터 축적과 보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AI 발전에 누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해서 데이터 센터 구축,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등으로 대표되는 AI 인프라 구축 및 국경을 넘는 투자 역시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Roberts et al. 2024, 1279).

출처: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39).

출처: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39).
Ⅲ. 국제정치경제에서 주목하고 있는 AI 기술개발 및 활용 논의
1.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
AI 등장은 경제 및 산업분야에 있어서 기회와 도전을 함께 가져온다. AI 기술혁신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한 성장을 가져오고 경제규모의 확대로 이어진다. 통상 분야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AI 기술을 활용한 생산의 자동화 및 최적화, 물류비용 절감, 공급망 관리, 자동화된 세관 절차, 언어 장벽 해소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혜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Meltzer 2018; WTO 2025). 하지만 AI 기술이 모두를 위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술혁신, 경제성장, 소득증가라는 순기능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공고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WTO 2025). 그리고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혁신은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ICT 재화와 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생성하는 문제점 역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 디지털 통상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활용되면서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과 관련한 논의 역시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통상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국가들 간에 이루어지는 재화, 서비스, 데이터 등의 교역 활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활동들은 전통적인 재화와 서비스 교역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국가 간 또는 기업 간의 활동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사항은 데이터 흐름(data flow),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소스 코드 및 AI 알고리즘 보호, 사이버 안보 등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싱가포르 디지털경제협정(2020), 칠레-뉴질랜드-싱가포르 디지털경제 동반자협정(2020), 영국-싱가포르 디지털경제협정(2022) 등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최근의 통상 협정에서는 디지털 데이터 관련한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Jones 2023). 지역통상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s, RTAs)과 디지털통상협정(Digital Economy Agreements)은 AI 활용 증진과 규제를 다루는 주요한 기구로 작동하고 있다(WTO 2024). 2021년 처음 개최된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EU-US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에서 AI 정책, 반도체 공급망, 기술표준 설정,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AI가 국제통상질서와 통상체제에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 기술표준
기술표준은 통상환경에서 새로운 기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사이즈, 형태, 디자인, 기능, 퍼포먼스, 라벨링 혹은 패키지 등에서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표준은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성과로 볼 수 있지만, 향후 AI 기술혁신과 발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는 국제정치경제의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AI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지정학 및 국제정치질서에서 주도권을 가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성능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금지 정책에서 보여주듯이, 핵심기술 및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로 나타나는 AI 시대 국가주의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민족주의(tech-nationalism)를 통해서 보여주듯이 자국 기술력을 국가 안보 및 생존과 직결된 것으로 인식하고 AI 기술경쟁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기술주권과 데이터주권 확보를 위해 각국은 주권 AI (Sovereign AI) 개발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기술표준은 AI 기술을 규제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고 책임을 확보하기에 필수적인 도구이다. 다만, AI 기술규제는 특정 분야 중심이고, 자발적이며, 해당 산업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높다. 정부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산업이 주도하는 논의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제적 대응보다는 사후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AI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과정을 거치는데, 기술표준을 논의하고 조정하는 것은 자발적이지만, 국제통상협정에 포함되는 경우 법적인 무게도 수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들 또는 기업들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다수이다.
4.지적재산권
AI 기술은 지적재산권 관련해서 새로운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AI와 관련한 대부분의 지적재산권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으나 AI 기술에 활용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그 결과물로 나온 자료의 저작권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회사 운영에 핵심적인 AI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빅데이터 학습을 위한 자료의 저작권, 자료들을 활용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정의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학습 데이터를 활용한 자료 및 결과물에 대한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는 향후 지식산업 발전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것이다.
5.경쟁과 빅테크 독점
경쟁부문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기술개발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Google, Facebook, Microsoft 등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 빅테크 기업의 이익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는데,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있고 데이터 거버넌스, 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WTO 2024).
하지만 이들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al models), 컴퓨터 인프라,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우선 협상해야 하는 주요 민간 행위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AI 기술개발은 막대한 규모의 초기 민간자본 투입이 필요하고, 중국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대규모 국가 주도의 투자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소수의 AI 선진국과 AI 기술을 개발한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독점하면서 기술적, 경제적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6.데이터 흐름과 데이터 현지화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과 데이터 현지화와 관련해서는 각국의 정책이 상이하다. AI 기술 활용에 있어서는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전략이 강조된다면 AI 기술활용과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AI 기술발전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국가들이 선택한 정책과 방향은 다른데(Goldfarb and Trefler 2019, 485-486),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유로운 데이터의 이동을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데이터 현지화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 주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cross-border data flows)과 관련해서는 각국의 규제 정책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보관과 이동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AI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성능 반도체,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등 관련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요소들이 다른 AI 산업 분야로 확대 발전할 수 있는 주요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Wheeler 2025).
7. AI의 윤리적이고 적절한 사용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국경을 초월하는 위험에 대한 논의는 아직 중요하게 다루어 지지 않고 있는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공정한 경쟁, 윤리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이 있는 AI 사용, 개인정보 보호, AI 기업의 과도하고 부적절한 알고리즘 사용에 대한 제한 등을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국경을 넘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이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에 대한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U, 미국, 중국은 AI 활용과 관련하여 각각의 방식으로 거버넌스와 규제를 만들고 있는데 EU는 인간 중심의 규제와 위험 관리를 중심으로 대처하고 있고, 미국은 시장 중심 전략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발전을 독려하는 방식을 선택한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 AI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EU는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 가이드라인 발표를 통해 AI 기술과 윤리 관련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소스 코드를 보호하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방해할 수 있고, 소비자와 노동자가 외국 기업에게 AI 활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8. AI와 불평등
자유주의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로 대표되는 전후 국제질서와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에 경제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였다면 AI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과 관련 인프라 투자는 선진국과 신흥국 및 기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을 활용한 성장 전략과 선진국의 서비스와 기술을 활용한 발전 전략이라는 이분법적인 구조가 존재했다면 AI로 나타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 질서에서는 이러한 비교 우위에 기반한 성장 전략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AI 기술혁신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한 경제 발전을 기대하지만 그 성과는 모든 국가와 사회구성원에 동일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평등과 분배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9. AI와 노동시장
노동시장에서는 고용과 업무에 있어서 AI 기술을 활용한 내부 지식 관리 및 운영 시스템 변화를 통해 조직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동시에 AI는 노동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노동자들의 작업과 근무시간 상당 부분을 자동화, 기계화로 대체하면서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이익은 향상시키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감소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AI 기술로 인한 자동화, 기계화로 일자리와 노동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으로 대표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및 사회안전망 확대에 대한 선제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노동시장 변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계의 도입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였고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 역시 이미 경험하였다. 다만, 기존에는 새로운 기술변화가 저임금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현재 AI 기술을 통해서 나타나는 노동시장 변화는 고학력, 고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미국 노동시장 자료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전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어렵지만, AI 기술에 많이 노출된 산업의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가 중장년층의 일자리 감소에 비해서 큰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I에 많이 노출된 직업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응대, 사무직 등의 분야에서 22-25세 사이의 entry-level 노동자들은 OpenAI ChatGPT가 출시된 직후인 2022년 11월에서 2025년 9월까지 약 6% 고용 감소를 보인 반면,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6-9% 규모의 고용 증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는 약 16% 정도의 상대적인 고용 감소를 경험하였다(Brynjolfsson et al. 2025).
Ⅳ. 결론
AI가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AI 기술발전을 통해서 예상되는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은 경제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성과와 혜택이 일부 국가, 기업, 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AI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질서의 패권경쟁은 향후 국제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의 이중적 사용 목적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경제적 우위 뿐만 아니라 군사적 패권경쟁이 함께 진행되는 특징을 가져온다.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안전, 개인정보 보호 등과 관련한 중요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사회가 경험한 기술혁명의 속도는 눈부시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다른 관련 산업과 어떻게 영향이 있는지 관련 AI 인프라는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
Ⅵ.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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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mmer, Ian and Mustafa Suleyman. 2023. “The AI Power Paradox.” Foreign Affairs. September/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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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farb, Avi and Daniel Trefler. 2019.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ternational Trade.” in Th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 Agenda, ed. Ajay Agrawal, Joshua Gans, and Avi Goldfarb, 463-492.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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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5.” Stanford: Stanford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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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Trade Organization. 2025. “World Trade Report 2025: Making Trade and AI Work Together to the Benefit of All.” Geneva: WTO.
■저자: 송지연_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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