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커쉬너 보스턴컬리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이 '현실주의'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일관성 없는 '거래적 접근'과 '개인적 이익'에 치중해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서반구(라틴 아메리카)와 중동에 치우친 미국의 우선순위 변화가 동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위험한 신호를 던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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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한 견해
전재성: 첫 번째 질문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입니다. 사실 백악관이 2주 전에 해당 문건을 발표했는데요, 교수님은 미국 정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전략에 있어 현실주의적 관점도 갖고 계십니다. 문건에서는 ‘유연한 리얼리즘’, 즉 더 실용적이고 유연한 방식을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교 정책의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거래적 접근법’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접근법과 소위 말하는 ‘유연한 리얼리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커쉬너: 글쎄요, 저는 트럼프 행정부나 그 국가안보전략에 ‘현실주의’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이 매우 꺼려집니다. 그 안에서 어떤 ‘현실주의’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정부 인사들이 ‘현실주의’라는 단어를 쓸 때는, 마치 그것을 “우리는 정말 거친 녀석들이다”,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우리는 무력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와 같은 말의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문으로서의 현실주의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거나 현실주의 원칙에서 도출된 정책 아이디어를 따르는 훈련을 의미합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그런 아이디어에 대해 잘 교육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단어의 어감을 좋아하는 것뿐입니다. 또한 국가안보 ‘전략’ 자체에 대해서도 좋게 말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전략’이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합니다. “상대방이 이렇게 할 것을 예상하고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 문건을 보면 “우리는 이것을 할 것이다, 저것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원한다”는 식의 나열일 뿐, 그러한 행동들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전략’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이상하며, 차라리 선언문이나 선호 목록에 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관성도 부족합니다. 읽다 보면 한 문단 안에서도 행정부가 앞 문장에서는 이렇게 말했다가, 바로 다음 문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매우 혼란스럽고 엉킨 문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중요한 점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이 문건은 서반구와 라틴 아메리카에 매우 집중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문건에서 얻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결론이 있다면, 그것은 이 행정부가 서반구를 장악하는 것을 ‘제1의 과업’으로 보고 있으며, 그곳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지역에 투입될 자원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틴 및 남미에 이토록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매우 기묘하고 심지어 19세기적인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혼탁한 문건에서 명확히 식별 가능한 한 가지는 라틴 아메리카가 우선순위 1번이라는 점입니다. 세계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조금 더 이상한데, 중동과 특히 페르시아만 지역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건은 약간 자기모순적입니다.
문건은 페르시아만의 석유가 50년 전보다 미국에 훨씬 덜 중요해졌으며, 미국이 소위 ‘에너지 독립’을 이루었고 에너지 생산의 주요국이 되었다고 정확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에너지 지배’라고 부르기도 하죠. 매우 뽐내기 좋아하는 문건입니다. 그들은 “페르시아만은 이전보다 덜 중요하다. 우리는 석유 강대국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그들은 페르시아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만약 리얼리즘의 관점에서 미국의 위협, 위험, 기회, 자원을 평가한다면, 페르시아만은 아마도 발을 빼야 할 곳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페르시아만을 이번 국가안보전략의 우선순위 2위로 꼽겠습니다. 의아한 일이지만, 현재 미국이 일종의 ‘개인 숭배 체제’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의아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국가안보전략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통치 가문’에게 무엇이 이득인지, 무엇이 그들을 부유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가문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많은 사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미국 전체의 핵심적인 중요 영역에 대한 일관된 설명보다는, 이러한 점이 현재 페르시아만 안보 보장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더 잘 설명해 줄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이것이 매우 혼란스러운 문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이라는 개념에 민감하지 않은 문건이지만, 몇 가지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서반구에 대한 강조, 중동에 대한 여전한 관심, 그리고 이상하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아마도 러시아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종결짓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미국 정책의 극적인 반전이자, 우리가 전통적으로 미국의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는 이것들이 외부인이 정교하게 분석하기 어려운 이 문건에서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시사점이라고 봅니다.
Q2: 트럼프의 먼로주의적 대외 정책의 원인
전재성: 매우 통찰력 있는 비판입니다. 서반구에 대해 여쭤보자면, 아시아라는 외부인의 시각에서 볼 때 1823년경의 ‘먼로 독트린’이 언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먼로 독트린의 트럼프식 수정안’이라는 용어로 부활시켰는데, 이는 정치적 선언이긴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주권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1세기에 이는 다소 시대착오적이며, 다른 강대국들이 각자의 세력권을 형성하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자유주의 국제 질서와는 정반대되는 위험한 일입니다. 미국 내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의 기원은 무엇인가요?
커쉬너: 말씀하신 마지막 포인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자신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로 인접 지역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하며, ‘미국의 반구’에서는 외부인이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미국이 이를 주장한다면, 말씀하신 대로 다른 지역 강대국들에게도 타국의 간섭 없이 자신들의 인접 지역을 지배해도 좋다는 신호를 주는 셈이 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불안정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했듯이, 이 문건은 그런 식의 고민을 거친 물건이 아닙니다.
전략이란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전 세계적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를 따지는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 강대국은 인접 지역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배하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라고 말한다면, 다른 군사 강대국들은 소위 ‘폭군의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입니다.
질문하신 ‘트럼프 수정안’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9세기에 나온 개념을 가져왔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정립된 내용은 없습니다. ‘먼로 독트린의 트럼프 수정안’이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현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무언가에 붙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뿐입니다.
아마도 이 문건의 작성자들은 어떤 개념에 대통령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 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실제 실행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시되지 않았고, 지배력을 과시한다는 것 외에는 저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미와 관련하여 그 내재된 모순을 짚어보자면, 여기에는 일종의 불안감이 깔려 있습니다. 우선은 “이곳은 우리 영역이니 우리가 지배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거친 녀석들이고, 거친 녀석들은 그렇게 하니까”라는 지배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중국이 남미의 많은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적 행위자가 되었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많은 남미 국가가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경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만약 미국이 남미 경제를 소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떼어놓고 싶다면, 실제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마도 무역 관계를 재편하여 남미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부의 전반적인 행보를 보면, 이들은 결코 수입에 우호적인 정부가 아닙니다. 수입이 미국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하죠.
따라서 미국이 남미 국가들과 더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맺는 것에 적대적이면서, 어떻게 그들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끊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 정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관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 그것이 전쟁 범죄처럼 보일지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선언만 있을 뿐입니다. 남미 해안에서 나포한 배의 생존자들을 사살하는 문제 같은 것들에 대해 “우리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식이죠. 이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매우 위험한 선례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여기서 현실주의가 아니라 혼란을 봅니다. 책상을 두드리고, 지배력을 과시하고, 뽐내고는 있지만, 잘 정립된 정책이나 계획은 보이지 않습니다.
Q3: 미국 국가안보전략 문서에 드러난 대중 정책에 대한 견해
전재성: 그렇군요. 서반구에서의 중국 요소를 언급하셨는데, 문건에 나타난 미국의 대중 정책도 궁금합니다. 하나는 남반구, 즉 서반구와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현재 많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게 중국은 제1의 교역국이며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된 대중 정책으로 이어집니다. 미국이 서반구에서는 ‘지역적 지배’를 말하면서도, 태평양에서는 ‘세력 균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중국이 큰 나라가 될 순 있지만 지역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는 트럼프 버전의 세력권 주장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라 중국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강대국 간에 세력권을 서로 인정해주자는 거래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하는 것이죠. 문건에 나타난 전반적인 대중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커쉬너: 이 문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중 관계의 실체에 대해 할 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잠재적인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은 중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국가이자 지정학적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경계하며 이해해 왔습니다.
전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동아시아의 변화하는 지정학적 환경에 대응하는 정치적, 방어적 전략이 미국 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현실주의자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과제로 다루는 이 문제가 현 행정부의 세계관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 행위자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서반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고, 중동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저에게 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치 개입이 낮은 우선순위가 되었음을 암시하며, 이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Q4: 미중관계 전망
전재성: 맞습니다. 문건의 경제 안보 측면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강조하며 내년 4월 방중을 통해 협상에서 이득을 얻으려 할 것 같습니다. 군사적으로는 현상 유지를 하되, 경제적으로는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 확보에 있어 미국은 약점이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 전에 미국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 문건은 장기적 전략이라기보다 내년 선거용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아시아에서는 미중 관계가 개선되는 것인지 악화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신호를 받고 있습니다.
커쉬너: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현대 미국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현 정부는 대통령의 변덕에 좌우되는 매우 개인화된 정부입니다. 과거에도 강력하고 카리스마 있는 대통령들이 정책을 주도했지만, 현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변덕스럽습니다.
또한 그는 그 어떤 대통령보다 자신의 본능을 신뢰하며, 마음을 자주 바꿉니다. 그를 깊이 있는 전략적 사고가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평생 닉슨 대통령을 비판해 왔고 그를 인간적으로나 대통령으로서 존경하지는 않지만, 닉슨은 깊이 있는 전략적 사고가였습니다.
그는 세계 지정학을 능숙하게 파악했고 자신이 무엇을 성취하려는지 이해했으며, 이를 위해 논리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정책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사고가로서 그는 영리하고 원대했으며 세상의 이치를 알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런 수식어를 하나도 붙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기본적인 외교 정책 질문에 대해서도 순식간에 태도를 바꿉니다. 해외 국가들이 이를 상대해야 한다면 저라도 걱정이 될 것입니다. 많은 외교관이 ‘아부’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들은 대통령을 만나 좋은 말을 해주고, 대통령은 그것을 즐기며 한동안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많은 외교관이 이 전략을 쓰고 있고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의 전 지구적 전략적 태세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Q5: 동아시아국가들의 대외 정책에 대한 조언
전재성: 닉슨을 언급하셨는데, 1969년 그가 ‘괌 독트린’을 선포했을 때 한국에서는 큰 우려가 있었습니다.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마차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한국에 큰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핵 위협과 중국의 부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미래 안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동맹국들에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한국에 결정적인 ‘핵 확장 억제’를 포함한 미국의 동아시아 공약을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요?
커쉬너: 조언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분석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매우 긴밀하고 깊은 안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관계를 바꾸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제가 미국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해 온 동아시아 국가의 정책 결정자라면, 미국이 이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반드시 재평가해 볼 것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이 곁에 있어 줄 것인가? 분석가로서 미국이 전통적 동맹을 명백히 저버릴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전통적 동맹국들이 그 어느 때보다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트럼프가 매우 거래적으로 사고한다는 점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동맹은 거래가 아닙니다. 동맹은 공유된 가치, 파트너십, 그리고 장기적인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매일매일 내가 여기서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고 있는지 계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안보 체제가 유지될 때 우리와 파트너들에게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될 것인가”에 대한 비전입니다. 미국과 파트너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원대한 사고방식은 현 행정부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저는 예측가가 아니기에 미국이 특정 동맹을 버릴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과거보다 ‘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유럽의 지도자라면,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미국 친구들이 나를 도와줄까?”라는 질문에 대해 지난 75년간 가졌던 것만큼의 확신을 갖지는 못할 것입니다. 모든 국가가 이에 대해 평가를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군사적 수준보다는 정치적 수준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평상시에는 전쟁 중이 아니지만, 항상 자신의 정치적 태도를 어디로 향할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이 일종의 ‘헤징'이나 정치적 태도의 재조정을 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미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이 갑자기 “공깃돌을 다 챙겨서 집으로 가버릴” 가능성에 대비해 행동을 바꿔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전에는 없었던 선택지가 이제는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기 때문입니다.
Q6: 트럼프 퇴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복귀 가능성
전재성: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론적으로 지난 30년간의 단극 체제를 돌아볼 때, 미국처럼 강력한 국가라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혼자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보 체제나 개방적 국제 경제의 최후 보증인 역할과 같은 국제 공공재에 대한 수요가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너무 많은 짐을 졌습니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적이긴 하지만, 진작에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더 많은 ‘거래’를 통해 비용을 분담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며 우리의 역할을 조정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지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싶다면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희망은 트럼프 퇴임 이후에 동맹국들이 역할을 분담하고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미국이 다시 안도감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이 다시 전 지구적 문제에 더 많이 관여하는 쪽으로 정책이 돌아올 수 있을까요?
커쉬너: 그것은 건전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50년 전부터 모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과 방위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역대 행정부들은 수십 년간 이 문제로 동맹국들에게 불만을 가져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많은 동맹국에게 ‘신의 공포’를 심어주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그들이 국방비를 늘리게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저는 그것을 그의 공적으로 인정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신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앞으로 미국과 전통적 동맹국 간의 협력이 강화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열린 질문이며, 미국의 국내 정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세계에서의 역할을 상상하는 방식에 지울 수 없는 변형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그저 지나가는 단계에 그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미국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본인이 무대를 떠난 후에도 그의 정책이 가져올 영구적인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미국의 새로운 태도로 인해 세상이 더 위험하고 덜 안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봅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관찰자로서 말씀드리자면,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물러나고 전 세계를 상대로 매우 거래적이고 갈취적이며 괴롭히는 태도를 취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도 그에 따른 반응과 행동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이는 전반적인 국제 정치의 성격과 국제적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저의 본능적인 생각입니다.
전재성: 감사합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훌륭한 통찰과 지혜에 감사드립니다.
커쉬너: 대화 즐거웠습니다. ■
■ 조나단 커쉬너(Jonathan Kirshner)_미국 보스턴컬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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