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신정부 외교 정책 제언 스페셜리포트] ② 한국의 통상외교 2030: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혼란에 대응하는 3대 전략

향후 5년 한국의 통상외교는 ①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②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을 축소하는 한편 대중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③ 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혁신 능력을 확보하고, ④ 제로 성장 및 고용 침체 탈피를 돕는다는 4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EA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외교를 요구하고 있다([도표 1] 2025.1.24.-26 EAI 여론조사). 신정부 통상외교는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사활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미시적으로 트럼프 관세 폭탄에 따른 한미 관세 협상을 치러야 하는 당면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과제는 세계경제질서 혼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 질서 변화의 방향성을 정확히 읽는 일이다. 새 정부는 변화의 흐름에 기민하고 능동적이며 다면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자유주의 통상질서의 근간인 무차별 원칙(MFN), 나아가 WTO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질서 파괴의 주범이기 때문에 과거 질서로의 복귀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한국이 추진해온 통상외교 즉, WTO와 한미FTA, 한중FTA 등 FTA 외교는 종언을 고했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신정부 5년은 기성 질서 대혼란 속에서 전개될 새로운 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신질서는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 다중질서화, 그리고 무질서 등 3가지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대체로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있다. 셋째, 무역입국인 한국의 핵심 이익에 부합하는 질서는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질서 건축 외교’ 즉, 거시적으로 미국이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 괘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교 (혹은 미국의 패권 복귀를 돕는 외교), 또한 이런 질서 회복, 건축에 뜻을 함께하는 동지국과 연대를 추구하는 외교를 수행해야 한다   I.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1945년 이후 세계 경제는 블록화되고 폐쇄적인 질서로부터 미국의 주도로 통합적이고 개방적인 자유주의 질서로 재조직되었다. 미국은 GATT,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제도 창설에 앞장서고 자국 시장 개방과 항행의 자유 보장 등 지구 공공재를 제공하였다. 한국은 이 질서 속에서 수출주도형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하여 고도성장과 번영을 이룩하였다. 자유주의 질서의 모범생이고 최대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냉전의 패권 질서는 1990년대 탈냉전과 지구화의 물결 속에서 시장 중심 자유주의(=신자유주의) 질서로 진화하여 국가간 상호의존이 증대하였고 지구 전체의 번영도 가져왔다. 한국은 적극적인 세계화 추진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반면에 지구화의 진전에 따라 ① 국가간 & 국가내 경제적 불균형과 격차는 확대되고, ② 국가간 상호의존의 비대칭성에 따른 과잉의존(overdependence) 리스크가 증대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 전쟁은 과잉의존의 리스크를 더욱 확대하였다. 기성 질서가 초래하는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질서 변화를 추동하는 세력 또한 미국이다,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2기를 관통하는 미국의 목표는 국내 제조업의 쇠락과 무역 불균형 확대, 경쟁국 중국에 대한 과잉의존 문제를 해결하면서, 궁극적으로 중국과 첨단기술 경쟁에서 안정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은 관세정책을 통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의 회생을 꾀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AI 등 첨단 기술 부문에서 대중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성 자유주의 질서로부터 이탈을 뜻한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평균관세율 3.3%로 최저 수준인 미국은 트럼프 2기에 들면서 30%를 상회하는 강력한 보호주의 국가로 이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기성 자유주의 질서 하에서 국가 주도 중상주의 체제를 효율적으로 가동하여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하여 고도성장을 거듭,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구축하자 주변국들의 중국 의존이 심화되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확대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기성 질서를 악용하여 불공정하게 부를 축적해왔다고 비판해왔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가입한 후 개도국 지위를 악용해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촉진해 미국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불평등과 실업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중국 과잉의존에 따른 취약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중국의 대미수출 의존도는 감소해 상호의존의 비대칭성에 따른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첨단기술 개발과 국가안보를 연계한 국가체제(techno-security state)를 통해 AI, 배터리, 로봇, 디지털 감시체계 등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추세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 광물 수입 다변화, 무역적자 시정, 중국의 850억 달러 규모 미 국채 보유액 축소 등 대중 과잉 의존을 해소하기 위해 디리스킹(de-risking) 개념을 동원했다. 상호의존이 주는 혜택을 향유하면서도 과잉 의존이 초래하는 국가안보 리스크를 감축하기 위해서, 대외 의존의 다변화를 꾀하고 우호국과 공급망을 재편하여 회복력을 향상하는 한편, 민-군 겸용 기술의 대중 차단을 추진했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공급망의 국내 이전, 상호관세를 통해 중국과의 교역 축소뿐 아니라 멕시코·캐나다·베트남을 우회 수출기지로 삼는 루트를 봉쇄하는 등 전략적 디커플링을 추구하고 있다. 양국 경제는 여전히 촘촘한 상호의존의 망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중 간 관세 전쟁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어 타협의 길로 갈 것이다. 그럼에도 치솟은 관세율, 이미 설정한 여러 수출 및 수입 규제 조치를 원위치로 돌리기는 어렵다. 양국 간 상호의존의 수준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리더십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변화는 국제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바처럼 미국의 전략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별적 성향이나 정책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부분도 크지만, 미국이 직면한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배경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하지 않았더라도, 혹은 바이든 정부가 지속되었더라도, 미국은 패권 질서를 재조정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트럼프 2기 전략은 예외적 외교정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이 처한 구조적 상황에서 비롯된 조정 시도로 볼 수 있다.   II. 질서 변화의 방향성   2030년에 이르는 향후 질서의 방향성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 관세가 WTO 제1조(무차별 관세 원칙)와 제2조(관세 인상 원칙적 금지)를 정면 위반하듯이 미국은 자유주의적 다자주의 경제질서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또한 경제-안보의 선순환 구조 즉, 안보 외부효과에 따른 경제 협력 심화, 그리고 경제적 외부효과에 따른 안보 협력 강화 메커니즘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다. 지구 거버넌스 역시 다자주의 중심에서 강대국과 우호국 중심의 협상/협조체제를 선호한다. 이러한 트럼프의 자유주의 이탈은 일시적인 전략적 재조정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전략적 재설계인가? 미국의 변화에 대한 예측에 따라 2030년 세계 질서 즉, 한국의 새 정부가 겪게 될 질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시나리오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이 전략적 재조정을 통해 조정된 다자질서로 복귀하는 시나리오이며, 둘째는 미국이 다자질서를 폐기하고 전략적 재설계에 나서는 한편 중국 중심 그룹과 EU와 CPTPP 회원국이 중심이 되는 그룹 등 복수의 통상질서가 경합하고 공존하는 경우이다. 현재 미국민의 무역에 대한 긍정적 태도([도표 2]), 그리고 미-중을 포함, 세계 주요경제권 사이의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를 고려하면 미래 질서 건축은 첫째와 둘째 시나리오의 경합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시도가 실패하면 세 번째 시나리오인 무질서(anarchy)로 갈 수 있다.   1.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재세계화 질서) 이는 내장된(embedded), 조정된(modified) 세계화 혹은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선호하는 국가군의 협력에 의한 자유주의 다자질서 복원이라 할 수 있다. 시장주의가 초래하는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포용적(inclusive) 세계화, 팬데믹과 같은 재난 혹은 국가간 상호의존의 무기화에 대해 회복력 있는(resilient)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뜻을 공유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 혹은 동지국, 특히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EU 선진국 등이 ‘미국 없는 다자협력’을 추동하는 것이다, 역시 관건은 미국의 전략적 재조정(strategic readjustment) 여부이다. 이는 미국 대외경제정책의 재조정으로서 관세 등 경제 강압으로 단기적 이익을 확보한 후 패권으로의 복귀 - 기성 질서의 부분 수정 및 복귀의 수순이다. 1971년 닉슨(Nixon) 대통령은 패권의 의무 축소, 고정환율제 파기, 관세 인상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이루자 관세 인상을 철폐하고 변동환율체제의 안정적 관리로 이행하여 기성 자유주의 질서의 수정과 조정을 통해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관세정책은 이미 중국 등의 반발과 보복, 관세전쟁에 따른 인플레 우려, 미 국채이자 하락 및 주식시장 폭락 등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이며 중국과 타협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가 미국경제 성장과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조정된 자유주의로의 복귀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2. 다중질서화 조정된 자유주의 다자질서화 노력이 난관에 부딪칠 경우 등장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중질서화 즉, 복수의 질서/블록이 경합, 공존하는 체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이 GATT/WTO체제로부터 완전히 이탈하여 새로운 형태의 국제 교역질서를 추구하는 시나리오이다. 관세를 중심으로 한 관리무역이 미국산업 기반의 부활과 무역적자 해소를 가능케 한다는 믿음이 견고한 경우이다. 미국은 전략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양자/복수국간 특혜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을 체결하고 이를 중심으로 저수준의 협조체제를 결성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주도하는 체제, 예컨대 브릭스(BRICS) 확대를 통한 비자유주의적 경제 플랫폼 기반 질서가 형성되는 한편, EU와 CPTPP 국가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적 규칙 기반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 이들이 서로 배타적이고 대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간 혹은 질서간 느슨하게 연계된 복수 다중 네트워크(plurilateral networks)가 짜여지는 경우 경제적으로는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가 초래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상호 공존하는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   3. 무질서 이상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1930년대와 같은 배타적 블록경제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금본위제가 붕괴한 이후 복수의 공통 통화를 축으로 하여 블록 경제권이 등장하여 블록간 경쟁적 통화경쟁, 보호관세와 수출입 통제, 외환관리 등을 통한 이른바 ‘근린 궁핍화’ 상황이 다시 등장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전환의 핵심 변인은 미국과 중국간 전략적 디커플링이다. 적어도 양국경제간 (또한 주요 경제권)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로 보아 2030년까지 양국관계가 분단과 블록화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III. 한국의 대응 과제와 전략   개방적 통상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이익에 상대적으로 부합되는 선택지는 2안이다.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저지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과제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긴밀한 상호의존의 망이 담보하는 지정학적 안정 효과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이 자유주의 질서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요컨대, 한국의 경제외교 과제는 거시적으로 미국이 자유주의 다자질서 괘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교 (혹은 미국의 패권 복귀를 돕는 외교), 그리고 이런 질서 회복에 뜻을 함께하는 동지국과 연대를 추구하는 외교라 하겠다. 이상의 전략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3대 실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이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로 복귀를 지원하는 외교이다. 새 정부는 한미간 산업적,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25%),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25%), 한국에 적용하는 상호관세(25%) 등 3대 관세 협의를 진행할 것이다.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본 프레임은 관세를 통한 재균형 -무역적자 교정, 제조업-서비스업 불균형 교정, 재정적자 축소, (중국에 대한) 전략적 디커플링- 추구란 시각에서 한미 경제관계와 대한국 무역협상을 다루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역시 거시 복합 프레임을 갖추어야 한다. 조정된 자유주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는 한국경제에 사활적 이익이기 때문에 이를 지탱하는 패권 세력이 존재해야 하며 가까운 장래 미국 이외 패권을 담당할 세력은 부재하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협상은 단순히 미국과 경제적 정치적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적 역할에 대한 지지,’ 다른 표현으로 ‘패권에 대한 투자’라는 명분을 내걸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의 이익(재균형 추구)과 자유주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접점과 교집합을 확대해 가는 노력이다. 반도체 등 첨단 설비 투자, 조선업, 방위산업, LNG 수입 등은 필수불가결한 동맹(indispensable ally)로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돕는 협력 아이템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 미국이 지적하는 국내 시장의 비관세장벽으로서 불공정 행위 시정 문제 시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피하려면 자국] 관세를 인하하고 장벽을 해체하며 환율조작을 중지할 것”이라 명언한 바 있다. 차기 정부는 국내 불공정 관행의 시정이란 곧 미국 패권의 회복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관련된 사안임을 인지하고 이 작업을 통해 수입을 확대하여 무역의 확대 재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둘째, 동지국과의 연대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 중심 플랫폼은 CPTPP이다. CPTPP 회원국의 대다수는 미국의 동맹국(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등) 혹은 우호국으로서 미국 없는 (조정된) 자유주의 다자질서 수립에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새 정부는 CPTPP 가입을 적극 추진 및 적극 활용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상기 이 과제 -그리고 미국의 패권적 역할 지원 과제- 추진에 있어서 핵심 파트너는 일본이다. 한일 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무역대국으로서 자유와 개방의 국제경제질서에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다. 또한 제조강국으로서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긴밀한 공급망으로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과 무역 협상 측면에서도 대단히 유사한 협상 구도를 가지고 있다. 무역에 관한 한 대중 인식과 정책 면에서도 공유의 분면이 넓다. 일본은 이미 미국의 글로벌 리더쉽에 투자하고 있다. 아베 정부에 이어 기시다 정부는 미국이 더 이상 지구적 리더쉽을 행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본이 조력자(혹은 공동 리더쉽의 하위 파트너)로서 미국의 패권 리더쉽 복원에 기여하겠다는 점을 천명한 바 있다. 일본은 패권 하락의 미국과 동맹국 사이 책임과 특권의 배분을 둘러싼 전략적 재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보완하고 패권 블록의 전략적 분열을 억제하여 기성 질서의 복원과 진화로 이끄는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 한국도 유사한 입장이므로 미국의 패권 리더쉽을 보완하는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은 CPTPP 주도국으로서 한국의 가입을 적극 지원하고 CPTPP 확대와 심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으로서 과잉 의존을 적정한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한국은 한 때 대중 수출의존도가 28%에 이를 정도로 과잉 의존 상태이며 부품/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30%에 육박한다. 저가로 중국의 부품과 소재를 수입, 가공하여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패턴 때문이다. 2020년대 들면서 한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 리스크가 고조되자 이를 분산, 저감하는 “탈중국화”를 추진하였으나, 그 결과 대미 수출이 급증하여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흑자는 557억 달러로 사상 최대) 트럼프 관세 폭탄에 직면하여 있다. 또한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최종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경로도 트럼프 관세로 차단 위기에 처해 있다. 요컨대, 미·중 양대 시장에 대한 과잉 의존 리스크에 노출되어 전략적으로 동반 축소와 다변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미·중 디커플링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양자택일의 리스크 즉, 어느 한쪽과 상호의존의 대폭 축소를 감수하는 상황, 나아가 안보 관계의 약화 상황도 마주할 수 있다. 미·중 디커플링 움직임을 대비하여 과잉 의존을 축소하되 적정한 상호의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경제외교는 지구 남반부(Global South) 특히 아세안과 인도로의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Global South로 보호주의 확산 억제를 위한 지구적 협력 노력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세계 경제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의 전환(China+1 ⇒ China+α)이 필요하다. ■   [도표 1] [도표 2]     ■ 손 열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송채린, EAI 연구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11) | crsong@eai.or.kr  

손열 2025-05-27조회 : 4079
스페셜리포트
[신정부 외교 정책 제언 스페셜리포트] ① 국제질서의 변화와 미중 전략 경쟁, 신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과제

I. 트럼프 정부 발 국제질서의 변화: 국제질서의 혁명적 변화인가   1. 구조가 만든 전략: 개인보다 시대의 산물 미국의 리더십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변화는 국제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바처럼 미국의 전략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별적 성향이나 정책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부분도 크지만, 미국이 직면한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배경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하지 않았더라도, 혹은 바이든 정부가 지속되었더라도, 미국은 패권 질서를 재조정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트럼프 2기 전략은 예외적 외교정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이 처한 구조적 상황에서 비롯된 조정 시도로 볼 수 있다.   2. 패권전략의 피로: 패권의 비용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온 패권적 질서는 막대한 국제공공재를 제공하며 무정부적 국제사회에 실질적 질서를 부여해온 독특한 체제였다. 미국은 자국의 자원으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비정상적 구조를 감내해 왔으며, 이는 근대 국제정치사에서 예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체제는 패권 유지와 경제적 부담 간의 긴장을 내포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한 일방주의적 조정은 반복되어 나타나왔다. 예컨대 닉슨 시대의 금본위제 해체, 레이건 정부의 군비확장과 달러 강세 정책 등은 모두 패권국으로서 미국이 내부 부담과 외부 책무 사이에서 균형을 재조정하고자 했던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은 다시금 그러한 조정기의 한복판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조정은 단순한 주기적 조정의 반복이 아니라, 훨씬 더 심화되고 구조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구별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 단극 패권은 세 가지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는 국제공공재 수요의 급증이다. 테러리즘, 팬데믹, 기후변화 등 복합 위기에 대한 해결 요구는 패권국에 집중되며, 단순히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둘째는 지구화로 인한 국제 불안정의 증가이다. 신자유주의적 글로벌 경제 체제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켰으며, 세계적으로 통합된 공급망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존 패권 질서가 제공하는 안정성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으며, 패권적 리더십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대두되고 있다. 셋째는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의 부상이다. 중국의 부상은 단순한 경제성장 차원을 넘어서, 안보와 규범, 기술과 산업체제 전반에 걸쳐 미국 패권에 대한 실질적인 도전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세력균형 논리를 다시 부상시키며, 미국 주도의 단극 패권 구조에 대한 구조적 도전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상충하는 세 개의 목표 이러한 도전들은 단순한 정책적 조정보다는 미국 외교의 전략적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패권적 경제기반의 재건과 지구적 리더십의 유지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며, 국내적으로 체제의 취약성을 낮추고 대외정책에 필요한 국내적 정치,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들이 상충하며, 목표 간의 긴장을 불가피하게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예컨대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안보전략에 대한 신뢰성과 협력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은 현실적인 우려가 된다. 글로벌 리더십을 과도하게 추구할 경우 미국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이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지지, 국내경제적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경제적 압박의 강화는 동맹국들로 하여금 자율적 핵무장이나 적대국과의 편승 전략을 추구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4. 패권 재설계의 시험대 트럼프 2기 전략의 독특성은 기존 행정부들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질서의 안정성이나 제도적 일관성을 중심에 두기보다는, 미국의 즉각적 이익과 상대국의 기여를 우선시하는 일방주의적 접근을 선택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동맹과 규범을 중시하던 전통적 미국 외교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접근은 단순히 트럼프 개인의 기질적 특성이나 정치적 성향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국내 정치와 경제 구조에서 비롯된 정부와 국미니들의 패권 유지에 대한 피로감의 누적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약 30년에 걸친 단극 체제 동안, 미국 국민은 자국의 막대한 비용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해왔다는 인식을 강하게 형성해 왔으며, 이는 정치적으로 반패권적 내셔널리즘의 부상을 초래하였다. 트럼프는 이러한 흐름을 선명하게 정치화하고 제도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전략은 일종의 정치적 실험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한 전략적 조정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유지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이며, 그 과정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기존 정합성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닌다. 미국의 전통적 동맹 전략, 다자주의 기반의 리더십, 규범적 질서 구축 등의 접근은 모두 '상호 기여'와 '비용 분담'이라는 기준에 따라 재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국력과 자원의 내적 재정비를 위한 선택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재정립하고자 하는 구조적 변환의 예고일 수 있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전략은 혁명적 단절이라기보다는, 누적된 피로의 폭발적 표출이며, 패권의 진화를 위한 고통스러운 조정의 한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는 향후 미국 외교의 방향, 국제질서의 성격, 동맹의 구조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트럼프 2기의 전략은 그 전환기의 예고편이자 실험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5. 트럼프 2기 100일 안보정책: ‘개입 축소’를 통한 경제력 회복과 ‘패권 유지’의 병행 전략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전략은 복합적 구조 속에서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국내 경제기반 강화와 글로벌 리더십 유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국제분쟁 개입을 줄이며 자국 부담을 완화하고, 동시에 협상력과 군사적 억지력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1기에는 NSS(2017) 및 인도-태평양 전략(2019) 등 공식 문서를 통해 전략적 일관성을 확보했으나, 2기에는 충성파 중심 내각 개편과 전략 커뮤니티의 축소로 인해 정책 생산의 체계성과 일관성이 약화되고 있다. 개입축소를 예고했지만, 중동, 우크라이나, 양안해협 등 다양한 지역에 선택적 개입을 시도하는 모순적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동시에, 신현실주의 자제주의의 흐름이 부상하면서 군사적 거리두기와 권역별 강대국 협조 구도를 모색하는 전략도 병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동, 인도-파키스탄, 한반도 등에서 미국의 지속적 개입을 통한 강한 억제력 확보 의지가 약화가 되고 있다. 러시아·중국·북한은 이를 세력 확장 기회로 삼고 있다. 이들은 ‘다자주의 복원’을 주장하나, 많은 국가들은 이를 세력권 확대 시도로 간주하여 기존 자유주의 질서와의 해석 격차가 커지고 있다. 미래 첨단기술에 기초한 안보를 놓고 바이든 정부는 첨단 기술 안보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디커플링 정책을 지속한 바 있지만, 트럼프 2기에서는 경제·기술·안보 간 전략적 정합성이 부족하고, 단기 이익 중심 접근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럽 전략의 변화는 경제안보와 안보를 연계한 광물 협정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안보 공약의 명확성이 결여되어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요구를 자극하고 있다. 나토 대체 구상은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낮고, 핵우산 신뢰도도 약화되는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지지, 네탄야후-트럼프 간 긴장과 전략적 견해 불일치, 이란 핵합의 복원의 불확실한 타결전망 등은 미국의 중재력 약화를 상징한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혁명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략적 목표의 연속성 속에 접근방식과 전술의 특이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변화가 국제질서 전체의 변화를 수반할지는 불확실하다. 구체적인 안보전략에서 개입축소를 통해 미국의 경제력 회복을 추진하면서 안보공백이 창출되어가는데 이를 차후에 미국이 다시 번복할지는 동맹국들의 역할 변화와 미국의 경제전략 성공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관세를 축으로 한 미국의 경제력회복전략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경제적 수단을 앞세워 안보목적을 달성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고, 미국의 국방 주류 세력들의 향후 대응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II. 트럼프 2기 대중 안보전략과 한미동맹의 재편   1. 우선순위 재조정 전략 2025년 상반기 발표된 미국의 국방 전략 잠정 지침은 미국의 지정학적 방어선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멕시코,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 북미 주변의 ‘근외(near abroad)’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Western Hemisphere) 방어 강화, 국경경비 강화 및 중국의 세력확장 억제가 주요 내용이다. 이는 유럽이나 동아시아 같은 전통적 전진 방어선에서 벗어나, 본토 직접 방어에 전략적 초점을 두는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두 개 이상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라 전략의 집중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사력과 예산을 분산시키는 대신, 중국과 같은 핵심 경쟁국에 억지력과 역량을 집중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적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재편은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와 자주방위 역량 강화 요구로 직결되며, 미국 단독의 전략 수행이 아닌 동맹 중심 전략으로 전환되는 배경이 된다.   2. 대중 거부 전략과 도련선의 확대 방지 트럼프 2기 국방전략의 근간에는 엘브리지 콜비의 ‘거부 전략(Strategy of Denial)’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콜비는 군사 패권국의 지역적 부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미국 패권의 유지에 필수적이라 보며, 중국이 도련선 안에서, 즉 자신의 지역 내에서 군사적 패권을 형성하는 것을 미국이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는 1도련선 내에 위치한 동맹국의 기여를 강조하는 억제 전략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나 최근 대만 내부에서 자주방위 의지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고, 미국 내부에서도 대만 방어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전략적 방어선이 1도련선에서 2도련선으로 후퇴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 도련선이 후퇴할 경우, 한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전방 거점으로서의 부담을 더욱 크게 안게 될 수밖에 없다.   3. “억지력의 이양”: 한미동맹 구조의 전략적 전환 미국은 북한을 단기 군사위협이 아닌, 장기적 억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본토 위협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아직 실질적인 능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대북 억제의 중심축을 점차 한국으로 이양하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연합전력 및 전작권 체계를 기반으로 억지 능력을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통상전력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대북 군사억제 기능을 맡도록 제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까지 대북 핵확장억제에 대한 보장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점은 주한미군의 기능 변화의 조짐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북한 억제가 중심 임무였지만, 앞으로는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이 실제 정책으로 전환되며,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일부 전력이나 장비가 전용될 가능성, 다양한 병참 지원도 제기된다. 이는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이 한반도 방어에서 동아시아 질서 유지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안보공동체의 신뢰 문제라기보다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철저한 경제적 사안으로 접근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유지는 군사적 판단보다도 예산 및 비용분담 문제와 연동되어 있으며, 향후 논의의 초점은 억지 역량의 강화와 역할 분담 재조정에 맞춰질 전망이다. 한국은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되, 미국의 전략적 주도권은 유지되는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III. 차기정부의 외교안보과제   1.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변화와 공진적 자유주의 국제질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점차 약화되면서, 이를 대체하려는 여러 구상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복원 가능성이다. 트럼프 2기의 전략이 실패하거나 과도하게 거래적 성격으로 흐를 경우, 미국 내 민주당 혹은 공화당 주류의 복귀를 통해 다시금 동맹 중심의 다자협력 체제가 재구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유효하다. 이 시나리오는 특히 나토의 재정비, 미국 주도의 집합적 리더십 회복, 미중관계의 안정화 이후 동아시아 질서의 재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미국 없는 다자주의’라는 시도이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지 않더라도, 중견국들과 선진국들이 자유주의 규범을 바탕으로 새로운 다자협력을 추구하자는 구상이다. 일종의 안보판 CPTPP라 할 수 있는 이 모델은 가치와 비전의 합의라는 강점은 있으나, 전략적 추진력과 강제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비자유주의적 목적을 중시하여 아직은 통합의 여지가 약하다. 또한 자유주의 선진국들 간 중견국 연합은 역량 부족, 내부 분열, 미국의 반발 등 복합적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   셋째는 강대국 간 거래체제의 조성이다. 역사적 유대나 이념을 뛰어넘어, 최상위 군사 강대국들 간의 권역 분할과 세력권 협조를 통해 국제질서를 안정시키려는 접근이다. 기존 자유주의 질서와는 구조적, 철학적으로 단절된 이 구상은 트럼프식 외교의 실용주의적 태도와 결합되면서 점차 현실정치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와의 세력권 조정은 비공식적 합의와 양자협상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국제질서는 과거처럼 한 국가가 단독으로 패권적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어떤 국가도, 설령 미국이 패권을 회복하더라도 단독으로 국제사회를 이끌 수 없다. 기후변화, 팬데믹, 디지털 통제,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등 국제 공공재에 대한 수요가 너무나 급속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범지구적 대응을 요구하며, 단일국가의 자원이나 정치적 의지로는 감당할 수 없다. 국제질서의 필연적 귀결은 집합적이고 공동의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의 등장이다. 어느 한 국가가 이끄는지가 아니라, 어느 국가가 다양한 선진국 및 중견국들과 연합하여 질서를 관리하고 운영하느냐가 핵심이 되는 시대이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이 원하는 질서는 단순한 참여나 안보 보장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한국이 바라는 질서는 단순한 다자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 규범에 기반을 두고 한국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진적 자유주의 질서(co-evolutionary liberal order)이다. 이 질서는 과거의 일방적 서구 중심 자유주의를 복제하지 않으며, 국제 공공재의 공급과 규범 형성에서 중견국들의 적극적인 기여와 발언권을 전제로 한다. 한국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핵심 원칙을 공유하면서도 지정학적으로 복합적 균형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다자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국제구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다자주의가 어떠한 규범과 원칙, 가치를 바탕으로 작동하느냐이다.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규칙기반 질서는 한국의 안정과 발전에 호의적 환경이었고 앞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한국에게 유리할 것이다. 중국 역시 다자주의와 규칙 기반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가 약한 국가들의 자유와 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실질적 국제질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질서 논의에서 소극적 수용자가 아니라, 원칙 있는 동반자이자 설계 참여자로서의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이러한 방향으로 다자주의를 전개할 수 있도록 기대와 요구를 표현해야 하며, 자유주의적 질서의 핵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국제 정책과 외교 전략을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의 외교는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다. 한국은 외교적 실력, 정책적 정합성, 국내 통합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질서 형성과 위기 관리의 동시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때 실용외교는 중요하지만, 장기적 외교 레버리지를 보장하는 첨단기술 시대의 실력축적외교, 질서외교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2.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의 과제: 신냉전이라는 오해와 공존 속 대결, 대결 속 상호의존 한국의 대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한국이 원하는 국제질서의 미래상 확인, 그리고 이에 따른 비전과 외교전략의 원칙 제시이다. 흔히 이야기되듯이 미래 국제질서를 미중 간 극한 대립, 신냉전 체제로 예단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20세기 냉전은 진영 내 결속과 진영 간 배타성, 이념 대립이 확고히 정착된 시대였으나, 오늘날의 미중 관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중 간 교역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각 진영에 속한 국가들도 상대 진영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미중 관세협상의 결과가 어떠한 전반적 변화를 가져올지도 주시해야 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채 국제질서의 주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양국 모두 내부적으로 이념적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단순한 이념적 대립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중 간 갈등은 경쟁과 협력, 갈등과 공존이 병존하는 비선형 구조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를 냉전이라 규정하는 순간 한국은 양자택일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는 정책적으로 오류이며 논리적으로도 근거가 약하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제3국을 중심으로 대리전 양상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개별 정책 차원의 현상에 가깝다.   다른 국제질서 전망으로 거론되는 다극체제 역시 쉽게 동의하거나 낙관할 수 없다. 미국은 다극체제 속 미국 우선주의를 언급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국가들은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 세 개 이상의 압도적 강대국이 병존하는 체제는 협력이 아니라 경쟁과 충돌의 경합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다극 질서에서 합의된 국제 규범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과적으로 다극체제는 ‘질서’가 아니라 ‘다극적 무질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전쟁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과 같은 경계선의 국가는 다극체제 속에 전쟁 방지와 국익 실현이 매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다극화된 질서의 체제수립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   강대국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극 질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중국은 안정된 다극 세계를 말하고, 미국은 다극 세계 속에서도 ‘위대한 미국’을 외친다. 그러나 다극과 안정, 또는 다극과 미국 중심 질서의 병존은 형용 모순일 수 있으며, 다극체제가 오히려 중견국 외교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쉽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외치기에는 다극체제 자체가 평화롭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중 전략경쟁은 단순한 기술 격차나 관세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두 국가가 서로의 체제 취약성(vulnerability)을 누가 더 잘 지키고 방어하는가를 가늠하는 장기적 대결이다. 미국 역시 패권의 재강화와 보통강대국으로의 몰락이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세계 공장과 기술굴기의 이미지 사이에서, 부동산 붕괴·청년 실업 등 내부 구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AI, 전기차, 로봇 등 기술 혁신 분야에서 BYD, 화웨이 같은 선도 기업을 앞세워 ‘희망적 중국’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나, 동시에 고용 위기, 소비 침체, 부채에 시달리는 ‘암울한 중국’의 현실도 함께 존재한다. 이 양면성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미국은 전략적으로 이중적 중국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낙관이나 비관의 편향 없이 양국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안목이 요구된다.   중국의 기술 발전은 분명하지만, 제조업 고도화 비중은 아직 GDP의 6% 수준이며, 부동산 의존도는 17% 이상으로 여전히 높다. 산업 구조는 바뀌고 있지만 사회보장과 소비 기반 강화를 외면한 성장 전략은 내구성과 균형 측면에서 취약성을 노출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내부 체제의 회복력과 구조적 보완 능력에서 성패가 결정될 것이며, 이 경쟁은 기술이 아니라 체제의 지속가능성 그 자체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단순한 기술 격차나 관세 싸움이 아니라, 각국이 자신의 체제 취약성을 얼마나 잘 보호할 수 있는가를 놓고 벌이는 장기적인 경쟁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패권을 회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중국 또한 내부 위기를 관리하면서 전략적 부상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모두 패권 강화와 구조적 쇠퇴라는 이중의 진로 가능성 앞에 서 있는 것이 현실이다. 향후 경쟁은 어느 국가가 더 빨리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랫동안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회복시킬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현재까지의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미중 전략경쟁이 규범과 규칙에 근거하여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보존하며 긴 호흡으로 상황을 관찰하고 준비하는 신중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은 단기 명분이 아니라, 외교적 유연성과 질서 형성에 대한 발언권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의 축적이 중요하다.   한국은 단순한 동맹국이 아니라 전략적 균형축으로서의 위상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자율적 억제 능력을 확보하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미 전략자산의 상시 전개, 확장억제의 지속,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한반도를 동아시아 안보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에게 이중적 부담을 안긴다. 미국의 전략적 조정과 함께, 지역 안보의 실질적 관리 책임이 한국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동시에 동아시아 전반의 긴장 국면에 선제적으로 노출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련선 구조속에서 한국은 대만·남중국해·일본과 함께 중국 견제의 최전선으로 위치가 정립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목표는 미중 간의 국지전을 포함한 전쟁 방지와 외교적 방법을 통한 위기 관리 및 분쟁 해결, 미중 전략 경쟁 속 대북 군사억제력 확보, 한미동맹을 축으로 동북아 군사적 현상유지 및 소다자 안보협력 등 다층적 안보협력 모색 등이다. 미국 중심의 안보질서 유지에 기여하면서도, 자국 방어의 자율성과 국제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분기점에서 정체성과 실용성, 동맹과 생존 사이에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전략은 더 이상 단일 축이나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복합 연계와 다층 대응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       ■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 담당 및 편집:송채린, EAI 연구원     문의 및 편집: 02 2277 1683 (ext. 211) | crsong@eai.or.kr  

전재성 2025-05-27조회 : 4485
논평이슈브리핑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③ 2025년 북한과 세계: 미중관계, 러우전쟁, 그리고 트럼프

2025년 세계는 요동칠 것이다. 도널드 J. 트럼프(Donald J. Trump)의 귀환으로 미중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북관계 등이 모두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나름대로 전략을 발전시키며 대응책을 마련해 오고 있다. 이 글은 북한이 추구해 온 대외정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2025년 펼쳐질 세계정세 변화에 북한이 부딪쳐 나타날 현상을 전망한다.   Ⅰ. 북한의 세계관: 신냉전과 미중관계   세계질서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신냉전이라는 표현은 삼가지만, 여전히 자주세력권 대(對) 패권세력권으로 나누어 사실상 진영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표출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냉전을 공개 석상에서 처음 언급한 것은 2021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다.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고 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1/09/29). 다음 해인 2022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신냉전 체제로 명백히 전환되었다”라고 확정한 후(노동신문 2022-12-27),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또다시 “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었다”라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 2023-09-27).   그러나, 이후 김정은은 신냉전이라는 단어를 삼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자주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세력권의 립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되고 있는 현 국제정세의 특징에 대하여 개괄”하였다고 보도되었다(노동신문 2024-12-29). 더불어 “류동적인 국제관계 구도”와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도 주장하였다. 북한은 여전히 진지전 형태로 세계를 북한 중심의 ‘자주세력권’과 미국 중심의 ‘패권세력권’으로 이분화하여 다시금 미소 냉전 시기와 같은 온전한 진영주의를 원함이 확인된다. 이를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가 아닌 세계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진영의 핵심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중국이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원치 않으므로 2023년 중반 이래로 최소한 김정은의 공식 발언에서는 “신냉전”이 사라졌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를 이분화하는 진영주의를 구축한다면서 신냉전을 비롯한 어떤 분열도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2025년 신냉전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진영 구축이 가능할지 여부가 북한의 대외전략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중관계이다. 현재 두 가지 예측이 제시된다. 첫째,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서 1기 말과 유사하게 중국 공산당을 “파산한 전체주의”로 규정하면서 이데올로기 전쟁을 재개하고(O’Keeffe and Mauldin 2020),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권 전반에 탈동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가 중국에 60% 플러스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재개하지만, 무역적자 폭을 대폭 축소하는 형태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중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대외관계에서 우호국·경쟁국·적성국을 차별화하지 않고 비용·편익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이므로 확실한 미국의 이해가 반영되면 이데올로기적 경쟁 요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북한은 당연히 전자를 선호할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는 진영을 구축할 것이고 북한은 조력자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나타날 현상은 제재 무력화일 것이다. 현재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자신들의 동의로 통과된 대북제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세가 전술한 수준이라면 중국의 대북제재는 현격히 약화될 수 있다. 또한,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에 중국이 이탈하는 수준까지 전개된다면 북한이 이미 추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반미 대안 경제모델에 접근하게 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종국에는 중국과 새로운 진영 구축을 원한다. 북한은 2018-19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원했던 제재 해제라든지 트럼프가 제시했던 미국 주도 경제질서에 편입한 경제 발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북한이 생산하는 석탄, 철광석과 노동력을 활용한 교역, 무역 등의 대상이 서구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미국, 한국 등 서구와 경제협력을 모색하지 않고, 새로이 재편되는 경제 질서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할 수 있다(황일도 2024, p. 6).   두 번째 예상과 같이 미중관계가 일정 수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대외관계에서 북한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북한의 선택은 패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러우 전쟁이 지속되는 한 여전히 북한과 거리를 두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가장 원하는 핵심 기술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다탄두, 재진입 기술, 핵 추진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핵미사일 등을 러시아로부터 전수받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중국도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 확보를 원치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이를 이유로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동북아 지역 내 미사일 방어 및 공격 체계를 대폭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 경제권이 분할되지 않으므로 여전히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가 유지될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대북제재 무력화는 제한될 것이다. 북한이 그리는 ‘자주세력권’ 경제는 전쟁으로 국력을 대폭 상실해 가는 러시아와 협력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미중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두 진영으로 나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세계 120여개국과 교역 1위를 유지하고 있고, 2023년 중국 총생산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6.88%로 2022년에 비해 내림세지만(World Bank Group n.d.), 이 정도 규모의 경제권과 탈동조화를 완벽히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두 번째 예상이 보다 현실적이며 이는 “거래적 갈등관계”로 정의될 수 있다(하영선 2025). 이 경우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의 세계는 희망사항으로 남을 것이다.   Ⅱ. 북한과 동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2025년 1월 현재 러우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전반적으로 불리한 양상이다. 작년 이후 교착된 전선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러시아는 북한군까지 동원하면서 일정 수준 수복하고 있다(Drozdiak 2024). 더욱이 트럼프가 취임 후 24시간 종전을 공약한 이상 휴전 혹은 정전을 위한 적극적 행보도 예상된다. 현 전선을 유지한 채 ‘동결분쟁’ 형태의 정전이 논의되는 것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패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점령하고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가입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지급한 비용이 더 크다. 유럽은 더는 천연가스 수입을 비롯해 러시아와 의미 있는 경제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전쟁 전부터 경제규모와 국방비 등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면서 지불한 비용과 향후 경제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국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가 수입의 핵심인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수익률은 전쟁 시작 후 지속 감소해서 2023년에는 전년 대비 50% 감소하였다(Interfax n.d.). 2025년 전쟁이 지속된다면 러시아는 전체 예산 중 40%를 국방비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9%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시 경제는 물가를 더욱 올릴 것이다. 병력 수급의 어려움은 북한군 파병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는 이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대통령 때 예고한 것처럼 세계 강대국이 아닌 ‘지역 강국’으로 남게 될 수 있다(Zakaria 2024). 러시아가 2대에 걸쳐 지원해 오던 시리아 알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의 몰락을 바라만 본 것은 러시아의 한계를 명확히 방증한다.   이런 상황이므로 북한의 러시아와 협력은 제한된다. 전쟁의 특수 상황에서도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술한 핵 관련 핵심 기술의 전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이러한 최상위 민감기술을 이전한 적이 없고,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더욱 제한할 것이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대북 기술 지원은 미국에 대한 직접 위협이 되어 심각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종결 과정에서 사실상 미국에 협력해야 하는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유럽과 경제 관계를 복원할 수 없으므로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추진을 발표한 ‘신동방정책’에 따라 한국과 경제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도 협력을 지속하면서 세력권을 형성하려 하겠지만, 무기와 병력이 부족하여 북한에 의존했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수준의 협력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Ⅲ. 미북 협상 전망: 트럼프와 김정은   2025년 한반도 상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북 협상 재개이다. 지난 미 대선 기간 트럼프는 수 차례 김정은을 소환하면서 대화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미북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2018-19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1] 북한은 전술한 바와 같이 진영주의를 내세운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2018년 6월 발표된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포함된 미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구호를 걷어내고, 북한은 미국을 적대국 위치에 고착시키며 미국과 소련이 했던 형태로 ‘핵군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냉전시기 미소 양측의 군사적 대립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우발적 충돌과 핵 확전 등을 방지하기 위한 협상과 같은 형태이다. 북한은 군사적 대립을 제거하여 미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협상이 아닌 “오히려 신냉전 구도를 기정사실화하는 협상 프레임”을 추구할 수 있다(황일도 2024, p. 5). 북한은 미국과 협상에 비중을 두는 외교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수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개의치 않는다”라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음을 표명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4-07-23).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 채널을 조기에 복원하려 시도할 수 있지만, ‘연계정치’를 고려할 것이다. 2018년 협상 환경과 현재 안보 상황은 상이하다. 트럼프는 그때와는 달리 이미 러우 전쟁, 중동 사태 등 한반도 문제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분쟁에 노출되어 있다. 러우 전쟁의 경우 북한이 파병한 상태이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상 가장 상위에 있는 대중국 경쟁도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황일도 2024, pp. 1-2). 중국이 신냉전 진영주의에 반대하지만,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지위에 도전하며 다극체제를 러시아, 북한과 함께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2]   이렇게 서로 연계된 국제정세에 따라 트럼프의 대북정책도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니다. 트럼프의 시각에서는 미국민의 세금이 천문학적으로 소비되는 러우 전쟁의 종전 또는 정전 모색을 우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파병으로 보다 복잡해진 러우 전쟁 해결을 위한 대북 접촉이 중요할 수 있다. 러우 전쟁과 연계된 북한을 우선 분리하고자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트럼프는 행정부 출범 초기 김정은과 소통 채널을 복원하면서 북러 밀착을 제한하려 할 수 있다. 러우 전쟁 정전이 가시화된 이후 북한과 보다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기에 앞서, 북한의 ‘방해자’ 역할을 못 하도록 관리하는 분위기 조성에 나설 수 있다(황일도 2024, pp. 2-3).   미북이 협상을 본격화한다면 북한의 핵 능력 제한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책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논의한 북한의 핵물질 생산시설 신고와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서 제재 해제라는 공식이 더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먼저 미 본토에 대한 북한 핵타격 능력을 제거하기 원할 것이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트럼프는 최소한도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어야 정치적 승리를 선포하고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거래는 합의에 근접할수록 실제 이득을 면밀히 따진다. 단순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만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관세를 만능의 보검으로 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듯이 트럼프는 제재의 효과성을 믿는다. 트럼프는 북한과 협상이 답보 상태일때도 제재가 지속되므로 협상에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Gordon et al. 2019). 2019년 5월 단거리 핵탄두 탑재 미사일인 KN-23을 개발하기 시작한 북한이 2022년 이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노골적으로 재개하면서 고도화된 핵 능력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핵과 미사일 실험 일시 유예만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거래비용적 측면에서 손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보다는 북한이 그간 지속 개발해 온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추진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 등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제거하기 원할 것이다. 북한의 대미 확증보복능력 확보를 확실히 막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능력 외에도 중장기 발전 경로를 모두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북한의 조치를 최소 수준에서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거래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황일도 2024, p. 5).   북한의 셈법은 다를 것이다.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북한 핵의 효용성은 대폭 축소된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확증보복능력을 결코 완성할 수 없다. 동 능력이 없는 국가가 핵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상대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에 의해 필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상 자살행위가 된다(Freedman 2003).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미 타격 능력 개발 자체를 포기한다면 북한 핵의 정치·군사적 의미는 한국을 향한 핵타격 능력 확보로 제한된다. 이마저도 미국이 한국에 확실한 확장억제를 보장한다면 북한 핵의 효용성은 더욱 낮아진다. ‘북한이 핵을 한국에 사용할 경우 북한 정권은 종말’이라는 방어 공약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북한은 한국을 향해 결코 핵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최종 완성 가능성을 떠나 미 본토 타격 능력 확보를 위한 여지를 남기는 협상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황일도 2024, pp. 2, 6).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의미 있는 결과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협상이 공전하는 기간 동안 북한은 여전히 핵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다.   Ⅳ. 2025년 북한   2025년 김정은이 맞이하는 세상은 절대 녹록지 않다. 러북 밀착과 미중 갈등 격화, 트럼프의 등장, 한국 국내정치 상황 등으로 북한에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세계정세는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약화될 수밖에 없는 러시아에 투자한 북한은 파병된 북한군 희생만큼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러우 전쟁 종전을 모색하면서 트럼프가 러시아에 북한군 파병 철회와 북한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할 수 있다. 미중 갈등도 불확실성이 크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협상 중에 북한 문제를 끌어들여 중국의 대북 압박을 요구할 수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의 미국과 같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따라 적성국에도 원칙과 규범에 따른 대응을 트럼프에게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미국 역사에 예외적인 제국주의 전쟁을 시도한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를 칭송하는 트럼프이므로 ‘힘을 통한 평화’의 운용 폭은 클 것이다(Weisman 2024). 특히 거래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조건 없는 유화책을 제공할 가능성도 제한된다. 무엇보다도 2025년 국제정세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구도가 구축될지 불확실하다. 김정은도 이를 감안한 듯 작년 12월 전원회의에서 “류동적인 국제관계구도변화에 기민하고 령활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노동신문 2024-12-29). 북한에 호기인 한국 국내정치 상황도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정리될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에게 2025년은 또 다른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하영선. 2025. “3대 지구 리더십 위기와 기회.” EAI 신년 특집 보이는 논평. 1월 2일. https://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840&board=kor_multimedia (검색일: 2025. 1. 6.)   황일도. 2024.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 2.0? 2018년과 2025년의 차이.” 외교안보연구소 IFANS FOCUS. 11월 12일.   Drozdiak, Natalia. 2024. “Ukraine Risks Losing All the Russian Land It Seized Within Months.” Bloomberg. December 27.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12-27/russia-ukraine-war-moscow-could-soon-retake-all-of-kursk-region (Accessed January 6, 2025)   Freedman, Lawrence. 2003.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Gordon, Michael R, Vivian Salama, and Jonathan Cheng. 2019. “Trump, North Korea’s Kim Seek Path to Denuclearization.” The Wall Street Journal. February 28. https://www.wsj.com/articles/president-trump-meets-north-korean-leader-a-second-time-11551267951 (Accessed January 6, 2025)   Interfax. n.d. “Gazprom’s Profit Plunges More than 40% Following Ukraine War.” https://interfax.com/newsroom/top-stories/ (Accessed January 6, 2025)   O’Keeffe, Kate, and William Mauldin. 2020. “Mike Pompeo Urges Chinese People to Change Communist Party.” The Wall Street Journal. July 23. https://www.wsj.com/articles/secretary-of-state-pompeo-to-urge-chinese-people-to-change-the-communist-party-11595517729 (Accessed January 6, 2025)   Weisman, Jonathan. 2024. “Trump Praises Tariffs, and William McKinley, to Power Broker.” The New York Times. September 5. https://www.nytimes.com/2024/09/05/us/politics/trump-tariffs-william-mckinley.html (Accessed January 6, 2025)   World Bank Group. n.d. “World Bank national accounts data – GDP (current US$).”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CD (Accessed January 6, 2025)   Zakaria, Fareed. 2024. “Russia is weaker than you think.”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13.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4/12/13/russia-weak-assad-economy-empire/ (Accessed January 6, 2025)   [1] 이하 내용은 필자와 함께 북한 핵문제를 고민해 온 故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의 연구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밝힌다. 고인을 기념하며 그의 탁월한 분석과 전망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2] 중국 외교부는 《글로벌 거버넌스 변혁과 건설에 관한 중국 방안》 백서를 통해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关于全球治理变革和建设的中国方案》白皮书(2023年9月13日).     ■ 박원곤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hspark@eai.or.kr  

박원곤 2025-01-17조회 : 2018
논평이슈브리핑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⑨ 2025 세계안보 현실 대 인식: 인공지능의 군사적 이용과 공격숭배 현상

Ⅰ. 트럼프 2.0 시대 세계군사 환경 전망   5일 후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캐나다, 아르헨티나, 헝가리, 이탈리아 총리 또는 대통령에서부터 애플, 오픈AI, 메타, 아마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기업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인수위 팀이 꾸려진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앞다투어 찾고 있다. 다양한 국가 및 기업의 리더십들이 10% 이상의 보편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재림 2025). 이 가운데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12월 14일 가결된 데 이어, 12월 27일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미 주요 싱크탱크의 전망처럼, 트럼프 취임 이후 100시간 내로 한국 관련 주요 사안인 주한미군, 관세, 반도체법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들이 결정된다면(박성민 2024), 대표성을 띠고 마러라고를 방문할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2025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럼프 2기나 한국 탄핵 국면과 같은 리더십 변수와 무관하게 세계안보질서 저변에서 작동하는 구조적인 변수가 실질적으로는 더 중요하다고 지적할 수 있다(Waltz 1979). “혁명이 지형을 바꾸지 않고, 혁명은 지리적 필요도 바꾸지 않는다(Revolutions do not change geography, and revolutions do not change geographical needs)”는 애틀리(Clement Attlee) 전 영국 총리의 말처럼, 트럼프 개인의 특이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략적 이익의 근본적인 속성은 바뀌지 않고, 한국의 국익도 일정 수준에서는 국내정치적 혼란과 구별되어 존재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규칙이나 가치 기반 외교보다 선명한 거래주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을 취하는 트럼프주의의 외교적 속성을 고려할 때(전재성 2025), 리더십 개인 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현실의 구조적 변화이며, 이를 맥락에 깔고 형성되는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일 수 있다. 한국이 국내정치적 혼란을 극복하고 외교안보 정책을 정상적으로 다시 가동하는 시기를 대비하여, 이런 세계안보 환경을 결정할 구조적 변수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본고는 2025년 세계군사질서의 변화 방향을 국가 대전략이나 리더십의 특성, 국내정치적 요인보다 군사기술의 변화 차원에서 살펴본다. 특히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군사적 이용이 현재 공격-방어 균형(offense-defense balance)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자율무기체계(autonomous weapon systеms), 사이버 안보, 핵무기-AI 넥서스 차원에서 검토하고, 최근 21세기 버전의 ‘공격숭배(cult of the offensive) 현상’이 미국과 중국의 정책 커뮤니티 내에서 부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군사기술의 변화보다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향후 세계안보 환경의 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한국의 안보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Ⅱ. 군사기술 변화: AI의 군사적 이용 현실 vs. 인식   리더십 변수나 국내정치 변수와 구별되는 구조적 층위에서 작동하는 변수 가운데 군사안보질서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변수는 ‘공격-방어 균형’이다. 이는 동일한 자원을 투입했을 때 공격과 방어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저비스(Robert Jervis)는 국제 협력의 용이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 수준이 바로 이 공격-방어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Jervis 1978, 187-199). 다양한 국제위기 국면에서 공격 우위는 확전 위험을 증대시키고, 방어 우위는 전략적 안정성을 높이는 경향을 보였다. 이 때문에 공격-방어 균형은 전쟁 발발 가능성, 동맹 정치 동학, 군비 경쟁 등 안보 정세 차원에서 폭넓은 함의를 가진다(김양규 2024a).   중장기적으로 향후 공격-방어 균형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은 AI와 그 군사적 활용이다. AI는 다른 기술들의 변화를 이끄는 ‘가능케 해주는 기술(enabler)’이자, 기존 기술을 효과를 강화하는 ‘능력 증폭기(force multiplier)’로서 기능하며, 기술 발전의 기반이자 메타 기술이라는 특성을 보인다(Horowitz 2018).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high fence)”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전략과 미중 첨단기술 경쟁의 핵심에 AI가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손열 외 2023; 김양규 2024a; 배영자 2025). 최근 발행되는 미국의 전략문건들에는 AI 기술이 미국의 패권 유지 및 중국에 대한 미국의 초격차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김양규 2024b; Jacobsen and Liebetrau 2023).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며, 군사 작전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전력 증강자’ 역할을 하고, 특히 전장 정보 처리, 표적 탐지, 적 전술 대응 속도 향상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미국의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와 중국의 “지능화전(intelligentized warfare)” 개념처럼, AI는 다영역 작전 능력을 강화하며, 육·해·공·우주·사이버 영역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손열 외 2023; 김양규 2024b; 배영자 2025).   1. 세계안보 환경의 객관적 현실: AI-사이버, AI-자율무기체계, 핵-AI 넥서스   AI의 군사적 이용은 공격-방어 균형 차원에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에 AI가 통합되어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변화들을 사이버 공격∙방어 역량 및 자율무기체계, 핵-AI 넥서스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김양규 2024b; 전재성 2024).   첫째, 사이버 안보 영역에서 AI는 공격과 방어 능력을 모두 강화하고 있다(Jacobsen and Liebetrau 2023). 그런데 현재 동 문제에 대한 많은 논의들, 특히 정부 측 문건들은 사이버 안보 균형에서 AI가 공격 우위를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훨씬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기술 자체의 속성상 사이버 공격이 평시와 전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그 공격이 언제 발생하는지 감지하고 방어하는 능력을 구축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전재성 2024). 예를 들어, 악성코드에 대한 대응의 경우 그 목적과 목표가 모호하면 이를 탐지하기 매우 어렵다는 기술적 문제가 있는데, 이에 착안하여 딥로커(Deeplocker)와 같이 AI로 구동되는 정교한 맬웨어 공격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동 프로그램은 특정 피해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의도를 숨기다가 AI 모델이 얼굴 인식이나 음성 인식과 같은 지표를 통해 대상을 식별하는 즉시 악성코드를 심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탐지 및 대응이 상당히 어렵다.   AI로 강화된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AI 역량이 연동된 방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 사이버 보안 회사들은 AI 기술이 연동된 공격 프로그램과 방어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적국이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지 못하면 방어 프로그램 또한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격-방어 균형 문제를 놓고 사이버 보안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단일 행위자 내부에서 창과 방패의 대결이 계속 진행되는 셈이다. 특히, 사이버 방어 역량을 키우기 위해 AI 기술의 통합을 강화할수록 시스템 간 상호연결성이 커지고 ‘적이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대상(attack surface)’도 함께 확대되어 방어 체계 전체의 취약성이 심화되는 역설은 사이버 안보 차원에서 공격과 방어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는지 확정적으로 논의하기 매우 어렵게 만든다.   둘째, 자율무기체계의 경우도 사이버 안보 영역과 마찬가지로 AI의 활용으로 인해 공격이나 방어 중 하나의 우위를 일방적으로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무기체계가 현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전쟁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때문이다. 드론이나 킬러 로봇 기술이 보여 주듯, 자율무기체계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확장성과 확산성이 뛰어나며, 한 명의 조작자가 여러 무기 체계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기에 적에게 가할 수 있는 피해의 규모가 무기 운용자의 수가 아니라 무기 자체의 수량에 의해 결정된다. 각 로봇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어,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표적만을 제거할 수 있다(전재성 2024). 뿐만 아니라, 군사작전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인간 병사의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전사자 증가나 그로 인한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할 필요가 없어진다. AI로 강화된 자율무기체계가 가져오는 전쟁 비용의 감소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군사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Schneider and Macdonald 2024). 전쟁 수행 비용의 감소는 공격-방어 균형에서 공격의 이점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AI로 인해 강화된 자율무기체계는 방어 우위를 가져오는 양상도 보인다. 예를 들어,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미중 간 충돌이 일어날 경우를 한정해 생각해 보면, 최근의 기술 변화는 방어 우위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상륙작전이나 봉쇄작전을 시도하더라도, 초정밀 장거리 공격 능력과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ISR) 능력, 자율무기체계를 활용하는 미국의 첨단 방어 체계로 인해 중국은 자신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부분적으로 달성하더라도 엄청난 전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중국 또한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통해 제1도련선 내 미국의 주요 지휘부와 공군 기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유사시 중국 본토를 대상으로 하는 미군의 작전 수행 능력을 상당 부분 제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분쟁 발생시 양국 중 어느 쪽이든 상대방에게 공격을 감행하면 매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Fravel and Heginbotham 2024). 아울러, 생성형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방어국이 적국보다 자국 지형과 군사기지에 대해 더 상세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AI로 강화된 무인 자율무기체계는 방어에 더 유리한 기술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King 2024).   셋째, 핵무기-AI 넥서스는 ‘1차 공격능력(first strike capability 또는 counterforce capability)’과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또는 countervalue capability)’을 모두 강화하는 특징이 있다. ISR 능력 향상, 적국 핵 지휘통제(Nuclear Command and Control: NC2)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및 정보 교란, 재래식 대군사타격(counterforce capability)의 정밀도 향상 등은 상대방의 핵 역량을 파괴하여 1차 공격능력을 강화한다. 반대로, 조기경보 및 상황 인식 능력 강화, 사이버 방어, 드론 스워밍의 방어적 활용, 핵무기의 자동 보복 시스템 등은 적의 핵 공격에 대한 대응과 방어 측면에서 2차 공격능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김양규 2024b). 1차 공격능력과 2차 공격능력 중 무엇이 공격이나 방어에 기여하는 것인지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쌍방이 서로에 대해 신뢰성 있는 2차 공격능력을 구비하였을 때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가 구축되고, 이것이 해당 국가 간 전략적 안정성을 높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2차 공격능력은 MAD의 신뢰성을 높여 전략적 안정성을 높이고, 1차 공격능력은 이를 파괴하기에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AI가 결합된 핵무기 능력이 2차 공격능력뿐 아니라 이를 무력화시키는 1차 공격능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핵무기 균형 차원에서도 AI 기술의 도입이 공격이나 방어 중 어느 하나의 우위를 가져온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상기 내용을 토대로 AI의 군사적 이용에 대한 최근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들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AI 기술은 어떤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그 자체만으로 공격이나 방어 우위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해당 기술이 가진 범용성 및 능력 증폭기적인 속성을 고려한다면 매우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애초에 군사기술 혁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신기술의 군사적 이용과 이에 대응하는 상대국의 적응 사이의 작용-반작용(action-reaction)을 고려할 때, 기술 변수 하나로 공격-방어 균형 문제에 대한 답을 확정적으로 내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Biddle 2023). AI의 범용성은 이러한 작용-반작용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둘째, AI 기술의 효율성-안정성 긴장관계이다. 기술 변화에 따른 공격 우위 양상의 부각에 대응하여 AI 기반 방어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 및 통제 영역을 제한하고(human out of the loop) 기계의 자율성(autonomy)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전쟁 비용은 축소되지만 ‘의도하지 않은 확전’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책임 있고 안전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할수록 AI 역량을 군사력에 접목시키는 효과는 줄어들고 이로 인한 효율성 감소는 애초에 AI를 군사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적국은 안전한 방식의 AI 기술 적용을 포기하고 기계의 자율성에 맡기는 효율성에 치중한 전략을 선택하였는데 아군은 책임 있는 AI 사용을 강조하여 인간 지휘관의 개입과 통제를 강화할 경우, 적국의 AI-사이버, AI-자율무기체계, AI-핵무기 시스템의 효율성이 아군의 AI 역량을 압도해 버리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셋째, AI의 군사적 이용의 결과가 공격이나 방어 중 일방의 우위로 귀결되는지 단정하기 어렵고, 효율성-안정성 길항 관계에 따른 역설이 존재하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지만, AI로 강화된 사이버 공격 능력이나 자율무기체계에 AI가 결합된 형태의 군사역량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AI의 군사적 사용 이후 ‘공격 우위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과 중국 정치 엘리트들의 인식을 보면, AI가 기존 군사 역량에 통합될 때 공격 우위를 가져온다는 기대가 만연해 있어, 마치 1차 세계대전 이전의 “공격숭배(cult of the offensive)” 현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Selden 2024).   2. 세계안보 현실에 대한 해석: 분쟁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과 공격숭배 현상   왜 정책결정권자들은 군사기술 변화의 객관적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이처럼 공격 우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공격-방어 균형의 현실과 인식 사이 뚜렷한 간극이 발생하는 현상은 동 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저비스의 초창기 연구에서부터 지적된 문제이다. 저비스는 ‘공격-방어 균형’과 ‘공격-방어 구분(offense-defense differentiation)’을 중심으로 이론적으로 가능한 4가지 세계를 제시하는데, ‘방어 우위’ 상황에 ‘공격과 방어 기술의 구분이 가능’할 경우 안보딜레마가 존재하지 않는 “매우 안정적인(doubly stable)” 안보 환경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저비스는 인류 역사상 이렇게 안정적인 여건이 형성되었던 거의 유일한 시기로 1차 세계대전 이전 20세기의 첫 10년을 꼽는다. 그리고 기관총 무기체계와 참호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유럽 열강들은 모두 당시 다른 안보 정책들을 선택했을 것이고, 1차 대전은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주요국의 거의 모든 전략가들은 공격이 우위에 있다고 믿었고, 공격과 방어 기술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이 물리적 ‘현실’을 압도했던 것이다(Jervis 1978, 211-214).   최근 연구는 정책결정권자들이 군사기술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모호한 기술 발전과 불가피한 분쟁에 대한 인식의 증가(mix of ambiguous technological advances and growing sense of inevitable conflict)가 서로를 강화하는 인식의 악순환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Selden 2024, 6). 해당 연구는 미국 대통령, 국방부 장관의 인터뷰, 연설, 국방부 공식 전략문건, 각종 정부 위원회 보고서, 그리고 의회 성명 등의 문건과 중국 정부의 안보 전략, 정부 보고서, 시진핑 주석의 인터뷰, 고위급 중국공산당 간부들 연설, 그리고 신화통신과 같은 중국 국영 언론의 논평 등의 문건 가운데 AI의 군사적 이용에 관한 논의를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샘플링하여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한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의 양국 간 분쟁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그림 1]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한다. 점선 아래로 파란색 실선이 내려가는 부분이 양국 간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인 국면이다.   [그림 1] 미국 및 중국 정책결정권자들의 분쟁/자제 논의     미국의 경우 트럼프 1기 초반에 중국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강세를 보이다 2018년부터 긍정적으로 돌아서지만,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급부상하는 양상을 보인다. 중국은 2019년부터 나빠진 대미 인식이 그 이후로 회복되지 않고, 양국 간 충돌과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는 패턴을 보인다. 미중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 이러한 인식이 고착화되고, 기술이 야기하는 공격-방어 우위 효과가 모호한 현상이 지속되면, 본 연구의 관찰이 정확하다는 가정하에 미중 리더십은 AI의 군사적 활용이 공격 우위의 세계를 가져올 것이라고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주장은 동기기반 추론(motivated reasoning)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정책결정권자들은 “행동이 불가피하다고 느낄 경우(feel compelled to act),” 부정(denial), 선택적 해석(selection) 및 기타 심리적 기제를 적용하여 적의 의지와 의도에 대한 모든 신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Lebow 1981)과도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적과 반드시 싸워야만 하기 때문에, 기술발전이 공격에 유리한 여건이 구비되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Ⅲ. 2025 미중 군비경쟁과 한국의 국방정책   지도자들이 현재 자국이 공격 우위의 군사기술적 환경에 놓여있다고 믿을 때,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다고 기대하게 되고, 군비경쟁은 심화되며, 동맹 질서는 고착화된다. 안보딜레마는 악화되고, 현상유지 세력들 간에도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Jervis 1978, 189-190). 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 열강들의 지도자들이 그러했듯, 인식의 힘은 물리적 현실을 거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국 AI의 군사적 활용에 따라 변화하는 현실의 실체적 진실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지도자들의 인식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귀환과 한국 국내정치 혼란 및 정치 리더십의 위기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물론 2025년 내에 미중 간 직접적인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2024년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의 결론도 “미중 경쟁이 분쟁과 대립으로 빠지는 것을 막고 관리(manage competition responsibly and prevent it from veering into conflict or confrontation)”하기 위한 양국 소통 채널을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었고(The White House 2024), 왕이 외교부장이 12월 17일 개최된 ‘2024년 국제형세와 중국 외교’ 토론회에서 강조한 5대 외교 원칙 가운데에서도 제1원칙은 “평화”였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4). 그러나 앞서 논의된 군사기술 차원의 변화와 이를 바라보는 미중 양국 리더십의 인식을 염두에 둘 때, 이것은 “우리 시대의 평화(peace for our time)”를 예고하는 것이기보다는 ‘폭풍 전의 고요’인 면이 더 크다. 리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대만 문제, 항행의 자유, 러시아 방위산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 미국 민간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불쾌감을 뚜렷하게 드러냈고, 왕이 부장의 연설의 제2원칙 “단결”과 제4원칙 “정의”에서 강조되는 것은 글로벌 사우스와 브릭스와 중국의 연대 강화 및 “공평한(equitable)” 국제질서였다.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들은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중단기적으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Cancian, Cancian, and Heginbotham 2023; O’Hanlon 2024; Sisson and Patt 2024).   현재는 미중이 핵무기 사용 결정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핵-AI 넥서스 경쟁과 이로 인한 의도하지 않은 핵 전쟁 발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2035년까지 핵탄두 생산을 700~1,500개까지 확대하려는 중국(Kristensen, Korda, Johns, and Knight 2024)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용 저위력 전술핵탄두 W76-2 생산 확대, F-35에 탑재할 수 있는 개량형 저위력 전술핵폭탄 B61-12 생산 등 전술핵 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 정책 방향으로 인해 고전적 의미의 미중 수직적 핵확산 및 군비경쟁은 지속될 것이다. 아울러, ‘잠재적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책임감 있게 개발한다’는 일반적인 원칙 이외에 AI 기술 개발 및 그 군사적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결여되어 있는 가운데, AI-자율무기체계와 AI-사이버 공격∙방어 능력 문제를 놓고 미중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앞으로 15-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함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폭락하였다. 주가 폭락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만약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예상보다 더디 오게 될 경우 AI 기술의 중단기적 중요성은 더욱 증대된다는 점이다. 계엄과 탄핵 국면이 끝나고 한국 리더십이 안정기에 들어설 때, 장기적 관점에서 엄중한 도전과제들을 고려한 국방정책 방향의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평화’가 아닌 ‘폭풍 전야’의 상황이라 해도, “결정적 10년(decisive decade)”을 지나는 동안 아직 한국에게 기회의 창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중 군비경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격 우위 환경에 있다는 믿음은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공격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강한 유인을 제공한다. 이는 트럼프주의와 별개로 움직이는 미 국방부 내의 독립적인 흐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AI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신기술 기반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작년 10월 신설된 전략사령부를 중심으로 한국의 전략 자산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교리를 마련하고, 킬체인 역량 강화,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및 한미 핵∙재래식 역량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CNI)을 위한 작전 계획 수립 및 연합훈련,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AI의 군사적 활용에 관한 미 국방부의 작전 개념 개발과 군 구조 개편, 무기체계 개발 및 조달, 인재 양성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하 한미동맹은 보다 거래적인 형태로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기술 협력 및 이전의 가격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단순히 공격 능력 개발에 치중하기보다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국 AI 기술 역량의 기본 토대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방혁신 4.0’이 강조하는 AI 과학기술 강군과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AI 기술 인프라 및 반도체 역량뿐 아니라 작전 계획 수립에 필요한 양질의, 그리고 대량의 군사 데이터가 필요하다. 만약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 LLM) 방식이 아닌, 한국 데이터나 서버 시장 규모를 고려한 소형 또는 초소형 AI 모델에 특화하는 형태로 AI 국가전략을 설정한다면(배영자 2025), 이것을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한국형 AI 군사 모델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적극적인 투자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 문헌   김양규. 2024a. “2024년 세계 군사질서와 한국: 정확성과 투명성 혁명에 따른 공격 우위 시대 한국의 안보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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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규 2025-01-15조회 : 2897
논평이슈브리핑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⑧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쇠퇴 속 한국 민주주의 외교의 과제

Ⅰ. 들어가는 말   2025년도 새해를 맞는 한국 외교는 국내 민주주의 위기로 얼어붙게 되었다. 12월 3일 밤 내려진 계엄령은 대통령이 국회의 해제 의결을 수용해 선포 여섯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로 이어진 이 중대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의 수습 과정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권이 당파적으로 법의 해석과 적용을 주장하고 있고, 이를 해결할 국가기관들이 컨트롤 타워의 부재 속에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그 정점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1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장면을 세계에 보여주고 과연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능동적 외교가 가능할 것인가?   2025년을 맞아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민주주의 외교는 퇴행이 불가피할 것 같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상주의적 자국우선주의, 힘을 통한 평화를 기치로 선택적인 군사적·외교적 관여, 다자주의 협력에 대한 경시, 민주적 규범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특징지어질 전망이다(O’Brien 2024; Foreign Affairs Podcast 2024).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가 우위를 유지하도록 적극적 민주주의 외교를 펼쳤던 바이든 행정부와는 180도 다른 셈이다. 한국의 실정은 더욱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를 보편가치라는 키워드로 형상화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출범시킨 민주주의정상회의를 두 차례나 서울에서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시대착오적인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법치를 외면함으로써 그간 쌓아 가던 한국의 민주주의 외교에 타격을 주었다. 민주주의를 속히 복원해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떤 질서 하에 놓일지, 과연 질서라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2025년도를 맞은 이 시점에 더욱 커져 보인다. 국제법과 국제적 규범을 좇는 ‘규칙기반 질서(rules-based order)’를 국제관계에서 주문처럼 말들 하고 있지만, 이 규칙들을 과연 누가 지켜낼 것인가? 흔히들 자유주의 질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은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하는 비자유주의 세력의 확장 때문이라고 보았다. 아니다. 불확실성의 근원은 바로 자유주의 질서를 담보해 온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내부 민주주의 약화와 이들의 대외 리더십 붕괴에 있다.   국제관계에서 비자유주의적 준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스라엘의 가자전에서 보여지듯이 직접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정치 지도자의 독재 때문이며, 간접적으로는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자유주의 국가들이 단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질서의 약화는 정치체제로서의 민주주의의 후퇴와 궤를 같이 한다. 각국에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 중시, 법치 존중, 시장경제를 통한 성장은 국제관계에서 일국의 주권 존중, 국제법의 준수, 시장통합을 통한 효율 제고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국 외교는 경제와 안보를 국내정치로부터 디커플링하면서 방어적 외교에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러나, 정국이 안정되면서 다시 외교를 정상화하고 그간의 갭을 메우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민주주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능 부전이 머나먼 개도국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도 함을 직시한 만큼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제대로 지키기 위해 국제협력에 나서야 한다.   Ⅱ. 자유주의 국제주의 정치세력들의 쇠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서구 주요국들의 ‘자유주의 국제주의(liberal internationalism)’ 외교정책에 의해 지탱되어 왔다. 자유주의 외교정책은 서구 및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통합과 제도화된 다자협력을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외교정책은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공고했을 때 안정적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까지 30여개 국가들이 민주화되었는데,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이 시기를 민주화의 세 번째 물결이라 명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역행의 시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의 민주주의 보고서 2024(Democracy Report 2024)는 오늘날 개인이 평균적으로 향유하고 있는 민주주의 수준은 1985년도 수준으로, 국가 단위에서는 1998년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고 보고한다. 2003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전제주의 국가에서 살았지만, 2023년에는 71%가 전제주의 치하에서 살게 되었다.[1]   세계적인 비자유주의의 확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주요 정당의 득표율이 하락하고 우파 정당들이 득세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당제 서구 유럽국에서 두드러지는데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자유진영의 대표주자인 독일과 프랑스의 리더십 퇴행이 우려된다. 독일의 경우, 2021년 9월에 실시된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에서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SPD)이 중도 우파 연합인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초박빙 접전 끝에 25.7% 대 24.1%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사회민주당은 녹색당과 자유민주당(FDP)을 끌어들여 이른바 ‘신호등 연정’을 구축했으나, 연정을 이끄는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총리가 증세를 반대한 FDP 소속 재무장관을 해임하면서 12월 16일 의회에서 불신임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3년 간의 신호등 연정이 붕괴되면서 독일은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한편, 우익 극단주의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은 2024년 6월에 치러진 EU의회 선거에서 15.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유럽의회에 진출했을 뿐만이 아니라 몇몇 지방정부에서는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은 국내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상당 기간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기 어려워 보인다.   프랑스에서도 정치적 혼란이 만만치 않다. EU 의회 선거에서 자국 내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에 패배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7월 7일 결선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2위를 한 범여권(앙상블)이 공조해 3위에 그친 국민연합을 연립정부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연합으로부터 소속 정당 총리를 임명하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자신이 임명한 총리가 불신임을 받기에 이르자 마크롱 대통령은 12월에 프랑수아 바이루(François Bayrou)를 총리로 새로 임명했다. 극좌와 극우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 앞으로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자유진영의 지도자로 목소리를 계속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4년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그가 이끄는 중도 우파 정치 그룹인 유럽국민당(EPP)이 가장 많은 188석을, 이어서 중도좌파 정치그룹인 사회민주진보연합(S&D)이 136석을, 중도파 쇄신유럽(Renew Europe)이 77석을 얻었다. 이들 3개 정치그룹이 연대해 다수파를 구성하게는 되었다. 그러나 참패한 녹색당과는 대조적으로 강경 우파 및 극우정당 정치그룹이 득세하면서 유럽의회 총 720석 중 187석을 차지하게 되었다(European Parliament 2024). 중도 우파 EU 리더십은 단결을 위해 극우세력을 끌어안아야 하는 형편이지만 갈등은 커질 조짐이다. 재집권 이후 15년째 장기집권 중인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헝가리 총리는 역내 대표적인 유럽 통합 반대론자로 친러, 친중 정책을 펼쳐 왔다. EU를 탈퇴하기보다는 회원국으로 남아 주권주의를 내세우며 갈등을 일으켜왔다. 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2년 늦어지도록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계속 반대해 오고 있다.   선거의 해였던 2024년 대미를 장식했던 사건은 미국의 11월 대선이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직넘버 270을 훌쩍 넘는 31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낙승했다. 함께 치러진 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은 하원 435석 중 220석을, 상원 100석 중 53석을 확보해 정부와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었다. 이로써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은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양당제 정치구조의 나라인만큼 서유럽 다당제 민주국가들처럼 주요 정당이 약화되지 않는다. 대신에 미국 정치권은 양당 간 극심한 대립정치와 공화당의 우경화로 비자유주의(illiberalism)를 경험하고 있다. 공화당 내의 전통적 신자유주의자가 몰락하고, 탈자유주의(post liberalism), 백인 기독민족주의,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신우파가 득세하고 있다(차태서 2024). 공화당 내 신우파 정치세력이 포퓰리스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과 연대해 얼마나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달라질 전망이다.   주류 정당들의 쇠퇴와 우익 정당들의 득세를 반세계화의 역풍으로 진단하는 분석들이 많다. 반엘리트 이념과 국가 정체성 담론을 특징으로 하는 우파 포퓰리즘은 경제적 격차에 대한 반발, 이민 유입 반대, 초국적 규칙에 대한 주권 옹호 등을 내세운다. Trubowitz와 Burgoon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이 1990년대부터 무역 및 투자 자유화, 초국적 협정과 기구 강화에 적극 나서는 반면, 이전과는 달리 국내 사회경제적 보호정책을 게을리해 자유주의 대외정책을 지지해 오던 유권자들에게 ‘지불능력 갭(solvency gap)’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한편, 냉전이 해체되어 지정학적 위협이 사라짐으로서 사회경제적 불안에 직면한 종래 자유주의 지지층들이 반세계화 및 내셔널리스트 정당들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Trubowitz and Burgoon 2023).   특히, 2015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인한 유럽으로의 대규모 난민 유입은 기존의 경제적 박탈감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거의 모든 서유럽 국가에서 유권자의 10%에서 30%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외국인 혐오주의를 갖고 극우 정당이나 극우운동에 가담하는데, 이들은 도심에서 먼 낙후지역에 거주하는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들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Levitsky와 Ziblatt는 유럽과는 달리 미국에서만 극단주의자 트럼프가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고,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정해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점거 사태까지 초래했다고 말한다(Levitsky and Ziblatt 2023). 이제 곧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시작할 것인데, 슈퍼파워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그의 외교정책이 미치는 국제적 파급력은 실로 막대할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금지옥엽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철학적, 문화적 비판이 일고, 이를 MAGA 운동 세력들에 사상적 기반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비판론자인 패트릭 드닌(Patrick J. Deneen)은 외부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를 극대화하려는 자유주의는 관습과 공동체를 무너뜨렸지만 구속받지 않은 개인들의 행동을 규제해 질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행정국가(administrative state)를 확장하게 했고, 같은 논리로 경제 영역에서는 자유로운 선택을 위해 국경을 허물고 시장을 세계화시켜 버렸다고 주장한다. 자유를 위해서라는 미명 아래 만들어진 이 거대한 구조 하에 힘을 잃어버린 개인들이 통치불능 상태에 놓인 행정국가와 탈국가경제(denationalized economy)에 대해 정치적 통제를 다시 얻으려는 것이 MAGA와 같은 대중운동이라는 것이다(Deneen 2019).[2]   이러한 우파로부터의 자유주의 비판에 대한 반박도 뜨겁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17세기 후반에 정립된 자유주의가 정당화되는 원리를 세 가지로 든다. 첫째는 실용적 정당성으로, “자유주의는 다양한 사람들이 폭력에 의거함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해법이다”. 둘째는 도덕적 정당성으로, “자유로운 사회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살아가게끔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한다”. 셋째는 경제적 정당성으로, “개인의 소유권, 경제 성장, 근대화를 촉발한다”. 저자는 오늘날 증대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 사상이 원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좌우 양편에서 자유주의를 극단적으로 변형시키면서 그 정당성에 훼손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파 신자유주의자들이 국가 간섭 없이 팔고 사는 경제적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오늘날의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해 경제적 정당성에 타격을 가했다면, 좌파는 개인의 가치와 자율적 선택을 절대시해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고 자유주의 본연의 원리인 관용을 해치게 되었다는 것이다(Fukuyama 2022).[3]   20세기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던 자유주의가 마땅한 대안도 없이 미국 사회에서 비판받게 된 것은 우려스럽다. 아직 세계 곳곳에서 개인들은 권위주의적 관습이나 정부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자유주의 가치에 기반한 민주주의 곧 자유민주주의는 방어되어야 하고 확산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 자유주의 비판에서 비롯된 반세계화론이 안보나 통상에 관한 국제협력을 백안시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 종교적, 인종적 배타성과 결합한 반세계화 주권주의는 자유주의 국제주의에 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는 초국적 국제협력과 국내 사회안전망 구축 간에 균형을 다시 맞추고, 보다 점진적이고 유연한 다인종, 다문화 통합정책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Ⅲ. 한국 민주주의 외교의 새 판짜기   세계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지원할 리더십이 약화된 오늘날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민주주의 외교가 가능할까?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어떻게 리더십을 말하는가 하는 회의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 동안의 위기 국면을 잘 헤쳐 온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resilience)을 대내외에 보임으로써 비자유주의적 정치 변동이 발생할 때 이를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지 국제적 레퍼런스를 제공할 수 있다. 순차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은 탄핵정국이라는 막중한 시험대에 올라 와 있는바 이 과정을 어떻게 잘 처리하느냐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국격 평가에도 매우 중요하다. 국회가 가결한 탄핵소추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절차대로 심판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도와주고 그 결과에 초당적으로 승복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 과정에서 당파적 이익이 아닌 국가적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입증할 책무를 갖고 있다.   둘째, 민주화 이후 초유의 계엄령 발동과 국회의 세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를 겪으면서 정치권은 물론 우리 국민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심각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세 번의 탄핵이 여소야대 국면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분점정부하 대통령제의 일반적 취약성을 보여주는데, 제왕적 대통령 유산이 강한 한국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와 대립은 유독 심하다. 동시에 야당이 다수당일 때 대통령과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극단주의는 몇 번 대통령이 바뀌면서 더 심해졌는데 이는 형식상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진행된다 하더라도 지양해야 한다. Levitsky와 Ziblatt는 제도적 권한을 당파적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남용하는 극단주의가 민주적 과정을 망가뜨린다고 경고한 바 있다(Levitsky and Ziblatt 2018). 오늘의 우리 정당들은 이러한 극단주의 대립을 여야 할 것 없이 벌이면서 정치로 풀어갈 일들을 사법부에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형국이다. 상호 관용과 절제의 민주정치를 정치권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다면, 극단적 정당정치가 회복 불가능한 국민 분열을 초래할 것이다. 승자독식적 선거법 개정과 같은 정치 개혁을 통해 정치 양극화를 완화할 길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국을 넘겨도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 있고, 그 모습은 더욱 추악할 수 있다.   셋째, 이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국에 민주주의 외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리더가 없어졌다고 흩어지기보다는 보다 능동적으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외교에, 나아가 역내 및 세계 신생민주주의 국가들을 지지하고 지원해 주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인태지역 자유민주주의 중견국가(middle power)들은 서구의 민주주의 리더십이 약화된 전환기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협력 동인이 더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넷째, 바야흐로 강대국의 틈에 끼이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이슈별로 협력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부상하는 시대이다. 글로벌 사우스에는 선거는 치르지만 여전히 자유민주주의 기준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민주화보다 경제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경제발전이 민주화보다 선행한 나라로 우리의 시행착오를 공유해 각 나라의 여건에 맞추어 포용적 발전과 민주화를 도모하도록 도울 수 있다.   다섯째, 한국의 시민사회와 민간단체는 국내 문제에 매몰되어 해외 민주주의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민주주의 외교가 지속가능하려면 정부 간 협력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외교(people-to-people diplomacy)가 중요하다. 한국의 민주적 성취를 국가적 자랑거리로 삼다가 이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만큼, 우리 개개인은 각자의 자리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와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지구촌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   참고 문헌   차태서. 2024. “신우파의 부상과 미래 미국.” EAI 워킹페이퍼. 12월 19일. https://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693&board=kor_issuebriefing (검색일: 2025. 1. 12.)   Deneen, Patrick. 2019. Why Liberalism Failed.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European Parliament. 2024. “The Political groups of the European Parliament.” As of 16 July 2024. https://www.europarl.europa.eu/about-parliament/en/organisation-and-rules/organisation/political-groups (Accessed January 12, 2025)   Foreign Affairs Podcast. 2024. “The World of Trump 2.0: A Conversation With Daniel Drezner and Kori Schake.” November 8. https://www.foreignaffairs.com/podcasts/world-trump-second-term-foreign-policy (Accessed January 12, 2025)   Fukuyama, Francis. 2022. Liberalism and Its Discontents.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Levitsky, Steven, and Daniel Ziblatt. 2018. How Democracies Die. New York: Broadway Books.   ______. 2023. Tyranny of the Minority. New York: Crown.   O’Brien, Robert C. 2024. “The Return of Peace Through Strength: Making the Case for Trump’s Foreign Policy.” Foreign Affairs. June 18. https://www.foreignaffairs.com/united-states/return-peace-strength-trump-obrien (Accessed January 12, 2025)   Trubowitz, Peter, and Brian Burgoon. 2023. Geopolitics and Democracy: The Western Liberal Order from Foundation to Fractur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V-Dem Institute. 2024. “Democracy Report 2024.” https://v-dem.net/documents/44/v-dem_dr2024_highres.pdf (Accessed January 12, 2025)     [1] 최근 42개 국가들이 전제주의로 빠져들고 있는데 이 가운데 28개 국가는 원래 민주주의였으며, 이 중 절반만이 2023년도에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보고한다(V-Dem Institute 2024).   [2] Deneen은 자유주의는 자연(예를 들어 남녀 구분) 정복, 무시간성, 무공간성, 무구분성(borderlessness)을 주요 특징을 가지면서 가족, 공동체, 종교 등의 사회적 기본 구조를 허문다고 주장한다.   [3] 저자는 오늘날 자유주의에 대한 불만은 고전적 자유주의의 왜곡이 원인이었던 만큼 원래의 원리에서 개선 방향을 찾고 있다. 집단으로부터 개인 자유의 우선을 유지하나 절제를, 언론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공적 스피치는 규제를, 분권화된 정부와 정부 신뢰의 회복을, 성장보다 재분배 중시 등을 주장한다.     ■ 이숙종_동아시아연구원 시니어펠로우, 성균관대학교 특임교수.     ■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hspark@eai.or.kr  

이숙종 2025-01-14조회 :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