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국방 AI 정책의 발전 과정을 군사혁신이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관련 정책 발전과 국방AI센터 창설 등 역대 정부의 정책 성과를 분석합니다. 진 연구위원은 국방AI 공급자 확보를 통한 양적 확장의 성과를 진단하면서 앞으로 실질적인 군사적 효과 창출을 위한 질적 고도화 단계로 정책 목표를 명확히 전환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한국 특유의 안보 상황에 최적화된 한국형 국방AI 모델을 구축하고, AI 기술을 작전 개념 및 군 구조와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군사 혁신을 완성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
Ⅰ. 서론: 국방 AI 정책의 개념과 군사혁신
AI는 이미 일상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으며, 예상보다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방AI를 군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AI는 기술 그 자체의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정책적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국방AI의 경우, 시장이 정부 주도로 형성되고 보안상의 제약으로 민간 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은 국방AI의 발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방AI가 정책을 통해 어떠한 경로로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선 본 고에서 논의할 국방AI정책의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채택한 행동방침을 의미한다. AI정책이라는 용어에서 AI는 정책의 목적 혹은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국방AI정책의 선도국인 미국은 AI를 정책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미 국방혁신위원회(DIB, Defense Innovation Board)는 「AI 원칙: 미 국방부에서 AI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권장사항」(2019)[1] 보고서에서, AI를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처리 기법과 기술, 그리고 해당 과정을 수행하는 추론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이러한 AI 구성요소를 포함한 무기체계나 통합체계를 ‘AI체계(AI systems)’로 규정하였다.
이와 함께, 국방 분야의 ‘자율(autonomy)’ 개념은 AI와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 지침 DoDD 3000.09 「Autonomy in Weapon Systems」는 자율을 인간의 지시나 개입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며, 인간이 해당 체계를 감독하거나 관찰할 수는 있으나 추가적인 지시 없이 사령관의 의도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으로 본다. 일부 자율체계가 소프트웨어 구조상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AI 외의 다른 기술적 방법으로 구현될 수도 있기 때문에 두 개념은 동일하지 않다. 결국 이러한 정의를 종합하면, 국방AI정책에서의 AI는 정책의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서의 과학기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적 정리를 토대로 보면, ‘국방AI정책’은 AI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국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단순히 AI 기술의 개발·활용을 넘어 안보적 목적을 지닌 전략적 정책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실제로 AI 역량의 부족은 정치·군사 지도층 사이에서 국가적 위협으로 인식되며 AI는 군사 전략과 교리의 변화를 수반할 정도로 군사혁신(military innovation)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 군사혁신 개념은 국방AI정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군사혁신은 기원전 전쟁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군사안보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주제였으며, 그 정의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그리썸(Grissom 2007, 906-907)은 군사혁신 관련 문헌들을 검토하면서, 군사혁신이란 단순히 작전 실무(operational praxis)에 변화를 가져오는 수준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전투 상황에서 군사적 효과성을 상당히 향상시키는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썸(Grissom 2007)은 군사혁신에서 기술발전을 중요한 요소로 다루지 않았는데, 이는 군사혁신에서 기술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이 지배적일 것이라는 통념과는 배치된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군사적 변화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뒤따른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새로운 무기체계가 군이 아닌 과학자 및 기술 전문가 그룹에서 나오는 것으로 가정한다(Farrell and Terriff 2002, 13-14). 그러나 기술발전이 군사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독자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기술발전이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 군사적으로 운용할지 모색하는 것은 군사혁신의 핵심 요소이며, 기술발전과 실제 군사적 효과 사이에는 종종 시간차(time lag)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차의 첫 실전배치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캉브레에서 있었으나, 이를 운용하는 전격전과 같은 제병연합(combined arms)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에서야 비로소 나타난 데에서도 볼 수 있다(Horowitz and Pindyck 2023, 92-93).
결국 이러한 이론적 논의는, 국방AI정책을 ‘군사혁신의 제도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본 연구의 분석 틀로 이어진다. AI 기술의 발전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국방 영역에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하여 실질적인 군사적 효과성을 확보할 것인지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그러한 노력이 자원의 우선적 배분과 정책적·제도적 지지 기반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AI정책은 AI 기술을 국가안보와 군사력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통합하려는 전략적 시도이자,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각 정부의 국방AI정책 발전 양상을 분석하고 한국형 국방AI정책의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AI 기술의 의제화(박근혜 정부)
1) AI 의제 부상(2016) 이전
AI 기술의 발전은 국방AI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이며, 한국에서도 2016년 알파고(AlphaGo)의 대흥행으로 AI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이미 그 이전부터 IT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은 국가적 관심사였다.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IT·ICT 산업 육성을 정부 주도로 추진해왔다.[2] 이에 따라 특정 기술이 정책의제로 채택되면 적극적인 육성과 투자가 뒤따르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AI도 초기에는 과학기술 부처 중심의 연구개발 과제 정책이 주로 추진되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국방정책과 제도적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국방AI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미군정기 이후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안보협의회의 (SCM) 등 정례적 교류를 통하여 한국은 미국의 국방정책 변화를 민감하게 수용해왔으며, 2016년 SCM에서 양국이 AI 기반 전투로봇 공동개발을 논의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또한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력 감축 압박 속에서 첨단기술로 전력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며, AI에 대한 군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2014년 통영함 군납비리 사건과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해 국방정책 전반이 위축되었다. 정부는 방위사업비리근절TF와 감사조직 신설 등 강도 높은 통제체계를 마련했지만, 이로 인해 국방연구개발과 방산정책은 활성화보다는 감독과 규제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경직된 분위기는 국무회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며, 결과적으로 국방AI가 태동하기에는 제도적 추진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 AI 의제 부상(2016) 이후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 개념은 AI를 핵심 의제로 다뤘으나, 당시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곧바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이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AI가 폭발적인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요 부처들은 잇달아 AI 관련 정책을 발표했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에 장기적·전략적 대응을 지시했다.
이러한 관심은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으로 구체화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부터 ‘지능정보 민관합동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며 전략 수립을 준비해왔고, 알파고(AlphaGo) 대국 이후 2016년 4월 관계부처 합동 대책 수립에 착수해 2017년 최종 확정·발간했다. 해당 대책은 지능정보기술 육성, 산업 진흥, 인재 양성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적 첫 AI 종합 계획이었다.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에서 국방과 관련된 내용은 간결하지만, AI에 대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던 만큼 기존에 수행하고 있던 자율·무인로봇 관련 과제를 중심으로 개략적인 정책방향성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인간의 인지·판단에 주로 의존하는 국방시스템에 지능정보기술을 적용하여 병력자원 감축에 대비하고 작전수행 및 전력지원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장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 계획안을 살펴보면, 주·야간, 날씨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정밀탐지가 가능한 지능형 경계·감시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군에 배치(’17∼’25)하여 DMZ 경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 각종 국방 지휘·통제 체계에서 획득한 수많은 정보자원을 통합, 분석하여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작전참모를 개발·활용(∼’30)하겠다는 계획, 딥러닝 기반 군 전력장비 수리부속 수요 예측시스템을 개발·적용하여 국방예산을 절감하고 군 장병 개인 맞춤형 의료지원체계 구축(’17∼’25)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또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능정보 응용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사항이 언급되어 있다.
AI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태동했으나 2016년 12월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면서 초기의 한계는 불가피했다. 이로 인해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이행에는 제약이 따랐다.
Ⅲ. 국방 AI정책의 형성(문재인 정부)
1) 범정부 차원의 AI 정책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당시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해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국정전략 8번)’을 국정전략으로 내세우고 6개의 국정과제를 제기했는데, 이 중 ‘소프트웨어 강국,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국정과제 33번)’,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 산업 발굴·육성(국정과제 34번)’이 인공지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제라 볼 수 있다. 국방 측면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목표를 위해 ‘강한 안보와 책임 국방’을 국정전략을 세우고, 국방과학기술과 관련한 국정과제로 ‘방산비리 척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국정과제 88번)’이 제시되었다. 이전 행정부의 방산비리 파문이 다음 행정부의 기조에도 영향을 줄 만큼 큰 사건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국정과제는 인공지능이 핵심은 아니었으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추진계획에 해당하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 행정부만큼 국방과학기술을 부흥할 것을 주문하는 요구는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와 별도로 ‘4대 복합·혁신 과제’를 선정해 국가 비전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그중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핵심 과제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인재양성, 도전적 R&D 체계 구축, 첨단기술 산업 육성 등을 추진했다. 과학기술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국방과학기술에 한 언급은 줄었지만 과학기술 중심 정책 기조는 국방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7년 출범 후 「I-Korea 4.0: ICT R&D 혁신전략(2018)」을 통해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스마트국방’ 구상을 포함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AI R&D 전략(2018.5), 데이터 산업 활성화 계획(2018.6)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데이터·AI 경제를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격상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AI·빅데이터·네트워크 기반 산업 생태계 조성을 촉진하며, 국방을 포함한 공공 부문에서도 지능화 기술 도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3]
2019년 중반 이후 AI는 국가 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2019.6)에서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강국 도약을 목표로 AI 기반 산업지능화 및 국가전략 수립을 공식화했고, 이어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2019.10)에서 ‘AI 기본구상’을 선언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같은 해 12월 범정부 차원의 첫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AI를 국가 혁신정책의 중심축으로 제도화했다. 또한, 2019년 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2020년 7월 발표했다. 이 정책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디지털 뉴딜은 D·N·A(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국가 AI 정책의 중추적 근거가 되었다.
2) 국방 차원의 AI 정책
2017∼2018년 동안 국방부는 다른 부처들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했으며, 국방개혁 2.0 기본계획(2018.7)의 발간 전까지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과학기술 방위산업 진흥법」 제정과 미래도전기술개발도입을 위한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며, 첨단과학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이 시기 국방부·과기정통부·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추진한 「과학기술 기반 미래국방 발전전략」(2018)은 AI보다는 무인화·초 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국방에 접목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 이는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 경직된 제도를 완화하고, 국가 R&D 역량을 통합하여 과학기술 선도형 국방력을 구축하려는 초기 시도였다.
2019년 국방부는 ‘스마트 국방혁신’을 핵심 기조로 삼아, 국방개혁 2.0과 연계한 첨단화·효율화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 차관이 단장인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출범시켜 민간 첨단기술의 군 적용(spin-on)과 그 결과의 민간 환류(spin-off)를 통해 정부–민간 기술 역량을 통합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은 인구절벽, 재원 제약, 인권·복지 요구 증대 등 새로운 제약 요인을 첨단기술로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었다.
다만 이 시기의 관심은 AI 기술 그 자체보다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군에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민간에서 발전된 기술을 국방에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AI국가전략(2019)」에서도 국방부는 ‘산업 전반의 AI 활용 전면화’라는 기조 아래 국방 지능형 플랫폼 및 데이터 센터 구축, 지휘체계 지원 AI 개발 계획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국방백서에서 ‘인공지능’ 언급 횟수는 2018년 7회에서 2020년 24회로 증가했다.
또한, 2018년부터 노력해 온 방위사업 관련 법령 정비 결과가 202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AI를 비롯한 국방과학기술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만들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하나의 방위사업법 체계로 되어 있던 것을 방위산업 육성 분야와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각각 개별법을 만들어 3개의 분법체계로 구조화한 것이다(국방부, 2020: 109-110). 방위산업 발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2020.2.4., 시행 2021.2.5.)」은 사업 규모가 크거나 위험도가 높은 사업 등을 방위산업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하고 지체상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제정 2020.3.31., 시행 2021.4.1.)」은 계약 방식으로만 추진해왔던 국방R&D에 협약 방식을 도입하고, 기술개발에만 적용했던 성실수행인정제도를 일부 무기체계 연구개발까지 확대하는 등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개발지원책을 마련했다.
「AI국가전략(2019.12.)」 이후 2020년부터는 국방부가 본격적으로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괄하기 위한 조직을 개편하고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국방부에서 국방AI는 정보화 기획관실이 주로 관련 정책을 주도해왔다. 정보화 기획관실은 정보화 관련 제도(국방정보체계 등)를 담당하는 부서였기 때문에, 광주과학기술원(2018) 등 국방AI관련 정책연구를 의뢰하고 국방AI사업(지능형 경계감시 시스템 등)을 수행하는 등 빅데이터, AI와 관련하여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정치적 추동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던 개혁실이 ‘스마트 국방혁신’의 일환으로 국방AI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국방부 차원의 총괄적인 국방AI역량 관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국방부는 개혁실 내 전담부서로 임시 추진단 수준이었던 조직을 ‘스마트 국방혁신담당관실’로 정식 편성하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스마트국방혁신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시연했던 당시 대통령의 발언(2020년 1월 21일)[4]에서도 그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 결과, 첨단ICT 기술 국방 적용,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활용 등을 통해 사업관리, 관련 부처와의 협업 강화, 기술도입을 위한 주요 정책·제도 개선을 수행했다(국방부 2020/12/16).
2021년 1월 대통령이 국방AI에 대한 의지를 밝혔던 것[5]에서 볼 수 있다시피, 국방AI정책의 추동력은 2021년도에도 유지된다. 국방부는 「국방 인공지능 추진전략(2021)」을 수립했을 뿐만 아니라[6], 국정 최우선 과제인 ‘한국판 뉴딜(2020.7.)’과 연계한 국방 분야 비전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제시하면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책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국방부는 첨단과학기술군 도약을 위한 ‘미래국방혁신구상’ 추진을 2021년 7월에 밝히며, 인공지능과 무인체계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제안하고 국방과학기술의 중요도를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7]했다(박미영 2021/7/29). 대통령 임기 말이었던 만큼 일부 구상은 차기 행정부에서 구현되지 않거나 없어지기도 했지만, 국방부에서 국방AI만을 위한 제도정비를 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방분야의 AI 기술 적용을 위한 핵심기술을 중장기적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미래국방 2030 기술전략: 국방 AI 기술로드맵」을 2022년 1월 발간하면서 국방AI를 구현하기 위한 계획들이 구체화되었다.
Ⅳ. 국방 AI정책의 제도화(윤석열 정부)
1) 범정부 차원의 AI 정책
2022년 5월에는, 이전 정부와 다른 당에 기반을 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국방AI는 국방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국방·안보와 같이 당파성에 큰 영향을 받는 분야의 정책이 새롭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초당파적인 주요 정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겪은 초기의 시행착오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아진 국방AI정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한국의 정책적 방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국정과제인데, 국정과제에서 국방AI에 대한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과제로 “제2창군 수준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할 것[8]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이전 행정부에서도 중요 정책서로 다뤄온 국방개혁 기본계획인 「국방혁신 4.0」을 통해서 제2창군 수준으로 군 전반을 재설계하고 AI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한다고 밝혔는데, 특정 기술이 국방분야 국정과제로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첨단기술을 빠르게 국방에 적용하기 위한 전력증강 프로세스, 군 구조 재설계, 혁신·개방·융합의 국방 R&D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밝혀진다. 동시에 국방분야에서 AI의 존재감이 두드러졌지만, 기본적으로 AI는 미래전략산업이자 초격차전략기술[9]로 받아들여져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AI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련 인프라 등이 함께 발전시킬 필요성이 확산되면서, 2022년 9월에는 AI 자체보다도 이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넓게 묶어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먼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주요 국정과제(11번)[10]를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11]가 공식 출범했다. 또한, 과학기술정통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구상’[12]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이행안이자 국가 디지털 정책 종합계획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13]을 같은 달 발표한다. 디지털은 국가 간 기술패권경쟁에서 핵심적 요소라 보고, 정부주도를 넘어 민간주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경제·사회의 전방위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6대 디지털 혁신기술[14]에서 초 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며, 2023년부터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인공지능 윤리, 제도 마련 등 국제적 인공지능 규범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산업측면에서는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신(新)성장 4.0 전략’[15]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특히, 2022년 말 공개한 ChatGPT의 등장으로 2023년은 초거대AI와 이를 위한 기반 데이터를 지원하는 정책이 다수 수립되었다. 2023년 1월 총리주재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전국민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먼저 발표했는데, 국민과 인공지능 혜택을 공유하고 인공지능 산업 및 기술의 초격차를 실현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에 따라 AI기술강국, AI 시장창출, AI일상화, AI 전문기업육성을 위해 10대 핵심프로젝트를 제안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예산 및 정책지원을 제안했다. 이후 4월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초거대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관련 인프라 확충, 혁신생태계 조성, 제도 및 문화 정책을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히 AI에서 초거대AI라는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하면서, 기술격차에서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AI의 위험성과 윤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제안된 정책적 노력들은 관계부처 합동이 작성한 ‘전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관계부처 합동 2023/9)’[16]으로 통합되어, 2023년 9월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 행사’에서 과기정통부 장관이 발표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9/13).
2) 국방 차원의 AI 정책
국방AI정책에 대한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에 국방AI정책은 구체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방AI가 국정과제로 선언되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만큼, 국방부도 이에 맞춘 기획문서를 작성하고 정책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먼저, 국방부는 2022년 7월 ‘국방혁신 4.0 추진단’을 구성한 이후 2023년 3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방개혁기본계획 문서는 향후 국방정책에 근거가 되므로, 앞으로의 국방정책 향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국방혁신 4.0」의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는 ‘AI기반 핵심 첨단전력 확보’로 선언될 만큼 국방AI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방부는 이를 위한 추진계획으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우주·사이버·전자기 스펙트럼 영역 작전수행능력 강화’,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JADC2)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또한 AI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방R&D 및 전력증강체계 재설계’라는 과제에서 ‘국방AI기반 구축’이라는 추진계획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2023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2022년까지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이 주요 성과로[17] 보고되었으며, 국방AI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핵심기술[18] 개발을 위하여 도전적 국방 R&D에 투자를 확대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동시에 국방부에서 주요 조직개편이 있던 만큼 향후에는 국방AI의 정책적 추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23년 5월에는 AI 등의 과학기술 강군을 지향하는 국방혁신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국방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방혁신위원회는 국방과학기술 전체의 기본 정책방향이나 부처간, 민관군간 관련 정책 및 협업사항에 대한 조율을 수행하며, AI를 주요 기술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2023년 7월 본부 조직개편[19]을 감행하며, 첨단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의사결정체계를 효율화 하여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한 무기체계를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전력자원관리실 전력정책관’을 ‘전력정책국’으로 독립시켰고, 이하에 ‘첨단전력기획관’을 두어 국방과학 기술 중장기 정책 업무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전환업무를 전담시켰다. 동시에, 한시 조직으로 운영되던 국방개혁실을 차관 직속 정규조직인 ‘국방혁신 기획관’으로 개편하여 「국방혁신 4.0」의 안정적인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는데, 해당 문서에서는 ‘AI과학기술강군 육성’이 핵심과제인 만큼 정책적 추동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국방AI를 직접적으로 총괄하는 조직인 ‘국방AI센터’는 2024년 4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설치되었다. ‘국방AI센터’ 개소에 앞서, 국방부는 2023년 5월에 출범한 한시 사전조직인 ‘국방AI센터추진팀’[20]을 통해 전체적인 역할과 기능 등을 조율했다. 추진팀은 미국의 JAIC와 CDAO의 사례를 참고하며, 소요기획, 데이터관리, 플랫폼운영, 서비스개발, 시험평가 전 과정을 민간자문단과 함께 통합적으로 운영했다 (김세용·박흥순 2023). 사전조직의 규모가 20여 명으로 배정되고 군 차원의 총괄적인 검토를 수행하는 등 신중한 노력을 기하였는데, 이에 따라 ‘국방AI센터’의 개소는 국방AI정책의 재생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관련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Ⅴ. 국방 AI정책의 특징과 한계
본 연구는 국방AI정책을 “AI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개념화하여, 기술·산업·안보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기술적 관점에서는 AI라는 기술혁신이 확산되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에 국방 정책보다는 국가 정책 차원의 접근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기술은 초기 단계일수록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행위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AI가 국가 의제로 부상한 이후로, 각 정부는 AI기술역량 자체를 육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AI기술역량을 강화하고 AI기술계의 산업화를 촉진하여 AI산업을 진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정책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문재인 정부의 'AI 국가전략’, '디지털 뉴딜',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신(新)성장 4.0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군 내부에서 해당 첨단기술의 필요성과 활용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1942년 독일군의 골리앗 궤도 지뢰(Goliath Tracked Mine)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골리앗은 원격 조종 소형 궤도식 폭약 운반차로, 현대의 무선 조종 로봇 차량의 전신으로 불릴 만큼 독일군의 혁신 사례였다. 골리앗의 시초는 1940년 말 독일 육군병기국이 프랑스에서 개발한 소형 궤도 차량 시제품을 세느강에서 확보하면서 이에 자극 받은 것이 기원으로, 독일군은 자동차 제조사인 칼 F.W. 보르크바르트(Carl F.W. Borgward)에 유사 차량 개발을 지시했고 실제 7,500여대를 생산했다. 실전에서의 군사적 효과성이 낮아 결국 폐기되었지만, 군에서 기술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시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골리앗 사례는 신기술의 군사적 도입 여부가 기술 그 자체보다, 군 내부의 필요 인식 및 전력화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이처럼 AI 기술혁신이 군사적 효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역량이 필요하므로,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방위산업은 안보와 산업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군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전력화 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군은 기술을 직접 활용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술은 반드시 군이 운용 가능한 형태로 제품화되어야 하며, 이러한 제품화 과정을 담당하는 공급자의 집합이 바로 방위산업이다. 방산시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개방적 시장과 달리, 정부와 군이 단일 수요자이자 소요 결정자로 기능하는 폐쇄형 시장이라는 점에서, 군의 소요가 민간 공급자의 기술보다 시장 형성에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갖는다.
방산시장은 기본적으로 소비자 우위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은 희소자원인 만큼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공급자 확보를 중심으로 한 시장 형성, 즉 양적 확장 정책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방AI정책은 기술·산업·안보라는 이질적 요소를 동시에 이해하는 복합 역량을 갖춘 공급자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였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림1> 국방AI 공급자 확보 전략

첫째, 기존 방위산업의 AI 적용 확대 촉진 정책이다. 이는 기존에 군 내에 도입했거나 새로 도입하기로 결정된 체계에 AI를 탑재하여 AI 활용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대부분의 국방AI정책은 이를 위한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왔다. 박근혜 정부의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기존에 있었던 체계에서 AI 기술을 탑재하는 형태의 사업들이 주로 추진되었다. 대표적으로,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경계·감시시스템을 노후교체하기 위한 소요를 지능형으로 개선하여 연구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다.
방위산업은 플랫폼과 하드웨어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반인 AI는 방위산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스마트 국방혁신'을 위한 추진점검 회의 등에서도 AI와 같은 첨단ICT 기술의 국방 적용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AI 전담조직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러·우전을 계기로 AI 기반 방산기업의 경쟁력이 부각되자,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신흥 AI 방산기업과 공동개발·MOU를 통해 외부 역량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둘째, 민간 AI기업의 국방 분야 유입 촉진 정책이다. 이는 AI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에 이르는 다양한 민간 주체가 국방 조달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단순히 국방으로의 유입뿐만 아니라 AI기반 산업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국가AI정책이 기본적으로 AI기반 산업 촉진에 중점을 두었던 만큼 각 정부의 국방AI정책들이 대부분 이러한 성격을 띄게 되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AI 국가전략'에서 제시된 지능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은 국방분야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장기간에 걸쳐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추진된 "차세대 지능형 SDDC(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 기반 국방통합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은 KT컨소시엄이 수주를 맡게 되었는데, KT뿐만 아니라 어빌리티시스템즈 등 기술력 있는 민간산업계의 국방분야 진출을 이끌어냈다. 동시에 국방사업 전문업체인 (주)네오위드넷도 AI 기반 운영환경을 구축하는 역량을 확장하면서 방위산업계의 AI기술력 확보에도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 외에도 ICT 및 IoT 기업이었던 펀진(Funzin)이 합성데이터·퓨샷러닝·지휘결심지원 AI 개발을 통해 실제 군 운용에 참여한 사례가 있는 등 다양한 성과가 있었다.
셋째, 국방AI 기술 발굴 및 산업화 정책이다. 이는 민간에서 보안·사업성 등의 문제로 연구개발이 제한되는 분야를 정부가 직접 발굴·지원해 장기적으로 산업화하는 접근이다. 민간에서도 AI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간 투자를 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AI 기반 국방기술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는 '국방AI기반 구축'을 과제로 제시하며, 국방 AI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과 조직 창설 및 고성능 AI인프라를 구축한데서 보다시피, 자체적인 국방AI역량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AI는 군사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방AI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분야가 있어 본 정책은 향후 체계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다만, 기존의 국방R&D는 특정 무기체계에 탑재할 계획이 있는 기술에 대해서만 개발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신기술을 적기에 도입하는 것에 제도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노력해 온 법령 정비의 결과로 2020년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이 제정되었고, 기존 소요 없이도 신기술을 R&D사업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정책의 흐름은 국방AI 생태계의 외연을 확대하고 기술·산업·안보를 아우르는 참여 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했으나, 군사혁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기존까지는 소비자인 군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만한 잠재적인 공급자를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둔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방AI정책은 군사전략적 문제 정의보다는 기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AI가 데이터 기반 학습과 지속적 피드백이 필수적인 소프트웨어형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보안, 획득 등 여러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
종합하면 지금까지의 국방AI정책은 “양적 확장”이라는 초기 목표 달성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실질적 군사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질적 고도화”가 필요한 단계이다. 이는 향후 한국형 국방AI정책이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가 기술의 도입 자체가 아니라, 군사적 효과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조직적 생태계의 재구축임을 시사한다.
Ⅵ. 결론: 한국형 국방AI정책의 미래
한국형 국방AI정책은 이제 초기의 외연 확장 단계를 넘어, 군사적 효과성을 중심으로 정책 목표를 명확히 전환해야 하는 분기점에 도달해 있다. 기술·산업·안보의 삼각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시장 형성과 공급 기반 확충에 집중해야 했던 초기 다계에서는 정책적 불가피성이 존재했으나, 향후에는 이러한 접근방식만으로는 군사적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 국방AI의 실질적 가치는 기술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작전개념, 전투력 구조, 조직적 학습체계와 같은 군사역량에 어떻게 통합되는가에 따라 비로소 실현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이 고품질의 전략적 소요를 제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요구사항 목록이 아니라, AI 기반 전장환경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합동작전 차원의 훈련, 실험, 데이터 기반의 검증 루프를 확립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군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군 내의 첨단기술을 전략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거버넌스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군 차원의 전략, 교리, 운용개념 등이 AI 관점에서 재정립되어야 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러우전에서 나타난 AI기반 무기체계의 실증 경험이나 팔란티어 등 글로벌 AI방산기업의 모델은 중요하지만, 이를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은 전략적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북한의 위협방식, 한반도 지형, 연합작전 구조 등 한국 고유의 조건을 반영한 '한국형 AI군사전략'이 필요할 것이며, 그 속에서 공격, 방어, 지휘통제, 정보분석 등 영역별로 최적화된 기능적 요구가 도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국방AI정책은 '참여자 확대를 통한 국방AI 공급자 기반 형성' 단계에서 '군사적 효과 중심의 전략적·제도적 고도화' 단계로 정책 목표를 명확히 재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단순한 추격자형 국방AI도입 국가를 넘어, 한국형 국방AI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기술혁신을 군사혁신으로 적절하게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
Ⅶ.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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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efense Innovation Board (DIB), AI Principles: Recommendations on the Ethical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by the Department of Defense (2019).
[2]선진국들이 정보통신산업에 대해 육성 측면은 시장에 맡기고 부작용과 폐해에 대해서만 규율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던 것과 달리,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IT와 ICT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ICT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ICT관련 입법을 제정·시행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이부하 2015, 276)
[3]I-Korea 4.0은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구현’이라는 비전으로 ‘지능화 혁신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는데, 이 중 ‘사회문제 해결 기반 삶의 질 제고 및 新성장 촉진’을 위해 ‘스마트 국방’을 제시했다. 스마트 국방은 경계감시, 지휘통제, 전투훈련, 군수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국방 분야의 폐쇄성, 경직성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전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국방 기초·원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으로, 효율적 국방 운영체계 구축 및 군병력 감소에 대응하고자 했다.
[4]해당 시연은 국방부 업무보고시 진행된 것으로, 당시 대통령은 군의 4차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독려했다. 대통령은 신기술을 적용한 국방체계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양상의 위협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민간의 첨단기술을 전력화하고 군에서 확인된 신기술을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민간 기업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군과 민의 협력 시너지를 기대했다(안영국, 2020.1.21.).
[5]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군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군에서 드론 등의 산업을 주도하여 국내 민간산업 발전의 추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국방기술진흥연구소 2022, 6).
[6]이 밖에도 무기체계 인공지능 적용 추진전략(방사청), 육군 인공지능 통합 로드맵 2022-2033(육군교육사령부) 해군 전장기능 지능화 추진 방향(해군), 인공지능 발전계획(공군) 등이 발간되었다.
[7]예를 들어, 국방기본정책서의 부록 수준이었던 국방과학 기술진흥정책서를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으로 문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방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여 국방과학기술 정책 및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 사업 추진방향을 심의하고 AI 및 무인체계의 신속 전력화를 위한 소요를 검토하는 기능을 부여했다.
[8]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목표)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고, 영웅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약속 20번) 중 국정과제 103번.
[9]반도체AI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국정과제 24번), 민·관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국정과제 77번),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국정과제 11번) 등.
[10]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과기정통부·행안부·개인정보위).
[11]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가 독점적 공급자로서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협업하고 혁신의 동반자가 되는 새로운 국정운영 모델이자 핵심 정책 추진과제라고 밝혔다.
[12]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미래상 토론회(비전 포럼)(9.21)에 참석하여, ‘디지털 자유시민을 위한 연대’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미래상과 자유인권연대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9.27).
[13]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8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했다. 당시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수석, 과학기술비서관, 과기정통부장관, 산업부 차관, 중기부 차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그 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유관기관, SKT 등 대기업 및 중견·새싹기업, 기타 기관들이 참석했다.
[14]①인공지능, ②인공지능 반도체, ③5·6세대 이동통신, ④양자, ⑤확장가상세계, ⑥사이버보안.
[15]신성장 4.0 전략은 농업 중심의 성장 1.0, 제조업 중심의 2.0, IT산업 중심의 3.0에 이은 미래산업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의미한다(박용주·차지연, 2022.12.14.).
[16]추진 배경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2.9), 뉴욕구상(’22.9), 파리 이니셔티브(’23.6)(임대준, 2023.6.22)를 통해 새정부는 디지털 강국 실현을 추진해왔으며, 디지털 핵심인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계획(’23.1)’, ‘초거대AI 경쟁력 강화 방안(’23.4)’ 등 정책적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17]이후, 2023년 4월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이 발간되었는데, 재원배분 방향 및 중점 연구개발 방향 등을 규정하여 국방 연구개발 분야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수행(국방부, 2023: i)하는 본 문서에서는, 2019년에 발간된 이전 문서와 동일하게 10대 분야 30개 국방전략기술로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소개하여 국방AI의 중요성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18]8대 게임체인저 분야: 인공지능, 극초음속, 합성생물학, 고에너지, 미래통신/사이버, 우주, 무인·자율, 양자물리.
[19]「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2023.8.30.)」 타법개정, 대통령령 제33687호.
[20]「자율기구 국방AI센터추진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2022.10.26 제정 2023.7.28. 개정, 국방부훈령 제2824호)」을 통해 국방AI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사전 조직을 운영였다. 국방AI센터추진팀은,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29 조의3에 따라 국방AI센터창설과 관련한 업무를 위해 2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본 팀은 국방AI센터의 역할, 임무, 기능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이행, 국방AI센터의 적기 창설을 위한 시설·인력·예산·플랫폼 등 업무제반 구성 추진, 국방AI센터 설립근거 마련을 위한 법령 제·개정, 국방부·각 군 등 주요기관과 국방AI센터 간 업무 협조체계 사전 구축, 향후 AI기반의 무기체계 등을 신속하게 획득하기 위한 기반체계구축, 기술개발 등 제반 업무 검토와 관련된 기능을 갖고 있다.
■저자: 진아연_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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