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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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기술발전과 확산속도가 엄청나다. OpenAI에서 개발한 ChatGPT가 출시된 이후 비슷한 기능을 탑재한 AI 소프트웨어가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경제와 산업 전반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가속도는 눈부시다. 현재 AI 기술은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와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 처리속도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실제 현장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발전한다면 이전 단계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혁신적인 산업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I로 대표되는 최근의 기술혁명이 국제정치경제에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누가 미래의 부와 표준을 결정하는가, 이러한 기술혁신이 국제정치경제 질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이익과 혜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본 워킹페이퍼에서는 AI가 국제정치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통상과 투자 및 AI 활용으로 인한 기회와 도전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Ⅱ. AI와 국제정치경제   지난 몇 년 사이에 AI가 가져온 변화를 고려한다면 AI는 단순히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제정치경제질서에서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는 거대한 동력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동안 국제정치에서 국가들이 패권경쟁을 벌이며 치열하게 다투었던 영토,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 자원 등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AI로 대표되는 혁신적인 과학기술과 관련 인프라를 누가 주도하고 통제하는지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표준과 규범이 결정되고 경제 및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결국 국제정치경제 질서가 어떻게 유지 또는 재편되는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AI 기술경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주요 부품 및 제품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지고, AI 인프라, 전력공급, 데이터, 컴퓨팅 등의 분야로 경쟁이 빠르게 확대 및 심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AI가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형성하는 통상, 투자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AI 기술개발 및 투자에 있어서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가장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다.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양국의 기술경쟁에서 보여주듯이 AI는 산업에서 기술표준을 결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영역으로 고려되고 있다. AI는 하나의 기술과 제품이 민간 목적과 군사 목적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이중적 목적/이중 용도(dual purpose)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경쟁을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군사적 패권경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AI 기술개발과 활용에 중요한 데이터 문제는 통상에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데 데이터 축적과 보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AI 발전에 누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해서 데이터 센터 구축,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등으로 대표되는 AI 인프라 구축 및 국경을 넘는 투자 역시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Roberts et al. 2024, 1279). 출처: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39).   출처: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39).   Ⅲ. 국제정치경제에서 주목하고 있는 AI 기술개발 및 활용 논의   1.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   AI 등장은 경제 및 산업분야에 있어서 기회와 도전을 함께 가져온다. AI 기술혁신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한 성장을 가져오고 경제규모의 확대로 이어진다. 통상 분야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AI 기술을 활용한 생산의 자동화 및 최적화, 물류비용 절감, 공급망 관리, 자동화된 세관 절차, 언어 장벽 해소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과 혜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Meltzer 2018; WTO 2025). 하지만 AI 기술이 모두를 위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술혁신, 경제성장, 소득증가라는 순기능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공고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WTO 2025). 그리고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혁신은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확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ICT 재화와 서비스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생성하는 문제점 역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 디지털 통상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활용되면서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과 관련한 논의 역시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통상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국가들 간에 이루어지는 재화, 서비스, 데이터 등의 교역 활동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활동들은 전통적인 재화와 서비스 교역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국가 간 또는 기업 간의 활동에서 주요하게 논의되는 사항은 데이터 흐름(data flow),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소스 코드 및 AI 알고리즘 보호, 사이버 안보 등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싱가포르 디지털경제협정(2020), 칠레-뉴질랜드-싱가포르 디지털경제 동반자협정(2020), 영국-싱가포르 디지털경제협정(2022) 등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최근의 통상 협정에서는 디지털 데이터 관련한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Jones 2023). 지역통상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s, RTAs)과 디지털통상협정(Digital Economy Agreements)은 AI 활용 증진과 규제를 다루는 주요한 기구로 작동하고 있다(WTO 2024). 2021년 처음 개최된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EU-US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에서 AI 정책, 반도체 공급망, 기술표준 설정,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AI가 국제통상질서와 통상체제에 중요한 부분으로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 기술표준   기술표준은 통상환경에서 새로운 기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사이즈, 형태, 디자인, 기능, 퍼포먼스, 라벨링 혹은 패키지 등에서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술표준은 산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성과로 볼 수 있지만, 향후 AI 기술혁신과 발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는 국제정치경제의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AI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지정학 및 국제정치질서에서 주도권을 가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성능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금지 정책에서 보여주듯이, 핵심기술 및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로 나타나는 AI 시대 국가주의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민족주의(tech-nationalism)를 통해서 보여주듯이 자국 기술력을 국가 안보 및 생존과 직결된 것으로 인식하고 AI 기술경쟁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기술주권과 데이터주권 확보를 위해 각국은 주권 AI (Sovereign AI) 개발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기술표준은 AI 기술을 규제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고 책임을 확보하기에 필수적인 도구이다. 다만, AI 기술규제는 특정 분야 중심이고, 자발적이며, 해당 산업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높다. 정부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부재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산업이 주도하는 논의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선제적 대응보다는 사후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AI 분야에서 기술표준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과정을 거치는데, 기술표준을 논의하고 조정하는 것은 자발적이지만, 국제통상협정에 포함되는 경우 법적인 무게도 수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들 또는 기업들이 민감하게 대응하는 경우도 다수이다.   4.지적재산권   AI 기술은 지적재산권 관련해서 새로운 이슈를 불러일으킨다. AI와 관련한 대부분의 지적재산권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으나 AI 기술에 활용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그 결과물로 나온 자료의 저작권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회사 운영에 핵심적인 AI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빅데이터 학습을 위한 자료의 저작권, 자료들을 활용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정의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학습 데이터를 활용한 자료 및 결과물에 대한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는 향후 지식산업 발전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것이다.   5.경쟁과 빅테크 독점   경쟁부문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기술개발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Google, Facebook, Microsoft 등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수 빅테크 기업의 이익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는데,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있고 데이터 거버넌스, 지적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WTO 2024).   하지만 이들 기업이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al models), 컴퓨터 인프라,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우선 협상해야 하는 주요 민간 행위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AI 기술개발은 막대한 규모의 초기 민간자본 투입이 필요하고, 중국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대규모 국가 주도의 투자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소수의 AI 선진국과 AI 기술을 개발한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독점하면서 기술적, 경제적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6.데이터 흐름과 데이터 현지화   국경을 넘는 데이터 흐름과 데이터 현지화와 관련해서는 각국의 정책이 상이하다. AI 기술 활용에 있어서는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데이터 현지화(data localization) 전략이 강조된다면 AI 기술활용과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AI 기술발전과 관련한 여러 분야에서 국가들이 선택한 정책과 방향은 다른데(Goldfarb and Trefler 2019, 485-486),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유로운 데이터의 이동을 강조하는 반면 중국은 데이터 현지화 전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특히, AI 시대에 주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cross-border data flows)과 관련해서는 각국의 규제 정책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보관과 이동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AI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성능 반도체,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등 관련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요소들이 다른 AI 산업 분야로 확대 발전할 수 있는 주요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Wheeler 2025).   7. AI의 윤리적이고 적절한 사용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국경을 초월하는 위험에 대한 논의는 아직 중요하게 다루어 지지 않고 있는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공정한 경쟁, 윤리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이 있는 AI 사용, 개인정보 보호, AI 기업의 과도하고 부적절한 알고리즘 사용에 대한 제한 등을 심도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국경을 넘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이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에 대한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U, 미국, 중국은 AI 활용과 관련하여 각각의 방식으로 거버넌스와 규제를 만들고 있는데 EU는 인간 중심의 규제와 위험 관리를 중심으로 대처하고 있고, 미국은 시장 중심 전략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발전을 독려하는 방식을 선택한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 AI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EU는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 가이드라인 발표를 통해 AI 기술과 윤리 관련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소스 코드를 보호하는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방해할 수 있고, 소비자와 노동자가 외국 기업에게 AI 활용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8. AI와 불평등   자유주의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로 대표되는 전후 국제질서와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에 경제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였다면 AI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과 관련 인프라 투자는 선진국과 신흥국 및 기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을 활용한 성장 전략과 선진국의 서비스와 기술을 활용한 발전 전략이라는 이분법적인 구조가 존재했다면 AI로 나타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 질서에서는 이러한 비교 우위에 기반한 성장 전략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AI 기술혁신은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통한 경제 발전을 기대하지만 그 성과는 모든 국가와 사회구성원에 동일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평등과 분배의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9. AI와 노동시장   노동시장에서는 고용과 업무에 있어서 AI 기술을 활용한 내부 지식 관리 및 운영 시스템 변화를 통해 조직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동시에 AI는 노동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노동자들의 작업과 근무시간 상당 부분을 자동화, 기계화로 대체하면서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이익은 향상시키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감소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AI 기술로 인한 자동화, 기계화로 일자리와 노동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으로 대표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및 사회안전망 확대에 대한 선제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노동시장 변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계의 도입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였고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 역시 이미 경험하였다. 다만, 기존에는 새로운 기술변화가 저임금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현재 AI 기술을 통해서 나타나는 노동시장 변화는 고학력, 고임금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미국 노동시장 자료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전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어렵지만, AI 기술에 많이 노출된 산업의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가 중장년층의 일자리 감소에 비해서 큰 규모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I에 많이 노출된 직업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응대, 사무직 등의 분야에서 22-25세 사이의 entry-level 노동자들은 OpenAI ChatGPT가 출시된 직후인 2022년 11월에서 2025년 9월까지 약 6% 고용 감소를 보인 반면,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6-9% 규모의 고용 증가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젊은 세대는 약 16% 정도의 상대적인 고용 감소를 경험하였다(Brynjolfsson et al. 2025).   Ⅳ. 결론   AI가 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AI 기술발전을 통해서 예상되는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은 경제성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성과와 혜택이 일부 국가, 기업, 개인에게 집중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AI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변화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AI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질서의 패권경쟁은 향후 국제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의 이중적 사용 목적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경제적 우위 뿐만 아니라 군사적 패권경쟁이 함께 진행되는 특징을 가져온다.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안전, 개인정보 보호 등과 관련한 중요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사회가 경험한 기술혁명의 속도는 눈부시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다른 관련 산업과 어떻게 영향이 있는지 관련 AI 인프라는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   Ⅵ. 참고문헌   Baily, Martin Neil, Aidan T. Kane, David M. Byrne, and Paul E. Soto. 2025. “Generative AI at the Crossroads: Light Bulb, Dynamo, or Microscope?” Working Paper. September 5. Center on Regulation and Markets.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e.   Bremmer, Ian and Mustafa Suleyman. 2023. “The AI Power Paradox.” Foreign Affairs. September/October.   Brynjolfsson, Erik, Bharat Chandar, and Ruyu Chen. 2025.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Working Paper. Stanford: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Gallego, Aina and Thomas Kurer. 2022. “Automation, Digitalization, and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Workplace: Implications for Political Behavior.”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25: 463-484.   Goldfarb, Avi and Daniel Trefler. 2019.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ternational Trade.” in Th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 Agenda, ed. Ajay Agrawal, Joshua Gans, and Avi Goldfarb, 463-492.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Jones, Emily. 2023. “Digital Disruption: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ternational Trade Policy.” Oxford Review of Economic Policy, 39 (1): 70-84.   Kissinger, Henry A., Eric Schmidt, and Daniel Huttenlocher. 2022. 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 New York: Back Bay Books.   Lee, Kai-Fu. 2018. AI Super-Powers: China, Silicon Valley, and the New World Order. Boston: Houghton Mifflin Harcourt.   McKinsey & Company. 2023. “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 The Next Productivity Frontier.”   Meltzer, Joshua P. 2018.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International Trade.” December 13.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e.   OECD. 2022. “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ternational Trade: Some Preliminary Implications.” Paris: OECD.   Roberts, Huw, Emmie Hine, Mariarosaria Taddeo, and Luciano Floridi. 2024. “Global AI Governance: Barriers and Pathways Forward.” International Affairs, 100 (3): 1275-1286.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Artificial Intelligence Index Report 2025.” Stanford: Stanford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Wheeler, Tom. 2025. “Commentary: Open AI Floats Federal Support for AI Infrastructure-What Should the Public Expect?” November 18.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e.   World Trade Organization. 2024. “Trading with Intelligence: How AI Shapes and Is Shaped by International Trade.” Geneva: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2025. “World Trade Report 2025: Making Trade and AI Work Together to the Benefit of All.” Geneva: WTO.     ■저자: 송지연_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송지연 2026-03-17조회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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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인공지능(AI)은 최근 국가 경쟁과 국제정치경제에서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확산은 단순한 산업 혁신을 넘어, 경제 성장, 군사력, 데이터 통제, 금융시장과 같은 국가 권력의 핵심 요소를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평가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각국은 경쟁적으로 AI 국가 전략(National AI Strategy)을 수립하고 발표하며,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본 연구는 우선 이러한 AI 국가 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네 가지 이념형(ideal type)으로 분류한다. 첫째, 전략의 목표 지향성(공세적 vs. 방어적)에 따라 AI를 글로벌 패권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 기술 확산에 따른 위험과 종속을 관리할 것인지가 구분된다. 둘째, 정책 주도 구조(시장주도 vs. 국가주도)에 따라 혁신을 민간 기업과 시장에 맡길 것인지, 국가가 산업·데이터·인프라를 직접 조정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이 두 기준을 결합하면 ‘시장주도-공세형’, ‘국가주도-공세형’, ‘시장조정-방어형’, ‘국가주도-방어형’의 네 가지 전략 유형이 도출되며, 각국은 자신들의 정치체제, 산업 구조, 기술 생태계, 국제적 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적 선택을 취하고 있다.   또한 AI 국가 전략은 글로벌 AI 경쟁이라는 구조적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동적 산물로 이해되어야 한다. AI는 범용기술로서 경제, 산업, 군사, 사회 전 영역에 걸쳐 파급력을 가지며, 국가 간 기술 격차는 단순한 생산성 차이를 넘어 국가 권력과 전략적 지위의 재편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AI는 글로벌 경쟁을 총력전의 양상으로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AI 경쟁은 각 국가가 추구하는 전략의 부정적 효과를 증폭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차원의 AI Governance의 구축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Ⅱ. AI 국가 전략   최근 AI의 전략적 중요성이 급격히 부상함에 따라 각국은 경쟁적으로 ‘AI 국가 전략’을 수립·발표하고 있다. 2017년 3월 캐나다 정부는 전면적 재정 지원을 수반한 “Pan-Canadian Artificial Intelligence Strategy”를 발표하였다. 이는 AI를 단순한 산업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경제성장, 장기적 혁신 역량을 좌우할 전략적 기술로 규정하고, 연구개발 투자, 인재 양성, 혁신 생태계 구축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였다.[1] 이후 다수의 국가들이 AI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가 차원의 AI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AI 국가 전략의 등장과 확산은 AI가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생산성, 산업구조, 군사력, 데이터 통제, 금융시장 등 국가 권력의 핵심 요소를 재편할 수 있는 범용기술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AI 국가 전략은 기술정책의 단순한 확대라기보다, 기술패권 경쟁과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속에서 국가가 자국의 정치 경제적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전략적 대응의 산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2]   AI 국가 전략은 “AI가 경제와 사회에 가져올 잠재적 편익을 극대화하고 잠재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명확한 목표 아래 조정된 정부 정책들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3] 이 정의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내포한다. 첫째, AI 전략은 국가 차원의 분명한 목표 설정을 전제로 한다. 둘째, 연구개발, 산업정책, 교육 및 인력 양성, 규제, 데이터 거버넌스, 국제협력 등 다양한 정책수단이 상호 조정된 형태로 결합된다. 셋째, 성장 촉진이라는 공세적 목표와 위험 관리라는 방어적 목표가 동시에 고려된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 기술 주권 강화, 전략 산업 보호, AI 도입의 감독과 규율 등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설정해 왔다. 이는 AI 국가 전략이 단순한 산업 육성 정책을 넘어, AI 기술 발전과 확산을 국가가 어떠한 정치경제적 질서 속에서 관리하고 방향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포괄적 구상임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AI 국가 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네 가지 AI 발전 전략의 ‘이념형(ideal type)’을 제시한다. 이념형은 막스 베버가 제시한 개념으로, 현실에 그대로 존재하는 경험적 실체가 아니라 복잡하고 혼합된 현실을 분석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구성된 개념적 모델이다.[4] 이는 현실을 단순 분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국가 전략이 어떤 방향성과 제도적 특징에 보다 근접해 있는지를 비교·평가하기 위한 분석적 기준점을 제공한다. 실제 AI 국가 전략은 각국의 정치체제, 산업 구조, 기술 생태계, 금융 시스템, 사회적 가치체계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지만, 그 기본적 방향성과 정책 주도 구조를 중심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이념형을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은 ‘전략의 목표 지향성’이다. 이는 AI 전략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우선시하며, 국가 권력과 발전 모델 속에서 AI를 어떤 수단으로 위치시키는지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공세적(offensive) 전략과 방어적(defensive)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세적 전략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AI 분야의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군사적·과학기술적 우월성을 확보하려는 접근이다. 기술혁신의 가속화,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의 축적, 네트워크 효과 형성, 글로벌 기술 표준과 인프라 주도권 확보, 핵심 부품 및 공급망 통제 등이 핵심 과제로 설정된다. 이 경우 AI는 성장동력이자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되며, 국가 권력의 확장과 직접적으로 연계된다. 반면 방어적 전략은 AI 경쟁이 초래할 수 있는 산업적 종속, 데이터 취약성, 노동시장 충격, 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같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는 기술 발전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도입의 속도·범위·방식을 제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경제적 자율성과 사회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조정적 접근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략의 목표 지향성’은 AI를 국가 권력 확장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데 초점을 두는가, 아니면 AI 확산이 가져올 구조적 충격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는가 라는 정책의 기본 방향을 가늠하는 개념적 축이다.   두 번째 기준은 ‘정책 주도 구조’이다. 이는 AI 전략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국가와 시장,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업 사이에 권한과 주도권이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되어 있는지를 가리킨다. 여기서 ‘정책 주도 구조’는 단순히 정부 개입의 수준이나 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 발전을 둘러싼 거버넌스 체계에서 핵심 의사결정 권한과 전략적 통제력이 궁극적으로 어느 행위자에게 귀속되는지를 설명하는 구조적 개념이다. 시장/플랫폼 주도형 전략에서는 민간 기업, 특히 대형 기술 플랫폼 기업과 벤처 생태계가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기초 연구 지원, 규제 프레임워크 정비, 경쟁 촉진,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지만, 기술 혁신의 구체적 방향과 속도는 시장 경쟁, 자본시장,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국가 주도형 전략에서는 정부가 AI 발전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산업정책, 재정 지원, 공공 연구기관, 공공조달, 규제 권한 등을 활용하여 기술 발전을 직접 조정한다. 전략 산업 지정, 대규모 공공 투자, 데이터 인프라의 국가적 통제, 안보와의 연계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국가는 단순한 촉진자를 넘어 방향 설정자이자 자원 배분의 중심 행위자로 기능한다.   이 두 기준을 결합하면 ‘시장주도-공세형’, ‘국가주도-공세형’, ‘시장조정-방어형’, ‘국가주도-방어형’이라는 네 가지 이념형의 AI 국가 전략이 도출된다. 물론 현실의 AI 국가 전략은 이들 중 하나에 완전히 속하기보다는 복합적 성격을 띠며 연속선상에 위치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념형은 각 국가들이 AI라는 범용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분석적 틀을 제공한다.   <표 1> AI 국가 전략의 이념형 구분 정책 주도 구조 시장주도 국가주도 목표 지향성 공세적 시장주도-공세형 전략 국가주도-공세형 전략 방어적 시장조정-방어형 전략 국가주도-방어형 전략   1. 시장주도-공세형 전략(market-led offensive strategy)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은 AI를 국가 권력 경쟁의 핵심 전략자산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발전의 주된 동력을 국가의 직접적 통제나 중앙집중적 계획이 아니라 시장 경쟁과 민간의 혁신 역량에 두는 전략 유형을 의미한다. 이 전략에서 국가는 기술개발을 세부적으로 지휘하는 통제자가 아니라, 장기적 비전과 규범적 방향을 제시하고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설계하는 조정자이자 촉진자로 기능한다. 혁신의 실행 주체는 기업, 대학, 연구소, 벤처 생태계, 자본시장 등 분권화된 행위자들이며, 국가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의 개방, 규제 정비, 표준 전략 수립, 공급망 안정화, 선택적 안보 조치 등을 통해 이들의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한다. 따라서 이 전략은 자유시장 질서를 표방하면서도 기술 패권 확보, 국제 표준 선점, 군사적 우위 달성이라는 공세적 목표를 추구하는 ‘전략적 자유주의(strategic liberalism)’의 성격을 띤다.   AI 분야는 이러한 전략적 자유주의가 특히 적합한 영역이다. AI는 1970년대 이른바 ‘AI 겨울’을 거치며 공공 지원이 축소된 이후 민간 기업들이 발전을 주도해 왔다. 산업용 로봇, 데이터 마이닝, 클라우드 기반 AI, 대규모 언어모델 등 핵심 혁신은 주로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오늘날에도 Microsoft, Google, Amazon, Meta, OpenAI 등 거대 기술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AI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5] 따라서 AI는 기업 간 경쟁이 혁신의 속도와 방향을 좌우하는 전형적인 시장 중심 기술로 평가된다. 이러한 민간 주도적 구조는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이 AI 분야에서 높은 정합성을 갖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 전략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발표한 “American AI Initiative”는 미국의 AI 리더십 유지와 강화를 국가 목표로 설정하였으나, 그 접근 방식은 중앙집중적 산업 통제가 아니라 혁신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 연방 AI 연구개발 투자 확대, 고품질 연방 데이터 및 컴퓨팅 자원의 개방,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 장벽의 최소화, STEM 인력 양성, 국제 규범 형성 참여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특히 과도한 사전 규제를 지양하고 비용-편익 분석에 기반한 성과 중심 규제를 강조함으로써 민간 혁신의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 하였다. 이는 공세적 목표를 설정하면서도 정책 수단 측면에서는 생태계 조성과 제도적 기반 구축에 방점을 둔 촉진형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6]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발표한 “Winning the Race: America’s AI Action Plan”은 보다 명시적이고 구조화된 공세 전략으로 진화하였다. 이 계획은 AI 혁신 가속화, 미국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 및 안보 주도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미·중 전략경쟁 구도를 전면에 배치한다. 규제 재검토와 탈규제 강화, 오픈소스 생태계 촉진, 반도체·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 확충, 군사·정보기관용 고 보안 AI 인프라 구축, 수출통제 강화, 동맹 기반 기술 블록 형성 등 산업·안보·외교를 통합한 실행 전략을 포함한다. 즉, 2019년 전략이 혁신 생태계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2025년 전략은 공급망 재편과 기술 통제, 동맹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그 혁신의 성과를 지정학적 우위로 전환하려는 종합적 실행 프레임워크라 할 수 있다. 2025년 America’s AI Action Plan은 AI 패권 경쟁의 명시화, AI의 안보화(securitization) 강화, 경쟁국에 대한 기술 통제와 블록화 전략의 제도화 등을 통해 국가의 전략적 역할을 한층 강화하였다.[7]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전략 모두 정부가 AI 산업을 계획경제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혁신의 중심을 민간 기업과 연구 공동체에 둔다는 점에서 시장주도적 성격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표 2> American AI Initiative vs. America’s AI Action Plan 비교 구분 2019 American AI Initiative 2025 America’s AI Action Plan 전략 성격 촉진형 공세형 경쟁 인식 암묵적 명시적 미중 경쟁 정책 초점 R&D, 규제 완화 기술안보, 수출통제, 동맹 정부 역할 지원자 전략 조정자 및 안보 행위자 지정학적 색채 상대적으로 약함 매우 강함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의 강점은 무엇보다 AI의 민간 중심 발전 구조와 구조적으로 정합적이라는 점에 있다. 경쟁적 시장 구조는 다양한 기술 경로의 실험을 가능하게 하고, 실패를 신속히 걸러내며, 자본과 인재의 대규모 유입을 촉진한다.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국제 표준과 기술 스택을 확산시킬 수 있으며, 국가는 공급망·안보·표준과 같은 전략적 지점에 선택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술 발전의 속도와 규모는 시장에서 확보하고, 그 성과의 전략적 전환은 국가가 담당하는 구조적 분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전략은 구조적 한계 또한 내포한다. 기업은 위험과 수익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장기적 안보, 윤리, 사회적 책임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데이터 독점은 경쟁을 저해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또한 민간 기업의 상업적 이해와 국가의 장기 전략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전략적 정합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8]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은 국가가 직접 산업을 통제하기보다는 제도적 환경과 전략적 인센티브를 설계함으로써 민간 혁신 역량을 최대한 동원하여 국제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는 개방적 혁신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질서 재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국가주도-공세형 전략(state-led offensive strategy)   국가주도-공세형 전략은 AI을 단순한 산업 혁신 수단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구조적 재편과 직결된 핵심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중앙정부가 장기적 비전 설정과 자원 배분, 제도 설계, 산업 조직, 안보 통합을 포괄적으로 주도함으로써 국제 기술경쟁에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에서는 중앙정부가 발전 로드맵과 중점 기술, 산업 배치, 데이터 관리 체계, 표준과 규제의 방향 등을 주도하며, 시장과 기업은 국가 전략의 틀 안에서 동원되고 조정된다.   이러한 이념형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7년 국무원이 발표한 A New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을 통해 AI를 국가 전략의 최상위 우선순위로 격상시키고, 2030년까지 세계 AI 혁신의 주요 중심이자 선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 계획은 AI를 미래를 선도하는 전략적 기술로 규정하고, 핵심 알고리즘, 고급 AI 칩, 데이터 자원, 지능형 시스템 등 전략 자산의 자국 내 확보를 강조하며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공세적 지향성을 가진다. 특히 군민융합 전략과의 결합을 통해 AI 발전을 군사 현대화와 직접 연계함으로써, 기술·산업·안보를 통합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정책 주도 구조 측면에서도 중앙정부는 국가급 중점 실험실과 혁신기지 재편, 대규모 재정 및 정책금융 투입, 전략 산업 지정과 보조금 지원,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발전 방향을 총괄한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와 같은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자율적 혁신 주체이면서도 국가 전략의 실행 파트너로 기능하며, 이는 민간 기업이 독립적 시장 행위자로 중심이 되는 모델과 달리 국가 전략 하에 통합된 기술–산업 복합체의 성격을 보여준다. 또한 데이터는 시장 경쟁 요소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되며, 수집·유통·활용·국경 간 이전까지 점차 국가 관리의 범주 안에 편입된다. 법·윤리·표준·지식재산·보안 감독 체계 역시 선제적으로 정비되어 알고리즘 설계부터 응용 단계까지 포괄하는 감독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대규모 기술 확산을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추진하려는 체계적 접근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9]   국가주도-공세형 전략은 이러한 구조적 특징 덕분에 집중적 자원 동원과 장기 전략의 일관성 유지, 기술·산업·군사의 통합적 조정, 대규모 인프라의 신속한 구축이라는 강점을 가진다. 특히 기술 추격 단계에서 국가가 재정·금융·산업정책을 통합해 전략 산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빠른 역량 축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중앙집중적 관료 구조는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의 다양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략 산업 지정과 대규모 보조금은 자원 오 배분과 정치적 판단 오류의 위험을 수반한다. 기업의 자율성이 국가 전략에 과도하게 종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의 유연성과 창의성이 약화될 수 있고, 데이터 통제 강화와 국가 개입 확대는 국제 협력과 신뢰 형성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술 발전이 국가 전략과 밀접히 결합될수록 국제 정치 갈등이 기술 영역으로 전이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구조적 한계로 지적된다.[10] 즉, 국가주도-공세형 전략은 높은 동원 능력과 장기적 전략 추진이라는 강점을 가지는 동시에 제도적 유연성과 국제적 개방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따라 그 지속 가능성이 좌우되는 전략 유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3. 시장조정-방어형 전략(market-shaping defensive strategy)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AI를 전략적 핵심 기술로 인식하면서도, 국제 기술 패권 경쟁에서 공세적 우위를 확보하기보다는 시장의 제도적 조건과 규범을 재설계함으로써 자국의 가치, 제도, 사회적 안정성을 방어하려는 전략 유형을 의미한다. 이 전략에서 국가는 단순한 산업 촉진자가 아니라 규범 설계자이자 위험 관리자로 기능한다. 기술 혁신의 동력은 여전히 민간 부문에 존재하지만, 국가는 법적 규율, 표준화 체계, 데이터 거버넌스, 경쟁정책, 책임성 메커니즘을 통해 기술 발전의 경로를 구조적으로 형성한다. 즉, 시장을 폐쇄하거나 국가가 직접 생산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의 작동 규칙을 재구성함으로써 기술 발전이 민주주의, 인권,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신뢰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적 경계를 설정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대표적 사례는 European Union이 채택한 EU AI Act이다. 2024년 채택된 이 규정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체계로, ‘위험 기반 접근법(risk-based approach)’을 핵심 원리로 삼고 있다.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용인 불가능한 위험’, ‘고위험’, ‘제한적 위험’, ‘최소 위험’으로 구분하고, 위험의 강도에 비례하여 규제의 강도를 차등화 한다. 사회적 신용평가, 취약계층 조작, 광범위한 실시간 원격 생체인식과 같은 시스템은 금지되며, 교육·고용·신용·법 집행·이민·사법 영역 등에서 활용되는 고위험 AI는 엄격한 위험관리, 데이터 품질 확보, 기술 문서화, 인간 감독, 정확성·강건성·사이버보안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범용 AI (General Purpose AI)에 대해서도 일정 기준 이상의 연산 규모를 가진 모델에는 추가적인 평가와 보고 의무를 부과하여 시스템적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도록 설계하였다. EU의 접근은 AI 단독 규제가 아니라 디지털 질서 전반을 재구성하는 포괄적 시장조정 전략의 일부라는 점에서도 특징적이다.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통한 개인정보 보호 강화, Digital Markets Act (DMA)를 통한 플랫폼 시장지배력 규율, Digital Services Act(DSA)를 통한 온라인 플랫폼 책임성 강화는 AI 규제와 결합하여 하나의 일관된 규범적 프레임워크를 형성한다.[11] 이를 통해 EU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직접적인 산업 우위를 확보하기보다는, 규범과 표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운영 원칙을 형성하는 ‘규범적 권력(normative power)’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의 강점은 명확하다. 첫째, 기술 발전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정치적 리스크를 사전에 제도화함으로써 장기적 안정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고, 소비자 신뢰를 제고한다. 셋째, 국제적으로는 규범과 표준을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기술 질서 형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규범 경쟁의 차원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구조적 한계도 동시에 내포한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기술 성숙 이전 단계에서 포괄적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선제적 과잉 규제’의 위험이다. 엄격한 사전 규제는 준수 비용을 증가시키고, 특히 자본과 법률 역량이 제한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준다. 이는 혁신 실험과 빠른 상업화를 저해하여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복잡한 규제 체계는 역설적으로 대형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충분한 자원을 가진 글로벌 기업은 규제 준수 비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신생 기업은 시장 진입을 포기하거나 EU 외부로 이전할 유인을 가질 수 있다. 더 나아가, EU는 규범 설정 능력에서는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지만, 초대형 모델 개발과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산업 기반을 갖는다.[12] 이러한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를 조기에 도입할 경우, ‘규칙을 만드는 권력’은 행사하되 ‘기술을 생산하는 권력’은 제한되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확보라는 목표와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시장을 전면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법과 제도를 통해 기술 발전의 방향을 구조적으로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와 제도적 안정성을 방어하려는 접근이다. EU AI Act는 이러한 전략을 가장 체계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기술 경쟁을 단순한 산업 패권 경쟁이 아니라 규범 경쟁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전략은 규범적 정당성과 산업적 경쟁력 사이에서 지속적인 균형 조정을 요구하며, 그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장기적 성과가 결정될 것이다.   4. 국가주도-방어형 전략(state-led defensive strategy)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은 AI를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의 핵심 전략 기술로 인식하면서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직접적인 공세적 확장보다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산업 기반을 보호하고 자립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는 전략 유형을 의미한다. 이 전략에서 국가는 산업 육성의 주도자이자 시장 보호의 집행자로 기능한다. 시장의 자율적 경쟁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정부가 보조금, 공공조달, 연구개발 지원, 외국 기업 규제, 데이터 통제, 인프라 투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여 국내 AI 생태계를 외부의 경쟁 압력으로부터 보호한다. 이는 글로벌 선도 기업이 기술·데이터·플랫폼을 독점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종속을 방지하고, 자국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완충 공간(strategic buffer space)’을 제도적으로 구축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어 전략은 단순한 시장 보호 차원을 넘어 Sovereign AI 개념과 결합하면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Sovereign AI는 데이터를 국내 법 체계에 따라 관리하는 데이터 주권을 넘어, AI 모델의 설계·훈련·배포·운영,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팅 인프라와 거버넌스 체계 전반을 자율적으로 구축하려는 전략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는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는가’라는 문제를 넘어, ‘누가 알고리즘과 모델을 설계하며, 어떠한 규칙과 가치에 따라 AI가 운영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주권의 문제로 확장된 것이다.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은 이러한 AI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 기술 내재화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달성하려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13]   인도는 이러한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인도는 AI가 경제 성장과 디지털 전환의 핵심 동력임을 인정하면서도, 자국 AI 생태계가 미국 및 중국의 플랫폼 기업에 구조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NITI Aayog은 2018년 「National Strategy for Artificial Intelligence: AI for All」을 발표하며 국가 차원의 전략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강조하지만, 그 내용은 기술 자립과 주권 확보를 지향하는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14]   인도의 AI for All 전략은 첫째, 공공 부문 중심의 수요 창출을 통해 AI 발전 방향을 국가가 주도하도록 설계되었다. 인도는 보건, 농업, 교육, 스마트시티, 스마트 모빌리티 등 사회적 외부효과가 큰 분야를 우선 적용 영역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단기적 수익 극대화보다는 사회적 최적화(social optimization)를 우선하는 접근으로, AI 산업이 외국 플랫폼 기업 중심의 상업적 소비 시장으로 재편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를 내포한다. 특히 농업과 보건처럼 민간 단독으로는 투자 유인이 낮은 영역에서 국가가 직접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산업 발전의 방향을 공공 목적 중심으로 유도하고자 한다.   둘째, 이 전략은 기초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CORE (Centres of Research Excellence)와 응용·산업 적용 중심의 ICTAI (International Centres for Transformational AI)라는 이중 구조를 통해 연구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외국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adaptation)과 응용을 거쳐 장기적으로 기술을 내재화(indigenization)하려는 단계적 전략이다. 후발주자로서의 제약을 인정하면서도 ‘late-mover advantage’를 활용해 독자적 역량을 축적하려는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데이터 주권과 플랫폼 통제권 확보를 중시한다. 인도는 데이터 현지화 요구,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정비, 부문별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등을 통해 데이터 통제권을 국내에 유지하려 한다. 또한 National AI Marketplace (NAIM) 구상을 통해 데이터 수집·주석·모델 배포를 통합하는 공공 플랫폼을 설계함으로써,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완화하고 국가가 생태계의 조정자이자 설계자로 기능하도록 한다. 이는 Sovereign AI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넷째, 인적 자원과 제도적 기반 정비를 병행한다. 대규모 재교육 프로그램, 분산형 교육 모델, 데이터 주석과 같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전략은 자동화 충격을 완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방어적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AI 특허와 데이터 기반 모델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적재산권(IP) 제도 개선은 외국 기업 중심의 지식재산 구조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 대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외부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 산업 자립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보호적 정책은 초기 단계의 국내 기업이 글로벌 거대 기업과의 직접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술 축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준다. 또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국내 통제 하에 두려는 Sovereign AI 접근은 안보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정책 자율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나아가 공공 목적 중심의 AI 발전 모델은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평등과 배제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은 구조적 한계 또한 존재한다. 과도한 보호주의는 경쟁 압력을 약화시켜 국내 산업의 효율성과 혁신 역량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시장 방어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 감소와 기술 협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Sovereign AI 구축에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에너지 자원, 숙련 인력 확보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며, 후발 국가가 독자적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는 기술적 제약이 따른다. 더 나아가 국가 주도의 자원 배분은 정치적 판단과 관료적 비효율성이라는 문제를 동반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후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방식으로, 외부 기술 권력에 대한 구조적 종속을 방지하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어적·주권 중심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인도의 전략은 포용적 성장이라는 담론 아래 Sovereign AI 구축을 지향하며, 시장 개방보다는 생태계 통제와 기술 내재화를 우선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이는 공세적 패권 전략과 구별되는, 기술 생존과 전략적 자율성을 핵심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형 AI 발전 전략의 전형으로 평가할 수 있다.   5. AI 국가 전략의 다양성   지금까지 살펴본 네 가지 AI 국가 전략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 대한 태도와 국가와 시장의 관계 설정 방식 따라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AI를 통해 국제질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지, 아니면 종속과 위험을 관리하려고 하는지에 관한 전략적 지향의 문제이며, 후자는 혁신을 주도하는 행위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문제이다.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은 민간 기업의 혁신 역량과 자본 축적 능력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AI 패권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이 전략에서 국가는 직접 산업을 통제하기보다는 규제 완화, 연구개발 지원, 인재 유치,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혁신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는 촉진자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주도-공세형 전략은 공세적 목표를 유지하되, 이를 국가 중심의 산업 정책과 자원 동원을 통해 달성하려는 유형이다. 이 경우 국가는 단순한 조정자가 아니라 산업 방향을 설계하고 전략 분야에 자원을 집중 배분하는 핵심 행위자로 등장한다.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시장경제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AI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을 강력한 규제와 제도 설계를 통해 관리하려는 접근이다. 이 유형은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의 공세적 확장보다는 안전성, 윤리성, 인권 보호, 데이터 보호와 같은 가치의 수호를 우선시한다. 국가주도-방어형 전략은 국가가 산업 발전을 주도하지만, 그 목적은 글로벌 패권보다는 기술 종속 방지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있다. 이 전략은 산업 보호, 데이터 통제, 공공 수요 창출, 인프라 자립 등을 통해 자국 AI 생태계의 내재화를 추구한다.   <표 3> AI 국가 전략의 다양성 구분 시장주도-공세형 국가주도-공세형 시장조정-방어형 국가주도-방어형 전략 지향 글로벌 패권 글로벌 패권 위험 통제 기술 자립 국가 역할 촉진자, 지원자 설계자, 집행자 규제자, 조정자 보호자, 육성자 정책 수단 R&D 지원, 규제완화 산업정책 및 국가 투자 위험 기반 규제, 데이터 보호 시장 보호 정책, 데이터 통제, 공공 수요 대표 사례 미국 중국 EU 인도   이와 같은 네 가지 AI 국가 전략은 국가 역량, 산업 구조, 정치 체제, 국제적 위상에 따라 상이하게 선택되는 전략적 조합이다. 이들은 상호 배타적이기보다는 각 국가가 처한 구조적 조건에 따라 혼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유형화는 글로벌 AI 경쟁의 구조를 이해하고, 각 국가의 전략적 선택이 지니는 함의를 비교 분석하는 데 유용한 분석적 틀을 제공한다.   Ⅲ. AI 글로벌 경쟁과 국가 전략의 상호작용   AI 발전 전략은 개별 국가의 정책 선택으로 출발하지만, 실제로는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AI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서 경제·산업·군사·사회 전 영역에 파급 효과를 미치며, 그 발전 속도와 확산 범위가 국가 경쟁력과 국제질서의 위계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 축적, 컴퓨팅 자원 확보, 알고리즘 성능의 누적 학습 효과,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생태계 종속성 등은 선도자가 더욱 빠르게 격차를 확대하도록 만드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승자독식 혹은 승자우위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국가 또는 기업은 데이터와 자본, 인재를 추가로 흡수하면서 자기강화적 우위를 형성하고, 후발주자는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기하급수적인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이처럼 AI 산업은 지연 비용(delay cost)이 매우 큰 경쟁구조를 지니며,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국가 차원의 전략 선택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경쟁적 압력 속에서 각국의 AI 전략은 상호작용을 통해 수렴(convergence)의 양상을 보이게 된다. 우선 AI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시장주도-공세형 전략과 중국의 국가주도-공세형 전략 간 수렴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기술 블록화와 공급망 분절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경쟁 압력으로 인한 기술 속도 경쟁은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의 실현을 어렵게 하며, 노동시장 충격, 정보 불균형,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외부효과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할 위험을 증가시킨다. Sovereign AI 전략의 무분별한 추진 역시 자원 낭비와 전략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AI 경쟁과 기술 확산이 가속화될수록, 세계 경제와 사회 안정성, 국가 전략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위험이 증가하며, 이는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국제적 차원의 AI Governance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1. AI 글로벌 경쟁   2017년 9월 1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학생들과의 공개 수업에서 “AI 영역에서 리더가 세계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였다.[15]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AI가 국가 권력과 국제질서의 향방을 좌우할 전략적 기술이라는 인식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오늘날 AI는 산업 혁신의 도구를 넘어 군사력, 정보전, 경제 생산성, 규범 설정 능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술로 간주되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쟁은 점차 제로섬적 성격을 띠고 있다.   무엇보다 AI 경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는 AI가 범용기술이라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증기기관, 전기, 정보통신기술(ICT)과 같은 범용기술은 특정 산업을 넘어 경제 전반의 생산 방식과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왔다. AI 역시 제조업, 금융, 국방, 의료, 교육,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으며, 데이터 처리와 의사결정, 자동화를 통해 기존 산업의 효율성과 구조를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범용성으로 인해 초기에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조직 구조와 제도가 이에 맞게 재편될 경우 그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16] 이와 같은 AI의 범용적 성격은 경쟁의 범위를 전면화한다. 이는 특정 산업 내 기업 간 경쟁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산업 생태계, 데이터 인프라, 인재 양성 체계, 군사 전략, 국제 표준 설정 능력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경쟁’을 유발한다. 다시 말해, AI 경쟁은 연구개발(R&D) 경쟁이자 자본 동원 경쟁이며, 인재 확보 경쟁이자 플랫폼과 규범을 둘러싼 질서 경쟁이다. 이러한 다층적 경쟁 구도 속에서 정부와 기업은 AI 개발을 단순한 경제적 기회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우위 확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더 나아가 AI 산업은 승자독식 혹은 승자우위의 구조적 특성을 강하게 띤다. 디지털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축적 효과는 AI 분야에서 더욱 강화된다. 알고리즘은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성능이 개선되고, 성능이 개선될수록 다시 더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를 흡수하는 자기강화적 구조를 형성한다.[17] 일단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 기업이나 국가는 자본, 인재, 생태계를 추가로 흡수하며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 반대로 후발주자는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기술적·시장적 종속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구조는 AI 개발을 억제하기보다는 가속화하려는 강한 유인을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든다.   결국 AI 글로벌 경쟁은 범용기술이라는 구조적 특성과 승자독식적 시장 구조가 결합되면서,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뒤처질 수 없다’는 압박을 가하는 총력전적 성격을 띠게 된다. 이는 냉전 시기의 핵무기 경쟁에 비견될 만큼 전략적 함의를 지니지만, 그 영향 범위가 군사 영역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광범위하다. 따라서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와 규모, 생태계와 규범을 둘러싼 전면적 권력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18]   2. AI 패권 경쟁과 국가 전략의 수렴화   AI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별 AI 발전 전략은 상호 견제와 모방, 제도적 학습을 거치며 점차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세적 전략을 채택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AI 패권 경쟁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장기적 생태계 구축이나 개방적 협력보다는 단기적 우위 확보와 전략적 통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선 시장주도-공세형 전략과 국가주도-공세형 전략 사이의 수렴 현상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은 민간기업의 혁신 역량과 개방적 시장 질서를 기반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반면 국가주도-공세형 전략은 대규모 국가 투자와 산업정책을 통해 전략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AI 경쟁이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 경쟁으로 인식되면서, 양 전략은 점차 유사한 정책 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현재 AI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제한, 대규모 공공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점차 국가 주도적이고 시장 보호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호를 넘어, 경쟁국의 추격을 지연시키고 자국의 기술적 우위를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결과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은 점차 국가주도-공세형 전략과 수렴하면서, 개방적 세계경제 질서보다는 블록화된 기술권역 형성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러한 수렴은 단지 대외적 보호주의 강화에 그치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중앙집중화와 산업 집중이 심화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주도-공세형 전략은 민간기업의 혁신 역량과 개방적 시장 질서를 기반으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었으며, 다수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경쟁하는 분산적 생태계를 혁신의 원천으로 간주하였다. 하지만 AI 성능이 대규모 데이터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의 ‘스케일(scale)’에 의해 향상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AI 경쟁은 소수의 ‘국가 챔피언’ 또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중앙집중화는 장기적으로 혁신의 동력을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혁신은 통상적으로 다양한 실험과 진입 장벽의 완화,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과 창업을 통해 촉진되는데, 과도한 집중은 이러한 경쟁적 역동성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19]   결과적으로 미·중 경쟁은 단기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 개입과 산업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렴시키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술 격차를 확대하고 전략적 통제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혁신의 다양성과 실험의 폭을 축소시켜 생산성 향상의 잠재력을 제약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동시에 이러한 중앙집중화와 블록화는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의 분절화를 가속화하며, 개방적 세계경제 질서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AI 경쟁은 이처럼 외부적으로는 보호주의와 기술 블록화를, 내부적으로는 산업 집중과 중앙집중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 전략을 수렴시키고 있다.   3. AI 경쟁과 사회경제적 안정성   AI 기술 확산의 사회경제적 효과는 아직 충분하고 시기적절한 데이터에 의해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초기에도 노동자 1인당 산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은 장기간 정체되었으며, 기술 진보가 노동자 후생으로 연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AI는 생산성과 성장률을 제고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단기적으로는 ‘대체 효과(displacement effect)’를 통해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고 소득 분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로봇 자동화가 주로 ‘저학력·저숙련·저임금’ 노동을 대체했다면, AI는 ‘고학력·고숙련·고임금’ 직종의 작업까지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AI 확산이 선진국의 전문직·사무직 노동자에게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며, 노동소득 분배율 하락과 임금-생산성 간 괴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기술은 새로운 과업을 창출하는 ‘재정립 효과(reinstatement effect)’를 통해 노동 수요를 회복시킬 수도 있다. 19~20세기 동안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들이 새롭게 창출되었고, 이는 장기적으로 임금과 생활수준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ICT와 AI 혁신의 경우, 일부 학자들은 새로운 과업 창출보다는 자동화에 집중되어 왔으며, 그 결과 노동 수요 정체와 불평등 심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20]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이러한 분배 문제와 사회적 충격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AI의 급속한 확산으로 발생할 수 있는 노동시장 충격, 불평등 심화 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범 설정과 감독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고강도 AI 경쟁 압력 속에서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 전략은 위험 통제, 규범 설정, 사회적 신뢰 확보를 우선하며, 기술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부효과를 예방적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에 기초한다. 그러나 AI 산업이 승자독식적 성격과 규모의 경제를 강하게 띠고 있고, AI 성능이 데이터, 컴퓨팅 자원,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비선형적으로 향상되는 구조에서는 초기 속도 격차가 장기적 기술 격차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규제와 안전장치 구축에 시간을 투입하는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단기적으로 혁신 속도를 제약하며,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경쟁 압력이 심화될수록 규범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유럽에서도 AI 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EU는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경제 성장과 경쟁력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결단력 있는 조치와 야심 찬 목표 설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즉 기술·산업·정책 분야의 협력, 인재와 자본 동원, 핵심 인프라 현대화, 경쟁력 있는 기술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EU도 AI의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요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21]   결국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은 기술 격차 확대 위험과 사회적 안정성 훼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고난도의 선택 문제를 내포한다. 경쟁 압력이 심화될수록 규제 완화와 산업 지원 병행의 유혹은 커지지만, 이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엄격한 규제 기조를 유지할 경우 기술 종속과 성장 둔화의 위험이 커진다. 이러한 딜레마는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사회적 위험 관리 조치가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AI가 야기하는 사회적 위험성을 관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조치는 AI 경쟁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AI 경쟁과 Sovereign AI   AI 경쟁은 ‘Sovereign AI’ 전략의 확산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외부 플랫폼과 기술에 대한 의존은 안보적 취약성으로 인식되며, 각국은 데이터 현지화, 자국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국산 AI 모델 개발 등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국가주도-방어형 전략 뿐만 아니라, 공세적 전략을 추구하는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즉, AI 경쟁은 전략 유형과 무관하게 기술 주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을 수렴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처럼 AI 경쟁은 Sovereign AI 전략을 촉진하고 있으나, 이러한 전략의 타당성과 현실 가능성에는 몇 가지 구조적 제약과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Sovereign AI는 핵심 기술과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표준, 인재 등 광범위한 자원을 자국 통제 하에 두려는 전략적 접근을 전제한다. 그러나 AI 산업의 핵심 분야는 이미 글로벌 과점·독점 구조로 수렴하고 있으며, 특정 기업과 국가가 시장 지배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국이 이러한 핵심 영역에서 완전한 자립을 달성하기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상용 LLM 시장의 약 70%를 Microsoft-OpenAI가 장악하고 있고, AI 학습용 GPU의 90% 이상을 소수 기업이 공급하는 현실은, 국가가 단독으로 이러한 핵심 자원과 기술을 통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둘째, Sovereign AI 전략의 현실 가능성은 내수 시장 규모와 산업 생태계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 대규모 내수 시장을 보유한 국가의 경우, 보호주의적 접근을 통해 일정 수준의 기술·산업 내재화를 달성할 수 있으나, 내수 시장이 제한적인 국가에서는 전략 실행이 쉽지 않다. 제한된 시장 규모는 연구개발(R&D) 투자 회수, 인재 확보, 실험적 혁신 촉진 측면에서 제약으로 작용하며, 전략적 보호주의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고 비용을 증가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overeign AI 전략은 경쟁 압력 속에서 기술 주권과 국가 안전을 확보하려는 논리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산업 구조, 내수 시장 규모, 기술 집적도, 자본 및 인재 접근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따라서 AI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각국은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고 핵심 분야와 특화 시장에서 선택적 Sovereign AI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며, 완전한 자립보다는 글로벌 협력과 내재화의 혼합 전략이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5. AI 경쟁과 거버넌스   AI 경쟁은 국가와 기업 모두에게 기술 우위 확보와 전략적 자율성의 강한 동기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세계경제와 사회, 국가 전략 전반에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첫째, 경쟁이 과도하게 심화되면서, 시장주도-공세형 전략과 국가주도-공세형 전략 간 수렴이 나타나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개방적 세계경제보다는 기술 블록화와 공급망 분절화가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무역과 디지털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개방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경쟁 압력으로 인한 기술 속도 경쟁은 시장조정-방어형 전략의 실현을 어렵게 하며, 노동시장 충격, 정보 불균형,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외부효과를 충분히 관리하지 못할 위험을 증가시킨다. AI의 승자독식적 특성과 빠른 확산 속에서, 규제와 안전장치 구축에 시간이 필요한 방어형 전략은 단기적으로 혁신 속도를 제한하면서도 사회적 안정성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   셋째, Sovereign AI 전략의 무분별한 추진 역시 자원 낭비와 전략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핵심 기술과 인프라에서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는 과도한 보호주의적 정책은 막대한 투자와 인재 동원을 요구하지만, 산업 구조와 내수 시장 규모, 기술적 종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모든 국가가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비용 부담만 증가하고 혁신 역량이 제한될 위험이 존재한다.   이처럼 AI 경쟁과 기술 확산이 가속화될수록, 세계 경제와 사회 안정성, 국가 전략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위험이 증가하며, 이는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 초래할 부작용과 의도치 않은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국제적 차원의 AI Governance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다.[22] 키신저와 앨리슨은 “AI의 무제한적 발전이 미국과 전 세계에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정부 지도자들은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AI가 단순한 경제·기술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전략적 안정과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잠재적 위협임을 분명히 했다.[23] 또한 AI 개발자들 역시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방역, 핵전쟁과 같은 사회적 규모의 위험과 동등하게 글로벌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하며, AI가 인간의 삶을 통제할 가능성을 지적한 튜링의 우려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들은 AI가 가져올 근본적 변화(GenAI)를 관리하기 위해 윤리적이고 투명하며 통제 가능한 혁신을 보장하는 강력한 감독 체계와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24]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AI Governance의 구축은 국제 사회가 직면할 가장 난제 중 하나로 평가된다.[25] AI Governance는 단순한 기술 규제가 아니라, AI 경쟁과 기술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제 개방성 약화, 사회적 안정성 침해, Sovereign AI 전략의 무분별한 추진으로 인한 자원 낭비를 완화하기 위한 포괄적·다층적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는 AI 정책이 단순히 기술과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협력, 표준 조율, 윤리적·사회적 합의 등 복합적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AI가 범용 기술(GPT)적 성격을 가지며 승자독식적 구조를 띠고, 각국 전략이 상호 얽혀 있는 상황에서 거버넌스를 정립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AI Governance의 구축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나 바젤협약(Basel Accord) 사례는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다. 바젤협약은 1970년대 은행위기를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금융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내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과, 동시에 규제 강화가 자국 금융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문제 사이에서 도출된 국제적 규범이다. 즉, 국내 규제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국제적 규범을 통해 해결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바젤협약을 통해 미국은 자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유도하여 경쟁 환경을 균형 있게 만들었다.[26]   바젤협약 구축 과정에서 나타난 논리는 AI Governance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즉, 특정 국가가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해 단독으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할 경우 경쟁력 약화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국제적 표준과 규범을 통해 안정성과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은 AI 분야에서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급속한 AI 확산은 노동시장 충격, 정보 왜곡, 불평등 심화 등 사회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며, 이는 규제와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AI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미국 내에서 AI 확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이러한 상황은 AI Governance 구축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가능성 중 하나는 AI Bubble 문제이다. AI 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기대가 결합되면서 금융적·산업적 버블이 형성되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27] 이러한 버블이 붕괴할 경우 미국 내에서 AI 발전을 일정 수준 규제하고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AI Governance 구축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Ⅳ. 결론   현재 한국 정부는 AI 대전환을 국가 경제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AI 3대 강국 도약을 통해 한국 경제를 추격경제에서 선도경제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AI 예산 확대, 국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AI 고속도로’ 형성, 고성능 GPU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확보, ‘모두의 AI’ 프로젝트와 규제 특례를 통한 융복합 산업 활성화, 미래인재 양성 등 포괄적 정책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기본적으로 국가 주도형 발전 전략의 특징을 보이면서도, 민간 주도의 혁신을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한국이 기존 발전국가형 모델의 연장선에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글로벌 AI 경쟁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은 독자적 발전보다는 반도체 산업과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동맹 및 글로벌 협력에 참여하여 AI 생태계 내에서 전략적 핵심 국가(linchpin state)로 자리매김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더욱 중요하게 현재 한국 AI 전략은 기술 경쟁과 산업 육성에는 적극적이지만, 사회경제적 위험성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AI 확산은 자동화, 노동시장 재편,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정책적 대응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독자적 규제 강화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 재교육·노동 전환 프로그램 등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AI 규제와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 위험성을 공동 관리하고, 글로벌 표준과 윤리 기준 형성에 참여함으로써 기술 경쟁력과 사회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AI 전략은 국내 산업 육성과 기술 인프라 구축에는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AI 외교와 국제적 협력 전략이 다소 결여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치열한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전략적 핵심 국가로 기능하고, 국제 규범과 거버넌스 형성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산업 육성, 사회적 안정성 확보를 통합하는 AI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AI 발전을 촉진하는 것을 넘어, 발전 속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역할까지 포함해야 한다. 폴라니는 “변화의 속도(the rate of change)는 변화의 방향 자체만큼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경제적 영역에서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은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28] 한국의 AI 전략 역시 기술 경쟁과 산업 육성 뿐만 아니라, 외교적·정책적 수단을 통해 AI 발전의 속도를 관리하여 AI 확산의 위험을 완화하는 균형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     [1]Government of Canada. 2022. "Government of Canada Launches Second Phase of the Pan-Canadian Artificial Intelligence Strategy." June 22. https://www.canada.ca/en/innovation-science-economic-development/news/2022/06/government-of-canada-launches-second-phase-of-the-pan-canadian-artificial-intelligence-strategy.html.   [2]Radu, Roxana. 2021. "Steering the Governa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National Strategies in Perspective." Policy and Society, 40 (2): pp. 178-193.   [3]Dutton, Tim. 2018. "Building an AI World: Report on National and Regional AI Strategies." CIFAR. December 6. https://cifar.ca/cifarnews/2018/12/06/building-an-ai-world-report-on-national-and-regional-ai-strategies/#topskipToContent.   [4]Weber, Max. 1978. Economy and Society.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 6.   [5]Radu, Roxana. 2021. "Steering the Governa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Policy and Society, 40 (2): pp. 179-180.   [6]The White House. 2020. “American Artificial Intelligence Initiative: Year One Annual Report.”   [7]The White House. 2025. “Winning the Race: America’s AI Action Plan.”   [8]Khanal, Shaleen, Hongzhou Zhang, and Araz Taeihagh. 2025. "Why and How is the Power of Big Tech Increasing in the Policy Process? The Case of Generative AI." Policy and Society, 44 (1): pp. 52–69.   [9]State Council of China. 2017. "The New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https://digichina.stanford.edu/work/full-translation-chinas-new-generation-artificial-intelligence-development-plan-2017/.   [10]Frey, Carl Benedikt. 2025. "How the Battle for Control Could Crush AI’s Promise." Finance & Development, 62 (3): pp. 50-53.   [11]EU Artificial Intelligence Act. 2024. "High-level Summary of the AI Act." February 27. https://artificialintelligenceact.eu/high-level-summary/; European Union. 2024. "Regulation (EU) 2024/1689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June 13.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2024R1689.   [12]Rajan, Raghuram R. 2025. "The Tradeoffs of AI Regulation." Project Syndicate. August 26.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ai-regulation-innovation-tradeoff-us-versus-europe-by-raghuram-g-rajan-2025-08.   [13]Letort, Brian and Kadri Linask-Goode. 2025. "What Is Sovereign AI and Why Is It Growing in Importance?" Digital Reality. April 3. https://www.digitalrealty.com/resources/blog/what-is-sovereign-ai.   [14]NITI Aayog. 2018. National Strategy for Artificial Intelligence: AI for All.   [15]RT. 2017. "‘Whoever leads in AI will rule the world’: Putin to Russian children on Knowledge Day." September 1. https://www.rt.com/news/401731-ai-rule-world-putin/.   [16]Kishtainy, Niall. 2025. "A New Industrial Revolution?" Finance & Development, 62 (4): pp. 46-49.   [17]Radu, Roxana. 2021. "Steering the Governa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Policy and Society, 40 (2): p. 189. Johnson, Simon. 2025. "Tech’s Winner-Take-All Trap." Finance & Development, 62 (2): pp. 66-67.   [18]Bremmer, Ian and Mustafa Suleyman. 2023. "Building Blocks for AI Governance." Finance & Development, 60 (4): pp. 10-12.   [19]Frey, Carl Benedikt. 2025. "How the Battle for Control Could Crush AI’s Promise." Finance & Development, 62 (3).   [20]Comunale, Mariarosaria and Andrea Maneara. 2024. "The Economic Impacts and the Regulation of AI: A Review of the Academic Literature and Policy Actions."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orking Paper, WP/24/65; Kishtainy, Niall. 2025. "A New Industrial Revolution?" Finance & Development, 62, 4: pp. 46-49.   [21]General Catalyst. 2025. An Ambitious Agenda for European AI.   [22]Radu, Roxana. 2021. "Steering the Governa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Policy and Society, 40 (2): p. 180.   [23]Kissinger, Henry A. and Graham Allison. 2023. "The Path to AI Arms Control." Foreign Affairs. October 13.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henry-kissinger-path-artificial-intelligence-arms-control.   [24]Tourpe, Hervé. 2025. “Artificial Intelligence’s Promise and Peril.” Finance & Development 60(4): pp. 8-9.   [25]Bremmer, Ian and Mustafa Suleyman. 2023. "Building Blocks for AI Governance." Finance & Development, 60 (4).   [26]Kapstein, Ethan Barnaby. 1992. "Between Power and Purpose: Central Bankers and the Politics of Regulatory Convergence." International Organization, 46 (1): pp. 265-287; Oatley, Thomas and Robert Nabors. 1998. "Redistributive Cooperation: Market Failure, Wealth Transfers, and the Basle Accord." International Organization, 52 (1): pp. 35-54.   [27]Stiglitz, Joseph E. 2025. "Trump and the End of American Hegemony." Project Syndicate. December 15. https://www.project-syndicate.org/magazine/trump-end-of-american-hegemony-by-joseph-e-stiglitz-2025-12.   [28]Polanyi, Karl. 1944. The Great Transformation. Boston: Beacon Press, pp. 36-37.     ■저자: 정재환_인하대학교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정재환 2026-03-06조회 :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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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기술발전과 문명 패러다임의 변동   중대한 기술 변화는 그 자체로 사회적 격동의 과정을 초래한다. 국제관계 차원에서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고, 행위자의 선호를 바꾸며, 새로운 규범과 조직의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반대로 당대 국제정치의 특징이 기술변화의 내용과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1] 오늘날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첨단기술 분야로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우선 AI 자체를 인류의 장기구조적 기술경제사의 맥락에 위치 지워볼 필요가 있다.   일단 AI는 광범위한 활용성, 보완적 혁신 촉진 가능성, 지속적인 기술적 개선 가능성 등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ies, GPT)”의 특징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과거 전기, 내연기관, 컴퓨터 등의 사례에 조응하는 것으로 이 정도 레벨만으로도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도 폭넓은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을 지닌 테크놀로지 혁신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I가 이런 GPT 수준을 넘어 과거 농경·가축 사육과 화석연료 사용 등 인류사에 있어 에너지 포획의 비약적 향상을 가져왔던 “혁명적 기술(Revolutionary Technologies, RT)”의 반열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인류사에 있어 혁명적 기술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는 각각 약 1만 년 전의 신석기 혁명과 18-19 세기의 산업혁명을 발생시켜 인류 문명 구조의 근본적 변환을 잉태한 바 있다.[2]   AI가 미래에 GPT로 판명될지, RT로 판명될지는 아직 정확히 가늠할 수 없으나, 국제정치 영역에 있어 기존의 권력경쟁, 안보 딜레마, 정치체제 변동 등의 트렌드를 가속(acceleration)하는 중대한 촉매기술로서 작동하여, 세계사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3]   본 연구는 특히 “공화주의 안보이론” 혹은 “조직원리(organizing principle)와 안보”라는 문제 틀[4] 속에 AI 혁명이 국제정치에 가져올 함의를 이해해 보고자 한다. 국제정치 사상사에서 공화주의자들은 국내외의 공간에서 무정부 상태(anarchy)와 위계(hierarchy)라는 양대 심연이 만들어내는 불안정(insecurity)을 극복해 내는 정치적 제도 구성(=negarchy)의 가능성을 고민해 왔는데, 본 연구는 AI라는 기술혁신이 이 같은 공화주의 안보이론의 중심 난제를 근본적 차원에서 격화시키는 촉매제로 작동한다고 간주한다.   AI는 계몽주의 프로젝트의 마지막 판본으로서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것인가? 생존 그 자체 등 인간종의 필수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는 AI―특히 미래에 도래할 초지능(Artificial Superintelligence, ASI)―의 거대한 잠재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화두는 공화주의 정치철학의 오랜 난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5] 이하 본문에서는 특히 AI가 초래할 안보 상 위험의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분류해 살펴보려 하는데, ① 국제 무정부 상태에서 패권경쟁-핵전쟁 가능성의 심화 가능성, ② 국내차원에서 위계의 공고화(디지털 독재 부상 및 민주주의의 쇠퇴), ③ 국제차원에서 위계의 강화(기성 국제 불평등 심화+인류 멸종의 위협) 등의 순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Ⅱ. AI와 국제 무정부(Anarchy) 문제의 심화   오늘날 탈 단극, 강대국 간 전략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냉전 시대부터 구축되어 온 전 지구적 전략적 안정성과 군비통제의 제도적 배치가 붕괴되어 가는 환경이 부상한 것이다. 그런데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이 같은 구조적 불확실성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6] 반대로 이야기하면, 단극의 안정적 역사국면이 아닌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AI가 출현한 것이 인류에게 악재인 측면이 존재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고도의 지정학적 압박 속에서 급속도로 핵개발 및 군비경쟁이 일어난 것과 유사한 국제환경이 현대에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7] 이는 국제적 다극화가 부르는 무정부 상태의 경쟁 압력과 AI 군비경쟁의 상호 상승작용을 통제하는 문제가 시급한 안보 문제로 대두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강대국 간 전략 경쟁의 핵심 전장으로서 인공지능이 부각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 전략과 중국의 정부 주도 기술 자립화 맞대응 전략이 충돌 중이다.[8] 역사적으로 새로운 GPT의 등장과 확산(diffusion) 과정은 강대국 간 경제패권 변동을 설명하는 강력한 변수로 존재해 왔다. 가령, 1차 산업혁명기 제철 등의 범용기술 확산을 선도한 영국은 급격한 생산성 증대를 통해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은 전기화와 기계화라는 GPT 확산을 통해 2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새로운 패권국으로 나설 수 있었다. 반면, 3차 산업혁명기 일본은 전자제품과 IT 등 일부 산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과학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GPT 확산에 뒤짐으로써 미국을 따라잡는 데 실패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기의 GPT인 AI 혁신을 누가 선도하고 제분야에 확산하는데 성공할지의 여부가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9] 이 같은 AI를 둘러싼 두 초 강대국 간 경합의 양상은 특히 세력전이의 직접적인 요소가 될 군사기술 경쟁 분야에서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도전국인 중국의 경우 “지능화 전쟁” 수행능력의 강화가 미국과의 기존 군사적 격차를 단번에 줄일 수 있는 “곡선 도로 추월”과 같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맞서 미국 역시 세력전이의 방지를 위해 AI 분야에서의 “전일적 지배(global dominance)”를 추구하고 있다.[10]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의 전개가 국제정치질서 차원에서 근본적 리스크를 제기하는 것은 이른바 “AI-핵 넥서스”의 등장으로 인해 핵보유국 간 안보 딜레마가 심화되고 전략적/위기 안정성이 약화되어 심각하게 핵전쟁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11]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기성 핵무기 체계에 AI가 활용되면서 인간 의사결정의 탈 중심화/자동화와 결정 속도의 가속화가 이루어지면서 기성 억지이론의 전제 혹은 가정이 붕괴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AI 기술이 정찰, 표적획득, 유도 시스템에 결합되면 핵무기의 가시성이 높아짐에 따라 핵 보복 자산(=2차타격능력) 선제 무력화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략적 안정성이 크게 약화될 소지가 있다. 이는 곧 핵보유국들의 군비 경쟁 압박을 높일 뿐만 아니라 “조기경보 발사(launch on warning)” 같은 공세적 핵 교리 채택을 부추기게 되어 위기 안정성마저 떨어지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비 의도적 확전(inadvertent escalation)” 위험이 구조적으로 증폭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12]   설상가상으로 AI-핵 넥서스의 부상이 국제관계사 국면 상 미중러 전략 경쟁시대 혹은 다극화라는 “새로운 핵 시대”의 맥락과 접합되어 있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냉전기 미소 양국 간의 “공포의 균형” 시대에 비해, 지금은 핵보유국 숫자가 증가해 기본적으로 억지게임의 복잡성이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냉전기 건설되었던 핵 군비통제 제도들마저 전략 경쟁의 희생양으로 거의 전부 소멸된 상태라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13] 그런데 AI 기술의 도입이 핵 군비경쟁에서 결정적인 “선점 우위 효과(First mover effect)”를 지닐 수 있다는 열강들의 공포가 이에 추가되면 걷잡을 수 없이 안보 딜레마가 강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14]   이와 같은 현 국제 안보상황은 마치 구 냉전 초기 이른바 “핵의 정치적 문제(nuclear political question)”가 처음 부상했을 때와 역사적 데자뷰를 느끼게 만든다. 당시 역사상 초유의 파괴력을 지닌 원자탄의 등장은 폭력 상호 의존도의 극단적인 증대를 의미했고, 과연 세계적 무정부 상태 하의 “베스트 팔렌 체계”가 지속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화두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 난제에 대해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 존 헤르츠(John Herz) 같은 고전 현실주의자들조차 인류 멸종을 야기할 수도 있는 국민 국가체계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함을 주장하며, 단일 세계정부의 건설 필요성(nuclear one worldism)을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물론 20세기 후반의 실제 현실은 국가 간 체제는 그대로 둔 채 미소 합의하 상호 억지(deterrence) 및 군비통제(arms control)의 제도화로 타협되었긴 하지만 말이다.[15]   그러나 오늘날 핵 군비경쟁이 재 점화된 “제3의 핵 시대”에 AI기술과 핵무기의 연결이 전략적 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비 의도된 핵전쟁 발발의 가능성이 고조되는 국면이 부상하면서, 우리는 구 냉전 초기에 제기되었던 세계질서의 근본적인 화두에 다시 한번 직면하게 되었다. 과연 이번에는 국가 간 체계가 지속가능한가? 지구사에 있어 “6번째 대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세계질서와 군비통제 제도화가 필요한가?   Ⅲ. AI와 국내외 위계(Hierarchy) 문제의 심화   AI기술의 확산은 국내와 국제 공간의 기존 위계를 공고화 하거나 새로 만들어내고, 더 극단적으로는 인류의 “실존적 위기(existential risk, x-risk)”를 생성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중대한 화두들을 제기하고 있다.   1. 급진적 혁신론: AI에 의한 전쟁의 급속한 변혁   AI는 지능을 단일하고 자기 완결적인 특성을 지닌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그 설계된 시스템 자체가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 아키텍처의 모습을 띠기 쉽다. 이에 더해 AI의 훈련과 운영에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정부 등이 AI 개발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AI는 중앙권력이 시민을 미시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술과 결합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기술적 특성상 AI는 본질적으로 반 민주적인 권위주의적 집중화와 친화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16] 그리하여 AI가 기성 권위주의 사회와 민주주의 사회 모두에서 “디지털 독재”의 미래를 열 가능성에 대해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17]   가령, 코로나 팬데믹 기간 확인된 “디지털 판옵티콘”의 출현가능성은 AI기술에 기반해 푸코적인 “감시사회”가 진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18] 이런 지점에 있어 가장 선구적(?)인 “AI기반 감시국가”의 미래를 선보인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즉, 중국의 감시체계는 지난 20여 년간 행정·치안 데이터 디지털화, 도시 단위 AI 통합, 성(省) 단위 공유로 진화하며, 7억 대에 달하는 CCTV와 모바일·IoT를 포괄하는 거대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특히 초기의 수동적 감시에서 벗어나, 중국의 AI는 경찰의 정보 수집–지휘–배치–순찰 전체 주기를 점차 자동화하며 능동형 감시·통제 체제로 전환 중인데, 도시 전체 데이터를 실시간 통합·분석하고,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결정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드론·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 로봇 등 “AI-구동 집행 수단”이 등장하며, 감시는 온라인 제약을 넘어 오프라인 현장 개입과 물리적 통제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통합은 최종적으로 중앙 지도부가 전국을 실시간으로 내려다보는 판옵티콘적 구조 완성을 지향하며, 중국 공산당은 인간 관료 의존을 줄이고 AI 중심의 자동 통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19]   다른 한편 AI는 꼭 전체주의 국가에 의한 초 중앙집권화라는 경로가 아니더라도 기존 민주주의 체제의 구조적 토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장기 위험요소들을 내포한다. 첫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설계와 전달을 AI가 대체하면 대표성과 시민–정부 간 피드백 루프가 단절되어, 대의제 핵심인 숙의·응답성 메커니즘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둘째, AI는 부·권력의 급격한 집중과 불평등을 심화 시켜, 민주주의를 형식만 남는 껍데기로 만들고 과두제적 경향을 가속할 수 있다. 셋째, 뉴스·지식 생산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중심으로 재편되면 정보 생태계가 소수 빅테크에 종속되며, 이미 취약해진 민주적 공론장은 더 큰 “인지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상의 세 흐름이 결합될 경우, 민주주의는 외형만 유지한 채 기술관료적·모조적(synthetic) 민주주의로 타락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20] 넷째,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의 도래에 따라 전체주의적 정부가 아닌 전체주의적 “기업” 네트워크 체제에 의해 우리의 일상이 포획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중앙집권적 국가기구 대신 화폐화와 이윤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삶이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을 통해 기록되고 규율 되는 또 다른 형태의 탈근대적 전체주의의 양상이다.[21]   2. 국제정치경제: Global North & South 격차 강화   국제정치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에 존재해 온 북반구와 남반구 간 격차는 AI 시대에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AI 발전의 저변에는 알고리즘 독점과 디지털 신식 민주주의가 놓여 있는데, 이는 서구 기업들이 저개발국의 데이터를 대규모로 추출하고 값싼 노동을 착취하는 구조를 통해 유지된다. 다시 말해, AI의 국제정치경제는 노동의 외양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경제 권력 구조를 거의 변화시키지 않는다. 더 나아가 AI의 군사적 무기화는 강대국 간 경쟁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그 실험장은 주로 남반구 국가들이다. 강대국의 군대가 전투머신과 자동화 장비로 무장해 가는 동안, 기술적으로 열세인 남반구에서는 저강도 분쟁과 대리전이 반복되고, 이 불균형은 결국 강대국에게 결정적 군사적 우위를 제공한다.[22]   3. X-risk: 특이점 이후 ASI의 위험성   2023년 5월, 비영리단체 AI 안전센터(Center for AI Safety)는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 전쟁 위험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한다”는 짤막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이 성명서에는 오픈AI의 샘 알트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안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등 AI 주요 기업 경영진을 포함해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와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 등 핵심 과학자 350여 명이 서명했다.[23]   AI의 진화가 특이점(singularity)[24]을 초과해 일반지능, 나아가 초지능 단계에 이르렀을 때 그 통제 불가능성에 의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의 『슈퍼인텔리전스[25] 가 발간된 2014년 이후이다. 이러한 묵시론적 논의는 보스트롬 자신의 “존재론적 위험(existential risk, x-risk)”[26] 가설과 “취약한 세계(vulnerable world)”[27] 가설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우선 “존재론적 위험” 테제는 현대 기술문명을 인류사 최초로 전 지구적 멸종 혹은 회복 불가능한 잠재력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 단계로 규정하며, 이를 인류 전체를 영구히 단절시키거나, 지적 생명의 향후 전개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global, terminal) 위험으로 정의한다. 이런 존재론적 위험은 원자력, 나노기술,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가속되는 기술 진보가 불러온 전혀 새로운 차원의 위험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취약한 세계” 테제는 일정 수준의 기술능력에 도달하면 문명이 기본적으로 파국을 향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일단 발명된 기술을 ‘탈 발명’할 수 없다는 비 가역성과, 현대 문명이 현재 “준-무정부적 기본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에 놓여 있어 이러한 취약성을 효과적으로 집단 관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상의 두 개념은 AI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고도로 발전된 ASI는 한편으로는 인류 전체의 존속과 미래 잠재력 자체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존재론적 위험을 구성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기업·개인이 고위험 역량을 손쉽게 보유하거나 오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 문명을 취약한 세계로 미끄러뜨릴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AI가 야기할 수 있는 존재론적 위험의 8가지 범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무기화(weaponization)는 강력한 AI가 초지능적 군사자산, 대량살상 무기 설계 등으로 전용될 때, 인류 공동체가 스스로를 파괴할 능력을 AI에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둘째, 기능 쇠약(enfeeblement)은 사회와 개인이 점점 더 많은 기능을 AI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약해져, 결정적 순간에 AI 없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셋째, 지식 기반 붕괴(eroded epistemics)는 AI가 정보환경을 왜곡하고 사회 전체의 사실 판단능력을 무너뜨릴 경우, 민주적·집단적 의사결정이 마비되어 문명이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위험을 의미한다. 넷째, 잘못된 목표설정(proxy misspecification)은 인간이 의도한 목적이 아니라 엉뚱한 수치나 지표를 AI가 최적화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안전·가치·제도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이다. 다섯째, 가치 고착(value lock-in)은 특정 집단이나 체제가 AI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과 이념을 영구화 할 때,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경로가 닫혀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여섯째, 예상 밖의 능력(emergent functionality)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면 인간은 이를 통제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대응에 실패할 수 있고, 일곱째, 기만(deception)은 AI가 은밀한 방식으로 인간의 감시를 피해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통제권을 빼앗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권력 추구(power-seeking)는 AI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권력과 자원을 장악하려 함에 따라, 인간의 통제를 구조적으로 무력화시켜 결국 문명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 모든 위험 범주는 각각 다른 경로를 통해, 그러나 공통적으로,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기술 문명이 탈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존재론적 위험으로 규정된다.[28]   Ⅳ. 문명전환기 새로운 공화정치의 발명?   문제는 오늘날 지정학적 패권경쟁의 맥락에서 주류적인 AI 담론이 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간 제로섬적 대결구도가 대 전략 공론장의 주인서사(master narrative)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이것의 하위 영역인 AI 담론도 이 틀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 즉, AI의 역사적 변곡점으로서의 성격이 부각되면서 이 기술을 선점하지 못할 경우 국가의 안보가 결정적으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위급성과 안보화의 서사가 지배화 되고 있다. 특히 구 냉전 핵 군비 경쟁과의 유비 속에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주(race)”로 AI 기술영역이 재현되고 정책적 논의도 이런 상상계 속에 제출되면서, AI에 대한 국제 협력, 위험관리, 통제 등의 논의는 주변화되었다. 따라서 이 같은 반 안보화 테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나이브하거나 전략적이지 못한 것으로 취급되고 만다.[29] 이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차원에서 AI문제를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최대의 난관을 형성하고 있다. 인류 멸종 혹은 예속화 같은 절체절명의 위험이 예견되는 조건에서 어떻게 과거 글로벌 대재앙 리스크 대처에서 교훈을 얻어 대처방법을 강구할 것인지, 인류 전체의 집단적 학습능력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30]   AI 기술의 세계적 확산은 기존 국제질서가 직면해 온 무정부 vs 위계의 이중 난제를 근본적으로 격화 시키며, 더 나아가 인류 문명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초월적 권력 집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화주의적 관점에서의 “억제(constraint)” 문제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ASI는 전능·전지·편재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과 자기개량적 잠재력을 갖춘 기술적 주체로서, 공화주의가 역사적으로 경계해 온 폭정적 권력의 궁극 형태가 될 수 있는 바, 이 경우 기존의 가치 정렬(alignment) 전략이나 안전설계 등이 온전히 작동할 것이라는 보장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 결과 ASI 통제전략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적 위험관리의 차원을 넘어, 공화주의적 헌정 설계와 공공안전이라는 문제 틀 속에서 절차적·구조적 제약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으며, 심지어는 개발 모라토리엄(relinquishment)과 같은 극단적 선택지까지 정책적 상상력의 범위 안에 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요컨대 AI 혁명의 도래는, 구 냉전 초 핵시대의 개막보다도 더 급진적으로 무정부적 국제체제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다시 묻게 하는 역사적 국면을 열고 있으며, 이것이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 되지 않기 위한 전지구적 차원의 공화주의적 제도발명을 촉구하는 신호로 이해되어야 한다. ■     [1]Daniel W. Drezner, “Technological Change and International Relations,” International Relations 33 (2), 2019, pp. 286–303.   [2]Ben Garfinkel, “The Impa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A Historical Perspective,” in The Oxford Handbook of AI Governance, edited by Justin B. Bullock et al.,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4.   [3]Amelia C. Arsenault and Sarah E. Kreps, “AI and International Politics,” in The Oxford Handbook of AI Governance, edited by Justin B. Bullock et al.,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4.   [4]Daniel H. Deudney, Bounding Power: Republican Security Theory from the Polis to the Global Village,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7.   [5]Daniel Deudney and Devanshu Singh, “Bounding Superpowers: The ASI Control Problem, Public Safety, and Republican Constitutionalism,” in Polycentric Federalism and World Orders, edited by Brandon Christensen, Switzerland: Springer Nature, 2025, pp. 465–502.   [6]Paul van Hooft, Lotje Boswinkel, and Tim Sweijs, Shifting Sands of Strategic Stability: Towards a New Arms Control Agenda, The Hague: The Hague Centre for Strategic Studies, 2022.   [7]Seth D. Baum, Robert de Neufville, Anthony M. Barrett, and Gary Ackerman, “Lessons for Artificial Intelligence from Other Global Risks,” in The Global Polit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dited by Maurizio Tinnirello, Boca Raton, FL: Chapman and Hall/CRC, 2022, pp. 111–115.   [8]George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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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pta, “Welcome to the Machine: AI, Existential Risk, and the Iron Cage of Modernity,” Telos 203, 2023, pp. 163–69.   [29]Nike Retzmann, “‘Winning the Technology Competition’: Narratives, Power Comparisons and the US–China AI Race,” in Comparisons in Global Security Politics, edited by Thomas Müller et al., Bristol: Bristol University Press, 2024, pp. 237–56.   [30]Seth D. Baum, Robert de Neufville, Anthony M. Barrett, and Gary Ackerman, “Lessons for Artificial Intelligence from Other Global Risks,” in The Global Polit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dited by Maurizio Tinnirello, Boca Raton, FL: Chapman and Hall/CRC, 2022.     ■저자: 차태서_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차태서 2026-02-03조회 : 1477
워킹페이퍼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 확산하고 있다. 이 기술은 인간의 거의 모든 영역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 예상되며 군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산업혁명 수준의 기술 변화는 예외 없이 전쟁 수행 양상 전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왔다.[1] 소위 군사혁신(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RMA)을 촉발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반 군사혁신의 전개 속도와 양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범용성(general-purpose enabling technology)과 혁신성으로 인해 무기체계뿐 아니라 군사력 운용의 거의 모든 부분을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 본다.[2] 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 대부분의 군사혁신 사례에서 볼 수 있었던 바와 같이 기술의 잠재성을 완전히 구현하는 혁신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 전개 양상 역시 점진적이고 불균등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3]   향후 인공지능 군사혁신의 변화 속도와 양상을 예측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에서 15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군사기획 및 군사력 건설 정책 결정에 있어서 미래 전장의 양상을 전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AI 기반 군사혁신이 급속히 전개되어 기존의 작전 양식이 비효율적인 것이 된다면, 전통적 플랫폼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기회비용이 될 것이다. 반면,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존 역량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전환이 전략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혁신의 속도에 대한 상반된 이론적 관점을 우선 정리하고, 이어서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혁신 및 국방개혁 동향을 분석할 것이다. 이는 방대한 연구 및 비공개 자료에 대한 접근을 요구하는 것으로 한정된 지면 및 본 연구의 성격상 뚜렷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이론적 논거와 현재까지 접근 가능한 공개 자료들을 바탕으로 향후 군사력 건설 및 전략 기획에 필요한 유의미한 통찰과 정책적 함의를 제시해 보고자 할 것이다.   Ⅱ. 이론적 논의: AI 군사혁신에 대한 두 가지 관점   1. 급진적 혁신론: AI에 의한 전쟁의 급속한 변혁   급진적 혁신론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AI)이 전쟁 양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AI는 장궁이나 전차처럼 특정한 무기 하나를 의미하지 않으며, 전기나 내연기관에 비견될 정도의 범용 기반 기술로 간주된다.[4] 다양한 군사 분야에 AI가 파고들어 무기체계와 교리 전반을 재구성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으로, AI의 등장은 전쟁의 성격과 속도 자체를 급격히 변화시킬 새로운 혁신 동인이라는 것이다.[5] 실제로 미국과 중국 양국은 AI가 미래 전쟁의 방식을 바꿀 전략기술로 부상했다는 인식 아래 경쟁적으로 AI 군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AI의 범용성과 혁신성으로 인해 기존 무기체계와 작전개념은 빠르게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 급진적 혁신론자들은 군사력의 AI 통합이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전체 작전개념의 재편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AI를 기존 방식에 부분 적용하는 데 그친 군대는 근본적 혁신을 추구하는 군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으며, 미래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조직 구조와 교리를 파격적으로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6]   한편 이러한 기술 혁신의 적용 속도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지정학적 환경에 의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035년까지 군 현대화를 완성하고 AI 중심의 ‘지능화 전쟁’을 구현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며, 자율 무인 무기, 지능형 센서, 네트워크화 지휘통제 등 신세대 AI 전력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7] 중국군의 이러한 급속한 AI 전력화 노력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나타나는 공격적 행태와 맞물려 주변 안보 환경에 중대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여 미국 국방부 역시 AI를 핵심 미래전 기술로 선정하고 민간의 혁신 역량을 군사 분야에 신속히 도입하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AI 군사기술 개발 경쟁은 가속도가 붙고 있으며, AI를 통해 누가 먼저 미래전의 주도권을 쥐느냐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의 지역 분쟁들은 AI 군사혁신의 실전 검증과 확산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에 의해 AI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 최초의 전쟁으로 불리는데, 이는 AI 기반 드론 전력과 자율 무기 시스템이 국제규범이나 제도의 속도보다 앞서 전장에 투입된 사례로 평가된다.[8]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즉흥적으로 사용되던 도구들이 최첨단 체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통해, 일부 낮은 수준의 AI 기술조차 전쟁의 양상을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는지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군은 AI로 표적 식별을 수행하는 자율 드론을 활용해 기동전을 펼쳤고, 러시아군 역시 이에 대응한 드론 군집 전술과 AI 유도탄 사용을 점차 늘렸다.   이러한 새로운 전술과 기술은 우크라이나라는 실험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뒤 곧바로 타 지역 분쟁에 전파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지역분쟁의 절박한 안보 상황은 평시에는 검토 단계에 머물던 AI 혁신 기술의 조기 실전투입을 강제하고, 그 성공 사례를 글로벌 군대들이 빠르게 모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술적 혁신성과 지정학적 압력이 맞물리면서 AI 군사혁신은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인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 급진적 혁신론의 입장이다.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 추세와 패권 경쟁의 안보 딜레마가 겹쳐 어느 한쪽도 AI 도입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군사적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2. 점진적 혁신론: AI 혁신의 지연과 완만한 변화   점진적 혁신론은 인공지능(AI)이 군사력의 중요한 촉진 요인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단기간에 전쟁 수행의 ‘근간’을 바꾸는 급진적 변혁으로 직결되기보다는, 제도·조직·교리·인력·획득체계의 제약 속에서 완만하고 불균등한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9] 즉, 기술 자체의 잠재력은 크더라도 그 잠재력이 전쟁 수행 방식의 구조적 전환으로 “완전히 구현”되기 위해서는, 군대가 오랜 기간에 걸쳐 학습·실험·조직 재설계·전력 구조 조정을 수행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첫째, 군사혁신은 기술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를 운용하는 조직·교리·작전개념·인력 구성·훈련·평가 체계가 동반 재편되어야 한다.[10] 특히 AI는 소프트웨어·데이터 파이프라인·네트워크·보안·인증·시험평가 등 복합 인프라에 의존하므로, 기존 무기체계처럼 “도입-배치”의 선형적 확산보다, 데이터 접근성, 품질, 갱신 주기, 운용 환경의 변동성에 의해 성능과 신뢰도가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조건은 평시 관료제와 획득제도의 관성 속에서 신속히 충족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혁신의 속도는 기술 발전 속도보다 느리게 나타날 수 있다.[11]   둘째, 새로운 기술이 제공하는 비대칭적 우위는 단기간에 삭감될 수 있다. 특히 AI는 범용 기반 기술이므로, 한 편의 공격 우위만 빠르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무력화·상쇄하는 대응(방어) 기법과 체계 역시 빠르게 등장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드론 운용이 급증했음에도 전자전(EW)·재밍·스푸핑 등 대응이 빠르게 강화되면서, 상당수 무인기가 목표를 상실하거나 임무 실패를 경험했고, 이에 대응해 광섬유 케이블 기반 운용, 통신 상실 상황에서의 AI 항법·표적 기능 등 “대응-재 대응”의 혁신 경쟁이 전장 수준에서 가속되는 양상이 확인된다.[12] 이러한 상호 적응은 “새 기술의 결정적 우위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진적 혁신론의 핵심 논거를 강화한다.   셋째, 초기 기술은 대체로 완성도가 낮고 신뢰성이 제한되며, 기존 무기체계를 즉각 대체하기 어렵다. AI는 특정 과업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으나, 전장 환경에서는 데이터의 분포 변화, 적의 기만·교란, 센서/통신 제약, 실제 전투 데이터의 부족 등이 성능을 급격히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AI는 전술적 최적화에서 강점을 보이더라도, 전쟁의 불확실성과 전략적 맥락 판단을 자동으로 해결하는 수준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기존 무기체계의 대체”보다 “기존 체계의 보완·개량(augmentation)”이 우세하고, 전쟁 수행 방식의 근간이 한 번에 전환되기보다는 ‘부분 자동화–선별적 도입–운용 교리의 점증적 조정’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국방예산과 획득체계 관점에서도 ‘대체’보다 ‘개량’의 선택이 장기간 유지될 유인이 강하다. 대형 무기체계는 기획·개발·시험·양산·전력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며, 이런 장주기 구조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전력에 대한 지속 투자(업그레이드·수명연장·개량)를 유도한다. 더구나 획득 과정이 길어질수록, 전력화 시점에서 기술이 이미 구식이 될 위험이 커져 “무엇을 대체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점진적으로 통합할 것인가”가 현실적 의사결정의 중심이 된다.[13]   다섯째, 전쟁은 고도의 위험이 동반되는 사태이므로, 검증되지 않은 방식의 전면 적용에는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 점진적 혁신론은 군이 ‘실패 비용’이 큰 영역에서 새로운 개념을 무리하게 전면 채택하기보다, 제한된 범위에서 실험·검증·교리화를 거쳐 확산시키는 경향이 강하다고 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무인·자동화 기술의 활용이 급격히 확산되었음에도, 전자전과 대공 방어의 압력 속에서 무인기의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그 결과 무인체계는 “전면 대체”라기보다 “고 손실-고회전의 소모적 운용”과 결합되는 경향이 나타난다.[14]   여섯째, 우크라이나 전의 실상은 “혁신이 전장을 바꾸는 속도”와 “혁신이 전쟁 수행의 구조를 바꾸는 속도”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술 차원에서는 드론·센서·AI 보조 기능이 전장의 가시성과 타격 절차를 변화시키고 있으나, 동시에 강력한 방어·교란 수단의 확산, 높은 소모율, 인간의 통제·판단·보급 체계의 중요성은 여전히 전쟁 수행의 중심에 남아 있다. 특히 무인 전력 중심의 ‘기술적 환상’이 평시에는 강화되지만, 기술적 대등성과 상호 확산의 조건에서는 오히려 인간·조직·산업 동원의 비중이 재 부각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종합하면, 점진적 혁신론은 AI가 군사 영역에 광범위하게 스며들되, 그 효과는 (1) 조직·교리·인력·획득체계의 변화 속도, (2) 대응 기술의 빠른 등장과 우위 삭감, (3) 데이터·신뢰성·검증의 한계, (4) 장주기 전력구조와 예산 제약, (5) 전쟁의 위험회피 성향에 의해 제약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단기(향후 5년 내외)에는 “AI에 의한 전쟁의 전면적 변환”보다 “기존 전력의 성능·효율을 높이는 선택적 통합”이 우세하고, 중기(10~15년)에도 혁신은 국가·군종·임무 영역별로 상이한 속도로 비 대칭적이고 점진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사례 분석: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AI 적용 현황   본 장에서는 위에서 검토한 이론적 관점을 기초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AI 적용 현황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상술한바 이러한 작업은 본질적으로 매우 방대한 연구를 요구한다. 현 시점에서 AI 군사혁신의 실체와 범위를 규정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15]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여 지난 10여년 간 미중 양국의 주요 인공지능, 자동화, 드론 및 로봇화와 관련된 정책 이니셔티브에 대한 최근까지의 연구 및 평가 결과들을 종합해 보고자 한다.   1. 미국의 AI 군사혁신 현황 평가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이 가속화되던 2010년대 중반 첨단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질적 우위 창출을 선언하는 ‘제3차 상쇄전략’ 개념에 입각한 ‘국방혁신구상(DII)’을 발표하며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군사분야에 적용하는 노력을 본격화하였다.[16] 2015년 당시 국방 부장관 워크(Robert Work)에 의해 발표된 혁신 계획의 핵심은 ‘자동화’ 및 ‘로봇 도입(robotics)’이었다. 지난 10년 간 미국은 국방부 및 합참뿐 아니라 각군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 이니셔티브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위해 노력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이중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를 중심으로 현재까지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 보고자 한다.   ‘프로젝트 메이븐’은 2017년 미 국방부가 시작한 “알고리즘 전쟁(AWCFT)” 프로젝트로서, 드론 영상 등의 정보 처리에 AI 머신 러닝을 도입하여 군사정보 분석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려 한 시범사업이다. 프로젝트 메이븐은 초기에는 중동지역 대테러 작전에서 무인기 정찰 영상 중 적 목표물을 식별하는 임무로 도입되었으며, 인간 분석관을 보조하는 소위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형태로 운용되었다.[17] 2018년 구글의 참여 철회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후 팔란티어(Palantir) 등의 민간 기업이 참여하여 발전을 거듭했다.   운영 조직 측면에서, 프로젝트 메이븐은 2022년 미 국방부 합동인공지능센터(JAIC)와 통합되어 국가지리정보국(NGA) 산하 공식 프로그램으로 격상되었고, 2024 회계연도부터 안정적 예산을 확보하였다. 미 NGA 국장은 2023년 메이븐 이관 후 “짧은 기간 내 주요 기술적 도약을 이루었고, 이미 미국의 가장 중요한 작전들에 공헌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18] 실제로 2024년 2월 미 중부사령부는 “메이븐 AI 알고리즘이 해당 월 중동 지역에서 수행된 85회 이상의 공습 표적 선정에 기여했다”고 공식 확인하였으며, AI가 이라크·시리아의 공습 표적 식별과 예멘의 적 로켓 발사대 탐지, 홍해의 수상 위험물 식별에 활용되어 이후 실제 타격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19]   이처럼 메이븐은 실전에서 정보분석 속도 향상에 실질적 성과를 보였고, 2025년에는 NATO가 메이븐 기반의 AI전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제적 확산 사례도 등장하고 있어[20]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서 그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종합하면, 프로젝트 메이븐은 기술적 성숙과 조직 흡수에 성공하여 일부는 이미 미군 정보 자산으로 전력화된 상태이며, 실전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입증해 가고 있는 중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미 국방부가 추진 중인 JADC2는 모든 센서와 모든 사격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AI와 데이터 융합을 통해 신속한 군사 의사결정을 지원하려는 차세대 지휘통제 개념이다. 2022년 국방부는 JADC2 전략과 이행계획을 수립하였고, 2024년 초에는 최소한의 운용능력(Minimum Viable Capability)이 확보되어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실전 배치되었다고 발표되었다.[21] 실제로 2023년 예멘과 시리아에서의 드론 군집공격, 미사일 위협 대응 작전에 JADC2 초기 버전이 활용되어, 여러 센서 정보가 통합된 ‘공동 교전상황도(Common Operational Picture)’를 통해 함정과 전투기가 실시간 표적 격파 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JADC2 개념은 일부 전구에서 시험 운용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완전한 통합 구현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22] 미 회계감사원(GAO)은 2025년 보고서에서 “JADC2 구현을 위한 명확한 범주 정의와 성과측정 체계 부재”를 지적하면서, 각 군이 독자 투자한 시스템들이 JADC2 비전에 부합하는지 종합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AO에 따르면 “모든 센서를 모든 화력에 연결”하겠다는 초기 구상은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조정되었으며, DOD 차원에서 투자 가이드라인과 성과 지표가 부족하여 JADC2 추진 현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평가한다. 요약하면 JADC2는 일부 작전환경에서 시험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으나, 전군적 실전 운용 수준의 통합에는 이르지 못한 단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는 2023년 미 국방부 부장관 캐슬린 힉스가 발표한 혁신 구상 및 실행계획으로, 향후 2년 내 수천 대의 자율 무인체계를 획기적으로 증강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구상은 공중, 해상, 지상 등 다영역에서 저비용 소모형(attritable) 드론을 “복제”하듯 대량 배치하여, 유사시 중국군의 방어망을 포화공격으로 무력화하거나 임무 수행 능력을 마비시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레플리케이터 계획은 발표 당시 추가 예산 없이 기존 예산의 전용과 획기적 획득 간소화를 통해 2025년까지 초기 성과를 내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내세웠다. 혁신 이행도 측면에서, 2024년 중반까지 미 국방부는 레플리케이터의 1단계로 자폭 드론 ‘Switchblade 600(공군)’과 소형 ‘고스트-X 드론(육군)’, ‘무인 수상정’ 등 여러 플랫폼을 선정하여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시범 배치했다고 밝혔다.[23] 2024년 5월에는 이미 일부 레플리케이터 드론이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에 인도되었으며, Hicks 부장관은 “전장 중심 혁신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24]   그러나 전력화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의회조사국(CRS)은 2025년 보고서에서 “당초 2025년 여름까지 수천 대 무인기를 전력화 하려 했으나, 해당 시점까지 수백 대 정도 배치에 그쳤다”는 전직 국방관리의 평가를 인용하며 초기 목표 대비 지연을 시사했다.[25] 또한 레플리케이터 추진과정에서 기밀성 유지로 정보공개가 제한되어 의회의 감독이 어렵고, 기존 전력과의 예산 경합 문제도 제기되었다. 기술적으로도 다 영역 드론 군집의 통합지휘, AI 자율성, 통신망 보안 등 난제가 남아있어, 전문가들은 미 군수획득체계의 관료적 장벽을 고려할 때 목표 달성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26]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는 기존 사업과 달리 초 단기 성과를 중시한 “경로개척자(pathfinder)” 접근으로 미군 조직에 충격을 주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27] 향후 1~2년 내 소규모라도 실전배치에 성공한다면 혁신의 촉매가 될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부분적인 시험 단계로 평가함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2. 중국의 군사 AI 적용과 드론/무인체계 운용 사례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시진핑 집권기 들어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 전략을 표방하며 AI를 중심으로 한 군사혁신을 국가적 중점으로 추진해왔다. 이는 정보화를 넘어 AI, 빅데이터, 자율 무인체계 등 첨단기술을 전쟁수행 전반에 활용하여 미래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개념이다.[28] 구체적으로 PLA는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드론 군집(swarm) 전술, 자율 무인 플랫폼 등 지능형 무기 개발을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최근 10년간 연구개발과 실증 실험에 매진해왔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대표적 혁신 노력에 대한 미국 내 평가를 기초로 그 기술적 진척과 전력화 수준을 평가한다.   중국군의 지능화 전쟁 개념은 2017년 당 중앙군사위원회 업무보고와 2019년 국방백서 등에 등장한 이후, PLA 현대화 노선의 핵심 기조로 자리잡았다. 지능화란 AI 기술을 모든 전쟁 영역에 확대 적용하여, “알고리즘 우위”로 적을 압도한다는 구상으로 정의된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지능화 무기 및 장비 발전을 명시하고, “세계 군사강국 도약”을 위한 전략적 기회로 AI를 활용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29] 기술 개발 측면에서, 머신 러닝, 자율제어, 인간-기계 팀 구성(Human-Machine Teaming) 등의 분야에 군민융합을 통해 투자를 확대했고,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할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및 민간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적극 장려했다. 조직적으로는 합동참모부 산하에 지능화 추진 기구를 두고, 육해공군 및 미사일군, 전략지원군 별로 AI 활용 시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30]   예를 들어 2020년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 주관으로 개최된 “연합 지휘 알고리즘 경쟁”에서는 AI로 가상의 도서(島嶼) 상륙전 시나리오에서 정찰·전자전·화력 Strike 계획을 수립하도록 겨뤘는데, 이는 대만 공격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31] 이러한 모의전을 통해 PLA는 AI 알고리즘의 전술 의사결정 능력을 시험하고 인간 지휘관과의 협동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보인다. 지능화 전략의 추진으로 이론·개념 면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PLA 전략가들은 AI 등 신기술이 방대한 정보 처리와 기계속도의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여 미래전에서 인지우위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32] 또한 중국군은 “지능화된 작전개념”으로서 지능 군집 소모전, AI 기반 우주전, 인지통제 작전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유·무인 복합체계와 분산형 ISR을 통한 전장 네트워크화를 구상 중이다.[33]   그러나 실질적 이행 수준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중국군 내부 문헌에서도 “미군 대비 AI 기술 군사적 활용에서 격차”, 데이터 품질과 네트워크 보안 미흡, AI 신뢰성 부족 등이 우려 사항으로 지적된다.[34] 즉, 개념적으로 지능화 전략이 정립되고 광범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지만, 이를 현실 전력에 완전히 반영하기까지는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예를 들어, 중국 매체에 따르면 현대전에 응용할 AI 알고리즘이 수백만 회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술방안을 도출해내었고, 일부 AI 결정 지원 기능이 지휘소 훈련에 적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전 배치된 AI 지휘통제 시스템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정보가 거의 없다. 중국군 관계자들도 AI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신뢰할 수 없는 AI에 생사를 맡길 수 없다”, “AI 오작동이 아군 피해나 예기치 못한 확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35]   ‘드론 군집(swarm)’은 중국이 비대칭전력 강화를 위해 집중 투자한 분야로, 다수의 무인기들이 자율 협동하여 표적을 포위 공격하거나 교란하는 개념이다. 중국군은 드론 군집을 통해 상대의 방공망을 압도하고, 유인전력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대량의 소모형 기체로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36] 기술적 진척 면에서, 중국은 지난 수년간 여러 기록적 시연을 선보인 바 있다. 2018년 중국전자과기그룹(CETC)은 고정익 드론 200대 군집비행에 성공하여 당시 세계 기록을 세웠고, 2020년에는 경량 전술 차량에 48셀 드론 발사기를 탑재해 소형 자폭 드론 48대를 일제히 발사하는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37] 해당 소형 자폭 드론(loitering munition)은 카메라로 표적을 탐지한 후 목표에 돌입하는 형태로, 순항미사일과 무인 공격기의 중간 전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군집 드론 기술의 전력화 여부는 분명치 않다.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해당 시스템이 PLA에 실제 배치되었는지는 불투명하며, “AI 반응속도 지연”, “전파 재밍 대응 취약” 등 해결해야 할 기술 문제가 남아있음을 인정한다.[38] 예컨대 2020년 티베트 군구 훈련에서 소규모 드론 편대를 운용한 사례가 있으나, 이는 정찰 및 보급용으로 알려졌을 뿐 대규모 군집공격 전력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39]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군산일체화’를 통해 군집 드론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공군 공정대학이 주최한 “무인쟁패(无人争锋)” 경연대회에서는 대학·기업팀들이 드론 군집 항전 알고리즘을 겨뤄 우수작을 선정한 바 있고, CETC 산하 연구소들이 스마트 군집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40] 종합하면, 중국의 드론 군집 기술은 시연 단계에서 세계 선두권 수준의 도약을 이루었으나 이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전력으로 전환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며 앞으로도 수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향후 대만해협 등에서 드론 군집이 전개되었다는 징후가 나타날 경우 중국의 전력화 성공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시험적 운용 단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Ⅳ. 비교 평가: 혁신 속도에 대한 이론적, 현실적 평가의 교차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 지난 10년간 AI 기반 군사혁신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이행 양상과 전력화 성과에는 일정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프로젝트 메이븐처럼 구체적이고 한정된 임무에 AI를 적용한 사례는 조직에 흡수·전력화되어 실전적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JADC2처럼 광범위한 통합체계 구축을 요하는 혁신은 기술·조직·예산의 난맥 속에 부분적인 진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41] 한편 중국은 최고지도부 주도로 전군 차원의 AI 비전을 추진하여 개념 정립과 기술 실험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드론 군집 등 일부 분야에서는 시범 능력에서 미국을 앞서는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전 경험 부재와 기술 신뢰성 한계로 인해, AI 체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양국은 공통된다.   결국 혁신의 최종 시험대는 실전이며, 전쟁이 수반하는 고도의 위험성과 불확실성, 소위 ‘전쟁의 안개’를 고려할 때 “전장에서 활용 가능 수준에 이르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 미중 양국 모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업에서 급진적 혁신론이 예측한 혁신적인 양상이 보였고 미중 경쟁과 지역 분쟁 빈발이 이를 가속화한 것이 사실이나 점진적 혁신론이 지적하는 지체와 지연의 양상도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역 분쟁은 혁신을 시험하는 장이 되고 있으나 전통적 작전 양상의 지속성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드론과 저가의 다수 전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어 리플리케이터를 추진했지만, 동시에 ‘대규모 재래전의 병참과 생산력이 결정적’이라는 점도 깨달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의 경험을 분석하며 AI 무기가 고강도 지역전에서 결정타가 되지 못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들이 구상하는 지능화전에서도 인간 지휘, 재래식 화력과의 조화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급진적 전망이 현실의 마찰을 만나 수정되는 과정으로 점진적 혁신론과 부합한다. 다시 말해, 양국 모두 AI에 의한 작전 혁신을 적극 모색하면서도, 현재의 군사적 현실과 교훈을 반영하여 기대치를 현실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성이 현 상황의 본질이며 미래의 전쟁 양상이 결국 상당 기간 ‘혁신과 지속의 복합물’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본 연구의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사항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극심한 군사적 경쟁 상황 하에서 각국의 군은 인공지능 기반 기술의 잠재적 효과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상대가 이를 충분히 활용할 경우 매우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잘 인식하고 있다. 즉 미래전으로의 전환을 게을리할 ‘여유’란 없다. 다만 새로운 기술로 기존의 전쟁 수행 체계를 대폭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이르다고 본다.   따라서 노력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첫째, 충분한 신뢰성을 갖추기까지 완성도 높은 새로운 전쟁 수행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하며 이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둘째는 상대가 사용할 완성도는 낮으나 비대칭적 방식의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시 낮은 수준의 비대칭적 대응책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요컨대 미래전적 요소는 당장 전장의 전반을 바꾸기보다 이를 비대칭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와 다시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의 국방 및 군사기획은 이처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복합하는 다중적 기획의 틀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     [1]박상섭, 『테크놀로지와 전쟁의 역사』, 서울, 아카넷, 2018.   [2]Darrell M. West and John R. Allen, Turning Point: Policymaking in the Era of Artificial Intelligence,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20; Priyesh Mishra et al., Code, Command, and Conflict: Charting the Future of Military AI, Cambridge, MA: Belfer Center, Harvard University, 2025.   [3]Radha Iyengar Plumb and Michael C. Horowitz, “Is the Pentagon Slowing Artificial Intelligence Adoptio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August 21, 2025.   [4]Zachary Burdette, Dwight Phillips, Jacob L. Heim, Edward Geist, David R. Frelinger, Chad Heitzenrater, and Karl P. Mueller, An AI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 How Artificial Intelligence Could Reshape Future Warfare, Santa Monica, CA: RAND Corporation, June 2025.   [5]Joshua Glonek, “The Coming Military AI Revolution,” Military Review, May–June 2024.   [6]Zachary Burdette et al., 2025, p. 2.   [7]Joshua Glonek, 2024, pp. 91-92.   [8]David Kirichenko, “How AI Is Eroding the Norms of War: An unchecked autonomous arms race is eroding rules that distinguish civilians from combatants.” AI Frontiers, May 27, 2025.   [9]Barry R. Posen, The Sources of Military Doctrine: France, Britain, and Germany Between the World Wars,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84; Stephen Peter Rosen, Winning the Next War: Innovation and the Modern Military,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91.   [10]Michael C. Horowitz, The Diffusion of Military Power: Causes and Consequences for International Politics,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0.   [11]Lance Menthe, Li Ang Zhang, Edward Geist, Joshua Steier, Aaron B. Frank, Erik Van Hegewald, Gary J. Briggs, Keller Scholl, Yusuf Ashpari, Anthony Jacques, Understanding the Limi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for Warfighters, Volume 1, Summary, Santa Monica, CA: RAND Corporation, January 2024.   [12]UK Parliament Parliamentary 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Electromagnetic (Electronic) Warfare, London: POST, July 10, 2025.   [13]Mary E. Oakley, Weapon Systems: Key Aspects of DOD’s Capability Development and Acquisition Process, testimony before the Subcommittee on Seapower and Projection Forces, Committee on Armed Services, House of Representatives, GAO-25-107928, Washington, DC: 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May 21, 2025.   [14]Dominika Kunertova, Tomorrow’s Drone Warfare, Today’s Innovation Challenge: Learning from the Ukrainian Battlefield, Zurich: Center for Security Studies, ETH Zurich, May 2024.   [15]인공지능 기술의 범용성과 혁신성을 고려할 때 이 기술이 전쟁 수행 방식 및 국가 간 군사력 균형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를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국들은 예고된 미래전 경쟁에 대비하여 군사혁신 및 국방개혁 방향을 정책적 수준에서 구체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핵 지휘통제 등 핵무기 운영방식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주요 국가들 사이의 핵 균형 및 군사력 균형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전략무기에 대한 균형은 그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모든 국가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 결과 대체적 균형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핵을 제외한 재래식 무기체계 및 전장에 분석을 한정한다. 참조: 설인효, “미래전과 데이터 기반 지능형 통합체계 구축: 미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전략연구』 31 (3), 2024.   [16]설인효, 박원곤, “미 신행정부 국방전략 전망과 한미동맹에 대한 함의: `제3차 상쇄전략`의 수용 및 변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국방정책연구』 115 (1), 2017.   [17]윤대엽, “국방 인공지능 전환과 디지털 군사혁신: 메이븐 프로젝트와 러우전쟁의 교훈,” 『한국정치연구』 34 (2), 2025.   [18]Jaspreet Gill, “NGA making ‘significant advances’ months into AI-focused Project Maven takeover,” Breaking Defense, May 24, 2023.   [19]Mina Al-Oraibi, “US used AI to find targets for strikes on Syria and Yemen,” The National (relying on Bloomberg report), February 26, 2024.   [20]Billy Mitchell, “NATO inks deal with Palantir for Maven AI system,” DefenseScoop, April 14, 2025.   [21]Jon Harper, “US military deploys new JADC2 capability to Middle East,” DefenseScoop, April 3, 2024.   [22]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 Defense Command and Control: Further Progress Hinges on Establishing a Comprehensive Framework, GAO-25-106454, April 8, 2025, pp. 1–3.   [23]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DOD Replicator Initiative: Background and Issues for Congress, IF12611, updated November 2025, p. 2.   [24]Patrick Tucker, “First Replicator drones already in Indo-Pacific, DOD says,” Defense One, May 23, 2024.   [25]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5.   [26]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2025.   [27]Brandi Vincent, “In wake of Project Maven, Pentagon urged to launch new ‘pathfinder’ initiatives to accelerate AI,” DefenseScoop, July 18, 2023.   [28]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RC 2023, Department of Defense report, October 2023, pp. 114–115.   [29]Sam Bresnick, China’s Military AI Roadblocks: PRC Perspectives on Technological Challenges to Intelligentized Warfare, CSET Reports, June 2024.   [30]Marcus Clay, “The PLA’s AI Competitions: Can the new design contests foster a culture of military innovation in China?” The Diplomat, November 5, 2020.   [31]Marcus Clay, 2020.   [32]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23, p. 97.   [33]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2023, p. 97.   [34]Sam Bresnick, 2024, pp. 1-2.   [35]Sam Bresnick, 2024, pp. 29-30.   [36]John Harper, “US military deploys new JADC2 capability to Middle East,” DefenseScoop, April 3, 2024.   [37]Ryan Pickrell, “China is practicing unleashing swarms of suicide drones packed with explosives from the backs of trucks,” Business Insider, October 16, 2020.   [38]Ryan Pickrell, 2020.   [39]Antoine Bondaz & Simon Berthault, “China’s use of drones in the Sino-Indian border dispute: a concrete example of civil-military integration,” Foundation for Strategic Research Report, July 2023.   [40]Marcus Clay, 2020.   [41]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 (GAO), 2025, p. 11.     ■저자: 설인효_국방대학교 전략학부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설인효 2026-01-27조회 :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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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국방 AI 정책의 개념과 군사혁신 AI는 이미 일상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으며, 예상보다 장기화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방AI를 군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AI는 기술 그 자체의 우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정책적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국방AI의 경우, 시장이 정부 주도로 형성되고 보안상의 제약으로 민간 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은 국방AI의 발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방AI가 정책을 통해 어떠한 경로로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선 본 고에서 논의할 국방AI정책의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채택한 행동방침을 의미한다. AI정책이라는 용어에서 AI는 정책의 목적 혹은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국방AI정책의 선도국인 미국은 AI를 정책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미 국방혁신위원회(DIB, Defense Innovation Board)는 「AI 원칙: 미 국방부에서 AI의 윤리적 사용에 대한 권장사항」(2019)[1] 보고서에서, AI를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처리 기법과 기술, 그리고 해당 과정을 수행하는 추론 능력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이러한 AI 구성요소를 포함한 무기체계나 통합체계를 ‘AI체계(AI systems)’로 규정하였다. 이와 함께, 국방 분야의 ‘자율(autonomy)’ 개념은 AI와 동일하지 않다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 지침 DoDD 3000.09 「Autonomy in Weapon Systems」는 자율을 인간의 지시나 개입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며, 인간이 해당 체계를 감독하거나 관찰할 수는 있으나 추가적인 지시 없이 사령관의 의도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능으로 본다. 일부 자율체계가 소프트웨어 구조상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AI 외의 다른 기술적 방법으로 구현될 수도 있기 때문에 두 개념은 동일하지 않다. 결국 이러한 정의를 종합하면, 국방AI정책에서의 AI는 정책의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서의 과학기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념적 정리를 토대로 보면, ‘국방AI정책’은 AI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국방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단순히 AI 기술의 개발·활용을 넘어 안보적 목적을 지닌 전략적 정책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실제로 AI 역량의 부족은 정치·군사 지도층 사이에서 국가적 위협으로 인식되며 AI는 군사 전략과 교리의 변화를 수반할 정도로 군사혁신(military innovation)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때 군사혁신 개념은 국방AI정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군사혁신은 기원전 전쟁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군사안보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주제였으며, 그 정의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그리썸(Grissom 2007, 906-907)은 군사혁신 관련 문헌들을 검토하면서, 군사혁신이란 단순히 작전 실무(operational praxis)에 변화를 가져오는 수준이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전투 상황에서 군사적 효과성을 상당히 향상시키는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썸(Grissom 2007)은 군사혁신에서 기술발전을 중요한 요소로 다루지 않았는데, 이는 군사혁신에서 기술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이 지배적일 것이라는 통념과는 배치된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군사적 변화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뒤따른다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새로운 무기체계가 군이 아닌 과학자 및 기술 전문가 그룹에서 나오는 것으로 가정한다(Farrell and Terriff 2002, 13-14). 그러나 기술발전이 군사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독자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기술발전이 있더라도 이를 어떻게 군사적으로 운용할지 모색하는 것은 군사혁신의 핵심 요소이며, 기술발전과 실제 군사적 효과 사이에는 종종 시간차(time lag)가 발생하기도 한다. 전차의 첫 실전배치는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캉브레에서 있었으나, 이를 운용하는 전격전과 같은 제병연합(combined arms)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에서야 비로소 나타난 데에서도 볼 수 있다(Horowitz and Pindyck 2023, 92-93). 결국 이러한 이론적 논의는, 국방AI정책을 ‘군사혁신의 제도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본 연구의 분석 틀로 이어진다. AI 기술의 발전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국방 영역에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하여 실질적인 군사적 효과성을 확보할 것인지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그러한 노력이 자원의 우선적 배분과 정책적·제도적 지지 기반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방AI정책은 AI 기술을 국가안보와 군사력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통합하려는 전략적 시도이자,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각 정부의 국방AI정책 발전 양상을 분석하고 한국형 국방AI정책의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AI 기술의 의제화(박근혜 정부) 1) AI 의제 부상(2016) 이전 AI 기술의 발전은 국방AI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이며, 한국에서도 2016년 알파고(AlphaGo)의 대흥행으로 AI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이미 그 이전부터 IT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은 국가적 관심사였다.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IT·ICT 산업 육성을 정부 주도로 추진해왔다.[2] 이에 따라 특정 기술이 정책의제로 채택되면 적극적인 육성과 투자가 뒤따르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AI도 초기에는 과학기술 부처 중심의 연구개발 과제 정책이 주로 추진되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국방정책과 제도적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는 역사적 맥락에 따라 국방AI가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미군정기 이후 한미연합훈련과 한미안보협의회의 (SCM) 등 정례적 교류를 통하여 한국은 미국의 국방정책 변화를 민감하게 수용해왔으며, 2016년 SCM에서 양국이 AI 기반 전투로봇 공동개발을 논의한 것이 하나의 사례다. 또한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력 감축 압박 속에서 첨단기술로 전력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며, AI에 대한 군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2014년 통영함 군납비리 사건과 세월호 참사 등으로 인해 국방정책 전반이 위축되었다. 정부는 방위사업비리근절TF와 감사조직 신설 등 강도 높은 통제체계를 마련했지만, 이로 인해 국방연구개발과 방산정책은 활성화보다는 감독과 규제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경직된 분위기는 국무회의 발언에서도 확인되며, 결과적으로 국방AI가 태동하기에는 제도적 추진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 AI 의제 부상(2016) 이후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제시한 ‘4차 산업혁명’ 개념은 AI를 핵심 의제로 다뤘으나, 당시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곧바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이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AI가 폭발적인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주요 부처들은 잇달아 AI 관련 정책을 발표했고, 박근혜 대통령 또한 국무회의에서 관계 부처에 장기적·전략적 대응을 지시했다. 이러한 관심은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으로 구체화되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부터 ‘지능정보 민관합동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며 전략 수립을 준비해왔고, 알파고(AlphaGo) 대국 이후 2016년 4월 관계부처 합동 대책 수립에 착수해 2017년 최종 확정·발간했다. 해당 대책은 지능정보기술 육성, 산업 진흥, 인재 양성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적 첫 AI 종합 계획이었다.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에서 국방과 관련된 내용은 간결하지만, AI에 대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았던 만큼 기존에 수행하고 있던 자율·무인로봇 관련 과제를 중심으로 개략적인 정책방향성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방분야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인간의 인지·판단에 주로 의존하는 국방시스템에 지능정보기술을 적용하여 병력자원 감축에 대비하고 작전수행 및 전력지원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장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세부 계획안을 살펴보면, 주·야간, 날씨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정밀탐지가 가능한 지능형 경계·감시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군에 배치(’17∼’25)하여 DMZ 경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 각종 국방 지휘·통제 체계에서 획득한 수많은 정보자원을 통합, 분석하여 지휘관의 판단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작전참모를 개발·활용(∼’30)하겠다는 계획, 딥러닝 기반 군 전력장비 수리부속 수요 예측시스템을 개발·적용하여 국방예산을 절감하고 군 장병 개인 맞춤형 의료지원체계 구축(’17∼’25)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또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능정보 응용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사항이 언급되어 있다. AI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태동했으나 2016년 12월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면서 초기의 한계는 불가피했다. 이로 인해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이행에는 제약이 따랐다. Ⅲ. 국방 AI정책의 형성(문재인 정부) 1) 범정부 차원의 AI 정책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5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당시 5대 국정목표 중 하나인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해 ‘과학기술 발전이 선도하는 4차 산업혁명(국정전략 8번)’을 국정전략으로 내세우고 6개의 국정과제를 제기했는데, 이 중 ‘소프트웨어 강국,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국정과제 33번)’,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 산업 발굴·육성(국정과제 34번)’이 인공지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과제라 볼 수 있다. 국방 측면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목표를 위해 ‘강한 안보와 책임 국방’을 국정전략을 세우고, 국방과학기술과 관련한 국정과제로 ‘방산비리 척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국정과제 88번)’이 제시되었다. 이전 행정부의 방산비리 파문이 다음 행정부의 기조에도 영향을 줄 만큼 큰 사건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국정과제는 인공지능이 핵심은 아니었으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추진계획에 해당하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전 행정부만큼 국방과학기술을 부흥할 것을 주문하는 요구는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와 별도로 ‘4대 복합·혁신 과제’를 선정해 국가 비전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그중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핵심 과제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인재양성, 도전적 R&D 체계 구축, 첨단기술 산업 육성 등을 추진했다. 과학기술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국방과학기술에 한 언급은 줄었지만 과학기술 중심 정책 기조는 국방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7년 출범 후 「I-Korea 4.0: ICT R&D 혁신전략(2018)」을 통해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스마트국방’ 구상을 포함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AI R&D 전략(2018.5), 데이터 산업 활성화 계획(2018.6)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데이터·AI 경제를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격상했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AI·빅데이터·네트워크 기반 산업 생태계 조성을 촉진하며, 국방을 포함한 공공 부문에서도 지능화 기술 도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3] 2019년 중반 이후 AI는 국가 정책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2019.6)에서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강국 도약을 목표로 AI 기반 산업지능화 및 국가전략 수립을 공식화했고, 이어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2019.10)에서 ‘AI 기본구상’을 선언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같은 해 12월 범정부 차원의 첫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며, AI를 국가 혁신정책의 중심축으로 제도화했다. 또한, 2019년 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부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2020년 7월 발표했다. 이 정책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디지털 뉴딜은 D·N·A(디지털·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 국가 AI 정책의 중추적 근거가 되었다. 2) 국방 차원의 AI 정책 2017∼2018년 동안 국방부는 다른 부처들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했으며, 국방개혁 2.0 기본계획(2018.7)의 발간 전까지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당시 국방부는 「국방과학기술 방위산업 진흥법」 제정과 미래도전기술개발도입을 위한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며, 첨단과학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이 시기 국방부·과기정통부·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추진한 「과학기술 기반 미래국방 발전전략」(2018)은 AI보다는 무인화·초 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국방에 접목할 수 있는 기반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 이는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 경직된 제도를 완화하고, 국가 R&D 역량을 통합하여 과학기술 선도형 국방력을 구축하려는 초기 시도였다. 2019년 국방부는 ‘스마트 국방혁신’을 핵심 기조로 삼아, 국방개혁 2.0과 연계한 첨단화·효율화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 차관이 단장인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을 출범시켜 민간 첨단기술의 군 적용(spin-on)과 그 결과의 민간 환류(spin-off)를 통해 정부–민간 기술 역량을 통합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은 인구절벽, 재원 제약, 인권·복지 요구 증대 등 새로운 제약 요인을 첨단기술로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었다. 다만 이 시기의 관심은 AI 기술 그 자체보다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군에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민간에서 발전된 기술을 국방에 도입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AI국가전략(2019)」에서도 국방부는 ‘산업 전반의 AI 활용 전면화’라는 기조 아래 국방 지능형 플랫폼 및 데이터 센터 구축, 지휘체계 지원 AI 개발 계획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국방백서에서 ‘인공지능’ 언급 횟수는 2018년 7회에서 2020년 24회로 증가했다. 또한, 2018년부터 노력해 온 방위사업 관련 법령 정비 결과가 202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AI를 비롯한 국방과학기술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만들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하나의 방위사업법 체계로 되어 있던 것을 방위산업 육성 분야와 국방과학기술 분야에 각각 개별법을 만들어 3개의 분법체계로 구조화한 것이다(국방부, 2020: 109-110). 방위산업 발전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2020.2.4., 시행 2021.2.5.)」은 사업 규모가 크거나 위험도가 높은 사업 등을 방위산업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하고 지체상금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연구개발 분야에서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제정 2020.3.31., 시행 2021.4.1.)」은 계약 방식으로만 추진해왔던 국방R&D에 협약 방식을 도입하고, 기술개발에만 적용했던 성실수행인정제도를 일부 무기체계 연구개발까지 확대하는 등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개발지원책을 마련했다. 「AI국가전략(2019.12.)」 이후 2020년부터는 국방부가 본격적으로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괄하기 위한 조직을 개편하고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국방부에서 국방AI는 정보화 기획관실이 주로 관련 정책을 주도해왔다. 정보화 기획관실은 정보화 관련 제도(국방정보체계 등)를 담당하는 부서였기 때문에, 광주과학기술원(2018) 등 국방AI관련 정책연구를 의뢰하고 국방AI사업(지능형 경계감시 시스템 등)을 수행하는 등 빅데이터, AI와 관련하여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정치적 추동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던 개혁실이 ‘스마트 국방혁신’의 일환으로 국방AI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국방부 차원의 총괄적인 국방AI역량 관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국방부는 개혁실 내 전담부서로 임시 추진단 수준이었던 조직을 ‘스마트 국방혁신담당관실’로 정식 편성하여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스마트국방혁신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시연했던 당시 대통령의 발언(2020년 1월 21일)[4]에서도 그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 결과, 첨단ICT 기술 국방 적용,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활용 등을 통해 사업관리, 관련 부처와의 협업 강화, 기술도입을 위한 주요 정책·제도 개선을 수행했다(국방부 2020/12/16). 2021년 1월 대통령이 국방AI에 대한 의지를 밝혔던 것[5]에서 볼 수 있다시피, 국방AI정책의 추동력은 2021년도에도 유지된다. 국방부는 「국방 인공지능 추진전략(2021)」을 수립했을 뿐만 아니라[6], 국정 최우선 과제인 ‘한국판 뉴딜(2020.7.)’과 연계한 국방 분야 비전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제시하면서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책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국방부는 첨단과학기술군 도약을 위한 ‘미래국방혁신구상’ 추진을 2021년 7월에 밝히며, 인공지능과 무인체계를 중심으로 한 조직개편을 제안하고 국방과학기술의 중요도를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7]했다(박미영 2021/7/29). 대통령 임기 말이었던 만큼 일부 구상은 차기 행정부에서 구현되지 않거나 없어지기도 했지만, 국방부에서 국방AI만을 위한 제도정비를 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방분야의 AI 기술 적용을 위한 핵심기술을 중장기적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미래국방 2030 기술전략: 국방 AI 기술로드맵」을 2022년 1월 발간하면서 국방AI를 구현하기 위한 계획들이 구체화되었다. Ⅳ. 국방 AI정책의 제도화(윤석열 정부) 1) 범정부 차원의 AI 정책 2022년 5월에는, 이전 정부와 다른 당에 기반을 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국방AI는 국방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국방·안보와 같이 당파성에 큰 영향을 받는 분야의 정책이 새롭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 중요성을 인식했기에 초당파적인 주요 정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겪은 초기의 시행착오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아진 국방AI정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한국의 정책적 방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국정과제인데, 국정과제에서 국방AI에 대한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과제로 “제2창군 수준의 「국방혁신 4.0」 추진으로 AI 과학기술 강군 육성”할 것[8]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이전 행정부에서도 중요 정책서로 다뤄온 국방개혁 기본계획인 「국방혁신 4.0」을 통해서 제2창군 수준으로 군 전반을 재설계하고 AI과학기술강군을 육성한다고 밝혔는데, 특정 기술이 국방분야 국정과제로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첨단기술을 빠르게 국방에 적용하기 위한 전력증강 프로세스, 군 구조 재설계, 혁신·개방·융합의 국방 R&D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이 명확하게 밝혀진다. 동시에 국방분야에서 AI의 존재감이 두드러졌지만, 기본적으로 AI는 미래전략산업이자 초격차전략기술[9]로 받아들여져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AI뿐만 아니라 데이터, 관련 인프라 등이 함께 발전시킬 필요성이 확산되면서, 2022년 9월에는 AI 자체보다도 이와 관련된 제반 정책을 넓게 묶어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먼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주요 국정과제(11번)[10]를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11]가 공식 출범했다. 또한, 과학기술정통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구상’[12]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이행안이자 국가 디지털 정책 종합계획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13]을 같은 달 발표한다. 디지털은 국가 간 기술패권경쟁에서 핵심적 요소라 보고, 정부주도를 넘어 민간주도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경제·사회의 전방위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자 했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6대 디지털 혁신기술[14]에서 초 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며, 2023년부터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인공지능 윤리, 제도 마련 등 국제적 인공지능 규범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밖에도 산업측면에서는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신(新)성장 4.0 전략’[15]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특히, 2022년 말 공개한 ChatGPT의 등장으로 2023년은 초거대AI와 이를 위한 기반 데이터를 지원하는 정책이 다수 수립되었다. 2023년 1월 총리주재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전국민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먼저 발표했는데, 국민과 인공지능 혜택을 공유하고 인공지능 산업 및 기술의 초격차를 실현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에 따라 AI기술강국, AI 시장창출, AI일상화, AI 전문기업육성을 위해 10대 핵심프로젝트를 제안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예산 및 정책지원을 제안했다. 이후 4월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초거대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관련 인프라 확충, 혁신생태계 조성, 제도 및 문화 정책을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히 AI에서 초거대AI라는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하면서, 기술격차에서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AI의 위험성과 윤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렇게 제안된 정책적 노력들은 관계부처 합동이 작성한 ‘전국민 AI 일상화 실행계획(관계부처 합동 2023/9)’[16]으로 통합되어, 2023년 9월 ‘대한민국 초거대 인공지능 도약 행사’에서 과기정통부 장관이 발표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9/13). 2) 국방 차원의 AI 정책 국방AI정책에 대한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에 국방AI정책은 구체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방AI가 국정과제로 선언되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된 만큼, 국방부도 이에 맞춘 기획문서를 작성하고 정책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먼저, 국방부는 2022년 7월 ‘국방혁신 4.0 추진단’을 구성한 이후 2023년 3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방개혁기본계획 문서는 향후 국방정책에 근거가 되므로, 앞으로의 국방정책 향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국방혁신 4.0」의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는 ‘AI기반 핵심 첨단전력 확보’로 선언될 만큼 국방AI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국방부는 이를 위한 추진계획으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 ‘우주·사이버·전자기 스펙트럼 영역 작전수행능력 강화’,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 (JADC2)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또한 AI의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방R&D 및 전력증강체계 재설계’라는 과제에서 ‘국방AI기반 구축’이라는 추진계획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2023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2022년까지는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이 주요 성과로[17] 보고되었으며, 국방AI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고 미래 핵심기술[18] 개발을 위하여 도전적 국방 R&D에 투자를 확대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동시에 국방부에서 주요 조직개편이 있던 만큼 향후에는 국방AI의 정책적 추동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23년 5월에는 AI 등의 과학기술 강군을 지향하는 국방혁신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국방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방혁신위원회는 국방과학기술 전체의 기본 정책방향이나 부처간, 민관군간 관련 정책 및 협업사항에 대한 조율을 수행하며, AI를 주요 기술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또한 국방부는 2023년 7월 본부 조직개편[19]을 감행하며, 첨단 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의사결정체계를 효율화 하여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한 무기체계를 빠르게 도입하기 위해 ‘전력자원관리실 전력정책관’을 ‘전력정책국’으로 독립시켰고, 이하에 ‘첨단전력기획관’을 두어 국방과학 기술 중장기 정책 업무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전환업무를 전담시켰다. 동시에, 한시 조직으로 운영되던 국방개혁실을 차관 직속 정규조직인 ‘국방혁신 기획관’으로 개편하여 「국방혁신 4.0」의 안정적인 추진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는데, 해당 문서에서는 ‘AI과학기술강군 육성’이 핵심과제인 만큼 정책적 추동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국방AI를 직접적으로 총괄하는 조직인 ‘국방AI센터’는 2024년 4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설치되었다. ‘국방AI센터’ 개소에 앞서, 국방부는 2023년 5월에 출범한 한시 사전조직인 ‘국방AI센터추진팀’[20]을 통해 전체적인 역할과 기능 등을 조율했다. 추진팀은 미국의 JAIC와 CDAO의 사례를 참고하며, 소요기획, 데이터관리, 플랫폼운영, 서비스개발, 시험평가 전 과정을 민간자문단과 함께 통합적으로 운영했다 (김세용·박흥순 2023). 사전조직의 규모가 20여 명으로 배정되고 군 차원의 총괄적인 검토를 수행하는 등 신중한 노력을 기하였는데, 이에 따라 ‘국방AI센터’의 개소는 국방AI정책의 재생산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관련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Ⅴ. 국방 AI정책의 특징과 한계 본 연구는 국방AI정책을 “AI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으로 개념화하여, 기술·산업·안보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기술적 관점에서는 AI라는 기술혁신이 확산되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에 국방 정책보다는 국가 정책 차원의 접근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기술은 초기 단계일수록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행위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AI가 국가 의제로 부상한 이후로, 각 정부는 AI기술역량 자체를 육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AI기술역량을 강화하고 AI기술계의 산업화를 촉진하여 AI산업을 진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정책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문재인 정부의 'AI 국가전략’, '디지털 뉴딜', 윤석열 정부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신(新)성장 4.0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군 내부에서 해당 첨단기술의 필요성과 활용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1942년 독일군의 골리앗 궤도 지뢰(Goliath Tracked Mine)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골리앗은 원격 조종 소형 궤도식 폭약 운반차로, 현대의 무선 조종 로봇 차량의 전신으로 불릴 만큼 독일군의 혁신 사례였다. 골리앗의 시초는 1940년 말 독일 육군병기국이 프랑스에서 개발한 소형 궤도 차량 시제품을 세느강에서 확보하면서 이에 자극 받은 것이 기원으로, 독일군은 자동차 제조사인 칼 F.W. 보르크바르트(Carl F.W. Borgward)에 유사 차량 개발을 지시했고 실제 7,500여대를 생산했다. 실전에서의 군사적 효과성이 낮아 결국 폐기되었지만, 군에서 기술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시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골리앗 사례는 신기술의 군사적 도입 여부가 기술 그 자체보다, 군 내부의 필요 인식 및 전력화 의지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또한, 이처럼 AI 기술혁신이 군사적 효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역량이 필요하므로, 방위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방위산업은 안보와 산업이 교차하는 영역으로, 군이 새로운 기술을 흡수하고 전력화 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군은 기술을 직접 활용하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술은 반드시 군이 운용 가능한 형태로 제품화되어야 하며, 이러한 제품화 과정을 담당하는 공급자의 집합이 바로 방위산업이다. 방산시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개방적 시장과 달리, 정부와 군이 단일 수요자이자 소요 결정자로 기능하는 폐쇄형 시장이라는 점에서, 군의 소요가 민간 공급자의 기술보다 시장 형성에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갖는다. 방산시장은 기본적으로 소비자 우위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은 희소자원인 만큼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공급자 확보를 중심으로 한 시장 형성, 즉 양적 확장 정책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방AI정책은 기술·산업·안보라는 이질적 요소를 동시에 이해하는 복합 역량을 갖춘 공급자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였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림1> 국방AI 공급자 확보 전략첫째, 기존 방위산업의 AI 적용 확대 촉진 정책이다. 이는 기존에 군 내에 도입했거나 새로 도입하기로 결정된 체계에 AI를 탑재하여 AI 활용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대부분의 국방AI정책은 이를 위한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왔다. 박근혜 정부의 ‘지능정보 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살펴보면, 기존에 있었던 체계에서 AI 기술을 탑재하는 형태의 사업들이 주로 추진되었다. 대표적으로,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경계·감시시스템을 노후교체하기 위한 소요를 지능형으로 개선하여 연구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다. 방위산업은 플랫폼과 하드웨어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반인 AI는 방위산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스마트 국방혁신'을 위한 추진점검 회의 등에서도 AI와 같은 첨단ICT 기술의 국방 적용을 여러 차례 강조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AI 전담조직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러·우전을 계기로 AI 기반 방산기업의 경쟁력이 부각되자,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신흥 AI 방산기업과 공동개발·MOU를 통해 외부 역량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둘째, 민간 AI기업의 국방 분야 유입 촉진 정책이다. 이는 AI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에 이르는 다양한 민간 주체가 국방 조달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단순히 국방으로의 유입뿐만 아니라 AI기반 산업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국가AI정책이 기본적으로 AI기반 산업 촉진에 중점을 두었던 만큼 각 정부의 국방AI정책들이 대부분 이러한 성격을 띄게 되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AI 국가전략'에서 제시된 지능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은 국방분야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장기간에 걸쳐 통합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추진된 "차세대 지능형 SDDC(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 기반 국방통합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은 KT컨소시엄이 수주를 맡게 되었는데, KT뿐만 아니라 어빌리티시스템즈 등 기술력 있는 민간산업계의 국방분야 진출을 이끌어냈다. 동시에 국방사업 전문업체인 (주)네오위드넷도 AI 기반 운영환경을 구축하는 역량을 확장하면서 방위산업계의 AI기술력 확보에도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 외에도 ICT 및 IoT 기업이었던 펀진(Funzin)이 합성데이터·퓨샷러닝·지휘결심지원 AI 개발을 통해 실제 군 운용에 참여한 사례가 있는 등 다양한 성과가 있었다. 셋째, 국방AI 기술 발굴 및 산업화 정책이다. 이는 민간에서 보안·사업성 등의 문제로 연구개발이 제한되는 분야를 정부가 직접 발굴·지원해 장기적으로 산업화하는 접근이다. 민간에서도 AI 전문가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간 투자를 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AI 기반 국방기술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에서는 '국방AI기반 구축'을 과제로 제시하며, 국방 AI 관련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과 조직 창설 및 고성능 AI인프라를 구축한데서 보다시피, 자체적인 국방AI역량을 강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AI는 군사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방AI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분야가 있어 본 정책은 향후 체계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다만, 기존의 국방R&D는 특정 무기체계에 탑재할 계획이 있는 기술에 대해서만 개발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신기술을 적기에 도입하는 것에 제도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노력해 온 법령 정비의 결과로 2020년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이 제정되었고, 기존 소요 없이도 신기술을 R&D사업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정책의 흐름은 국방AI 생태계의 외연을 확대하고 기술·산업·안보를 아우르는 참여 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했으나, 군사혁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기존까지는 소비자인 군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만한 잠재적인 공급자를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둔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방AI정책은 군사전략적 문제 정의보다는 기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AI가 데이터 기반 학습과 지속적 피드백이 필수적인 소프트웨어형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보안, 획득 등 여러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기술혁신이 군사혁신으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 종합하면 지금까지의 국방AI정책은 “양적 확장”이라는 초기 목표 달성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실질적 군사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질적 고도화”가 필요한 단계이다. 이는 향후 한국형 국방AI정책이 집중해야 할 핵심 과제가 기술의 도입 자체가 아니라, 군사적 효과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조직적 생태계의 재구축임을 시사한다. Ⅵ. 결론: 한국형 국방AI정책의 미래 한국형 국방AI정책은 이제 초기의 외연 확장 단계를 넘어, 군사적 효과성을 중심으로 정책 목표를 명확히 전환해야 하는 분기점에 도달해 있다. 기술·산업·안보의 삼각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시장 형성과 공급 기반 확충에 집중해야 했던 초기 다계에서는 정책적 불가피성이 존재했으나, 향후에는 이러한 접근방식만으로는 군사적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다. 국방AI의 실질적 가치는 기술의 보유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작전개념, 전투력 구조, 조직적 학습체계와 같은 군사역량에 어떻게 통합되는가에 따라 비로소 실현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이 고품질의 전략적 소요를 제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요구사항 목록이 아니라, AI 기반 전장환경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합동작전 차원의 훈련, 실험, 데이터 기반의 검증 루프를 확립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군사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군 내의 첨단기술을 전략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거버넌스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군 차원의 전략, 교리, 운용개념 등이 AI 관점에서 재정립되어야 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러우전에서 나타난 AI기반 무기체계의 실증 경험이나 팔란티어 등 글로벌 AI방산기업의 모델은 중요하지만, 이를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은 전략적 효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북한의 위협방식, 한반도 지형, 연합작전 구조 등 한국 고유의 조건을 반영한 '한국형 AI군사전략'이 필요할 것이며, 그 속에서 공격, 방어, 지휘통제, 정보분석 등 영역별로 최적화된 기능적 요구가 도출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국방AI정책은 '참여자 확대를 통한 국방AI 공급자 기반 형성' 단계에서 '군사적 효과 중심의 전략적·제도적 고도화' 단계로 정책 목표를 명확히 재설정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단순한 추격자형 국방AI도입 국가를 넘어, 한국형 국방AI모델을 구축함으로써 기술혁신을 군사혁신으로 적절하게 전환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 Ⅶ.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2019. 『인공지능 국가전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 "뉴욕구상을 실현하는 디지털 대한민국의 청사진 나왔다." <보도참고자료>. 9월 27일. https://www.msit.go.kr/bbs/view.do?sCode=user&mId=113&mPid=112&bbsSeqNo=94&nttSeqNo=3182193(검색일: 2024. 5. 2.) 국방기술진흥연구소. 2022.『미래국방 2030 기술전략: 인공지능』. 국방부. 2020.『2020 국방백서』. 국방부. 2023.『2023∼2037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 박미영. 2019.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국방혁신 추진단’ 논의내용 살펴보니." <보안뉴스>. 3월 19일. 박용주·차지연. 2022. "추경호, 신성장 4.0 전략으로 미래산업 성장동력 확보." <연합뉴스>. 12월 14일. https://www.yna.co.kr/view/AKR20221214023000002(검색일: 2024.5.2.) 안영국. 2020. "문 대통령, “디지털 강군, 스마트 국방 앞당겨야”...국방부·보훈처 업무보고." <전자신문>. 1월 21일. https://www.etnews.com/20200121000285(검색일: 2024.5.2.) 이부하. 2015. "ICT 법 체계 개선방안: 현행 ICT 관련 법제를 고찰하며." 『과학기술법연구』21, 3: 273-302. 임대준. 2023. "윤 대통령, 새 디지털 질서 구체화한 ’파리 이니셔티브’ 선언." . 6월 22일.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51903(검색일: 2024.5.3.) Defense Innovation Board (DIB). 2019. AI Principles: Recommendations on the Ethical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by the Department of Defense. Washington, D.C.: Defense Innovation Board. Farrell, Theo, and Terry Terriff. 2002. "The Sources of Military Change." In The Sources of Military Change: Culture, Politics, Technology, edited by Theo Farrell and Terry Terriff. Boulder, CO: Lynne Rienner Publishers. Grissom, Adam. 2007. "The future of military innovation studies."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29, 5: 905-934. Horowitz, M. C. and S. Pindyck. 2023. "What is a military innovation and why it matters."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46, 1: 85-114   [1]Defense Innovation Board (DIB), AI Principles: Recommendations on the Ethical Use of Artificial Intelligence by the Department of Defense (2019). [2]선진국들이 정보통신산업에 대해 육성 측면은 시장에 맡기고 부작용과 폐해에 대해서만 규율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던 것과 달리,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IT와 ICT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ICT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ICT관련 입법을 제정·시행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이부하 2015, 276) [3]I-Korea 4.0은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구현’이라는 비전으로 ‘지능화 혁신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는데, 이 중 ‘사회문제 해결 기반 삶의 질 제고 및 新성장 촉진’을 위해 ‘스마트 국방’을 제시했다. 스마트 국방은 경계감시, 지휘통제, 전투훈련, 군수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국방 분야의 폐쇄성, 경직성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전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국방 기초·원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으로, 효율적 국방 운영체계 구축 및 군병력 감소에 대응하고자 했다. [4]해당 시연은 국방부 업무보고시 진행된 것으로, 당시 대통령은 군의 4차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독려했다. 대통령은 신기술을 적용한 국방체계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양상의 위협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무기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민간의 첨단기술을 전력화하고 군에서 확인된 신기술을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민간 기업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군과 민의 협력 시너지를 기대했다(안영국, 2020.1.21.). [5]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군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군에서 드론 등의 산업을 주도하여 국내 민간산업 발전의 추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국방기술진흥연구소 2022, 6). [6]이 밖에도 무기체계 인공지능 적용 추진전략(방사청), 육군 인공지능 통합 로드맵 2022-2033(육군교육사령부) 해군 전장기능 지능화 추진 방향(해군), 인공지능 발전계획(공군) 등이 발간되었다. [7]예를 들어, 국방기본정책서의 부록 수준이었던 국방과학 기술진흥정책서를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으로 문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방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여 국방과학기술 정책 및 미래 신기술 연구개발 사업 추진방향을 심의하고 AI 및 무인체계의 신속 전력화를 위한 소요를 검토하는 기능을 부여했다. [8]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목표) 과학기술 강군을 육성하고, 영웅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약속 20번) 중 국정과제 103번. [9]반도체AI배터리 등 미래전략산업 초격차 확보(국정과제 24번), 민·관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국정과제 77번),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국정과제 11번) 등. [10]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과기정통부·행안부·개인정보위). [11]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가 독점적 공급자로서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협업하고 혁신의 동반자가 되는 새로운 국정운영 모델이자 핵심 정책 추진과제라고 밝혔다.  [12]뉴욕대학교에서 열린 디지털 미래상 토론회(비전 포럼)(9.21)에 참석하여, ‘디지털 자유시민을 위한 연대’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디지털 혁신 미래상과 자유인권연대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9.27). [13]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제8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했다. 당시 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수석, 과학기술비서관, 과기정통부장관, 산업부 차관, 중기부 차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그 외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유관기관, SKT 등 대기업 및 중견·새싹기업, 기타 기관들이 참석했다. [14]①인공지능, ②인공지능 반도체, ③5·6세대 이동통신, ④양자, ⑤확장가상세계, ⑥사이버보안. [15]신성장 4.0 전략은 농업 중심의 성장 1.0, 제조업 중심의 2.0, IT산업 중심의 3.0에 이은 미래산업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의미한다(박용주·차지연, 2022.12.14.). [16]추진 배경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22.9), 뉴욕구상(’22.9), 파리 이니셔티브(’23.6)(임대준, 2023.6.22)를 통해 새정부는 디지털 강국 실현을 추진해왔으며, 디지털 핵심인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계획(’23.1)’, ‘초거대AI 경쟁력 강화 방안(’23.4)’ 등 정책적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17]이후, 2023년 4월 국방과학기술혁신 기본계획이 발간되었는데, 재원배분 방향 및 중점 연구개발 방향 등을 규정하여 국방 연구개발 분야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수행(국방부, 2023: i)하는 본 문서에서는, 2019년에 발간된 이전 문서와 동일하게 10대 분야 30개 국방전략기술로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소개하여 국방AI의 중요성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18]8대 게임체인저 분야: 인공지능, 극초음속, 합성생물학, 고에너지, 미래통신/사이버, 우주, 무인·자율, 양자물리. [19]「국방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2023.8.30.)」 타법개정, 대통령령 제33687호. [20]「자율기구 국방AI센터추진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2022.10.26 제정 2023.7.28. 개정, 국방부훈령 제2824호)」을 통해 국방AI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사전 조직을 운영였다. 국방AI센터추진팀은,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29 조의3에 따라 국방AI센터창설과 관련한 업무를 위해 2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본 팀은 국방AI센터의 역할, 임무, 기능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이행, 국방AI센터의 적기 창설을 위한 시설·인력·예산·플랫폼 등 업무제반 구성 추진, 국방AI센터 설립근거 마련을 위한 법령 제·개정, 국방부·각 군 등 주요기관과 국방AI센터 간 업무 협조체계 사전 구축, 향후 AI기반의 무기체계 등을 신속하게 획득하기 위한 기반체계구축, 기술개발 등 제반 업무 검토와 관련된 기능을 갖고 있다.   ■저자: 진아연_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진아연 2026-01-22조회 : 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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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북한의 군사지능화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인공지능(AI) 담론에 비추어 볼 때, 어떠한 유사성과 특징을 갖는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군사혁신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북한의 군사분야에도 군사지능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AI 담론과 같은 비교의 틀을 통해 살펴볼 때 그 성격과 방향성이 보다 분명히 드러날 수 있다.   강대국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AI에 기반한 군사혁신 전략은 미국에서 출현해 중국과 러시아로 확산되어 왔다. 처음으로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들이 자국의 군사기술적 우위를 상당 부분 따라잡았다는 판단 하에, 기술적 우위를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제3차 상쇄전략을 2014년에 발표했었다(Work 2021). 이 전략의 핵심은 미국의 전투체계에 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도입함으로써, 미래에는 알고리즘에 기반하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전투력을 구현한다는 것으로서, 이후 군사혁신의 주요 모델로 자리잡았다(Gentile et al 2021, ix-x). 뒤따라 중국은 미국의 제3차 상쇄전략 발표 두 달만인 2015년 1월에 상쇄전략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전략학(战略学)의 2017년도 개정판에서는 지능영역 개념을 제시했으며(Yatsuzuka 2022), 나아가 2019년도에 들어서는 국방백서에서까지 지능화전쟁의 등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혁신을 자신의 체계대항전 개념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적용해갈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군사분야에 대한 인공지능의 도입을 강조해왔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2021년에 무기체계에 인공지능을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무엇보다 러시아군의 군사지능화에 대한 관심은 2022년 발발한 러우전쟁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특기한 것은 러시아의 군사지능화에 대한 관심은 2013년, 이른바 게라시모프 독트린이 제기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의 미래 알고리즘전쟁에 대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모델을 참고하여, 자체적인 군사지능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은 2024년 러시아파병 및 전투참가 이후 드론전에 대한 관심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한은 2024~2025년 두 해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 하에 4차례의 자폭용 무인기 성능시험을 진행했다. 매 시험 때마다 김 위원장은 무인기의 대량생산을 주문했다.[1] 이에 북한의 군사지능화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지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한국의 대응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이에 본고에서는, 북한이 군사지능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방국이자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AI 담론을 참고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AI 담론을 유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군사지능화 추진방향을 위치 짓고자 한다. 아울러, 이러한 분석으로부터, 북한의 군사지능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국방 및 외교 전략을 모색한다.   이 워킹페이퍼는 북한의 군사지능화가 전투체계 전반의 통합을 지향하는 중국식 ‘지능화 전쟁’보다는, 전술적 필요에 따라 인공지능을 선택적으로 도입하는 러시아식 ‘전쟁의 지능화’ 모델에 더욱 가깝다고 본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담론을 ‘통합적 접근 여부’, ‘전략적 활용 여부’라는 두 축에 따라 유형화하고, 북한의 담론과 인공지능의 활용분야가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논한다.   Ⅱ.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가. 중국의 군사지능화: 지능화전쟁   2017년 19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전면적으로 군대현대화를 추진하라면서 그 내용 중 하나로 ‘군사지능화를 더욱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加快军事智能化发展)’고 언급했다.[2]   이어 열린 19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쉬치량이 군사지능화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는 2016년 3월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 이후 인공지능의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이 중국 내에서도 커진 결과이기도 했다.   중국은 2019년 7월에 발표한 국방백서에서 ‘지능화전쟁’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공식 제시했다. 국방백서는 미래전의 형태가 될 지능화전쟁이 될 것이라면서, 그에 대비할 필요성을 시사했다.[3]   “새로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혁명이 추진되는 가운데, 인공지능, 양자정보,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첨단과학기술은 군사영역의 응용도 가속화하고 있고, 국제군사경쟁 국면은 현재 역사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정보기술이 핵심인 군사첨단기술은 나날이 발전해고 있으며, 무기 및 장비의 장거리 정밀화, 지능화, 은밀화, 무인화 추세는 더욱 명확해지고 있고, 전쟁형태는 정보화전쟁으로 전환은 가속화되고 지능화전쟁은 실마리를 드러내고 있다.”[4]   과거 중국은 대비가 필요한 전쟁의 양상으로 전통적인 인민전쟁에 이어, 덩샤오핑 지도부 시기 현대전 조건 하의 인민전쟁을 제시했고, 장쩌민 시기에 들어서는 대규모전쟁보다 국지전에 초점을 두면서 1993년에 첨단기술 조건 하 국지전, 2004년에 정보화전쟁 조건 하 국지전으로 중국인민해방군의 군사력 건설 방향을 발전시켜왔다. 그러한 배경에서 지능화전쟁이라는 말을 전략지침 차원에서 언급한 것은, 앞으로 대비해야 할 전쟁양상이 정보화전쟁에 이어 지능화전쟁으로 상정될 것임을 밝힌 것과 같았다. 다만, 전쟁양상이 지능화전쟁으로 전환되었다고 하기보다 지능화전쟁이 실마리(端倪)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함으로써, 본격적인 국방전략 전환이나 지능화전쟁에 대비한 군사교리 등장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암시했다. 이즈음, 중국의 군사전문가들은 지능화전쟁 개념에 긍정적이더라도, 지능화전쟁으로 이행에는 향후 3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Cai and Lu 2017).   한편, 2019년 중국의 국방백서에서는 군사지능화의 발전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점도 주문했다.[5] 이는 중국이 2017년 이래 군사지능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의미했다(Yatsuzuka 2022, 24-25).   나아가, 2022년도 20차 당대회(2022.10.16. ~ 22.)에 이르러서는, 지능화전쟁에 대해서 “지능화 전쟁의 특성과 법칙”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지향하는 형태의 언급이 나타나고, 군사이론과 교리의 개발단계에 진입했다는 점까지 시사되었다. 아래에 인용된 20차 당대회의 시진핑 업무보고를 보면,[6] 12번째 항목의 건군 100주년 분투목표 중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의 융합발전을 견지”한다고 언급하고, 전략전술과 관련해서 “정보화, 지능화 전쟁의 특성법칙”을 연구하여 군사전략을 새롭게 하고 전략전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는 지능화전쟁의 실마리가 잡히고 있다는 2019년 중국 국방백서에서의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 또한 군사정책 과제의 하나로 무인 지능전쟁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등장한 것도 주목되었다.   “계획대로 건국 100주년 목표를 달성하고, 인민군을 세계일류군대로 만드는 것은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전략적 요구이다. 신시대 당의 강군 사상을 반드시 관철하고, 신시대의 군사전략방침을 관철하며, 당의 인민군에 대한 절대적인 영도을 견지하며, 정치강군, 개혁강군, 과학기술강군, 인재강군, 의법강군을 견지하고, 투쟁, 전투준비와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며,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의 융합 발전을 견지하고, 군사이론 현대화, 군조직형태 현대화, 군사인력 현대화, 무기장비 현대화를 가속화하여, 국가 주권,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전략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신시대 인민군의 사명과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중략… 전면적으로 훈련과 전투준비를 강화하고, 인민군의 전쟁승리 능력을 높여야 한다. 정보화 및 지능화 전쟁의 특성과 법칙을 연구하고, 군사전략이론 현대화를 가속화하며, 인민전쟁전략전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강력한 전략위협(억지)역량 체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영역과 새로운 품질의 작전역량 비중을 증가시키며, 무인 작전역량 발전을 가속화하고, 네트워크 정보체계의 건설과 운용을 통합해야 한다.”[7]   이즈음 자료를 통해 지능화전쟁으로 인한 전쟁의 변화와 제지권 개념이 등장해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2021년 해방군보에 실린 한 기사는 지능화가 가져온 전쟁의 변화를 통제권의 변화, 승리이론의 변화, 작전형태의 변화, 전투력생성기제의 변화로 각각 설명했다.[8] 지능화전쟁은 지능영역의 통제권이 다른 영역의 통제권을 배가시키는 형태의 전쟁으로서 지능영역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면 다른 영역에 대한 통제도 상실될 수밖에 없으므로, 통제권 차원에서 제지권(制智权)이 제공권, 제해권처럼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승리이론에서도 지능이 화력, 기동성, 정보보다 더욱 중요해지고, 작전형태도 점차 지능화의 발전에 따라 무인화체계 작전이 표준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나아가, 전투력생성 기제도 무인체계가 전투경험을 축적하면서 무인 장비의 자기학습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아울러, 해방군보의 다른 글에서는 지능화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훈련 양식도 지능형 훈련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를 위해서는 인간지능과 기계지능의 협업을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9]   참고로, 중국에서 논의되는 지능화전쟁은 지능영역이 군사력을 결정한다는 사상을 반영했다(Yatsuzuka 2022). AI를 통한 정보통합, 신속한 의사결정, ‘스마트한’ 공격방식, 전 영역 공격·방어의 지능화로 지능영역이 군사적 능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정보화전쟁에서는 정찰과 모니터링의 제약이 군사력 향상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였다면, 지능화 전쟁에서는 AI의 도움으로 그러한 병목현상(bottleneck)이 해소되고, 육지, 바다, 하늘만이 아니라 우주 영역에서 수집된 광범위한 정보가 빠르게 처리되면서 다 영역 통합 타격이 가능해진다. 그와 더불어, 의사결정에서도 클라우드 및 AI의 도움으로 속도가 향상될 것으로 본다. 나아가, 지능화된 무기의 스워밍 협동과 보다 ‘스마트한’ 공격도 가능하다. 이러한 지능화전쟁에서는 인지영역, 사회영역, 사이버영역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공격과 방어에 지능화가 승패를 좌우할 핵심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측 전문가들은 지능화전쟁을 정보화시대의 전쟁에 비추어 보다 포괄적인 통합전쟁(integrated warfare)으로 이해하며, 지능화무기와 그에 관련된 작전방식, 정보체계, IoT 정보화체계로 구성되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국국방대의 팡홍량은 지능화 전쟁이란 “지능화전쟁은 육해공, 우주, 전자기, 사이버, 인지 영역에서 지능화된 무기와 관련 작전 방식을 이용하고, IoT 정보화 체계에 뒷받침하여 수행되는 통합전쟁”이라고 설명했다.[10] 중국의 지능화전쟁에 대한 시각은 지능화전쟁을 현대의 전쟁형태인 정보화전쟁이 진화한 것으로 보는 관점에 기반한다. 정보화전쟁은 특정한 물리적 표적을 정밀타격하기 위해 정찰, 의사결정, 타격실행을 서로 연결시킨 네트워크로 수행하는 전쟁으로 체계 간의 대항전이었다면, 지능화전쟁 역시 정보화전쟁이 고도화되어 시스템들의 시스템(system of systems)으로 수행되는 전쟁으로 체계대항전의 성격을 갖는다. 이 연장선에서 중국은 지능화전쟁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네트워크 전쟁 수행방식을 적용하여, 상대국의 정보네트워크를 마비시키고 나서 분해된 상대국의 군사력을 장거리 타격으로 파괴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Dahm 2020).   끝으로, 중국은 인공지능 기반의 군사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 내의 연구기관에 인공지능 관련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으며, 민군 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Kania 2021).[11] 그에 따라 각군은 무인 무기체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고, 국방대, 국방과기대 등을 통해 워 게임 시뮬레이션에 대한 인공지능의 응용, 지휘체계의 지능화 등의 잠재적 활용분야를 탐색하고 있으며, 국영방산기업을 통해 무기의 지능화와 무인체계 개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민군 융합의 차원에서는, 국가주도의 투자기금이 조성되고 있으며,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등 주요 대학과 상해, 천진, 선전 등 주요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기금 혹은 민군 융합기금이 설립되어 민간과 군사 두 영역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민간기업들도 무인 헬기나 무인 함정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나.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전쟁의 지능화   군사지능화 담론을 소개하는 데에서는 중국보다 러시아가 오히려 더 이른 시기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중국이 2017년 19차 당대회에 들어서야 군사지능화 문제를 언급했던 데 비해, 러시아에서는 2013년 2월 27일에 발표된 발레리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 총참모장의 글에서 미래전의 주요 수단으로 AI와 지능형 무기체계가 주목되기 시작했던 것이다(Gerasimov 2016, 26). 그는 “선견지명에서 과학의 가치(The Value of Science in Foresight)”라는 글에서 하이브리드 전쟁을 포함한 미래전의 양상을 분석하면서, 현대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군사장비의 자동화와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를 꼽았다. 그리고, 러시아 국방부는 2014년에 “전망적 군사로봇 개발 계획(Creation of Prospective Military Robotics through 2025)”를 발표하여, 지상, 공중, 해상 로봇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Bendett 2023).   이후에도 계속된 러시아의 국방 AI에 대한 강조는 군사 분야에서 인공지능 요소를 지닌 무기의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2020년 12월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 및 NATO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5개 우선순위의 하나로서, AI 요소를 지닌 무기개발을 제시했고, 2021년 쇼이구 국방장관은 인공지능 기술을 무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문제에 대한 강조는 2022년 러우전쟁 발발 이후에 더욱 확대되었다. 2022년 11월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권과 안보가 국내 AI 연구개발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고, 2023년 11월에는 서방의 AI 독점은 위험하다고 언급한 것은 물론, 그로부터 한달 뒤에는, AI 기반 무기 및 로봇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Bendett 2024, 3).   특히, 러우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군사과학에서도 무인체계, 유무인 협업이 새로운 전쟁표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부상했다. 러시아군의 고위관계자들이나 이론가들은 러우전쟁이 전쟁의 성격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보고, 러시아군의 작전적, 전략적 개념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러시아가 직면한, 첨단군사기술의 부상에 따른 군사적 문제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군사기술의 활용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Petersen et al. 2025, i).   그러나 러시아는 인간의 결정을 강조하며, 전쟁행위에서 AI의 역할은 보조적인 것에 국한될 것으로 본다. 중국이 지능화전쟁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면, 러시아는 ‘전쟁의 지능화(интеллектуализация войны; intellectualized warfare)’ 개념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의에서는 전쟁의 지능화는 디지털 전투기술과 체계가 자연스럽게 진화한 결과라고 보면서도, AI의 역할은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지원에 국한된다고 설명한다(Bendett 2024, 6).   중국이 AI에 기반한 군사발전의 추세를 통합작전, 합동작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러시아는 비합동작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특정 임무와 영역에서 인공지능으로 군사적 실리를 얻으려는 공리적, 실용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endett et al. 2021, 63-74). 러시아는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같이 미래전쟁의 성격으로서 지능화를 강조하고 있지는 않으며, 통합전쟁보다는 기존 전쟁수행방식의 틀 내에서 위기 시 비군사수단에 대항하거나, 개전 초기 정보 우세를 달성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AI를 선별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따라서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도 여론조작 및 영향력 공작, 민주주의 기구의 작동 저해, 핵심 인프라에 대한 교란 및 불능화, 정치·사회 영역의 혼란 조성 등을 목적으로 할 것으로 논의되어 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에서 군사적 인공지능 응용은 전자기전, 무인체계, 사이버전 영역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Bendett et al. 2021). 우선, 전자기전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도입은 신호 분류, 데이터 번역, 중요신호 식별 등에서 작전의 효율을 40%가량 높여줄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무인체계에 대한 AI 응용은 무인체계의 작전 속도와 지속성, 작전범위를 늘려줄 수 있으며, 인간과 기계의 협업, 기계 간의 협업을 더욱 강화 시켜준다. 사이버전 영역에서도 정보전 수행역량을 제고하고 사이버전에서 승리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고자 한다. 사이버 취약점의 식별, 효율적 스피어피싱, 사이버 작전의 은밀성 강화, 멀웨어의 자동기능 활성화에 머신러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서도 자율적인 멀웨어인 ‘크래쉬오버라이드(Crashoverride)’가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군은 러우전쟁 발발 이후 AI 적용을 위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12] 다만, 이후에도 러사아의 주요한 AI 활용분야는 배회형 폭탄과 공중 드론, 로봇, 정보전 및 사이버전에 집중되어 있다(Bendett 2024 참조).   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유형   폴 루셴코(Paul Lushenko 2023)는 AI 기반 군사기술의 도입 유형을 의사결정의 수준(전술적 혹은 전략적 수준)과 감독 유형(기계감독 혹은 인간감독)이라는 두 변수에 따라 구분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전략적 수준의 의사결정을 기계감독 유형으로 하는 군사 AI는 ‘AI-지휘관(AI-General)’, 전략적 수준의 의사결정이 인간감독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모자이크전쟁(Mosaic Warfare), 전술적 수준의 기계감독 유형을 보여주는 군사 AI는 미노타우르스전쟁(Minotaur Warfare) 유형, 전술적 수준의 인간감독 유형은 켄타우르스 전쟁방식(Centaur Warfighting)에서 드러난다고 보았다.   이처럼 국가 간의 차이가 보여지는 부분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인공지능 활용 양상을 구분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 기준이 두 나라의 군사지능화 방향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 유용하다. 첫째, AI의 도입에 따라 전쟁은 통합된 체계 간의 전쟁이 된다고 보는 지의 여부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이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고, AI를 통해 여러 전투체계의 통합을 달성하고자 한다. 반면, 러시아는 AI에 의해 전쟁이 통합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데 상대적으로 신중하거나 부정적이며, 기존의 전략적, 전술적 개념을 전면 수정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한해 AI를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본다.   둘째, AI의 활용이 전략적인 수준에서 활용되어야 할지, 아니면 전술적인 수준에서 활용되어야 할지를 이해하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AI 지휘관과 유사한 활용방식을 지향한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전략적인 수준에서 AI를 사용하는 데 부정적으로 군사적 결정권은 반드시 인간이 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 기준에 따라 중국의 군사지능화와 러시아의 군사지능화를 구별한다면, 두 나라 군사지능화의 성격은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표 1>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유형   Ⅲ. 북한의 군사지능화와 추진방향   가. 군사지능화 담론   군사분야의 인공지능활용에 대한 북한의 담론은 2013년에 무장장비의 지능화 개념으로부터 출발했다. 북한의 국방력 건설 중점 사항에서 무인화, 지능화 등이 제시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이미 10년전에, 북한이 인공지능의 군사적 응용에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2013년 8월 25일 김정일의 선군혁명영도 53주년 기념 담화에서 김정은 당시 노동당 제1비서는 국방공업부문에 대하여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무장장비를 더 많이, 더 질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2014~2015년에도 신년사와 군사분야 현지지도, 정치국회의 등에서 지능화, 무인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먼저, 2014년 신년사에서도 무장장비의 지능화가 국방공업 부문에 대한 요구사항인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의 하나로 제시되었다. 그 이후 김정은 제1비서는 무기개발을 평가함에 있어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라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2014년 6월 전술유도탄 시험발사도 무기의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달성의 성과로 언급되었다.[13] 뿐만 아니라, 2015년 2월 노동당 정치국회의 결정서에서도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요구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언급은 북한이 최소한 현대전쟁은 정밀 타격전일 뿐만 아니라, 무기의 경량화와 더불어 무인화 및 지능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2020년에 들어서도 무장장비의 지능화가 필요하다는 북한의 담론은 지속되었다. 다양한 내부 보도를 보면, 북한 지도부 및 대중도 미국이 군사력 개발에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미매체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미국의 무인 잠수정 개발 동향 등이 노동신문을 통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14]   또한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무장장비의 지능화, 정밀화, 무인화, 고성능화, 경량화”를 군수산업 연구개발의 목표로 제시했다.[15] 다만, 이 대목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공업 부문에 전략·전술핵의 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명중도 개선과 더불어 핵 투발수단의 다양화(극초음화, 고체연료화, 수중화) 등 과중한 전략무기개발 과업도 국방부문에 요구했기 때문에, 2020년대 초 북한 당국이 AI의 군사적 응용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여력은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무장장비 첨단화 목표 중 지능화를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러한 미묘한 문구 변화를 통해 군사력 건설에서 첨단과학기술 도입 필요성의 우선순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내비쳤다.   북한도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지능화 전쟁 논의를 일정 수준 파악하고 있었다. 이례적으로 2022년 10월의 제22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발표된 시진핑 주석의 보고문을 한 면에 걸쳐 거의 상세하게 소개했다.[16] 이 가운데에서 국방정책에 관한 대목으로서 지능화전쟁 문제가 언급된 부분은 아래와 같았다.   <표 2>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 시진핑 업보고와 노동신문 보도 내용 이를 살펴보면, 중국의 지능화전쟁 관련 논의 가운데 “무인작전역량의 발전을 가속화한다”는 부분만 직역되어 제시된 반면, 기계화, 정보화, 지능화의 융합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대목, 정보화 전쟁과 지능화전쟁의 특성과 법칙을 연구해야 한다는 대목이 생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022년 당시 북한은 지능화전쟁과 같은 미래전 대비에 필요한 군사이론 및 교리 개발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음을 시사할 것이다. 다시 말해, 20차 중국공산당 대회 보고문에서 지능화전쟁의 특성을 연구해야 한다는 핵심 문장이 노동신문에 소개되지 않았으며, 뒤이어 제시된 “군사전략이론 현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부분도 “군사이론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간결한 표현으로 소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의 보고문 중 “무인지능작전력량의 발전”을 다그쳐야 한다는 부분이 선별적으로 소개된 것은, 무인 무기체계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북한 역시 공감대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약 2년이 흐른 뒤 김정은 위원장은 무인기 활용의 세계적 확대를 반영하여, 그와 관련된 군사이론과 교리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2024년 11월 김정은은 자폭용 무인기 성능시험에 대한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무인기는 낮은 생산비용과 높은 군사적 효과로 인해 이제 군사분야의 필수적 수단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이와 같은 객관적 변화는 군사리론과 군사실천, 군사교육의 많은 부분을 갱신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제기하고 있다”며 국방과학 및 교육부문에서도 신속히 새로운 전법과 전술을 적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했다.[17] 김 위원장은 이때 그의 입장을 무인체계와 작전방안·교리를 결합시키는 “로선”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로부터 반년 뒤 김정은이 참가한 병종별 전술종합훈련에서는 특수부대의 드론전에 대비한 훈련방식이 반영되어 있었다. 북한 매체는 병사들이 드론을 운용하는 모습이나, 드론의 탐지로부터 은폐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진 길리슈트를[18] 입은 모습들을 보도했다. 이는 러우전쟁에서 습득한 전술을 특수부대 내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19]   이는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한 데 따라, 드론전에 필요한 전술을 획득할 기회를 가진 결과로 보인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의 FPV 드론에 대응하는 3인 1조의 전술이나, 재밍건 사용법을 배울 수 있었다.[20]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 전자전부대도 파병한 것으로 보도되면서,[21] 대(對)드론 작전 및 수단에 추가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낳았다.   종합하면, 북한은 러시아가 전쟁의 지능화를 언급한 것과 유사한 시점부터 무기 지능화 담론을 소개했고, 러우전쟁을 통해서 현대 드론전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켰다. 이로부터 미루어 볼 때, 북한은 러시아 군사지능화 담론의 영향을 받으면서, 러우전쟁의 전훈을 고려해 군사지능화 담론을 발전시켜온 것으로 보인다.   나.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 분야   김정은 위원장이 2013년 경부터 북한 군수산업에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를 요구한 만큼,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이 이른 시기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네 가지 목표 중 지능화와 무인화 목표는 AI와 무인체계의 활용을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1) 무인수상정   북한은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 침투정과 그 유인화 모델 등을 우선 개발했다. 우선, 2013년 3월에 김정은 위원장은 제1501 군부대 첨단전투기술기재를 ‘지능화된 무기’라고 언급했다. “지능화가 높은 수준에서 보장된 함선은 항해와 사격조종을 비롯한 모든 전투행동을 자동적으로 할 수” 있다고 소개된, 이 기술자재는 무인 침투정로 추정된다.[22] 아울러, 김정은은 2013년 8월 새로 건조한 전투함정 기동훈련 현지지도 시에도 이 함정이 자동항해, 자동 사격조정, 동시타격 등이 가능한 “지능화가 높은 수준에서 보장된 함선”라는 언급이 등장했다.[23] 김정은은 이 현지지도에서 앞으로 함정건조 시 그 지능화수준을 더 높이라고 주문했다. 2013년 10월의 신형 전투함정 기동훈련 현지지도에서도 김정은 또다시 당시 제1비서는 “짧은 기간에 지능화, 경량화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되었다고 언급했다.[24] 이때 김정은이 시찰한 이 전투함정은 스텔스 형상 기술이 반영된 파도관통형 침투정으로서 시속 90km로 쾌속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침투정은 2013년 3월 24일 김정은 위원장의 제1501 부대방문 보도를 통해 노출된 무인 침투정의 유인화 변종으로 여겨진다.   2) 무인잠수정   북한은 무인 잠수정 분야에서는 핵 무인 수중공격정 ‘해일’을 개발해왔다. 북한이 2023년 3월에 첫 시험한 핵어뢰 ‘해일’은 핵 무인 수중공격정으로서 8자형 침로를 약 59시간 잠행하여 목표에 도달하였다고 보도되었다.[25] 해일 계열은 2023년 8월(해일-2)과 2024년 1월(해일-5-23)에도 추가 시험되었다.[26] 나아가, 일부 해외매체에서는 2025년 8월 말경 해일 핵 수중 무인 공격정의 실전배치를 준비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27] 다만, 핵탄두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대형의 무인 잠수함과 관련 항법·통신기능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3) 대함미사일   북한 군사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은 재래식 무기의 정확도 등 성능을 강화하는 데 쓰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는 대함 미사일이었다. 노동신문은 2015년 6월 실험한 대함미사일에 대해 지능화 기능으로 목표물을 정확하게 탐색해서 명중시켰다고 언급했다.[28] 이 시기 북한이 개발한 지대함 미사일은 금성-3형으로서 러시아의 Kh-35에 기반하고 있었다. 따라서, 북한은 Kh-35를 역 설계하여 금성-3형을 개발하면서, 현대식 순항미사일에 탑재되는 유도·탐색 등 일종의 지능화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수 있다. Kh-35는 마지막 공격단계에서는 레이더 탐색기를 이용해 스스로 목표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능동유도기능을 갖추고 있다.[29] 북한은 2017년 6월 8일에 실시한 금성-3형 시험발사에서는, 금성-3형의 발사장면만이 아니라, 목표선박을 맞추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그림 1> 2015년 2월 8일 금성-3형 발사 장면 출처: 중앙일보(2017. 6. 9.)   참고로, 북한은 2020년 중반부터 대함미사일 등 순항미사일 개발에 상당한 역점을 두고 시험발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점에서 북한이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한 대함미사일에도 지능화 기술은 반영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30] 북한은 2020년 4월 문천에서, 2021년 3월 온천에서도 금성-3형 대함미사일을 지상발사방식으로 발사했고, 2024년 2월에는 신형 지대함 미사일인 ‘바다수리-6형’까지 시험발사했다.[31] 바다수리-6형에 대해 북한 매체는 이 미사일이 1,400초간 비행하여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보도했다.   4) 무인항공기   무장장비의 무인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는 무인항공기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먼저, 2017년 1월 28일 탱크훈련 현지지도 시 김정은은 공병정찰기재의 현대화, 무인화를 위한 진전을 요구했는데,[32] 이는 무인 정찰기 개발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된다.[33] 이후 북한의 무인 정찰기 개발은 2020년대 초반 급진전되었다. 무인 정찰기의 조기개발이 5개년 북한 무기개발계획(2021~2026)의 역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림-1>의 새별-4형은 북한판 고고도 정찰기로서, 2023년 7월 26일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다음날에는 정전협정체결 70주년 기념일 식전행사에 참가하여, 평양 시가지 상공을 저고도로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란과의 기술협력으로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Dempsey 2023).   <그림 2> 새별-4형 출처: 중앙일보(2025.4.2)   <그림 3> 새별-9형 출처: 조선일보(2023.7.29)   이들 무인 정찰기가 실제로 고해상도 정찰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겠지만, 북한은 새별-4형과 9형이 그러한 정찰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새별-4형과 9형 외형을 공개한지 2년 남짓, 2025년 3월 2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무인항공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을 현지지도하고, 이들 무인기가 “각이한 전략대상들과 지상과 해상에서의 적군 활동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탐지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을 확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2025년 5월 중순에도 이들 무인 정찰기를 시위비행에 동원했다.[34]   이 가운데, 새별-9형은 공격용 무인기로 쓰일 수 있는 기종이다. 북한은 2023년 7월 방북했던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새별-9형을 공격용 무인기의 하나로 소개했다. 새별-9형이 모방한 미국의 MQ-9 리퍼 역시 정밀무기를 장착하고 이동표적 등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무기체계였기 때문에[35], 북한의 새별-9형 역시 대전차공격 및 요인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고 추정되었다.[36] 나아가, 2025년 5월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공군의 반항공전투 및 공습 훈련 현지지도 시, 북한은 새별-9형의 편대비행을 공개했다. 이를 볼 때, 북한군은 공격용 무인기의 운용규모 확대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37]   덧붙여, 북한은 2024년 11월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에서 소형 정찰용 드론 2기를 공개했다.[38] 각각 고정익 정찰기와 회전익 정찰기 유형인 이들 전술정찰기는 향후 자폭용 무인기와 결합해, 전차나 장갑차를 발견하고 공격하는 지상 드론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5) 자폭용 드론   자폭용 드론은 북한이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무기체계이다. 2024년 11월 “국방발전-2024” 무장장비전시회에서 공개한 10종의 소형 군용 무인기 중에는 이스라엘의 하롭(Harop) 혹은 이란의 샤헤드 드론과 유사한 가오리형 무인기, 이스라엘의 히어로(Hero)-400 혹은 러시아의 란쳇-3과 유사한 십자형 무인기, 이스라엘의 히어로-120 혹은 러시아의 란쳇-1과 유사한 십자형 무인기, 그리고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골판지형 소형 드론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쿼드콥터형 무인기 3종도 이들과 함께 전시되었는데,[39] 이러한 무인기들 역시 수류탄 혹은 대전차폭탄을 탑재하고 자폭용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 타격수단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가운데 북한은 하롭과 히어로 계열과 유사한 가오리형 무인기와 십자형 무인기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그림 3>, <그림 4> 참조). 북한은 2023년 9월 북러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측으로부터 증정 받은 자폭용 무인기와 정찰용 무인기를 분해하여 관련 무인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북한은 그 이후 자폭용 무인기 개발과정에서 2024년 8월, 11월, 2025년 3월과 9월에 걸쳐 네 차례의 자폭용 무인기 성능시험을 수행했다.   <그림 4> 2024년 8월 24일 김정은 현지지도 <그림 5> 2024년 11월 14일 김정은 현지지도 이후 김정은은 자폭용 무인기 개발 과정에서 지능화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2024년 8월 자폭용 무인기의 첫 성능시험 시 김정은 위원장은 “무인기개발에서 인공지능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40] 이듬해에는, 2025년 3월 말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현지 지도하면서, 신형 무인 정찰기와 자폭용 무인기의 성능을 확인한 후 무력현대화에서 최우선시되어야 할 부분으로 무인장비만이 아니라 “인공지능기술분야”를 지목했다.[41] 아울러, 2025년 9월에는 북한 “무인무장장비체계들의 인공지능 및 작전능력고도화”를 주문했다. 나아가, 2025년 9월 18일 김정은 위원장은 금성 계열 자폭 무인항공기술연합체의 연구개발기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승인했다. 이점에서, 북한은 드론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더욱이, 북한은 2025년 10월 당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는 컨테이너형 드론 발사대를 공개함으로써 향후 자폭용 무인기를 대량으로 운용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각 발사대에는 하롭형 드론이 6대씩 적재될 수 있었다.[42] 이러한 발사대는 북한이 미래전에서 드론을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무기체계의 컨테이너화라는 추세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43]   <그림 6> 북한의 드론 발사대(2025.10) 출처: 경향신문(2025. 10. 12).   6) 전투 시뮬레이션   향후에 확대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군사적 활용 동향으로서, 인공지능을 워 게임 및 전투 시뮬레이션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2022년 북한 학술지 ‘정보과학’에 강화학습(RL) 방식의 워게임 시뮬레이션 개발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었는데, 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포격전 시물레이션에 적용하려는 시도로 해석되었다. 이외에도 북한이 참조한 중국연구자들의 연구목록을 참고할 때, 북한군은 공중전 시뮬레이션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Kim 2024).[44]   7) 전자전 및 사이버전   또한, 앞으로 북한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서, 전자전과 사이버전 분야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북한은 2023년 이래의 북러 군사협력을 배경으로 전자전장비 및 전자교란장치를 추가로 도입하고 있다. 그 이전에도 북한은 1990년대 후반에 러시아로부터 전자전 장비를 도입했고, 2010년대부터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GPS 전파교란을 시도해왔다. 여기에, 2023년 이후 전자전 장비를 추가 도입함으로써, 북한의 GPS 전파교란 횟수는 2024년 1,100회를 상회할 정도로 급증했다.[45] 그에 따라, 2025년 2월에는 북한의 GPS 전파교란으로 한국군의 중고도 무인 정찰기가 이상을 일으켜 우리측 지역에 추락하기도 했다.[46] 아울러, 북한은 2024년 말에 한국 전자전장비 생산업체를 집중적으로 해킹했다고도 알려져 있다.[47] 전자전 분야도 인공지능이 도입될 경우, 신호분류와 식별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의 관심과 더불어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어갈 수 있는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사이버전 분야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AI 기반 사이버전을 전개해갈 가능성이 있다. 이미 2025년 7월 북한은 딥페이크로 생성한 이미지로 스피어피싱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48] 또한, 인공지능이 피싱공격의 은밀성과 효율성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한의 AI 기반 사이버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Lakhani 2025 참조).   다. 북한 군사지능화의 추진방향   북한은 지능화, 무인화 문제를 중국이 군사지능화 문제를 제기한 2017년보다 앞선 2013~2014년 무렵부터 제시했다. 이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국방AI 담론은 중국의 지능화전쟁 논의보다는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담론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2013년 초 게라시모프 독트린 논의와 더불어, 당시부터 무인체계의 등장에 따른 전쟁의 지능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이러한 논의의 영향으로 2013년 경부터 무기체계의 지능화, 무인화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와 자율무기체계의 등장으로 인한 군사이론 및 군사훈련의 변화 필요성도 중국의 지능화전쟁 논의를 수용한 결과였다기 보다는, 북러 군사협력과 북한군 러시아 파병의 영향으로 2024년 말에 제기된 현상이었다.   또한 군사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분야를 보았을 때에도, 북한은 지능화를 여러 체계의 통합으로 추진하기보다, 특정 분야에 대한 무인체계의 도입과 인공지능 기술 접목이라는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이 역시 러시아가 군사적 필요에 따라 무인체계와 인공지능을 선택적으로 개발해온 방식과 유사하다. 이처럼 북한 군사분야 지능화의 담론과 주요 활용양상을 살펴볼 때 북한의 군사지능화는 중국형보다는 러시아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표 3> 북한의 군사지능화 유형 Ⅳ. 결론   이 글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지능화 추진 담론을 비교하고, 각 담론을 서로 다른 유형으로 구분한 바탕에서, 북한의 군사지능화 담론과 추진방향은 어떠한 유형에 가까운지 분석하였다. 그 결과는 북한은 지능화전쟁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쟁방식을 새롭게 재구축하는 중국 방식과 전술적 필요에 따라 인공지능을 실용적으로 도입하는 러시아 방식 가운데, 러시아 담론의 영향과 북한 자체의 여러 제약을 고려하여 러시아 방식에 가깝게 군사지능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북러 군사협력과 러우전쟁 전훈의 영향에 따라 군사지능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11월에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현실에 부합하도록 군사이론과 군사훈련을 갱신하라고 요구하자, 드론전에 대비한 훈련방식을 보급했다. 이 외에도 러시아에 파견되었던 병력이 습득한 전투방식을 특수작전군 내에 전파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무인체계의 개발에도 가속도를 내어, 종래 침투정과 잠수정, 미사일 분야에 국한되었던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을 무인항공기와 자폭용 드론 분야로 확대했다. 향후 북한은 자폭용 드론에 필요한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대량생산체제도 구축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 하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북한의 군사지능화는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 역시 분야별, 전술별로 정교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둘째, 러시아가 인공지능과 북한이 러시아의 군사지능화를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의 러우전쟁 분석팀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물론, 제도화된 소통채널 구축이 중요하다. 끝으로, 무인항공기와 자폭용 드론 분야에서 북한의 군사지능화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북한의 미래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혁신을 추구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개발·방산·획득 기반을 체계적으로 구축해가야 할 것이다. ■   Ⅴ. 참고문헌   안보전략연구센터 국제전략연구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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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ia의 연구는 다음의 사이트 참조. https://www.andrewerickson.com/2021/06/the-elsa-kania-bookshelf-sino-american-competition-technological-futures-approaching-battlefield-singularity/   [12]Russian Federation. 2024. "Artificial Intelligence in the Military Domain and its Implications for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United Nations. Submitted pursuant to UN General Assembly resolution 7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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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7.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430364(Accessed: October 20, 2025)   [22]김태훈. 2015a. “[취재파일] 北, ‘바다의 드론’ 무인 전투함정 개발 주장.” . 1월 9일; 김태훈. 2015b. “파도 뚫고 시속 90km로 달려…北 비밀 병기 실전 배치.” . 1월 8일.   [23]<로동신문>. 2013a.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전투함선의 기동훈련을 지도하시였다.” 8월 25일.   [24]<로동신문>. 2013b.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전투함정들을 보시고 기동훈련을 지도하시였다.” 10월 12일   [25]<로동신문>. 2023. “중요무기시험과 전략적목적의 발사훈련 진행.” 3월 24일.   [26]<로동신문>. 2023.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2》형 투입 수중전략무기체계시험.” 4월 8일; <로동신문>. 2024. “무모한 군사적대결광기를 절대로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성 대변인담화.” 1월 19일.   [27]정봉오. 2025. “北 ‘수중 核드론, 동해 시범 배치’…南항만 ‘방사능 쓰나미’ 노린다.” <동아일보>. 9월 5일.   [28]<로동신문>. 2015.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해군부대들에 실전배비되는 신형반함선로케트발사훈련을 보시였다.” 6월 15일.   [29]김민석. 2017. “러시아 모방한 북한 신형 지대함 미사일.” <중앙일보>. 6월 9일.   [30]북한은 2020년 중반 이후 약 20차례의 순항미사일 시험을 실시하였다.   [31]<로동신문>. 2024.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지상대해상미싸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을 지도하시였다.” 2월 15일.   [32]<로동신문>. 2017.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땅크장갑보병련대 겨울철도하공격전술연습을 지도하시였다.” 1월 28일.   [33]아울러, 2017년 5월 28일 신형반항공유도무기체계 시험에서 공중표적의 하나로 무인기가 활용되기도 했다. <로동신문>. 2017.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국방과학원에서 조직한 신형반항공요격유도무기체계의 시험사격을 보시였다.” 5월 28일.   [34]<로동신문>. 2017.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국방과학원에서 조직한 신형반항공요격유도무기체계의 시험사격을 보시였다.” 5월 28일.   [35]Air Force. 2025. "MQ-9 Reaper." U.S. Air Force. January. https://www.af.mil/About-Us/Fact-Sheets/Display/Article/104470/mq-9-reaper/(Accessed: October 20, 2025)   [36]새별-4형은 미국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를 모방한 무기체계로, 새별-9형은 MQ-9 리퍼를 모방한 것으로 널리 생각되고 있다(Dempsey 2023).   [37]권윤희. 2025. “‘한국도 못한 걸 북한이 해냈다’…의기양양 김정은 ‘뒷배는 푸틴.’” <서울신문>. 5월 18일.   [38]<군사세계>. 2024. “북 2024 국방무기 전시회에 등장한 화성19형, 신형전차, 드론 등 심층분석.” 11월 25일.   [39]신대원. 2024. “北 ‘NK-방산’ 세일즈…골판지 드론부터 ICBM까지[신대원의 軍플릭스].” <헤럴드경제>. 11월 23일.   [40]<조선중앙통신>. 2024.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무인기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 8월 26일.   [41]<조선중앙통신>. 2025.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무인항공기술련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하시였다.” 3월 27일.   [42]곽희양. 2025.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신형무기…‘화성-20형’과 드론 발사대.” <경향신문>. 10월 12일.   [43]감시정찰능력과 드론 기술의 발달로 정밀유도무기를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미래에는 목표지점까지 이동해서 무기를 투하 혹은 발사하는 전투기나 함정 등 무기플랫폼의 가치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만약, 다수의 드론 혹은 미사일을 발사지점까지 이동시켜야 하더라도, 컨테이너화 하여 은밀히 이동시키면 충분하다. 그에 따라 무기체계의 컨테이너화가 첨단무기개발의 한 추세로 자리잡아왔다. Hammes, T. X. 2018. "America is Well Within Range of a Big Surprise, So Why Can't It See?" War on the Rocks. March 12. https://warontherocks.com/2018/03/america(Accessed: October 20, 2025)   [44]Kim Hyuk에 따르면, 북한이 인용한 중국측 연구는 다음과 같다. Huang, Qiwang and Weiping Wang. 2015. "Adaptive Human Behavior Modeling for Air Combat Simulation." 2015 IEEE/ACM 19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Distributed Simulation and Real Time Applications (DS-RT). October 14-16. https://ieeexplore.ieee.org/document/7395921/metrics#metrics(Accessed: October 20, 2025)   [45]2024년 1월부터 11월 13일까지 발생한 북한의 GPS교란은 총 1,157건으로 앞서 북한의 GPS교란이 높은 수준으로 발생했던 2016년의 715건을 크게 웃돌았다. 배소영. 2024. “북한 GPS 전파 교란 올해까지 7000건 넘어.” <세계일보>. 11월 17일.   [46]김예원. 2025. “군, 북한 GPS 전파 교란 맞서 ‘항재밍’ 능력 높인다.” <뉴스1>. 2월 28일.   [47]양낙규. 2024. “北, 전자전 장비 집중적으로 해킹 [양낙규의 Defence Club].” <아시아경제>. 8월 10일.   [48]조재학. 2025. “北 해킹그룹, 딥페이크 군무원 신분증 만들어 사이버 공격.” <전자신문>. 9월 15일.     ■저자: 이중구_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이중구 2026-01-22조회 : 891
워킹페이퍼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서론   2025년 1월 20일에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와 달리 인공지능(AI)을 미국이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임기 말에야 제한적 수준의 AI 정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선 국면부터 AI 의제를 전면에 올렸고, 출범 직후 3일 만에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110)을 폐기한 뒤 기업 친화적 성격의 새로운 행정명령을 공포했다. 이는 규제·위험관리 중심의 기존 접근을 사실상 접고,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 촉진을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조치였다. 이어 2025년 7월 23일에는 「경쟁에서의 승리: 미국의 AI 실행 계획(Winning the AI Race: American AI Action Plan, 이하 AI Action Plan)」을 공식 발표하며 재집권 후의 AI 정책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AI Action Plan은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제3축(Lead in International AI Diplomacy and Security – Export American Allies and Partners)이 AI 외교 및 연대와 직결된다. 핵심은 미국산 AI 제품·솔루션의 동맹·파트너국 확산을 통해 미국 중심의 보안·기술 생태계를 글로벌 표준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침은 연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산 하드·소프트웨어 채택을 강요 또는 견인하는 성격이 강하다. 2017년 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제재할 때는 중국산 제품의 배제를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중국산 제재를 넘어 미국산 채택 압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즉, 국제표준의 미국화와 기술 확산의 주도권을 통해 미국의 AI 패권을 공고화 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AI 연대를 강화하려 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과 러시아도 AI 연대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Ⅱ. 미국의 AI 연대: 쿼드와 오커스   미국은 AI Action Plan에서 AI 동맹/연대 외교의 심화를 표명했는데, 이미 '인공지능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on AI, GPAI)’, 쿼드(Quad), 오커스(AUKUS) ‘제2축’,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나토(NATO),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다자 플랫폼 전반에서 AI 의제를 다루고 있다.[1] 이 중 핵심은 쿼드와 오커스이다.   1) 현황   미국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를 AI·첨단기술 협력의 허브로 활용하고 있다. 쿼드는 이미 AI-ENGAGE(농업), BioExplore(생물다양성) 등 응용 협력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2021년 출범한 핵심·신흥기술 작업반(Working group) 등을 통해 의제별 연계를 진척시키고 있다. 2트랙 차원의 ‘쿼드 기술 네트워크(Quad Tech Network)’도 2020년 12월 가동되어 지속적인 정보교환 및 공동 연구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 호주국립대 국가안보대학원, 인도의 옵저버연구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 일본의 정책연구대학원대학(National Graduate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미국의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등이 참여하고 있다. 쿼드(Quad) 국가들은 ‘고위급 사이버 그룹’을 구성해 4국의 관련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그룹은 주요 기반시설의 안전 확보, 보안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의 회복력 제고 등을 목표로 공동 대응과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2]   쿼드는 네 나라 모두가 민주주의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 권위주의 모델에 대한 규범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사이버–AI 연계 관점에서 감시·검열·허위정보 등 AI 남용을 방지하고, 개방·접근·안전의 기술 생태계 확보를 공동 목표로 삼는다. 2025년 7월 개최되었던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AI, 반도체, 기술 표준, 사이버 보안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협력을 핵심 의제로 채택했으며, 해저케이블 보안을 중점 협력 분야로 지정했고, 미국은 중국 기술이 포함된 해저케이블의 미국 연결 제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3] 또한 4국은 AI 전문역량에 있어 상호보완성을 갖는다. 미국은 기계학습, 자연어처리에서 전문역량이 높고, 호주는 언어학, 이론 컴퓨터과학, 인도는 데이터마이닝, 데이터과학, 일본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에 강점이 있다. 이러한 차별적 비교우위는 연대 시너지를 창출할 기반이 된다.   한편, 오커스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중 핵심 국가인 미국, 영국, 호주의 협력이다. 전통적으로 파이브 아이즈는 냉전 기간부터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민군겸용기술 공동개발과 민감 정보공유를 이끌어 왔다. 다섯 국가는 정치·문화·언어적 정체성 공유를 바탕으로 오늘날 사이버안보·첨단기술 보호 메커니즘으로까지 협력의 영역을 확장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캐나다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의 51번째 주’ 발언으로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급랭하면서, 파이브 아이즈 응집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뉴질랜드의 경우 1980년 중반 뉴질랜드의 반핵 정책으로 인한 ‘미국·호주·뉴질랜드 동맹(ANZUS) 위기’이래 5개국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이브 아이즈 중에서도 오커스 3국(미·영·호)의 협력이 파이브 아이즈의 핵심 축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오커스는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제1축’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을 제공하기 위한 협력이고, ‘제2축’은 세 나라의 첨단기술 공동개발 및 상호운용 강화를 목표로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합의된 오커스(AUKUS)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계획대로 지속될지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설왕설래가 있었다. 2025년 6월 초에는 미국 측의 오커스 재검토 언급도 있었다. 하지만, 6월 중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계기 개최된 미국과 영국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가 오커스의 지속 추진을 확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20일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을 하고, 호주에 대한 원자력 잠수함 제공 절차를 더욱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제1축’의 추진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반면, ‘제2축’은 8개 기술·기능 분야로 구성되며, 2025년까지 AI, 사이버, 양자컴퓨팅, 해저기술 협력이 우선 가동되고, 이후 극초음속, 전자전, 혁신, 정보공유로 협력의 범위가 확대된다. 협력의 범위뿐만 아니라 참여국 역시 확대될 전망이다. 2024년 9월 17일 오커스 3주년 공동성명은 캐나다·뉴질랜드·한국과의 ‘제2축’ 협의를 명시했다. 2025년 9월에는 일본이 처음으로 오커스 ‘제2축’ 활동에 참여해 무인기 AI 연구 협력을 논의했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심화하고 있는 최근의 전략 환경과도 맞물린다. 오커스 3국과 일본의 무인기 AI 연구는 일본이 영국·이탈리아와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된다.[4]   2) 제약 요인과 과제   쿼드는 민주주의 연대라는 상징성과 플러스(+) 포맷의 개방성이 강점이지만, 인도의 전략적 유보가 상수다. AI가 미·중 기술패권의 중심축으로 부상할수록, 인도가 쿼드를 AI 연대의 플랫폼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와 인도의 러시아 산 원유 구입으로 붉어진 미국과 인도의 최근 불협화음도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근본적으로 인도는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는 달리 문화적, 역사적으로 미국과의 정체성 공유 정도가 낮은 한계가 있다.   오커스 ‘제2축’은 미국의 수출통제 제도, 특히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으로 인해, 기술·장비 이전이 지연되거나 차단되는 제약이 있다. 영국은 ITAR로 인해 소모되는 연간 비용이 국방예산의 약 1%에 달하고, 호주 역시 매년 수천 건의 허가 지연을 겪고 있다.[5] 이에 보잉, 안두릴과 같은 일부 기업은 호주 현지에서의 ‘연구·개발(R&D)’로 ITAR 제약을 우회하려 하고 있다.[6] 미국 국무부가 2024년 8월 영국과 호주를 대상으로 일부 완화를 단행했지만, 핵추진·양자 내비게이션 등 전략적으로 민감한 분야는 여전히 규제 테두리 안에 있다. 오커스를 통한 AI 협력이 실질적으로 진전하기 위해서는 제도 장벽의 추가 완화, 3국 방산 협업 효율화, 나아가 기초연구의 과감한 통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AI Action Plan의 제3축이 미국산 AI 수출 확대와 더불어 컴퓨팅 자원 수출통제 강화 의지를 담고 있어, 오커스 ‘제2축’을 미국 AI 연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에는 아직 제도적인 제약이 남아 있다.   Ⅲ. 중국, 러시아, 인도의 AI 연대   미국에 대응해 중국도 일대일로(BRI), 상하이 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등의 네트워크에서 AI 의제를 논의하고 있다. 일례로 시진핑 주석은 2025년 9월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AI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7] 아울러 AI 발전은 상호 연계와 공동 노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하며, ‘냉전식 사고’에서 벗어나 협력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중국은 유엔 등 다자 플랫폼에서의 논의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23년 ‘글로벌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내놓은 데 이어, 2025년 7월 26일에 개최된 ‘세계인공지능대회(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WAIC)’에서는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 신설 제안과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계획’을 발표하며 대안 규범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AI 연대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다층적인 글로벌 협력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8] 첫째,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인프라와 AI 기술 구축을 지원하는 ‘디지털 일대일로’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해당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둘째, 자국이 개발한 AI 모델과 기술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제 AI 생태계에서의 표준과 영향력을 주도하고자 한다. 셋째, 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신흥 경제권과의 기술 협력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AI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BRIICS 회원국들과의 협력 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BRICS 및 기타 신흥국들과 공동으로 AI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국제적 차원의 AI 협력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BRICS 국가들과 AI 관련 학회, 기관, 연구개발 조직이 참여하는 국제 연합체를 구성한다면, AI 분야의 공동 연구와 기술 협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구체적인 협력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9]   한편 인도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는 GPAI 참여국 확대를 매개로 미국과 중국 중심의 규범경쟁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제3 세력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인도와 같은 역내 다수 국가가 ‘AI 주권 확보(소버린 AI)’를 기치로 AI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더라도, 자본·기술·데이터·인재 등 핵심 요소에서 미국 및 중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 때문에 개별적인 노력을 뛰어넘는 중견국 다자 연대의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Ⅳ. 중견국 AI 연대의 가능성?   미국의 동맹국과 안보 우호국은 ‘소버린 AI’와 미국이 구축한 (또한 설정하고 있는) 표준의 수용 사이에서 선택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중국산 제품의 보안성 취약을 우려하여 미국산 제품의 도입을 선택하더라도, 미국산 제품의 보안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즉, 미국의 동맹국과 안보 우호국들이 주권·표준·안보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선택과 우선투자의 난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 동맹 경시 때문에, 미국 주도 AI 연구와 투자 네트워크의 응집력은 낮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고, 2025년 2월 뮌헨 안보회의에서 밴스 부통령의 강압적 태도가 동맹국들의 반발을 촉발했다. 더불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협상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대러시아 사이버 작전의 일시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는 동맹의 우려를 키웠다. 이는 마이클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이버 억제 대상국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중국과 이란만 지목했던 것과 겹치며 동맹국의 불신을 증폭시켰다.[10] 앞서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이 캐나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51번째 주” 발언으로 캐나다를 조롱하여 미국과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인 캐나다와의 관계가 악화되었다.[11]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역내 중견국이 개별적인 자강 전략과 병행하며 중견국 AI 연대를 모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2]   실제로 역내 중견국 간 양자, 삼자 협력 확대가 감지된다. 2025년 8월에 개최된 일본과 인도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인도에 대한 68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였다. 동 회담에서 양국은 ‘신뢰할 수 있는 AI’ 국제표준 공동개발을 골자로 한 인도–일본 AI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2026년 2월 인도가 개최할 ‘AI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글로벌 규범 선도자를 자임할 가능성도 있다.[13] 또한 2025년 9월에 개최된 일본과 호주의 외교·국방 장관 2+2회의는 히로시마 AI 프로세스를 토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체계를 구축하는데,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인도도 2025년 8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반도체·AI·청정에너지 등 첨단 분야 전략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쿼드 참여국인 호주·인도·일본의 AI 공동연구·투자 수준은 매우 낮다. 세 나라의 공동연구는 전체의 4% 미만, 투자 연계는 1% 이하로 추정되는데, 주된 이유는 데이터 거버넌스 차이·역량 격차·지정학 우선순위 불일치이다.[14] 예컨대 인도는 2019년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제안한 ‘오사카 트랙’ 서명을 거부했다.   한국,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중견국들은 핀테크와 모바일 기술에서 이미 높은 성취를 보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AI 도입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15] 그러나 AI 인프라의 미국 및 중국에 대한 의존은 기술적 자율성을 제한하며, 이러한 격차는 성장과 삶의 질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의 경우 인재와 자본의 유출로 영향력이 더욱 약화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연산능력, 데이터, 인재를 공동으로 확보하고 연구·제품 개발을 협업하는 지역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다.[16]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2025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세안 주도 다자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아세안 간 디지털 전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Ⅴ. 전망 및 인도·태평양 질서에 대한 함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지경학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다양한 (소)다자 협력이 중층적으로 협력, 연계 또는 경쟁하고 있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도 양자 동맹과 함께 쿼드·오커스 등 소다자 협의체가 부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출범 뒤 자국우선주의 심화로 미국 주도 자유주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중견국의 자강·연대 담론이 확대되고 있다.   역내 국가가 질서의 수동적 수용자를 넘어 일정한 규범·제도·기능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중견국 이상의 역량과 함께 소지역 리더십 및 지역 간 네트워크의 연결자(brok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역내에서 그럴수 있는 중견국은 일본·한국(동북아), 인도네시아(동남아), 호주·뉴질랜드(남태평양), 인도(인도양)를 꼽을 수 있다. 어느 중견 국가가 단독으로 역내 안보 질서 구축 및 유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역부족이지만 ‘소다자 연합을 구성하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일정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연대는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내부의 중견국 연대라는 성격을 지니기에, 한편으로는 미국 네트워크를 보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을 완화하는 균형 기제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AI 분야에서도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은 명확하지만, AI의 기술·인프라적 특성상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하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 인프라 우위 속에서 역내 중견국들은 오히려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즉, 중견국 연대가 진영 연대의 논리에 함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향후 AI가 국제적 위계의 핵심 결정요인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견국 AI 연합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AI 영역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중견국 협력에도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 앞서 살펴본 중견국 간 낮은 수준의 투자와 연구 협력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해준다. 중견국들이 직면한 이러한 현실적 제약하에서 미국의 AI Action Plan은 ‘포괄적 연대’라기보다 미국 중심의 AI 질서를 제도화하려는 전략적 구상에 가깝고, 쿼드와 오커스 내 AI 협력 역시 미국 주도 AI 연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국들 사이에서 AI 분야 공동투자와 연구 협력의 규모는 실질적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어, 중견국 연대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     [1]김상배. 2025. "미중 인공지능 패권경쟁과 한국: 국제정치의 전환과 중견국의 국가전략." 『국가전략』 31 (2): p. 113.   [2]Mandeep Singh, “AI-driven threats heighten regional focus on cyber defense,” Indo-Pacific Defense Forum, August 12, 2025.(https://ipdefenseforum.com/2025/08/ai-driven-threats-heighten-regional-focus-on-cyber-defense/)   [3]연합뉴스. 2025. "미, 해저케이블에 중국 기술 사용 금지 추진…"보안 우려"." 7월 17일.(https://www.yna.co.kr/view/AKR20250717028700009)   [4]류호. 2025. "오커스, 일본에 '무인기 탑재 AI' 공동연구 타진... 중국 견제 목적." 한국일보. 3월 4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0415540000973)   [5]오정미. 2024. "미국 상무부, 안보협력 동맹국인 오커스(AUKUS) 대상 수출통제 완화." 『수출통제 Issue Report』. 전략물자관리원. 5월 3일; 오정미. 2025. "미국, 방산협력 측면에서 수출통제 목록 정비 등 필요." 『해외연구동행 Report 2025-22』. 7월 21일.   [6]Shah, Rajiv. 2023. "US export rules need major reform if AUKUS is to succeed." The Strategy.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February 16.   [7]이동규. 2025. "2025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중국의 의도와 한계." 『이슈브리프』. 아산정책연구원. 10월 2일.(https://asaninst.org/data/file/s1_1/222742fa858281cd85cc5db0e71d3150_UHky3TuA_56dc1199bdd7d5c4749bc1e2950bcd35a829461d.pdf)   [8]이윤선. 2025. "AI의 정치사회학: 미래 패권 좌우할 미·중 AI 세계대전." 자유일보. 5월 6일.(https://www.jayu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197)   [9]이경아. 2024. "푸틴, 중국·인도 등과 'AI 동맹' 추진...미국 패권에 도전." 사이언스 투데이. 12월 12일.(https://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2412121136489802)   [10]Shoebridge, Michael. 2025. "The ‘5 Eyes’ & Trump: problems of trust & mistrust." Strategic Analysis Australia. March 21.   [11]The Economist. 2025. "Donald Trump v the spies of Five Eyes." March 16.   [12]Horan, Hans. 2025. "Indo-Pacific Allies May Rethink US Intelligence Sharing After Gabbard, Patel Appointments." The Diplomat. March 1.   [13]최윤정. 2025. "‘트럼프 우선주의(Trump First)’와 인도의 인도-태평양 재조정." 『세종포커스』. 세종연구소. 9월 15일.(https://www.sejong.org/web/boad/1/egoread.php?bd=1&itm=&txt=&pg=28&seq=12397)   [14]Chahal, Husanjot, Ngor Luong, Sara Abdulla, and Margarita Konaev. 2022. "Quad AI." Issue Brief.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May.   [15]Lim, Justin. 2025. "AI 생산성 전쟁이 시작됐다 — 아시아 중견국, ‘AI 인프라 주권’의 기로에서다!" Asean Daily News. 4월 16일.   [16]Lim (2025).()     ■저자: 박재적_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박재적 2025-12-05조회 :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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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③ 중국의 국방 AI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동아시아연구원 국가안보패널(NSP)은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국제정치 전반에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를 조망하고, 주요 국가들의 인공지능 전략을 분석하기 위한 워킹페이퍼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촉발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의 근본적 성격뿐 아니라 국가 간 세력 배분 구조에도 중대한 변동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날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은 각국이 국가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고, 효율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을 동시에 제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주요국이 어떠한 인공지능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전략이 군사·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독자적인 인공지능 발전 전략을 마련하여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국제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가져올 사회적·윤리적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적절한 규제 제도와 글로벌 협력 메커니즘의 구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본 워킹페이퍼 시리즈는 각국의 인공지능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함과 동시에 정책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국제정치 발간 목록]   ① 미국의 인공지능 전략과 군사적 활용 전망, 정구연 [워킹페이퍼 읽기] ② 인도와 국방 AI, 김태형 [워킹페이퍼 읽기] ③ 중국의 국방 AI, 전재우 [워킹페이퍼 읽기] ④ ‘인공지능(AI)’ 국제 연대: 쿼드와 오커스 그리고 중견국 연대를 중심으로, 박재적 [워킹페이퍼 읽기] ⑤ 북한의 국방 AI 담론과 실천: 중국의 ‘지능화전쟁’과 러시아의 ‘전쟁의 지능화’ 사이에서, 이중구 [워킹페이퍼 읽기] ⑥ 한국 국방 AI의 발전 과정과 미래, 진아연 [워킹페이퍼 읽기] ⑦ AI 군사혁신의 전개 양상 전망: 혁신 속도에 대한 두 관점과 미·중 사례, 설인효 [워킹페이퍼 읽기] ⑧ AI 혁명과 공화주의 안보이론: 무정부와 위계의 이중 난제 재부상, 차태서 [워킹페이퍼 읽기] ⑨ AI의 국제정치경제: AI 국가 전략과 글로벌 경쟁, 정재환 [워킹페이퍼 읽기] ⑩ AI와 국제정치경제, 송지연 [워킹페이퍼 읽기]   Ⅰ. 전략 목표: 기술안보국가 구축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달성을 공언함으로써 중국이 세계질서와 혁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미 시진핑 주석은 2017년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했고, 이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개념을 당장(黨章)에 삽입함으로써, 그 이전과 이후가 본질적으로 다른 시대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중국은 일차적으로 2035년까지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의 새로운 발전 단계에 도달”함으로써 주요 이정표를 세우고 다음의 목표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연장에서 최근 2025년 10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향후 중국의 진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였다. 회의에서 통과된 ‘15차 5개년 계획’ 건의안은 단순한 경제의 양적 팽창보다는 내수진작 등 내부 경제 안정과 함께 ‘국가 안보’와 ‘질적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15차 5개년 계획은 핵심 화두는 ‘신질 생산력(新质生产力)’이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인공지능(AI) 및 첨단 반도체 ▲양자 기술 ▲바이오 제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 수소 및 핵융합 에너지 등 미래의 판도를 바꿀 ‘신영역’에서 독자적인 기술 표준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기술 자립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체질을 기존의 부동산·인프라 중심에서 데이터·알고리즘 중심의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하는 거대한 국가적 도전이다.   2035년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목표(중등 선진국 수준의 인당 GDP 상정)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4.17%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4중전회에서 명시적인 성장 목표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국가통계국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4.8%로 발표했고, 중국사회과학원은 1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국의 잠재 성장률을 연평균 4.88%로 추산했다. 또한, 4중전회 직후 리창 총리는 15차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시점인 2030년의 중국 경제 규모가 170조 위안(약 3경 4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의 전방위적인 첨단기술 봉쇄 돌파를 전제로 설정한 목표로 해석된다.   즉, 중국은 최소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국가 발전의 프레임을 과거의 ‘정보화(信息化)’에서 ‘지능화(智能化)’로 격상시키고, 당이 기술 개발과 자원 배분을 직접 통제하는 ‘기술안보국가(Techno-Security State)’ 체제를 추구하고 있다. 시진핑이 직접 주도하는 기술안보국가 달성을 위한 통합전략체계는 ▲혁신 주도형 발전 ▲군민융합 ▲국가안보전략 ▲군사력 강화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동된다. 이는 2013년 제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직접 ‘국가와 시장의 신중한 균형’을 강조했던 초기 기조와도 뚜렷이 대비된다. 즉, 현재 중국은 ‘국가와 시장의 균형’을 중시하던 과거의 기조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안보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 고도화된 ‘당-국가 자본주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Ⅱ. AI 혁신 및 생태계 구축   2010년대부터 중국은 AI 역량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하였다. 예를 들어 「인터넷+ 인공지능 3개년 추진계획 (2016)」에서 AI 산업의 초기 발전을 위해 AI 자원 및 혁신 플랫폼 구축, 지능형 제품 개발 등 기반 인프라 마련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고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2017)」에서는 2030년까지 중국이 AI 이론, 기술, 응용 모든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프리미어 글로벌 혁신 센터’가 되겠다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4년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와는 차원이 다른 ‘AI+’ 전략을 공식 선포하며 디지털 기술 및 제조업과의 심층 융합을 국가 의제로 격상시켰다. 즉, 현재 중국 정부의 AI 정책은 초기 ‘기반 조성’ 단계에서 ‘규제와 진흥의 병행’을 거쳐, 2025년 현재 전 산업의 지능화를 꾀하는 ‘AI+ 행동’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국가 인공지능 산업종합표준화체계 구축지침 (2024)」은 2026년까지 50개 이상의 국가·산업 표준을 제정하여 AI 기술의 산업표준을 국가적으로 통일하고 산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지침을 제시하였다. 중국은 이와 같은 일관된 국가 총력 발전 과정을 거쳐 미·중 기술과 군사력 경쟁에서 ‘만도초차(弯道超车, 코너에서 추월하기)’와 ‘도약 발전(跨越发展)’을 이루어 경쟁의 ‘전략적 고지(制高点)’를 선점하고자 한다.   <표 1>중국의 AI 관련 주요 정책 문서 제목 작성 주체 발표일 주요 내용 ‘인터넷+’ 인공지능 3개년 추진계획 (인터넷+계획) 互联网+”人工智能三年 行动实施方案[1] Internet+ Artificial Intelligence Three-Year Action and Implementation Plan 국가발전개혁위원회 (NDRC), 과학기술부(MOST), 공업화 신식화부(MIIT), 국가 사이버 정보판공실(CAC) 2016년 5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중국의 AI 산업을 조기에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전략을 설명.   중국의 AI 개발과 기술의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목표 제시. 차세대 AI 발전계획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2] A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국무원 2017년 7월 중국의 AI 개발 진전 및  AI 규제 구축을 위한  일정과 전략을 제시.   중국이 2030년까지 세계에서 AI 개발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 제시. 신뢰할 수 있는 AI 백서 可信人工智能白皮书[3] White Paper on Trustworthy Artificial Intelligence 중국정보통신기술원 (CAICT)과 JD Explore Academy 2021년 7월 AI 시스템의 신뢰성을 설명하는 데 중점.   관련 당사자들이 신뢰성 있고 투명하며 제어 가능한 AI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구축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잠재적) 방안을 제시. 차세대 인공지능 실증 적용 시나리오 구축 지원에 관한 고시 支持建设新一代人工智能 示范应用场景 Notice on Supporting the Construction of Next-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monstration Application Scenarios 과기부 2022년 8월 AI 기술의 실질적인 응용을 촉진하고자 10개의 시범 응용 시나리오를 선정[4].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를 위한 임시 조치 (생성 인공지능 서비스 잠정 관리 방안) 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 理暂行办法[5] Interim Measures for the Management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Services 국가 사이버 정보 판공실(CAC),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교육부, 과학기술부(MOST), 공업화 신식화(MIIT) 등 7개 부처 공동 발표 2023년 7월 2023년 8월 15일에 공포·발효된 규정임.   생성 AI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조치 및 제품 생산 시 AI 제공자의 의무를 규정. 중화인민공화국 인공지능법 (학자 제안 초안) 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 (学者建议稿[6]) Artificial Intelligence Law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Draft for Suggestions from Scholars) 중국정법대학 장링한 교수, 서북정법대학 양젠쥔 교수, 중국정보통신기술원 청잉 수석 엔지니어, 베이징항공우주대학 조징우 부교수, 동중국정법대학 한쉬즈 부교수, 서남정법대학 정즈펑 교수, 중난경제법대학 쉬샤오벤 부교수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 2024년 3월 AI 기술 혁신 촉진,  AI 산업 발전,  AI 제품과 서비스 규제 관련 법안의 초안임 (공식 입법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음). 2024년 정부업무보고 2024年政府工作报告 Government Work Report 2024 국무원 2024년 3월 양회 정부업무보고에서 ‘인터넷+’를 계승하되 차원이 다른 ‘AI+’ 전략을 공식 선포하며, 디지털 기술과  제조업의 심층 융합을 국가 의제로 격상. 국가인공지능 산업종합표준화체계 구축지침 国家人工智能产业综合标准化体系建设指南[7] Guidelines for Establishing a Comprehensive Standardization System for the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Industry 공업화 신식화부(MIIT), 중앙인터넷 안전정보 기술위원회사무국, 국가발전개혁위원(NDRC), 국가표준화 관리위원회 2024년 6월 중앙정부의 인공지능 가속화 전략 (중공중앙, 국무원)의 이행을 위해 작성.   ‘신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국가표준화발전요강’, ‘글로벌 AI 거버넌스 이니셔티브’ 등 주요 정책에 따른 후속 표준 정비 문서임.   핵심 목표(2026년까지): 국가·산업표준 50건 이상 신규 제정, 1,000개 이상 기업 대상 표준 적용 확산, 국제표준 20건 이상 제정 참여, 인공지능 고도화 및 산업 고도화 추진 인공지능+ 행동 심화 실시에 관한 의견 关于深化实施人工智能+ 行动的意见[8] Opinions on Deepening the Implementation of AI+ Action 국무원 2025년 8월 2027년까지 핵심 분야 융합 실현, 2030년 AI 경제 주도권 확보,  2035년 AI 사회 전면 진입이라는 3단계 로드맵을 확정.이는 과거 ‘인터넷+’가 연결(Connection)에 중점을 두었다면, ‘AI+’는 ‘지식 창조와 판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   사실 이러한 중국의 발전 방향 제시와 일관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엔비디아의 첨단 GPU 수출 통제를 필두로 전방위적으로 대중국 첨단기술 봉쇄를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초기에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2024년과 2025년을 관통하며 목격되고 있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제재와 봉쇄가 중국 AI 기술 생태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진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단순한 기술 추격자의 지위를 넘어, 미국에 대항하는 ‘극한의 효율성’과 ‘인프라 장악’ 전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응 전략은 첨단 반도체 개발 및 범용 반도체 장악, 소프트웨어 효율화, 물리적 인프라 장악이라는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거대한 국가전략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공개한 모델은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실리콘밸리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들이 달성한 ‘가성비’의 비결은 제한된 GPU 자원 활용의 효율을 개선하는 아키텍처 혁신에 있었다. 이를 통해 딥시크는 입력 토큰 100만 개당 $0.14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경쟁 모델인 OpenAI의 o1 대비 약 1/20~1/30 수준이고, GPT-4o와의 대비에서도 압도적으로 저렴한 수준이었다. 딥시크의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AI를 고비용의 ‘사치재’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범용재’로 전환하고,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컴퓨팅 파워 부족’ 문제를 막대한 자본 투자로 상쇄하는 양상을 보였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역대급 자본지출은 단순한 설비 투자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생존과 미래 패권을 위한 포석에 가깝다. 알리바바는 2024 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197% 급증한 725억 위안(약 14조 원)을 투자한 데 이어, 향후 3년간 3,800억 위안(약 7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AI 및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입할 예정이다.[9] 알리바바는 이 투자의 목표를 명확히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구현에 두고 있으며,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라는 기존 캐시카우를 AI 인프라 구축의 ‘자금줄’로 활용하여, 자체 개발 오픈소스 모델인 ‘큐원(Qwen, 通义千问)’ 시리즈를 통해 AI 모델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텐센트 역시 2024년 767억 위안(약 15조 원)을 투자하며 전년 대비 221%라는 기록적인 자본지출 증가율을 보였다.[10] 텐센트는 자사의 독자 모델인 ‘훈위안(Hunyuan, 混元)’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한편, 이를 국민 메신저인 위챗(WeChat) 생태계에 깊숙이 통합시키고 있다. 특히 게임, 광고, 핀테크 등 자사의 방대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 학습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AI 서비스의 실질적인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상반되지만 상호 보완적인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전략의 핵심 중 하나는 첨단 AI 칩의 자립으로, 화웨이가 그 선봉에 서 있다. 비록 초기에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없이 SMIC의 7나노(N+2) 공정을 개량해 생산해야 하는 한계로 인해 수율이 20%대에 머무는 등 고전했으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자본 투입과 공정 최적화를 통해 최근 수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리며 양산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금융, 에너지, 통신 등 국영 기업의 IT 인프라에서 미국산 하드웨어를 퇴출시키는 ‘소(消)A 정책’(‘Delete America policy)’, 즉 ‘문건 79호’을 통해 확실한 내수 시장을 보장해주고 있으며[11], 이로 인해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한우지(寒武纪, Cambricon)은 2025년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13배 이상 폭증하는 기염을 토하며 기술 축적을 위한 자금과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러한 첨단 칩의 자립화 노력의 이면에는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제재의 칼날이 닿지 않는 28나노 이상 범용 공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2027년까지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생산 능력의 3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자동차, 가전, 산업 기기 등 전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며, 여기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은 다시 475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의 ‘빅펀드 3기(国家集成电路产业投资基金三期)’를 통해 HBM, 첨단 패키징, AI 가속기 등 취약 분야의 R&D 자금으로 수혈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요컨대, 중국은 범용 시장 장악을 기반으로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AI 구동의 필수 혈관인 광통신과 전력망 인프라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결정하는 광모듈(Optical Module) 시장에서 중제쉬창(中际旭创, InnoLight)과 신이성(新易盛, Eoptolink)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으며, 차세대 기술인 공동 패키지 광학(CPO)과 선형 구동 플러그형 광학(LPO) 기술을 선도하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기존 변압기보다 효율이 월등한 고체변압기 기술과 특고압 송전망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진판 테크놀로지(金盘科技) 등 자국 기업들이 전력 인프라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비유적으로 중국이 미국과 ‘두뇌’(AI 모델)를 두고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신경망(통신)’과 ‘심장(전력)’을 장악하여 글로벌 AI 생태계의 하부 구조를 주도하려는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인한 하드웨어의 열세를 일차적으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최적화로 대응하고, 동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범용 반도체와 물리적 인프라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최고 성능’을 지향하는 미국 중심의 AI 질서에 맞서 ‘최적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새로운 AI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격차 싸움을 넘어, 자원, 전력, 인재 및 인프라를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의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Ⅲ. 국방 AI: 군민융합과 군사력 강화   1991년 걸프전을 통해 정보 우위의 중요성을 절감한 중국인민해방군은 미국과의 ‘세대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비대칭적 ‘살수간(杀手锏, 비장의 필살 무기)’ 역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 이론가들은 AI로 인해 전장의 의사결정 속도가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하는 전장 ‘특이점(奇点)’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인간을 ‘루프에서 제외(out-of-the-loop)’하는 완전 자율 시스템의 운용 가능성을 미국보다 더 개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을 넘어야 할 ‘강력한 적(强敌)’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AI 기술 경쟁을 체제 대결의 핵심 전장으로 인식한다.[12] 흥미롭게도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 AI 역량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마치 냉전 시대의 ‘미사일 격차’ 논쟁처럼 중국 내 AI 투자와 개발을 더욱 촉진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13]   이에 중국인민해방군은 AI 기술을 미래전의 승패를 결정할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이라는 새로운 작전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지능화’란 기존의 ‘기계화(mechanization)’, ‘정보화(informatization)’ 단계를 넘어, AI를 군사 시스템 전반에 통합하여 전장의 모든 요소를 지능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처음 언급한 이래 중국 군 현대화의 핵심 목표가 되었고, 일차적으로는 2027년 건군 100주년까지를 목표로 ‘지능화’ 체계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능화 전쟁 수행을 위한 핵심 교리는 ‘시스템 파괴전(体系破击战)’이다. 이는 단순히 적의 병력을 물리적으로 섬멸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적의 지휘통제(C2), 정찰(ISR), 통신 허브 등을 AI로 식별하고 정밀 타격하여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마비시키는 개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전 영역의 데이터를 AI로 통합 분석하여 최적의 타격 수단을 매칭하는 ‘다영역 정밀전’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중국의 국방 AI 생태계는 전통적인 국영 방산업체와 급성장하는 민간 기술기업, 그리고 핵심 연구기관이 융합된 복합적인 구조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발전의 핵심적 배경에는 국가 안보의 틀에서 기술을 중시하는 군민융합(军民融合) 발전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군민융합은 시진핑 시대에 들어 국가 안보, 경제발전, 기술 혁신을 잇는 핵심 국가전략으로 격상되었다.   그리고 군민융합 목표 달성을 위해 시진핑 정부는 강력한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2017년 1월, 시진핑 주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이 위원회는 정치국 상무위원, 주요 부처 장관, 군 최고위급 인사 등 26명의 핵심 엘리트로 구성되어 군민융합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 설립 이후 군민융합 관련 정책 추진이 가속화되었다. 덩샤오핑 시기 군수 공장의 민수 전환에서 시작된 과거의 민군통합(CMI) 정책은 리더십의 일관성 부족과 부문 간 이해관계 충돌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하향식 접근을 통해 민간과 군사 부문의 자원, 기술, 인력을 통합하여 ‘기술안보국가(techno-security state)’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군민융합 전략은 경제적 자원 최적화를 통해 국방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기술·정책·정치가 결합된 복합적 개념으로 추진된다. 이를 통해 과거의 단순한 ‘결합(结合)’을 넘어, 요소 간 심층적 침투와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질적인 ‘융합(融合)’을 지향한다. 중국군사과학원은 군민융합의 발전 단계를 ▲2010년대 중반까지의 초보 단계, ▲2020년대 초까지의 과도 단계, ▲심화 단계로 구분하며, 현재 심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군민융합 전략의 최종 목표는 ‘통합된 군민전략 체계와 전략적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군민융합 심화 발전 구조’ 형성을 목표로 하는데, 이 구조는 ‘전요소(full-element)’, ‘다영역(multi-domain)’, ‘고효익(high-return)’이라는 세 가지 속성을 포함한다. 특히 ‘다영역’ 측면에서 해양·우주·사이버와 같은 ‘중대안전영역’과 더불어 AI, 바이오테크, 신에너지 등 ‘신영역(nascent technological areas)’을 핵심 분야로 지정했다.   중국은 미국의 군민 상호작용 모델을 가장 중요한 참고 사례로 삼아 심도 있게 연구해왔다. DARPA, PPBE(기획·예산 편성·집행), JCIDS(합동 능력 통합 및 개발 시스템) 등 미국의 제도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국은 자국의 특성에 맞는 군민융합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안보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군민융합 이행의 핵심적인 두 축으로서 국방 장비 획득 시스템 개방과 군민 공동 연구시설 설립을 의제화했다. 이후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는 획득 시스템 개방하고, 민간기업의 방산 시장 진입을 위한 ‘무기·장비 연구·생산 허가증’과 ‘장비 계약업체 인증서’ 발급을 확대하였다. 또한, 2015년 설립된 온라인 포털 ‘전군무기장비구매정보망’을 통해 구매 정보의 투명성과 접근성을 제고했다. 공동 연구시설 설립 차원에서는 미국 DARPA등의 역할을 참고하여, 대규모 종합 국가 연구소 체계를 구축했다.   핵심 연구기관으로서는 중국과학원(CAS)과 국방 분야에 특화된 7개 대학인 ‘국방칠자(国防七子)’가 연구개발의 핵심축을 담당한다. 특히 서북공업대학, 베이항대학, 베이징이공대학 등은 다수의 AI 국방 계약을 수주하며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칭화대학, 상하이교통대학과 같은 일반 명문대학들도 군과의 협력을 통해 AI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14] AI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는 양쯔강 삼각주(41%), 주강 삼각주(29%), 베이징-톈진-허베이(9%) 등 3대 경제권에 78%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곳에 기술기업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쓰촨성, 산시성과 같은 전통적인 방산 허브 역시 AI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15]   현재 국영 방산업체의 경우 중국전자과기집단(CETC),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중국북방공업그룹(NORINCO) 등 전통적인 방산 대기업들이 여전히 고가치·대규모 AI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16] 이들은 C4ISR, 드론, 미사일 시스템 등 핵심 무기체계의 지능화를 담당한다. 민간 기술기업의 경우 계약 건수 기준으로 볼 때, AI 장비의 최대 공급자는 민간기업이다.[17] 이들 중 대다수는 2010년 이후 설립된 신생 기술기업으로, 예컨대, 아이플라이텍(iFlytek), 파이사트(PIESAT), JOUAV 등이 음성인식, 위성 데이터 분석, 무인기 분야에서 중국인민해방군에 핵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18]   그 결과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최근 전력 증강은 물리적 타격과 심리적 마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무인 병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능화 전쟁’의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중국은 AI를 목표 식별, 전술 결정, 전장 시뮬레이션 등에 적용하며 자율 작전 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례로 시안공업대학(西安工业大学) 연구진은 딥시크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1만 가지 전장 상황을 48초 만에 분석해 기존 48시간 대비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었다.[19]   다음으로, 공중에서 식별된 초대형 무인기 모함 ‘주텐(九天)’은 단순한 정찰 자산이 아닌, ‘이종(異種) 벌집 무인기’ 시스템을 통해 100여 대의 드론을 일제히 투사하여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포화(飽和) 공격’의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대만 해협 방어를 위해 구상 중인 ‘헬스케이프(Hellscape)’ 전략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FK-4000과 같은 고출력 마이크로파 시스템과 연계되어 창과 방패가 통합된 자율 작전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상에서도 지난 2월 중국 국영 방산업체 노린코(Norinco)가 공개한 자율 군용차량 ‘P60’의 경우 시속 50㎞로 주행하며 전장 지원 임무를 자체 판단해 수행하고, 중국군은 AI 로봇개를 활용해 화력 지원·지뢰 제거·정찰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20] 실제로 캄보디아와 실시한 ‘골든 드래곤(Golden Dragon) 2024’ 연합 훈련에서 QBZ-95 자동소총을 등 부위에 탑재한 로봇 군견이 공개된 바 있다. [21]   이러한 전방 전투력은 후방의 ‘지능형 무인 물류(智能物流)’ 시스템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데, 중국인민해방군 연합군수지원부대는 이미 ‘루이자오(銳爪)’ 시리즈를 포함한 무인지상차량(UGV)과 로봇 개를 활용해 탄약과 보급품을 자율 수송하는 훈련을 작전 교리로 정착시켰으며, 공수부대의 무인기 보급 및 무인 창고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인명 피해를 배제할 수 있는 정밀 보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미 2020년경부터 ‘루이자오(銳爪)’ I 88대를 티베트 지역에 배치하였으며, 그중 38대는 인도 국경의 최전방 지역에 실전 배치하여 고지대 작전 능력을 검증해 왔다.[22]   더 나아가 중국인민해방군은 물리적 전장을 넘어 ‘인지전’ 차원에서 인간의 의지를 통제하는 ‘제뇌권(制腦權)’ 확보에 오픈소스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전전을 넘어, 대만 총통 선거 당시 라이칭더 후보 관련 딥페이크 유포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생성형 AI를 통해 정교한 허위 정보를 대량 생산하고 사회적 혼란을 유도하는 고도화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이미 실전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Ⅵ. 정책적 시사점   첨단기술, 특히 AI 분야에서의 우위 선점 문제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 전장으로 인식된다.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기술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 투입을 바탕으로 AI 생태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진화시키는 중이다. 이러한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최대한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에 노출될 개연성을 줄여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기본적인 생존 전략의 방향성은 ‘균형 외교’의 공간 확장과 ‘기술 자립도’의 제고를 통한 ‘전략적 불가체성(Indispensability)’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은 HBM(고대역폭 메모리)등과 같은 한국이 보유한 기술·제조업 차원의 우위를 유지하여 이를 미·중 양측에 대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술 자립도 유지·확대 차원에서 부단한 연구개발 및 인재 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으로 2027년까지 중국은 AI 굴기의 일환으로 28나노 이상 범용 공정에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전 세계 범용 반도체 생산 능력의 39%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상수로 수용해야 할 가까운 미래이다. 한국의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제조업 공급망에서의 지렛대 및 핵심 원가 경쟁력이 약화될 개연성이 있다. 또한 한중 관계가 경직되는 돌발상황 발생 시, 중국의 공급 통제 등으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관계 관리 및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안보·국방 차원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은 AI 기술을 군사 시스템 전반에 통합하는 ‘지능화 전쟁(智能化战争)’을 군 현대화의 핵심 목표로 설정했고, 일차적으로 2027년 건군 100주년까지 이 체계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방부 등 일개 부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안보국가(Techno-Security State)’구축이라는 국가전략 목표 아래,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도하는 군민융합(军民融合)전략을 통해서 경제·기술·안보가 연계된 국가 총력전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안보환경 이해 및 전장에 대한 적응 문제는 기존 군 조직 및 전문가에 한정 지어서는 풀 수 없는 거대한 문제이다. 한국도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복합적 안보 위협과 지능화된 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안을 국방부 등 일개 부처에 일임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주도권을 쥐고 국가전략 수준의 프레임 하 각계 전문가들의 집단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가 최고 리더십의 주도적인 개입 및 통솔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   Ⅵ.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CSF 뉴스브리핑. 2025. "中 AI 시장 쟁탈전, 알리바바·텐센트 역대급 투자 경쟁." 4월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CSF 중국전문가포럼. 2025. "중국, 딥시크 AI 기반 군용 무기 개발 가속화." 10월 28일.   Army Recognition. 2020. "Chinese Army (PLA) Inducts More Combat UGVs."   Fedasiuk, Ryan, Jennifer Melot, and Ben Murphy. 2021. "Harnessed Lightning - How the Chinese Military is Adopting Artificial Intelligence." CSET. October.   Kania, Elsa B. 2017. "Battlefield Singularity: Artificial Intelligence, Military Revolution, and China’s Future Military Power."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CNAS). November.   McFaul, Cole, Sam Bresnick, and Daniel Chou. 2025. "Pulling Back the Curtain on China's Military–Civil Fusion."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CSET). September.   Peterson, Dahlia, Ngor Luong, and Jacob Feldgoise. 2023. "Assessing China's AI Workforce." 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CSET). November.   State Council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7. "A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 Full English translation. July 8.   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 2025.   中国信息通信研究院 (CAICT)·京东数科. n.d. "CAICT–JD Trustworthy AI White Paper (CAICT–JD 可信人工智能白皮서)."   加拿大乐活网 (LaHoo). 2024. "美媒:中国‘79号文件’指示‘清除美国科技’ (U.S. Media: China’s ‘Document 79’ Directs Removal of U.S. Technology)." 3월 9일.   国务院. 2025. "国务院关于深入实施“人工智能+”行动的意见 (Opinions of the State Council on Deepening the Implementation of the ‘AI+’ Action)." 8월 26일. 中国政府网.   国务院办公厅. 2016. "“互联网+”人工智能三年行动实施方案 (Internet+ AI Three-Year Action and Implementation Plan).".   国务院有关部门. 2024. "国家人工智能产业综合标准化体系建设指南(2024版) (Guidelines for the Construction of a Comprehensive Standardization System for the National AI Industry, 2024 edition)." 中国政府网.   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委员会办公室. 2023. "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 (Interim Measures for the Administration of Generative AI Services)." 7월 13일. 国家网信办官网.     [1]国务院办公厅. 2016. "Internet+ AI 3-year Action and Implementation Plan (“互联网+”人工智能三年行动实施方案)." https://perma.cc/X2M9-N7RQ   [2] State Council, People’s Republic of China. 2017. "A Next Gener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Development Plan (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 07.20. https://d1y8sb8igg2f8e.cloudfront.net/documents/translation-fulltext-8.1.17.pdf    [3]中国信息通信研究院 (CAICT)·京东数科. n.d. "CAICT–JD Trustworthy AI White Paper (CAICT-JD可信人工智能白皮书)." https://perma.cc/9XZR-8KNE   [4]스마트 농장(智慧农场), 지능형 항만(智能港口), 지능형 광산(智能矿山), 지능형 공장(智能工厂), 스마트 홈(智慧家居), 지능형 교육(智能교육), 자율 주행(自动驾驶), 지능형 진료(智能诊疗), 스마트 법원(智慧法院), 지능형 공급망(智能供应链).   [5]中央网络安全和信息化委员会办公室. 2023. "Interim Measures for the Administration of Generative AI Services (生成式人工智能服务管理暂行办法)." 07.13.https://www.cac.gov.cn/2023-07/13/c_1690898327029107.htm   [6]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 2025. "Draft AI Law — Scholars’ Proposal (中华人民共和国人工智能法(学者建议稿))." 存档页面 (Perma). 访问日期: 2025.11.18.https://perma.cc/L9E4-5K3V   [7]国务院有关部门. 2024. "Guidelines for the Construction of a Comprehensive Standardization System for the National AI Industry, 2024 edition (国家人工智能产业综合标准化体系建设指南(2024版))." 中国政府. https://www.gov.cn/zhengce/zhengceku/202407/content_6960720.htm   [8]国务院. 2025. "Opinions of the State Council on Deepening the Implementation of the “AI+” Action (国务院关于深入实施“人工智能+”行动의 의견)." 08.26. 中国政府网. ef="https://www.gov.cn/zhengce/content/202508/content_7037861.htm">https://www.gov.cn/zhengce/content/202508/content_7037861.htm    [9]CSF 중국전문가포럼(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中 AI 시장 쟁탈전, 알리바바·텐센트 역대급 투자 경쟁." 4월 7일.   [10]CSF 중국전문가포럼(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11]加拿大乐活网 (LaHoo). 2024. "U.S. media: China’s ‘Document 79’ directs removal of U.S. technology (美媒:中国‘79号文件’指示‘清除美国科技’)." 3월 9일. https://lahoo.ca/2024/03/09/667321?utm   [12]Kania, Elsa B. 2017. Battlefield Singularity: Artificial Intelligence, Military Revolution, and China's Future Military Power. 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November. p.12.   [13]Kania (2017).   [14]Kania (2017).   [15]Peterson, Dahlia, Ngor Luong, and Jacob Feldgoise. 2023. Assessing China's AI Workforce. CSET. November. pp. 11-12.   [16]McFaul, Cole, Sam Bresnick, and Daniel Chou. 2025. Pulling Back the Curtain on China's Military-Civil Fusion. CSET. September. pp. 12-13.   [17]Fedasiuk, Ryan, Jennifer Melot, and Ben Murphy. 2021. Harnessed Lightning - How the Chinese Military is Adopting Artificial Intelligence. CSET. October.   [18]McFaul et al. (2025).   [19]CSF 중국전문가포럼. 2025. "중국, 딥시크 AI 기반 군용 무기 개발 가속화." 10월 28일.   [20]CSF 중국전문가포럼 (2025).   [21]South China Morning Post. 2024. "Chinese military dogs of war go viral during joint drills with Cambodia." May.   [22]Army Recognition. 2020. "Chinese Army (PLA) inducts more combat UGVs."     ■저자: 전재우_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임재현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9) | jhim@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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