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페이퍼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ditor's Note

정구연 강원대학교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 속에서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인식 변화를 행정부 별 국방 분야의 제도적 진화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정 교수는 구체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규범·거버넌스 기반의 접근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혁신·인프라 중심의 실용적 전략을 각각 구사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차이가 미국의 동맹정책과 AI 기반 안보협력의 구조적 방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설명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국방 AI 조직화와 동맹 간 AI 기술 통합을 강화하려는 추세 속에서, 한국이 기술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균형 있는 대응이 필요함을 제언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닌 국가의 생존과 미래 국제질서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이를 미중 전략경쟁의 맥락에서 타협 불가능한 핵심 기술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는 AI가 국가안보, 경제성장, 기술혁신, 국제적 영향력, 그리고 동맹 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파급력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안보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미래전, 특히 지능화전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기술로써, 자율살상무기, 정보분석, 정찰·감시, 사이버전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의 의사결정 우위를 확보하는데 필수적이다.[1] 이는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대한 균형, 억제, 전략적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AI는 미국의 미래 글로벌 경제 리더십의 핵심요소로서, 생산성을 높이고 신산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의 투자 및 우수 인재 유입 확대 등 미국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2] 그러한 측면에서 기술적 우위와 독립은 매우 중요하며, 중국의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 등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줄여가는 것이 필수적이고, 기술 표준을 주도함으로써 AI 기술 발전 방향을 선도하는 것이 핵심 과업이 되고 있다.[3]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AI의 권위주의적 활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감시와 사회통제를 목적으로 AI를 활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관련 글로벌 규범 마련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4]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동맹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특히 미국은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기술 파트너십, 개발협력 등을 제공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및 동아시아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전략 경쟁에 있어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때의 협력은 AI를 기반으로 한 집단 방위와 이를 위한 상호운용성 증대를 목표로 하며, 특히 인공지능 기반 지휘·통제 연결·통합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5]

 

현재 미국은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초거대 언어모델, 인적 자원, 민간투자 생태계 등에 있어 중국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NVIDIA와 ASML의 장비 독점, AWS와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글로벌 데이터 센터, GPT와 Claude와 같은 AI 모델은 미국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다. 아울러 Pytorch와 TensorFlow와 같은 오픈소스 플랫폼, 그리고 개방적 연구 환경은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민간 부문이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던 미국의 AI 전략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기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상대적 우위가 한시적이며, 중국과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중국의 군민융합 정책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국가역량동원 정책은 여전히 시장중심 전략에 가깝지만, 기술외교의 양태는 조금씩 수렴되고 있다. AI의 군사적 활용에 있어서도 미국은 대중국 균형(balancing) 및 억제 차원에서 동맹국과의 기술 및 군사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기술 주권과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 협력의 필요성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은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전략을 비교해보고, AI 기술 개발 현황에 따른 미국 국방부의 조직 변화와 군사적 활용 방향성에 대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기술외교 및 AI 전략 차원의 함의를 도출해본다.

 

ⅠⅠ.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 비교

 

미국의 AI 전략은 행정부별로 그 목적과 우선순위가 조금씩 달라졌다. 예컨대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라는 백악관 보고서를 인공지능에 대한 초기적 인식을 보여주었는데, 경제 및 산업 혁신 측면에서 AI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지만 이에 대한 안보화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6] 다만 인공지능 사용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안전 문제에 대해 우려했다. 반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우 AI를 국가안보와 미중 패권 경쟁의 승패를 좌우할 주요 수단으로서 다루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11일 행정명령 “Executive order on maintaining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를 발표하였으며, 2019년 국방수권법에 근거하여 설치된 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로버트 워크 국방부 차관보를 필두로 국가안보 차원의 AI 중요성이 논의되었고, 그 결과 2021년 3월 를 발간하였다. 본 보고서를 기반으로 AI 기반 안보위협과 미래전 개념, 자율무기체계 등장으로 인한 전장 변화 등 본격적인 AI 안보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AI 활용 과정에서의 안전, 가치, 기술 통제를 중시하며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혁신, 거래, 투자를 키워드로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시장 중심으로 관리하며 대비를 이루었다. 예컨대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를 통한 기술 통제에 방점을 두었는데, 2022년 10월 AI 개발에 필수적인 반도체 및 장비에 대해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광범위한 수출 규제 조치, 즉 “Export Control on Advanced Computing an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tems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는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AI 접근법을 보여준다.[7] 본 수출 규제 조치는 중국의 AI 기술 및 AI의 군사적 활용을 지연시키려는 방안이었으나,[8]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독려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AI 기술이 글로벌 사우스로 확산되는 결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 선점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9]

 

<표 1>바이든·트럼프 2기 행정부 AI 정책 관련 주요 문서

행정부

연도

문서명

핵심 내용

바이든

2022

Blueprint for an AI Bill of Rights

인공지능 시대 시민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5 원칙(안정성,

차별방지개인정보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인간 개입 가능성제시

2023

Executive Order 14110

“Safer, Secure, and Trustworthy Development and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연방정부 차원 AI 위험 기준 설정,

감독연구국제협력체계 구축을

명시한 포괄적 정책지침

2024

Memorandum on Advancing the US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Harnessing Artificial Intelligence to Fulfill National Security Objectives, and Fostering the Safety, Security, and Trustworthiness of Artificial Intelligence

미국의 AI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1) AI 연구개발 투자 확대,

2) 국가안보 목적을 위한 AI 활용,

3)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거버넌스 확대  강화를 추진하는

정책 문서

2025

Executive Order 14141

“Advancing US Leadership in AI Infrastructure”

미국내 AI 인프라(대형 AI데이터센터,

청정에너지 인프라건립을 추진해

미국의 AI 리더십안보경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명령

트럼프

2

2025

Executive Order 14179

“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I

미국의 인공지능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폐지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동계획 마련 요청

2025

Winning the Race: America’s AI Action Plan

미국이 인공지능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혁신을 가속화하고,

국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며,

국제외교·안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3 정책기조를

중심으로  실행지침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AI 전략 우선순위로 규제 완화 및 혁신 속도 가속화에 방점을 두었는데, 예컨대 NVIDIA를 통해 미국의 AI 기술을 선진국에 판매해 미국의 시장 선점을 확대하고 대신 정부가 수익 일부를 회수하는 정책을 수행하기도 했다.[10]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은 미국 산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으며, 해외 투자 유입의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11] 또한 경쟁의 요소도 강조하는데, 예컨대 중국의 오픈소스 AI모델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내 개방형 AI 모델 개발을 장려하고, 미국내 AI 생태계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하려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로서, OpenAI, Softbank, Oracle과 함께 총 5,0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며, 이는 중국에 대한 AI 인프라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5년 공표된 행정명령 14179 “Removing Barriers to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와 “Winning the Race: AI Action Plan”의 경우 미국의 AI 글로벌 주도권 장악과 이를 위한 AI 기술 혁신 가속화, 미국형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안보 주도 등 세 가지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AI 풀스택(Full Stack) 수출 확대와 미국형 AI 표준화를 목표로 하는데, 이는 주변국들의 소버린 AI 개발 유인과 미국과의 협력 사이에 긴장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AI 전략 가운데 규범 및 거버넌스 확립 요소를 강조하였는데, [표 1]에 언급된 행정명령 14110을 통해 AI의 활용에 있어서의 윤리적 기준 강화, 차별 방지 등을 위한 기준 마련 및 감독체계 확립을 시도했다. AI 안전 기준 및 표준 확립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도 모색한 바 있다.[12]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이와 같은 가치 및 규범 기반 논의에 소극적이며, 오히려 과도한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그러한 측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민간기업이 스스로 AI 안전조치에 책임을 지는 것이 효율적이며, 연방규제가 과도할 경우 기술 혁신을 저해한다는 기술현실주의(techno-realism)의 입장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13]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에 대한 인식과 전략의 차이,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나타난 배경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AI가 가져올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먼저 설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기술경쟁에서 앞서야 한다는 위급성에 근거해 기술혁신과 인프라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는 접근법을 보인다. 이에 따라 바이든은 규제를 통해 정부 및 민간 각급에서 활용될 AI 체제 안정성 확보에 주력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러한 규제를 혁신 저해 요인으로 보고 이를 완화 혹은 제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의 경우, 두 행정부 모두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생산 등에 있어서의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규제, 청정에너지, 공정경쟁 측면도 함께 고려했다. 국제적 차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AI거버넌스 구축 및 이를 위한 유사입장국의 결집에 집중한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기술 우위확보, 수출 활성화, 동맹 간 기술 공유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 중심 외교를 주도하고 있다.

 

요컨대 바이든 행정부의 AI 전략은 동맹과 규범, 윤리와 결합된 안보화의 시각에서 기반했다고 한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우 규범보다는 시장 선점,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선택적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한다. 규제와 수출통제 중심 바이든 행정부의 AI 전략에 대해 미국 내 기술·산업계의 우려가 있었고, 특히 2024년 중국의 DeepSeek-V3 모델 등장 등으로 인해 위협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략 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14] 물론 이러한 인식은 트럼프 2기 행정부 특유의 미국 우선주의, 즉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 기조와 맞물려 미중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로도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AI 접근법은 국가역량 동원 확대 차원에서 과거보다 정부 주도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군민융합체제와 유사한 발전 궤적을 걷게 되는 것인가의 우려도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개입 범위와 강도, 그리고 제도화된 기술 개발 구조 형성에 있어 중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연구자금 배분, 인프라 투자, 중앙집권적 기술 전략 개발, 부처간 조정 메커니즘 구축, 국영기업과의 협력, 강한 규제 및 통제 등 모든 단계와 영역이 정부의 통제 하에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미국은 여전히 기술 개발 기업의 자유로운 경쟁을 중시하고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혁신과 자율성에 방점을 둔 미국의 전통적 자유시장 중심 전략으로 회귀한다는 평가도 존재한다.[15] 또한 미국 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국가가 직접 투자 및 산업 조정을 시도할 경우 단기적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정부지원 의존, 비효율적 자원 배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되었다.

 

만약 미국의 AI전략이 국가중심적으로 진화할 경우, 국방, 산업, 민간의 경계가 흐려지며 오히려 동맹국과 민간기업 간의 협력이 경직될 수 있고, 글로벌 AI 거버넌스 경쟁의 제로섬 경향이 짙어질 수 있을 것이다.[16] 다만 기술외교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는데, 예컨대 AI전략을 외교정책과 결합하여 동맹국 및 개도국에게 풀 스택 수출 및 규범확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미중 간 선택의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며, 앞서 언급했듯 동맹국들의 소버린 AI개발의 유인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Ⅲ. 미국의 국방 AI 조직화 과정 및 국방 AI 전략

 

미국 국방부 차원의 AI 기술 개발 투자는 냉전기부터 시작되었으나, 1970-80년대 당시 초기 성과는 매우 부진하였다. 2014년 미국이 제 3차 상쇄전략을 제시하며 AI, 로보틱스, 빅데이터, 생명공학 등을 미래전을 주도할 기술로 규정했고, 이러한 인식은 2018년 국가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에 반영되며 AI는 본격적으로 국방 핵심 역량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시기적으로는 세 단계에 걸쳐 점차 AI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졌는데[17], 우선 2017-2018년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 시기는 매우 초보적인 AI 군사적 활용의 단계로서, 무인기 영상 분석 자동화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메이븐은 빠른 속도로 실전에 활용되었고, 특히 중동 지역 IS 대응 작전에 활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시기는 합동인공지능센터(Joint Artificial Intelligence Center, JAIC, 2018-22) 설립 이후 시기로서, 프로젝트 메이븐의 성공에 힘입어 국방부 최초 AI 허브를 설립하고 국방부 내 AI 활용 확대, 데이터 통합, 인공지능 관련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는데 집중하였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는 디지털 및 인공지능 총괄실(Chief Digital and Artificial Intelligence Office, CDAO)이 조직화된 단계로서, 이는 합동인공지능센터와 국방 디지털 서비스(Defense Digital Service), 데이터총괄실(Chief Data Office)을 통합한 결과이다. 이러한 통합 체제 출범을 통해 중복된 AI 프로젝트를 통합하고, AI와 데이터를 연계하는 통합적 거버넌스로서 기능할 계획이다. 또한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와도 연계, 데이터 중심 전쟁 수행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궁극적으로 AI 기반 전장우위 확보를 도모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국방 AI 조직화 결과 현재 주요 기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표 2>미국내 국방 AI 관련 주요 기관

주요 기관

역할

조직 위상

DARPA

· 첨단 기술 기초·응용 연구

· 기술 실험  R&D 선도

· 국방부 산하 연구개발 기관

DIU (Defense Innovation Unit)

· 민간 기술의 군사적 전환 

신속 조달

· 2015 오바마 행정부 시기 설립

· 국방부 직속 실행조직

DIB (Defense Innovation Board)

· 외부 전문가 중심 자문위원회

· 국방 혁신, AI 윤리,

데이터 거버넌스  자문

· 2016 오바마 행정부 시기 설립

· 국방장관 직속 자문기구

CDAO

· AI  데이터거버넌스통합전략 수립, AI 배치 관리  AI 국방전역에

통합하는 허브 역할

· AI 정책표준통합데이터 관리

총괄전략과 데이터의 통제  조정

· 2022 바이든 행정부 시기 설립

· 국방부 직속 기구

 

미국 국방부가 추진해온 AI의 군사적 활용은 주로 기술 억제 및 지휘통제 통합, 그리고 이와 맞물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한 대중국 균형에 그 방점에 놓여있다. 실제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협력해 인공지능, 사이버, 우주, 양자 등 신흥 기술의 연구, 개발, 상업화, 전선 배치를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 대만해협, 혹은 여타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을 억제하고, 이러한 억제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전개되어왔다. 첫 번째, 미국 및 동맹국 군대의 국방기술 혁신, 둘째, 동맹간 신흥기술 체계의 상호운용성 및 정보 공유 확대, 셋째, 방위산업 관련 동맹국 간의 협력이었다.[18]

 

한편 기술 억제(technological deterrence)가 가능 하려면 민간 부문이 이끄는 혁신을 군사적으로 적용하는 정책, 제도, 연구자금 체계가 갖춰져야 하는데, 이것이 [표 2]에 언급된 미국 국방부 소속 DIU, 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련 벤처 투자회사 In-Q-Tel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미국과 동맹국 간의 기술 생태계를 형성하는 작업도 필요한데, AUKUS Pillar 2, QUAD, 혹은 한미일 협력 등과 같은 소다자 협의체를 통해 기술 협력이 시도되어 왔다. 예컨대 QUAD의 경우,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working group’을 설치하여 사이버 보안, 기술 표준화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AI 관련 기술 협력을 전개, 상호운용성 및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동맹국과의 AI 상호 운용성을 2025년까지 달성해야 할 핵심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는데, 이는 AI 기술을 공동 작전 및 협력체계에 통합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왔다.[19]

 

이러한 기술 생태계가 대중국 억제 및 균형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공동 교리 및 전략 개발, 실시간 정보 공유와 명령 전달이 가능한 지휘·통제 체계, 통합된 무기체계 및 플랫폼, AI 기반 데이터 융합이라는 다차원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 모든 영역에서의 노력이 현실화되려면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과의 군사적·기술적 통합에 동의해야 하고, 이를 제도적, 법적으로 보장하는 단계까지 이르러야 한다.

 

예컨대 Mission Partner Environment(MPE)란 미군과 동맹국 간 실시간 작전 정보 공유를 통해 협업을 가능케 하는 통합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한미 연합사 등을 통해 다국적 연합작전 수행 시, 서로 다른 정보보안체계와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한 공유 작전망(shared operational network)을 의미한다. 예컨대 연합군이 같은 화면을 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정보접근권과 보안 분류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황인식 강화, 합동지휘통제 실현, 신속한 결심 지원 확보 등을 목표로 한다. 이 체제는 데이터 연동, 권한기반 접근 통제,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 마련 등을 통해 형성된다. 만약 이러한 체제에 AI가 접목된다면, 동맹 간 ‘실시간 결심공동체’로 진화하게 된다. 예컨대 MPE로 유입되는 다국적 감시·정찰 데이터와 작전 보고를 자동으로 분류하여 요약하게 될 것이다. 인도태평양 사령부의 경우 AI-enabled Data Fabric을 통해 일본, 호주, 한국 등 동맹국의 센서 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또한 AI 기반 예측모델 구축 시, 다국적 작전에서 공동위협인식을 형성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프로젝트 메이븐을 통해 AI를 통한 목표 식별 작업은 실전에 적용된 바 있다. 요컨대 AI기반 MPE는 이미 작동되었으나 완전한 통합은 요원한 상황이다. 현재는 인간에 의해 감독되는 AI(human-in-the-loop) 형태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MPE체제에 접근하기 위한 인증체계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 예컨대 AI Passport의 경우 동맹국 AI 시스템의 신뢰성, 투명성, 상호운용성을 보증하는 인증체계를 의미한다.[20] MPE나 CJADC2(Combined JADC2)와 같은 다국적 작전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증서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증서를 확보해야만이 연합작전시 AI 상호운용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한미동맹 차원에도 많은 과제를 주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소버린 AI 개발이 국방 분야에서도 이뤄진다면, 연합 작전 시 필요한 인증서 확보가 필수적일 것이며, 소버린 AI와 동맹형 AI passport 간의 균형 유지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굳이 연합작전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AI 기반 확장억제, AI 기반 사이버·우주 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과 동맹 및 파트너국 간의 데이터 공유, 이를 위한 정보망, 보안정책, 분류체계 논의 등 많은 사전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Ⅳ. 정책적 함의

 

미중 전략경쟁 맥락에서 AI 기술 개발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더욱이 대중국 균형 차원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AI 기반 군사·기술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불안정한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 속에서 자율적 의사결정능력은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동맹간 연대는 유지할 수 있는가의 딜레마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마주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율성의 측면에서 고려해봤을 때, 핵심 데이터 및 AI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적 주권 및 국가적 통제도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의 경우 최근 한국 방산분야에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소버린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 외에도 국내 데이터 센터 구축, 대형언어모델 개발, 반도체 연계 AI 생태계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및 대응 체계 개발시, 자동화된 개입으로 인한 우발적 확전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우려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AI 기술 개발 및 이에 기반한 동맹국과의 협력이 실제로 가능한가의 여부 역시 불확실하다. 현재 국방 R&D구조상 데이터는 분절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통합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거나,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어 AI 학습 및 통합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AI전쟁 교리 및 법적·윤리적 프레임워크도 국방부내에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동맹국과의 AI기반 국방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시도가 되거나, 혹은 기술주권을 내어줄 수도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미중 전략경쟁은 앞으로도 장기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AI 등의 신흥기술에 대한 우선순위화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환경을 고려해볼 때, 한국의 AI 기술 개발 및 군사적 활용 역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개발 뿐만 아니라 대미 레버리지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같이 동맹국에 대한 거래주의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에 대비한다면, 한국내 AI 생태계 구축 및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 주권 보호 조치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1]The White House. 2024. "Memorandum on Advancing the United States’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Harnessing Artificial Intelligence to Fulfill National Security Objectives; and Fostering the Safety, Security, and Trustworthines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ctober 24; US DOD. 2023. "DOD Releases AI Adoption Strategy." November 2;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2019. "Interim Report To Congress." November 4.

 

[2]Executive Order 13859. 2019. "Maintaining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 February 11. (https://www.federalregister.gov/documents/2019/02/14/2019-02544/maintaining-american-leadership-in-artificial-intelligence?utm_source=chatgpt.com ); Rasser, Martijn et al. 2019. "The American AI Century: A Blueprint for Action." CNAS Report. December 17; U.S. Senate. 2021. "The 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 (USICA)." (S. 1260); U.S. CHIPS and Science Act. 2022. August 9.

 

[3]Kennedy, Mark. 2025. "America’s AI Strategy: Playing Defense While China Plays to Win." Wilson Center Report. January 24.

 

[4]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 and Technology. n.d.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https://www.nist.gov/itl/ai-risk-management-framework)

 

[5]Curtis, Lisa et al. 2022. "Operationalizing the Quad." June 30; Reuters. 2024. "With eyes on China, Us and Japan vow New Security collaboration." April 11; Segal, Adam. 2025. "The Future of Technology Deterrence in the Indo-Pacific." Perry World House Report. May 19.

 

[6]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Committee on Technology. 2016. "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October.(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sites/default/files/whitehouse_files/microsites/ostp/NSTC/preparing_for_the_future_of_ai.pdf)

 

[7]US Department of Commerce,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 2022. "Implementation of Additional Export Control: Certain Advanced Computing an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tems: Supercomputer and Semiconductor End Use; Entity List Modification." October 13.(https://www.federalregister.gov/documents/2022/10/13/2022-21658/implementation-of-additional-export-controls-certain-advanced-computing-and-semiconductor)

 

[8]Webster, Graham. 2025. "Inside the Biden Administration’s gamble to Freeze China’s AI Future." WIRED. August 14.

 

[9]Kahl, Colin. 2025. "America is Winning the Race for Global AI Primacy- for now." Foreign Affairs. January 17.

 

[10]Tech Radar. 2025. "15% of Nvidia and AMD china chip sales to go to US government." August 11; Ramkumar, Amrith. 2025. "Trump’s Ai Strategy Against China Get Its First Big Test." Wall Street Journal. August 2.

 

[11]Washington Post. 2025. "Silicon Valley’s bet on Trump starts to pay off." July 24.

 

[12]Financial Times. 2024. "White House Science chief signals US-China Co-operation on AI Safety." January 25.

 

[13]AP News. 2025. "From Tech podcasts to policy: Trump’s new AI plan leans heavily on Silicon Vallye industry ideas." July 24; Sukma, Isti Marta. 2024. "Techno-Realism: Navigating New Challenges in the Contemporary Role of Technology in Politics." Security & Defense Quarterly 46. February.

 

[14]고준성. 2025. "기술패권전쟁과 미국의 AI 관련 정책의 대전환." 『외교』 154: pp. 114-138.

 

[15]Friedler, Sorelle et al. 2025. "What to make of the Trump Administration’s AI Action Plan." The Brookings. July 31.

 

[16]Rehman, Iskander et al. 2025. "Seeking Stability in the Competition For AI Advantage." RAND Commentary. March 13; Chavez, Pablo. 2025. "US AI Statecraft." CSET Commentary. October.

 

[17]Kahn, Lauren A. 2025. "Risky Incrementalism: Defense AI in the United States." In The Very Long Game of Defense AI Adoption, ed. Heiko Borchert, Torben Chutz, and Joseph Verbovszky. Switzerland: Palgrave.

 

[18]Segal, Adam. 2025. "The Future of Technology Deterrence in the Indo-Pacific." The Perry World House Report. May 19.

 

[19]Mahoney, Casey. 2022. "Shared Responsibility: Enacting Military AI Ethics in US Coalition." The National Interests. April 30.

 

[20]US Department of War.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Defense Technical Review Explores Scalability and Federation." July 11.

 


 

저자: 정구연_강원대학교 교수.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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