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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트럼프의 NSS와 NDS, 그리고 북한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Editor's Note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이 서반구 우선주의와 인도·태평양 개입 축소를 골자로 하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결보다는 공존을 위한 ‘품위 있는 평화’를 추구함에 따라, 북한 문제 또한 미·중 관계의 큰 틀 안에서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황 교수는 미국의 방위 공약 약화와 동맹 부담 요구 속에서 한국이 단순한 중재자를 넘어 협상을 주도하는 진정한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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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전략 문서와 북한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이후 두 개의 핵심 국가안보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과 올해 1월 공개된 국방전략(NDS)이다. NSS는 미국 정부가 인식하는 핵심 국가안보 과제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반적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 문서다. 국방부가 작성한 NDS는 이러한 우선순위를 군사적 지침과 전략적 틀로 구체화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 두 문서는 트럼프의 글로벌 전략을 어떻게 보여주며, 북한에는 어떤 함의를 갖는가? 


겉으로 보기에 답은 다소 싱겁다. NSS에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 NDS는 상대적으로 더 명시적이지만, 과거의 전략 문서들과 비교하면 북한에 할애된 비중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전략 환경’에 대한 평가에서 하나의 독립된 위협으로 다뤄진다. NDS는 “북한은 미국의 조약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명시하며, “북한의 핵 전력은 점점 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 규모와 정교함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핵 공격의 위험”이라는 표현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 인식은 기대와 달리 이전 행정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핵·재래식 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 문서에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NDS의 북한 관련 서술은 ‘트럼프식 전환’이라기보다는 초당적 연속성의 산물에 가깝다. 그렇다면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인식과 접근법의 고유한 특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답은 NSS와 NDS가 북한을 어떻게 직접 언급했는가보다는, 이 문서들이 제시하는 보다 넓은 글로벌 전략의 틀에 있다. 경쟁을 어떻게 정의하고, 위협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하며, 군사력의 역할을 어떻게 구상하는지—바로 그 틀 속에서 북한에 대한 실질적 함의가 드러난다.

 

NSS, NDS, 그리고 ‘돈로(Donroe) 독트린’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전략 문서는 이른바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라 부를 수 있는 구상의 대강을 제시한다. 이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천명한 먼로 독트린을 트럼프식으로 재해석한 개념이다. 그 핵심은 미국의 전략적 초점을 서반구로 재집중시키는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과 개입을 눈에 띄게 낮추는 데 있다. NSS와 NDS는 서반구를 명시적으로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식 보완”으로 규정한다. “본토를 보호하고 해당 지역의 핵심 지리적 공간에 대한 접근을 확보한다”는 목표는 이민, 마약 밀매, 국경 통제 등 본토 안보 이슈에 집착해 온 트럼프의 오랜 관심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1기 트럼프 행정부나 바이든 행정부 시기와 비교하면 비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트럼프 2기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인도 모디 총리 간 관계가 악화된 점은 이러한 전략적 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도·태평양의 상대적 후순위화는 미·중 관계 재조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0여 년간의 대중 정책이 잘못된 가정에 기초해 왔다고 비판하며, 관계의 근본적 재균형을 요구한다. NDS는 미국이 “대결이 아닌 힘을 통해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억지한다”고 밝히며, “안정된 평화, 공정한 무역, 상호 존중에 기반한 관계”를 목표로 제시한다. 억지는 유지하되, 직접적 충돌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NSS 역시 인도·태평양에서의 힘의 균형 회복을 최상위 목표로 설정하며, 이를 통해 미·중 양국이 ‘품위 있는 평화(decent peace)’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평화는 힘에 의해 유지되지만,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질서는 아니다. 오히려 중국 역시 수용하고 공존할 수 있는 질서로 묘사된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의 외교 수사는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와 뜻밖의 유사성을 보인다. 당시 시 주석은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충분히 수용할 만큼 넓다”며 비충돌, 핵심 이익에 대한 상호 존중, 윈윈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안정 추구는 동맹국들에 대한 명확한 책임 분담과 함께 제시된다. NSS와 NDS는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집단 방위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한국과 같은 동맹은 자국 방위의 1차적 책임을 떠안아야 하며,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보다 제한적인 지원”으로 재정의된다. 이는 한반도 주둔 미군의 역할과 규모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트럼프의 지역 전략은 지속적 전진 배치보다는 전략적 축소, 선택적 억지, 그리고 동맹 부담 분담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 2기 안보 전략과 북한 문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안보 전략은 이전 행정부뿐 아니라 트럼프 자신의 1기와도 뚜렷이 구별된다. 이는 면밀한 분석과 신속한 정책 조정을 요구한다. 한반도와 북한을 둘러싼 미국의 정책을 평가하려면,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의 변화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북 인식과 정책은 여전히 트럼프 1기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한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NSS와 NDS는 향후 대북 정책에 무엇을 시사하는가? 


출발점은 서반구 중시 전략이 한반도에 미칠 간접적 영향이다. 표면적으로는 이 전략이 동북아와 무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략은 개별 사안을 하나의 큰 논리로 연결한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심지어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도 같은 맥락에 있다. 서반구 중시는 이민과 마약이라는 국내 정치 이슈뿐 아니라, 에너지·핵심 광물·공급망과 같은 경제안보 고려와도 결합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은 더 이상 핵 문제로만 다뤄지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의 관심이 북한의 지하자원이나 관광 잠재력으로 이동할 경우, 이미 제한적인 비핵화 관심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와 북한의 김정은을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북한이 트럼프의 대중 전략과 재편된 인도·태평양 구상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 


트럼프 2기에서 인도·태평양은 여전히 언급되지만, 전략적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과거에는 미국 글로벌 리더십의 핵심 축이었지만, 이제는 힘의 균형 유지와 동맹 책임 분담의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중국 정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억지는 유지되지만, 그 전제는 더 이상 대결이 아니라 공존이다. 미국이 중국과 ‘품위 있는 평화’를 추구한다면, 북한에 대한 접근 역시 유사한 논리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개인의 북미정상회담 선호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투자 의지는 약화되고 있다. 그 결과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 비핵화, 평화와 안정,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중국의 기존 한반도 목표는 트럼프의 새로운 전략 구도 속에서 재조정될 수 있다. 만약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품위 있는 평화’ 구상에 동의한다면,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할 수 있고, 이는 북·미 대화 재개의 공간을 열 수 있다. 시진핑이 트럼프의 제안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겠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품위 있는 평화’는 시진핑이 제시한 ‘신형 대국관계’와 맞닿아 있고, 제1 도련선(FIC)에 대한 ‘거부적 방어(denial defense)’ 전략은 이전 행정부들이 제시한 공해전투(Air-Sea Battle)나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보다는 훨씬 더 중국에 우호적이다. 시진핑이 트럼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 문제를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큰 지역질서의 틀에서 인식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에 대한 양 강대국의 인식이 수렴한다면 한반도 문제도 그 틀 안에서 논의되고 심지어 그랜드 바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역시 이를 계기로 김정은과의 정상외교를 재가동하여 개인적 관심사에 집중할 수 있다.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다극 질서를 강화해 온 북한도 미·중 관계 변화에 따라 베이징을 매개로 워싱턴과의 재접촉을 탐색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9차 당대회 이후 미·중정상회담의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과 어떻게 보조를 맞추는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동시에, 동맹 부담 분담을 강조하는 트럼프의 기조는 한국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한다. 이는 방위 책임의 증대를 의미할 뿐 아니라, 외교적 결과를 주도해야 할 책임도 함께 요구한다. 한국은 스스로를 ‘페이스메이커’로 자임해 왔지만, ‘돈로 독트린’ 하에서는 진정한 ‘피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정치적 의지와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주체는 한국뿐이다. 북·미 관계의 진전 없이는 남북 관계도 한계가 있지만, 의제 설정과 중재 역할은 한국만이 수행할 수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 담론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보다 넓은 인도·태평양 세력균형과 미중관계의 ‘품위 있는 평화’ 속에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이 조건에서 북한과 미국 어느 쪽도 먼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남는 선택지는 한국이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북·미 협상과 남북관계 변화의 경로를 모색하는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트럼프의 전략문서들은 한반도에 대한 안보공약에서 점점 이탈하는 것 같지만, 북한 문제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협상 플랫폼의 존재만이 한반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한 조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 Jihwan HWANG_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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