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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3단계 비핵화론과 END 구상: 한국 정부 비핵화 접근법의 쟁점과 한계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Editor's Note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3단계 비핵화론’과 ‘END 구상’을 통해 드러나는 이재명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접근법의 쟁점과 한계를 점검합니다. 저자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선언적 구조에 머물러 있으므로 개념의 명료성, 위협 인식의 초점, 실행 메커니즘에서 구조적 보완이 필요함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박 교수는 정책 어휘 표준화, 한미 간 확장억제 운용지침 제도화 등의 방안을 제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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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1]

 

이 글은 2025년 하반기 한‧미 대북정책 환경에서 제기된 비핵화 단계론과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구상’의 개념적 모호성이 정책 일관성과 억제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8개월, 이재명 정부 출범 4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양국의 공식 대북·비핵화 전략 문서가 부재한 가운데, 정상 발언과 인터뷰, 국내외 연설 등 단편적 메시지가 정책을 대체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전환하고,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및 2025년 김여정 담화, 김정은 연설 등을 통해 대화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노선을 반복 확인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중단–축소–폐기’ 등 선언적 단계 구분이 실제 억제와 협상 동학을 견인할 수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본고의 핵심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가 제시해온 ‘동결–축소–폐기’와 ‘중단–군축–완전한 비핵화’ 간 용어·개념 차이가 정책 선택과 상호검증 체계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판단한다. 둘째, 미국의 다층 미사일 방어와 확장억제 제도화(NCG), 그리고 행정명령 14186(‘The Iron Dome for America’, 이른바 ‘골든돔’)로 상징되는 본토 방어 강화가 한국 안보 딜레마, 특히 KN-23 등 단‧중거리 핵전력의 직접 위협과 어떻게 비대칭적으로 맞물리는가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시험한 전술체계의 실전화 징후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중단(stop)’을 보상과 결부하는 접근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고착과 검증 공백을 초래할 위험은 없는가를 검토한다.

 

이를 위해 한국 대통령 발언, 유엔총회 연설, 인터뷰와 대통령실 자료 등을 활용한다. 미국의 행정명령·국방 관련 공개자료·의회조사국(CRS) 보고서 등도 참고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노동당 문서 및 조선중앙통신 담화 등 공식 문헌과 1차 보도를 비교‧분석하였다.

 

위협환경과 정책 맥락

 

현 상황은 한국 정부의 명확한 원칙과 한미가 공조된 전략보다는 개별적 발언과 분절된 원칙 등이 정리되지 않고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한국 정부의 북한 핵에 대한 인식이 한국에 부과하는 위협보다는 미국 본토에 맞춰진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모두발언에서 지난 8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소개했다.[2] 이 대통령은 세 가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첫째,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 의미는 미국이 당장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본토가 위협에 처할 수 있으므로 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둘째, 북한이 매년 15개에서 20개 정도의 핵폭탄을 계속 생산하고, 수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또한 북한을 말리지 않으면 미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테러세력에 핵확산 위협이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셋째, 그러므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생산 능력을 중단(stop)시키는 것만 해도 “상당한 안보적 이익이 있다”고 강변했다. 트럼프만이 북한을 중단시킬 역량과 의지가 있으므로 빨리 북한과 협상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 안보에 심대한, 그리고 실존적인 북한의 대한국 핵 위협이 빠졌다. 여전히 미지수인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능력만 강조되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강조는 미북대화를 위해 트럼프를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하지만, 부족함이 있다. 북한의 미국 타격 능력이 마지막 개발 단계에 와 있다 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핵 능력 강화와 공격적인 핵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월 27일 ‘미국을 위한 아이언돔’(The Iron Dome for America)” 행정명령 14186에 서명한 바 있고 후에 트럼프에 의해 "골든돔"(Golden Dome)으로 개명된 바 있다.[3] (1)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 및 유지, (2) 모든 외국의 본토 공중 공격에 대한 억제 및 방어, (3) 안전한 2차 타격 능력 보장 등의 세가지 정책 방향이 제시되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탄도, 극초음속, 첨단 순항미사일 및 차세대 공중 공격 방어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극초음속 및 탄도미사일 추적 우주 센서층 배치를 가속화하고 부스트 단계에서 요격 가능한 우주 기반 요격체를 개발하여 배치한다. 또한, 적국의 대가치 공격(도시 등 민간 목표)을 막는 말단 단계 요격 능력도 배양하고, 발사 전 및 부스트 단계에서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하는 능력도 확충한다. 실현 가능성 차원에서 논란이 있지만, 미국이 우주·지상·발사 초기 등 여러 단계에서 미사일을 막는 ‘다층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미국의 첨단 방어 능력 향상은 북한이 아직 완성했는지 확실치도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응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난 9월 24일 한국 합참의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ICBM의 “탄두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한 바 있다.[4]

 

월등한 방어 능력과 막강한 공격 능력을 겸비하여 사실상 안전하다고 봐도 무방한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북한 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2019년 5월 미북 협상이 한참 진행되고, 한국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선전하던 그 시기 북한은 KN-23이란 사거리 690km로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저위력 핵탄두 탑재 미사일을 최초로 시험 발사했다. 이후 개발을 지속하여 2025년 5월 미 의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이 미사일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충분히 시험한 상태로 실전 배치하여 한국을 공격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5]

 

그렇다면,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미 본토에 대한 위협보다는 한국에 부과되는 북한 핵의 실존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핵협의 그룹’(NCG)를 통한 확장억제 제도화가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고, 특히 대한반도 안보공약이 나왔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 공식 문건으로 북한의 핵 사용은 정권의 종말이라는 공약을 수시로 제시한 바 있다.

 

비핵화 단계론과 북한의 입장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비핵화 3단계 접근법도 각각의 원칙이 보다 자세하게 설명될 필요가 있다. 사용하는 용어가 수차례 바뀐 바 있다. 최초에는 동결(freeze), 축소, 폐기였지만,[6] 이 대통령의 타임지 인터뷰에서는 중단(stop), 군축(disarmament),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였다가[7] 9월 23일(현지시간) 유엔연설 표현은 중단(stop), 축소(reduction), 폐기(dismantlement)였다.[8]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에 따르면 초기에는 동결로 썼다가 “중단이 더 정확한 표현”이므로 이를 채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간 북한과 체결했던 합의, 예를들어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동결로 썼다. 비핵화 과정 단계에서 사용되는 개념은 중단이 아니고 동결이다. 동결은 대상을 특정하고 이행 여부까지 확인하는 공식 절차지만 중단은 모호한 개념이다. 생산만 멈추는 것인지, 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말만 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이런 개념적 차이는 비확산·비핵화 문건이나 분석 논문에서 “동결 및 검증(freeze and verify)”이라는 조어로 자주 쓰이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 군축연구소(United Nations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 UNIDIR)의 보고서는 동결(freeze)을 “모든 핵물질 생산 활동(suspension of all nuclear material production activities)”을 멈추는 것을 포함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은폐나 전환(diversion)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추적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9] 동결은 단순한 선언적 중단과 달리, 핵물질 생산, 가공, 재처리 등을 멈추는 조치를 아우르고, 그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타임지 인터뷰에서 중단한다면 북한에 보상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10] 중단의 구체적 정의 없이 결국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보상이 강조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비핵화 협상 초기에 북한은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이 되고, 그간의 경험상 이후 상황은 진전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 이행은 항상 검증에 북한이 제대로 응하지 않아서 결렬되었다.

 

더욱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통해 약 40분간 “대미, 대한관계의 현주소와 양립성질, 대외활동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입장에 대하여 분명히” 밝힌바 있다.[11] 한국이 제시한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현 집권자의 이른바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베껴온 복사판”이라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 정부가 제시한 대북정책 구상도 설명이 필요하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어 단어 첫 알파벳을 딴 END 구상은 위성락 실장의 부인에도 우선순위와 선후관계가 있어 보인다. 우선 교류가 되어야 관계 정상화가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 후에 비핵화가 위치해 있다. 또한, 위실장이 END 구상을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서도 강조된 원칙”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렇다면 더욱이 이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의미이다. 싱가포르 합의는 (1)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2)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체제, (3) 한반도 비핵화가 핵심 내용이다. 합의 체결 이후 당시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여 비핵화를 요구하자 북한은 7월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싱가포르 합의는 순서가 있는 것인데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12] 한국이 부인해도 북한은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비핵화가 강조되지 않거나, 아예 빠져야 북한이 그나마 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비핵화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서 한국 안보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다.

 

정책 제언과 결론

 

보다 현실적인 판단은 최소 당분간 북한이 한국을 상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김여정의 담화가 이를 확증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23년 12월 8기 9차 전원회의를 통해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포한 노선을 확정했다.[13] 북한 체제가 아무리 유일영도 수령체제라고 하더라도 국가전략인 노선의 변경은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은 노선 전환의 의사가 없음을 강조한다. 김정은은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더불어 한국 정부를 향해서 “현실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우리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한국의 태생적 야망은 변한적이 없고 또 절대로 변할 수도 없으며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있다고 강변했다. 정확히 같은 표현을 쓴 연설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바 있고,[14] 김여정도 같은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15] 한국 정부의 성격과 상관없이 ‘상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이 아래와 같은 조치를 취하면 개별 국가로서의 관계를 맺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우선, 모든 종류의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이 포함된 모든 훈련을 빠짐없이 지적하며 비난했다. 김정은과 김여정의 연설과 담화도 연합훈련을 “전쟁광란”이라면서 결국 영구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이해된다.[16]

 

둘째, 한국의 헌법을 개정하여 북한에 적대 조항을 없애라고 요구한다. 김정은의 연설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을 소환하며 “1948년 7월에 조작 공포한 첫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민국의 령토는 조선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문구를 쪼아 박음으로써 우리 국가에 가장 적대적인 태생적 본성을 성문화”했다고 비난한다.[17] 북한이 헌법에 유사한 조항을 포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 헌법의 위치와 한국의 헌법의 위상은 비견할 수 없이 후자가 높으므로 결국 한국이 헌법을 개정하여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최종 수용하라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참고로 북한의 헌법은 그 위에 노동당 규약, 그 상위에 수령의 교시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동맹 해체도 요구한다. 김정은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면서 한국을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로 규정한다.[18] 통일 논의를 포함하여 북한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 원한다면 미국과 결별하라는 메시지이다. 세 조건 모두를 한국이 수용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을 북한도 알고 있으므로, 이를 명분으로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현재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선 정확한 원칙을 공식적으로 완성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아직 출범한 지 4개월이 안 되었으므로 핵심 정책을 공식화하는 것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원칙과 개념을 조각조각 밝히는 것보다는 통합된 대북, 통일, 비핵화 정책을 조속히 마련하여 국민에게 설명하고 대외에 공포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공식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한국에 우선되는 실존적 위협임에도 비핵화 협상 주체가 미국이므로 한국은 조속히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대북 및 비핵화 정책을 일치시켜야 한다. 한국이 주장하는 3단계에 미국이 다른 의견을 갖는다면 한국의 공신력은 떨어진다.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는 북한이므로 어쩔 수 없이 미국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만큼 한미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구체적으로 혼용되어 온 비핵화 3단계론 용어를 검증 가능성·구속력·보상 연계의 관점에서 재정의해 정책 번역의 오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 본토 중심 억제’와 ‘한국 직면 위협’ 간 위협 인식의 비대칭을 드러내고, 그 간극을 메우는 확장억제의 실무적 방침, 예를 들어 금지선(redline) 명료화, 가시적 연합전력 태세, 위기 시 신속 협의 절차 등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의 대남 비협조 노선 고착 하에서도 협상은 수단, 억제는 목표라는 원칙 아래 ‘동결과 검증’을 초기 단계 기준으로 제시해, 향후 한‧미 공조 프레임과 대북 메시지의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본고는 한국 정부의 ‘3단계 비핵화론’과 ‘END 구상’이 선언적 구조는 갖추었으나 개념의 명료성(‘중단’ 대비 ‘동결·검증’), 위협 인식의 초점(미 본토 중심 대비 한국 직면 위협), 실행 메커니즘(확장억제의 제도화·가시화)에서 구조적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대남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협상 전제를 흔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전술체계 실전화 징후와 KN-23 등 단·중거리 위협은 한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한국은 정책 어휘를 ‘동결–검증(freeze & verify)’으로 표준화하고, 금지선의 문서화·연합전력의 상시 가시화·위기시 신속협의 절차를 포함한 확장억제 운용지침을 한미 간에 더욱 제도화해야 한다. 대북 메시지는 협상은 수단, 억제는 목표라는 원칙 아래 단계 설계를 재구성하되, 보상은 검증과 역진방지 장치와 연동될 때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의 정합성과 동맹의 실효성이 결합될 때에만, ‘END’의 수사는 실제 위험을 낮추는 전략으로 전화(轉化)될 수 있다.  ■ 

 

[1] 본고는 저자의 「말의 성찬을 넘어, 북한 핵과 한국 안보의 현실」(『중앙일보』 페스펙티브, 2025년 9월 20일자)을 확장·심화한 것이다.

[2] 대한민국 정부, “이 대통령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노력 강조하며 뉴욕증권거래소 방문” 보도자료, 2025년 9월 25일.

[3] Executive Order 14186, “The Iron Dome for America,” Federal Register 90 FR 8767 (February 3, 2025), signed January 27, 2025.

[4] 합동참모의장후보자(진영승) 인사청문요청안(대통령),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국방위원회 상정 자료)

[5]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nd Missile Programs," May 23, 2025, https://www.congress.gov/crs_external_products/IF/PDF/IF10472/IF10472.39.pdf

[6] 대한민국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 요미우리신문 인터뷰," 2025년 8월 19일.

[7] Time Magazine, "President Lee Jae-Myung's Plan to Reboot South Korea," September 17, 2025, https://time.com/7317953/south-korea-president-lee-jae-myung-cover/

[8] Korea Times, "S. Korean President Lee Jae Myung's UN General Assembly Address," September 23, 2025, https://www.koreatimes.co.kr/foreignaffairs/20250924/full-text-s-korean-president-lee-jae-myungs-un-general-assembly-address.

[9] Pavel Podvig, "Freeze and Verify: Ending Fissile Material Production on the Korean Peninsula," United Nations Institute for Disarmament Research (UNIDIR), Geneva, Switzerland, 2020, p. 9, https://unidir.org/wp-content/uploads/2023/05/FreezeandVerify.pdf.

[10]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As our short-term goal, we should stop their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nd we might be able to compensate them for some of these measures and afterwards then pursue disarmament and then complete denuclearization.”

[1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12] 북한 외무성 대변인, “조미고위급회담 이후의 입장에 대한 담화,” 조선중앙통신, 2018년 7월 7일.

[13] 조선중앙통신, “조선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보도,” 2023년 12월 30일.

[14] 조선중앙통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 보도,” 2024년 1월 16일.

[15]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조한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조선중앙통신, 2025년 7월 28일.

[16]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1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18]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 진행,” 『노동신문』 2025년 9월 22일.

 

 


 

■ 박원곤_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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