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다카이치 조합에…대일 호감 역대 최고 54.3%
2026-08-03 중앙일보 (윤지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 X 캡처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 X 캡처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54.3%로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일관계를 “좋다”고 평가한 여론도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일본 국제문화회관(IHJ)과 공동으로 실시해 3일 발표한 ‘제13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에서 “일본에 좋은 인상을 가졌다”는 한국인 응답은 54.3%로 지난해 52.4%보다 1.9%포인트 올랐다. 반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은 38.5%에 그쳤다.


대일 호감도는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20년 12.3%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꾸준히 반등해 6년 사이에 42.0%포인트가 상승했다. 한국을 좋게 본 일본인도 35.3%로, 지난해 24.8%에서 1년 사이 10.5%포인트 늘었다. 양국 국민의 상대국을 향한 호감도가 나란히 높아진 셈이다.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인식도 한층 밝아졌다. “한·일관계가 좋다”는 응답은 지난해 10.6%에서 20.6%로 배가량 늘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과거사 해결을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국내 여론도 한층 약해졌다. “역사가 풀려야 미래 협력이 가능하다”는 응답(34.1%)보다 “협력을 쌓아가면 역사도 서서히 풀릴 것”이란 응답(42.2%)이 많았다.


실용론이 역사 우선론을 지난해 4.9%포인트 차로 처음 앞선 데 이어, 올해는 격차가 8.1%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한·일 간 안보 협력에서도 현행 수준을 넘어선 협력 강화를 지지한 한국인이 47.9%로, 지난해(42.9%)보다 늘며 절반에 육박했다. 


이런 인식 변화엔 여행과 쇼핑, 음식, 대중문화로 이어진 민간 교류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일본을 좋게 본 이유론 “친절하고 질서를 중시하는 국민성”(66.9%)과 “식문화와 쇼핑·여행의 매력”(43.9%)이 주로 꼽혔다. 반면 부정적 인식엔 역사 반성 미흡(74.9%), 독도 문제(46.9%), 위안부·강제동원 문제 미해결(42.0%) 등 역사·영토 갈등이 여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현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환담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 일본 나라현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환담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주목되는 건 이런 개선 추세가 언뜻 어울리지 않을 법한 양국 정상의 조합에서 나타났단 점이다. 대일 강경 발언 이력이 있는 이재명 대통령과 자민당 내 대표적 매파로 꼽혀온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통념대로면 마찰을 빚기 쉬운 좌·우 조합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셔틀외교로 관계를 쌓는 사이 국민감정도 나란히 개선됐다.


다만 두 정상 개인을 향한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인의 43.7%는 다카이치에게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해 “좋은 인상”(29.0%)을 크게 웃돌았다. 여전히 부정적 시선이 우세한 것이다.


그런데 역대 일본 총리와 비교하면 평가의 결은 달라진다. 한국인의 일본 총리 호감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기 내내 1~4%대에 머물렀고, 2020년 아베 퇴진 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3.1%)를 거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집권기에는 18.4%까지 올랐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 때는 32.5%로 최고점을 찍었다. 아베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했는데도 다카이치의 호감도는 27.3%로, 아베 퇴진 이후 이시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의 강경 이미지가 한국인의 큰 반감으로 곧장 번지진 않았단 의미다. 취임 후 과거사 담화 등 민감한 사안을 자제하고 셔틀외교에 공을 들인 실용적 행보가 완충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쪽에서도 비슷한 완화가 읽힌다. 대일 강경 이미지가 강했던 이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의 ‘나쁜 인상’은 29.6%로 지난해(39.2%)보다 크게 누그러졌다. 두 정상 모두 강경 이미지가 취임 이후 행보 속에서 조금씩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


손열 EAI 석좌연구위원은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모두 강경론자와 실용주의자 이미지가 뒤섞여 있어, 이런 인상의 혼란이 상대국 정상에 대한 인상 개선을 지체시키는 변수로 작용한다”며 “미래 세대 간 인적 교류를 획기적으로 넓히고, 정치 지도층이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시대에 걸맞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 EAI-IHJ 공동 조사, 어떻게 이뤄졌나

한국 측 조사 : 지난달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547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표본 오차 ±2.5%포인트, EAI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일본 측 조사 : 지난달 17~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552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표본 오차 ±2.5%포인트, IHJ가 마크로밀(Macromill)에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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