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북한경제개발 5개년 계획 평가] ③ 러우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
김규철
KDI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ditor's Note

김규철 KDI 연구위원은 러우 전쟁 발발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을 분석합니다. 김 박사는 북러 간 경제 협력의 규모가 증가했으나 그 규모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종전 시 남⋅북⋅러 경제협력 구도를 재구성하여 북한의 대화 복귀를 견인하는 정책적 인 방안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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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김규철, 남진욱 (근간) “북러 밀착이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하였음을 밝힘.)

 

1. 배경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주었다. 전쟁 초기 북한은 도네츠크·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며 국제사회에서 드물게 친러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4년 3월에는 러시아가 UN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의 활동 연장을 거부하면서 기존 제재 감시 체계가 약화되었고, 제재 회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양국 관계는 군사적·외교적 협력을 중심으로 점차 심화되었다. 러시아가 포탄 등 재래식 무기에 부족을 겪자 북한은 군수물자를 지원했고, 2024년 6월 양국은 조약을 체결하며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켰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에 군인을 파병하고 경제·사법·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고위급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제재를 우회하는 정황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군인을 파병하는 것 외에도 노동자를 파견하여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제재로 금지된 품목의 북한 반입을 묵인하거나 상한을 초과한 석유제품 반출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북러 밀착은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약화시켜 국제사회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제재의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러 간 경제협력의 실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고 대북·대러 정책을 설계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본 연구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현황과 북러 밀착의 성격, 그리고 그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양국 간 대외무역, 해외 노동자 파견, 관광 등 다양한 대외경제 항목을 살펴보고, 군수물자 생산과 관련한 협력이 북한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도 평가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북러 밀착이 한반도 주변 환경에 미치는 의미를 이해하고, 향후 북러 관계 전망과 정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

 

2. 북러 경제 관계: 대외경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1) 대외무역

 

북한에게 러시아가 얼마나 중요한 교역 상대국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교역 규모와 상품별 측면에서 분석한다. 교역 규모 측면에서 북한 전체 무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최근 10년간 북한의 대러 수출 대러 수출은 1% 안팎에 머물렀고, 수입도 대부분 2% 이하로 제한적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중국과의 교역이 급감하면서 대러 수입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 금액은 크지 않았다. 최근 2년간 국경 재개방과 북러 관계 개선으로 연간 교역액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체 북한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대에 머문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2024년 기준 각각 95%, 98%를 차지한다. 이는 러-우 전쟁 이후에도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최대 교역국임을 보여준다.

 

상품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제한적 역할만 수행한다. 북한의 대표적인 수출품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으로 수출되며, 러시아로 수출되는 상품은 관악기, 펌프류로 수출액이 크지 않아 외화 획득이라는 관점에서 러시아는 북한에게 의미있는 교역 파트너라고 보기 어렵다. 수입 측면에서도 주요 식량과 소비재, 산업 중간재 등 주요 품목은 대부분 중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에너지와 일부 핵심 산업재, 특히 정유제품과 발전소용 산업 설비에서는 러시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북한의 정제유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중국 수입액의 두 배 이상으로, 석유류 공급에서 러시아 의존도가 낮은 편은 아니다. 또한, 상당수의 북한 발전소는 과거 소련 기술과 설비를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관련 부품과 장비는 여전히 러시아에서 주로 조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교역 규모는 크지 않으나 핵심 품목의 공급자로서 북한에게 러시아는 중요한 교역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북러 관계가 밀착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을 제공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으나, 공식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실제 규모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2024년 이후 북한의 대중국 식량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점은 러시아산 식량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종합하면, 북한과 러시아 간 교역은 전체 규모에서는 제한적이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핵심 산업재와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러시아는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북한경제 운영에서 필수 자원을 제공하는 핵심 국가로 평가할 수 있으며, 단순한 교역 규모를 넘어 북한의 산업과 에너지 안정성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북한은 오랜 기간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확보해 왔다. UN 안보리는 2017년 12월 결의안 2397호에서 북한 노동자를 24개월 내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요구하며, 2020년부터 공식적으로 해외 노동자 고용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정황이 보고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러시아에는 약 3만 2천 명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했으며, 이 가운데 약 70%가 건설업에 종사했다. 이 노동자들은 매월 300~900달러를 북한 당국에 송금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통해 북한은 연간 약 2억 달러의 외화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2]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경제공동위원회를 두 차례 개최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과 ‘교육생’ 교류 프로그램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러시아에서 북한 유학생들이 노동에 동원된 사례를 고려하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신규 노동자 송출 방식이 검토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는 2025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2024년 1월 북한 노동자 약 150명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건설 작업을 수행했다고 밝히며 이러한 정황을 보고한 바 있다.[3]

 

또한 연구에 따르면, 2024년 6월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담겨 있다. 제14조는 ‘자유박탈형을 언도받은 자’를 명시해 해외 파견 노동자의 탈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해석되며, 제15조는 양국 사법·공안기관 간 협력 체계를 정례화하여 탈북 발생 시 공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약 체결 직후 북한의 주요 공안·사법 기관 수장들이 러시아를 방문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17조는 인신매매와 극단주의뿐 아니라 비법자금·마약 문제까지 포함해 고위급 인사의 탈북이나 외화 손실을 예방하려는 의도를 반영하며, 제18조의 정보통신 협력 조항은 양국 인력 교류 확대 속에서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4].

 

기존 연구와 언론 보도를 통해 러시아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규모와 의미를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나, 이러한 정보는 비공식 자료에 기반해 있어 정확한 규모나 추세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러시아가 공개하는 공식 입출국 통계를 활용하여 북한 노동자의 파견 규모를 보다 신뢰성 있게 추정하고자 한다.

 

<그림 1> 북한 국적의 러시아 입국자 수

 

(단위: 명)

 출처: 러시아 연방 통계청 (https://www.fedstat.ru/organizations/?expandId=946881#fpsr946881)

 주: ‘미분류’ 항목은 저자가 전체 합계에서 목적별 분류의 합을 차감한 값을 의미

 

<그림 1>은 러시아 연방 통계청이 제공하는 북한 국적자의 러시아 입국 규모를 보여준다. 이 통계는 2010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분기별 입국자 수와 방문 목적에 따른 세부 입국 기록도 함께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7년 3분기까지 북한 국적의 러시아 방문자는 분기 평균 약 5,500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7년 4분기를 기점으로 입국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18년 2분기에는 2,488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방문 목적은 사업, 관광, 친지 방문, 환승, 영주 목적 이주, 운송 분야 종사자 등으로 분류되며, 합계도 제시된다. 흥미롭게도 2018년 4분기까지는 세부 목적별 방문자 합계가 전체 입국자 수와 일치했으나, 2019년 1분기부터 두 수치가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본 글에서는 이 차이를 ‘미분류’라고 구분하여 그 추세를 분석하였다. 2019년 ‘미분류’ 북한 입국자는 6,924명으로, 전체 21,481명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기간에는 ‘미분류’가 0명으로 나타났으나,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인 2023년 2분기에는 다시 76명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2024년 하반기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 체결 이후에는 변화가 두드러졌다. 2024년 3분기 ‘미분류’ 입국자는 3,767명, 4분기에는 3,759명으로 전체 입국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당시 러시아로 입국한 북한 국적자의 상당수가 기존 방문 목적으로는 분류되지 않는 방식으로 입국했음을 보여준다.

 

UN 안보리는 2017년 12월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를 통해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2년의 이행 기간을 거쳐 2020년부터 이를 완전히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러시아 통계에서 방문 목적별 합계와 총 입국자 수가 맞지 않기 시작한 시점이 2019년 1분기이고, 2024년 6월 북‧러 ‘신조약’ 체결 이후 ‘미분류’로 분류된 입국자가 급격히 증가한 점을 종합하면, 해당 분류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로 분류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러시아 공식 통계와 여러 정황을 보면 제재 이후에도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년 하반기부터는 그 규모가 빠르게 증가해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진 러시아는 제재를 감수하고라도 북한 노동자를 계속 받아들일 유인이 커졌고, 북한 역시 이를 핵심 외화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양국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는 탈북 방지와 인력 통제에 관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확대를 사전에 준비해 온 흔적도 확인된다. 나아가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는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이 복귀하지 않고, 건설 및 인프라 복구 현장에서 사실상 노동자로 전환되어 활용될 가능성[5] 역시 제기되고 있다.

 

(3) 북한의 관광: 러시아 관광객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로 인해 주요 수출품이 막히면서 북한은 외화난에 직면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관광 산업을 적극 활성화하려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전면 봉쇄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중단되었고, 관광을 통한 외화벌이 전략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후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전 승리’를 선언하고 국경을 재개방한 뒤, 외국인 관광객의 북한 관광을 허용했는데, 주목할 점은 첫 관광객이 중국인이 아닌 러시아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2025년 6월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의 체면을 건 사업”이라고 강조해 온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준공식이 개최되었는데, 이 행사에 주북 러시아 대사와 대사관 인사들이 특별 초청 손님으로 참석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북한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의 규모는 북한이 기대하는 수준에는 여전히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2> 러시아 국적자의 북한 입국자 수

 

(단위: 명)

 출처: 러시아 연방 통계청 (https://www.fedstat.ru/organizations/?expandId=946881#fpsr946881)

 

<그림 2>는 러시아 연방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2025년 2분기까지 러시아인의 북한 방문 현황을 방문 목적별로 정리한 것이다. 러시아인의 북한 방문은 2011년에 일시적으로 8천 명을 넘기도 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이전까지는 연간 3~4천 명 수준을 유지하였다. 2023년 북한이 국경을 다시 열면서 방문 규모는 뚜렷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3년에는 1,238명이 북한을 찾았고 2024년에는 6,469명으로 크게 늘었다. 2025년에도 증가 흐름은 이어져 1분기 1,267명, 2분기 2,772명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차량 정비 등 운송수단 관련 목적이나 친척 방문 등 개인적 방문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4년 이후에는 양상이 확연히 다르다. 관광 목적 입국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이다. 제재 이전 연간 3~7백 명 수준에 불과했던 러시아 관광객이 북·러 관계 강화 이후인 2024년에 1,957명으로 증가했고, 2025년에도 1분기 262명, 2분기 1,673명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당국이 러시아 관광객 유치를 중요한 외화 확보 수단으로 삼고 있으며, 이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관광 산업은 러시아 방문객 증가를 통해 특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을 방문하는 러시아인의 상당수가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 관광 수요를 크게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극동지역은 인구 규모가 크지 않고 소득 수준도 낮아, 북한 관광에 대한 잠재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관광지의 경쟁력 자체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 휴양지로서의 낮은 매력도, 그리고 해수욕이 가능한 기간이 짧은 기후 조건 등은 대표 관광지인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관광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는 방문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재방문 가능성을 낮추는 구조적 문제로 평가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러시아인 방문 증가만으로 북한 관광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이 관광을 통해 의미 있는 규모의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보다 중국 관광객 유치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중국 국가여유국 통계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은 2010년 13만 1천 명에서 2013년 20만 7천 명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북한을 단체 관광 목적지로 공식 지정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매년 약 24만~27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며, 북한 관광 산업의 성공 요인으로 중국인의 단체 관광이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반면, 러시아 공식 통계에 나타나듯 북한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러시아인의 수는 연간 1만 명을 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평가처럼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북한의 관광 산업이 기대하는 외화 확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해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3. 북러 군수협력이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은 주로 군수 분야에 집중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군수물자를 제공해 왔다는 정황은 여러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2024년 10월에는 북한군 파병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양국 협력의 중심축이 군사 분야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존의 북러 군수 협력 논의는 주로 화물선·열차 이동 사진과 같은 정황 자료에 의존해 왔으며, 이러한 군수협력이 북한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분석이 부족했다.

 

이에 본 글은 산업연구원이 구축한 북한 기업소 분포 자료[6]와 경제활동을 포착하는 대리지표로 널리 쓰이는 위성기반 야간조도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북러 군수협력이 북한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정량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실증 평가하고자 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수물자 협력이 언제부터 본격화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일연구원이 제공하는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자료 DB’[7]를 활용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 빈도를 살펴보았다. 해당 자료를 살펴본 결과 2020년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으나,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방문 횟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2025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방북한 2023년 7월이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이 방문을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 확보와 연계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으며, 실제로 같은 해 하반기부터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었다. 2023년 7월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김정은의 빈번한 군수공장 시찰, 그리고 대러 무기 제공 정황을 종합해 보면, 양국의 군수물자 협력은 2023년 7월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합의되고, 북한의 군수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군수공장은 대부분 중화학공업 분야에 속하며, 특히 화학·전자·기계 산업의 비중이 높다.[8] 이는 북한의 군수물자 생산 기반이 구조적으로 해당 산업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면, 북러 군수협력이 확대될 경우 중화학공업과 그 세부 산업의 생산활동을 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크게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군수물자 생산과의 연계성이 낮은 산업에서는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검증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북러 군수협력이 군수공장이 밀집한 지역의 산업 생산을 다른 지역보다 더 활발하게 증가시켰을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수 협력이 북한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Bartik(이동-비중) 도구변수’라는 방법론을 활용했다. 이 방법은 외부에서 발생한 산업별 충격과 각 지역의 산업 구조를 결합해, 충격이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법이다. 먼저, 산업연구원이 제공하는 2010~2022년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시·군·구 지역마다 중화학공업과 군수공업[9]이 해당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했다. 다시 말해 각 지역에 속한 중화학공업, 군수공업 기업소의 생산 또는 투자 활동의 언급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지역별 ‘중공업 지수’와 ‘군수공업 지수’를 계산하였다. 이 지수와 산업활동의 대리변수라 할 수 있는 야간조도의 변화를 통해, 러시아와의 군수 협력이 강화되었을 때, 군수 관련 산업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일수록 실제로 생산활동이 더 활발해졌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그림 3> 북한의 시군구별 산업분포와 야간조도 분포

 

 

 

 (1) 중화학공업

 (2) 군수공업

 

 

산점도(scatter plot)를 통해 살펴본 결과는 <그림 3>과 같다. X축에는 각 시·군·구의 중화학공업 및 군수산업 기업소 언급 비중을, Y축에는 2025년 1분기 야간조도에서 2020년 1분기 야간조도를 뺀 값을 표시했다. 그래프를 보면, 점들이 전반적으로 오른쪽 위 방향으로 퍼져 있으며 기울기도 양(+)의 값을 보인다. 이는 곧 중화학공업 및 군수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2020년 대비 2025년에 야간조도가 더 많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어 계량모형을 적용한 통계 분석에서도 같은 결론이 확인되었다. 즉, 중화학공업과 군수공장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야간 조명 밝기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그중에서도 군수물자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산업이 다른 중화학공업 분야보다 더 큰 상승 효과를 보였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 간 군수 협력이 단순한 군사적 거래를 넘어, 북한 내 관련 산업의 생산활동을 실질적으로 촉진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시·군 단위보다 더 세밀하게, 개별 기업을 기본 단위로 설정하여 야간조도가 북러 군사협력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를 분석해보았다. 이 분석의 핵심은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기업이 군수분야 협력으로 얼마나 혜택을 받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만약 협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상의 상황(반사실; counter-factual)을 설정하고, 실제 변화와 비교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중화학공업에 속한 기업과 나머지 기업 데이터를 모두 활용하여 과거에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받았던 영향 요인을 파악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화학공업에 속한 기업이 만약 북러 협력이 없었다면 어떤 변화를 보였을지를 추정했다. 마지막으로, 이 가상 시나리오와 실제 야간조도 변화를 비교함으로써, 북러 군사협력이 중화학공업의 기업 활동을 실제로 얼마나 활성화시켰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4>는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북한의 중화학공업, 군수공업, 경공업에 속한 기업의 야간조도 변화를 “협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상 시나리오와 비교한 결과를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중화학공업과 군수공업 기업[10]의 활동 수준은 북러 협력이 없었을 경우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러 군수 협력 직후 야간조도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후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가 북-러 간 신조약이 체결된 직후에는 크게 급등하였다. 이후에도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2025년 초에는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경공업 기업의 야간조도는 북러 협력 이후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산업이 군수나 중화학 산업에 비해 충분한 전력 공급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음식료품 가공 등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산업이 북한 당국의 전력 공급 우선순위에서 군수나 중화학 관련 산업보다 뒤로 밀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 4> 북한의 주요 기업별 야간조도의 추세

 

 

 

 (1) 중화학공업


 (2) 군수공업

 

 

 (3) 경공업

 


 

<표 1>은 한국은행이 추정한 2020년 이후 북한 산업별 성장률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북한의 산업별 성장 흐름에서 중화학공업은 2023년과 2024년에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주민 생활과 밀접한 경공업은 같은 기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물론 국경 재개방 등 다른 요인도 경제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했겠지만,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간 성장 격차가 뚜렷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최근 북한 산업의 성장세가 러시아와의 군수 분야 협력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즉, 군수물자 생산의 확대가 중화학공업 성장에는 분명히 기여했지만, 주민 생활과 밀접한 경공업 등 민수경제 부문으로는 그 효과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분석과 일치한다.

 


<표 1> 북한의 산업별 성장률


 

2020

2021

2022

2023

2024

농림어업

-7.6

6.2

-2.1

1.0

-1.9

광공업

-5.9

-6.5

-1.3

4.9

7.6

   광업

-9.6

-11.7

4.6

2.6

8.8

   제조업

-3.8

-3.3

-4.6

5.9

7.0

   (경공업)

-7.5

-2.6

5.0

0.8

-0.7

  (중화학공업)

-1.6

-3.7

-9.5

8.1

10.7

기가스

수도사업

1.6

6.0

3.5

-4.7

0.9

건설업

1.3

1.8

2.2

8.2

12.3

서비스업

-4.0

-0.4

1.0

1.7

1.3

    (정부)

0.8

0.1

0.6

0.7

1.2

    (기타)

-18

-2.0

2.7

5.5

1.7

국내총생산

-4.5

-0.1

-0.2

3.1

3.7

(단위: %)

 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https://ecos.bok.or.kr/)


 

4. 결론과 시사점

 

북한과 러시아 간의 대외경제 관계를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러시아의 영향은 규모 측면에서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과 발전 설비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에서는 러시아가 여전히 핵심 공급국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내 노동력 부족과 북한의 외화 확보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이 지속되는 정황이 나타났다. 이러한 노동자 협력은 전후에도 양국 간 핵심 협력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관광 분야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실제로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에 국한되어 있어, 북러 관광 협력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북러 간 노동자 협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노동자가 러시아에 파견되는 정황은 제재 실효성을 재점검하고, 러시아 등 제3국에서의 송금 흐름과 외화 획득 경로를 면밀히 관리해야 함을 제시한다. 또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근로 환경과 인권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기구와 협력해 인권 보호를 촉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아울러 러시아는 전후 재건 과정에서 여전히 노동력과 기술,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므로,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 대신 한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북극항로 개발, 쇄빙선 건조, 항만·물류 인프라 확충 등은 러시아가 미래 성장과 전략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로, 한국의 조선업 및 건설업 관련 기술과 경험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러시아에게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배제하기 어려운 전략적 선택지라고 볼 수 있으며, 향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고 한-러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경우, 남⋅북⋅러 경제협력 구도를 재구성하여 북한의 대화 복귀를 견인하는 정책적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러 군수 협력이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군수 분야 협력 강화 이후 중화학공업과 군수공업이 집중된 지역의 생산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포탄이나 개인화기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직접 관련된 군수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활동은 크게 증가한 반면, 식료품 등 경공업 관련 기업은 오히려 활력이 떨어지면서 산업 성장의 불균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산업별 성장률 추정치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되는데, 2023년 이후 중화학공업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공업은 거의 정체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북러 군수 협력이 주로 군수 및 중화학공업과 같은 특정 분야의 생산력 강화에는 기여했으나, 민수경제 전반으로 효과가 확산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북러 협력 이후 북한 경제 성장은 산업 전반의 회복보다는 군수 부문 중심으로 편향적 구조를 나타낸 것이다.

 

북러 협력이 군수물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중화학공업과 군수산업 외 다른 산업의 생산 확대가 제한되고 있는 현상은 북한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성장의 불균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군수 중심의 북한 경제 성장으로 식량, 에너지, 경공업 등 민생과 직결된 산업 부문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는 북한 내 민생 관련 산업과 경제활동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제기구와 여러 정보 채널 등을 활용하여 해당 부문의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 


 

[2] Lukin and Zakharova (2018).

[3] 『VOA』, 「국무부, 북한 해외 노동자 ‘강제노역’ 실태 조사…인신매매 정보 수집」, 2024. 11. 29.

[4] 안제노(2024).

[5] 정은이(2025).

[6] 산업연구원 ‘북한 산업·기업 DB' (https://nkindustry.kiet.re.kr/index.do)

[7] https://www.kinu.or.kr/nksdb/,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보도를 기반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활동을 날짜, 수행 인물, 장소, 제목뿐 아니라 관람, 행사 참석, 현지 요해, 군사 분야 등 성격별로 분류해 제공한다.

[8] 오경섭 외(2018).

[9] 중화화공업의 세부 산업인 화학, 금속, 전기, 전자, 기계를 의미함.

[10] 산업연구원의 북한 산업·기업 DB에 수록된 기업 중 오경섭 외(2018)에서 군수공장으로 분류한 공장을 의미함.

 

참고문헌

 

김규철, 남진욱, 『북러 밀착이 북한경제에 미친 영향과 시사점』, 한국개발연구원, 근간.

 

안제노, 『러북 신조약에 따른 북한 해외노동자 인권 문제 쟁점과 파급영향』, 이슈프리브 597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4.

 

오경섭⋅김진하⋅한병진⋅박용한, 『북한 군사경제 비대화의 원인과 실태』, KINU 연구총서 18-23, 통일연구원, 2018.

 

정은이, 『러시아는 왜 북한 ‘군인 노동자’를 선호하는가』, 온라인시리즈 25-32, 통일연구원, 2025.

 

Lukin, Artyom, and Liudmila Zakharova, “Russia-North Korea economic ties: is there more than meets the eye?,” Orbis 62.2, 2018, pp.244-261.

 

『VOA』, 「국무부, 북한 해외 노동자 ‘강제노역’ 실태 조사…인신매매 정보 수집」, 2024. 11. 29.

 

러시아 연방 통계청 (https://www.fedstat.ru/organizations/)

 

산업연구원 ‘북한 산업·기업 DB' (https://nkindustry.kiet.re.kr/index.do)

 

통일연구원, 김정은 공개활동 보도자료 DB (https://www.kinu.or.kr/nksdb/)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https://ecos.bok.or.kr/)

 


 

■ 김규철_KDI 한국개발연구원 글로벌ㆍ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

 


 

■ 담당 및 편집: 이상준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11) | leesj@ea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