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외교 정책 제언 스페셜리포트] ② 한국의 통상외교 2030: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의 혼란에 대응하는 3대 전략
ISBN 979-11-6617-930-3
향후 5년 한국의 통상외교는 ①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②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을 축소하는 한편 대중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③ 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혁신 능력을 확보하고, ④ 제로 성장 및 고용 침체 탈피를 돕는다는 4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EA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외교를 요구하고 있다([도표 1] 2025.1.24.-26 EAI 여론조사).
신정부 통상외교는 급변하는 세계경제질서 속에서 사활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미시적으로 트럼프 관세 폭탄에 따른 한미 관세 협상을 치러야 하는 당면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과제는 세계경제질서 혼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 질서 변화의 방향성을 정확히 읽는 일이다. 새 정부는 변화의 흐름에 기민하고 능동적이며 다면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자유주의 통상질서의 근간인 무차별 원칙(MFN), 나아가 WTO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질서 파괴의 주범이기 때문에 과거 질서로의 복귀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한국이 추진해온 통상외교 즉, WTO와 한미FTA, 한중FTA 등 FTA 외교는 종언을 고했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신정부 5년은 기성 질서 대혼란 속에서 전개될 새로운 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신질서는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 다중질서화, 그리고 무질서 등 3가지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대체로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달려있다.
셋째, 무역입국인 한국의 핵심 이익에 부합하는 질서는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이다. 따라서 한국은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질서 건축 외교’ 즉, 거시적으로 미국이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 괘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교 (혹은 미국의 패권 복귀를 돕는 외교), 또한 이런 질서 회복, 건축에 뜻을 함께하는 동지국과 연대를 추구하는 외교를 수행해야 한다
I.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1945년 이후 세계 경제는 블록화되고 폐쇄적인 질서로부터 미국의 주도로 통합적이고 개방적인 자유주의 질서로 재조직되었다. 미국은 GATT,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제도 창설에 앞장서고 자국 시장 개방과 항행의 자유 보장 등 지구 공공재를 제공하였다. 한국은 이 질서 속에서 수출주도형 정치경제체제를 구축하여 고도성장과 번영을 이룩하였다. 자유주의 질서의 모범생이고 최대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이러한 냉전의 패권 질서는 1990년대 탈냉전과 지구화의 물결 속에서 시장 중심 자유주의(=신자유주의) 질서로 진화하여 국가간 상호의존이 증대하였고 지구 전체의 번영도 가져왔다. 한국은 적극적인 세계화 추진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반면에 지구화의 진전에 따라 ① 국가간 & 국가내 경제적 불균형과 격차는 확대되고, ② 국가간 상호의존의 비대칭성에 따른 과잉의존(overdependence) 리스크가 증대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 전쟁은 과잉의존의 리스크를 더욱 확대하였다.
기성 질서가 초래하는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질서 변화를 추동하는 세력 또한 미국이다,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2기를 관통하는 미국의 목표는 국내 제조업의 쇠락과 무역 불균형 확대, 경쟁국 중국에 대한 과잉의존 문제를 해결하면서, 궁극적으로 중국과 첨단기술 경쟁에서 안정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은 관세정책을 통해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의 회생을 꾀하고 있으며 반도체와 AI 등 첨단 기술 부문에서 대중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성 자유주의 질서로부터 이탈을 뜻한다. 그 결과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평균관세율 3.3%로 최저 수준인 미국은 트럼프 2기에 들면서 30%를 상회하는 강력한 보호주의 국가로 이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기성 자유주의 질서 하에서 국가 주도 중상주의 체제를 효율적으로 가동하여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하여 고도성장을 거듭,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중국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구축하자 주변국들의 중국 의존이 심화되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확대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기성 질서를 악용하여 불공정하게 부를 축적해왔다고 비판해왔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가입한 후 개도국 지위를 악용해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촉진해 미국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불평등과 실업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중국 과잉의존에 따른 취약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중국의 대미수출 의존도는 감소해 상호의존의 비대칭성에 따른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첨단기술 개발과 국가안보를 연계한 국가체제(techno-security state)를 통해 AI, 배터리, 로봇, 디지털 감시체계 등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추세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 광물 수입 다변화, 무역적자 시정, 중국의 850억 달러 규모 미 국채 보유액 축소 등 대중 과잉 의존을 해소하기 위해 디리스킹(de-risking) 개념을 동원했다. 상호의존이 주는 혜택을 향유하면서도 과잉 의존이 초래하는 국가안보 리스크를 감축하기 위해서, 대외 의존의 다변화를 꾀하고 우호국과 공급망을 재편하여 회복력을 향상하는 한편, 민-군 겸용 기술의 대중 차단을 추진했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공급망의 국내 이전, 상호관세를 통해 중국과의 교역 축소뿐 아니라 멕시코·캐나다·베트남을 우회 수출기지로 삼는 루트를 봉쇄하는 등 전략적 디커플링을 추구하고 있다. 양국 경제는 여전히 촘촘한 상호의존의 망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중 간 관세 전쟁은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어 타협의 길로 갈 것이다. 그럼에도 치솟은 관세율, 이미 설정한 여러 수출 및 수입 규제 조치를 원위치로 돌리기는 어렵다. 양국 간 상호의존의 수준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리더십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현재의 국제질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변화는 국제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하는 바처럼 미국의 전략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외교안보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별적 성향이나 정책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부분도 크지만, 미국이 직면한 국제질서의 구조적 전환이라는 배경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하지 않았더라도, 혹은 바이든 정부가 지속되었더라도, 미국은 패권 질서를 재조정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트럼프 2기 전략은 예외적 외교정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이 처한 구조적 상황에서 비롯된 조정 시도로 볼 수 있다.
II. 질서 변화의 방향성
2030년에 이르는 향후 질서의 방향성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 관세가 WTO 제1조(무차별 관세 원칙)와 제2조(관세 인상 원칙적 금지)를 정면 위반하듯이 미국은 자유주의적 다자주의 경제질서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또한 경제-안보의 선순환 구조 즉, 안보 외부효과에 따른 경제 협력 심화, 그리고 경제적 외부효과에 따른 안보 협력 강화 메커니즘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있다. 지구 거버넌스 역시 다자주의 중심에서 강대국과 우호국 중심의 협상/협조체제를 선호한다.
이러한 트럼프의 자유주의 이탈은 일시적인 전략적 재조정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전략적 재설계인가? 미국의 변화에 대한 예측에 따라 2030년 세계 질서 즉, 한국의 새 정부가 겪게 될 질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시나리오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이 전략적 재조정을 통해 조정된 다자질서로 복귀하는 시나리오이며, 둘째는 미국이 다자질서를 폐기하고 전략적 재설계에 나서는 한편 중국 중심 그룹과 EU와 CPTPP 회원국이 중심이 되는 그룹 등 복수의 통상질서가 경합하고 공존하는 경우이다. 현재 미국민의 무역에 대한 긍정적 태도([도표 2]), 그리고 미-중을 포함, 세계 주요경제권 사이의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를 고려하면 미래 질서 건축은 첫째와 둘째 시나리오의 경합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시도가 실패하면 세 번째 시나리오인 무질서(anarchy)로 갈 수 있다.
1.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재세계화 질서)
이는 내장된(embedded), 조정된(modified) 세계화 혹은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선호하는 국가군의 협력에 의한 자유주의 다자질서 복원이라 할 수 있다. 시장주의가 초래하는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포용적(inclusive) 세계화, 팬데믹과 같은 재난 혹은 국가간 상호의존의 무기화에 대해 회복력 있는(resilient)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뜻을 공유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 혹은 동지국, 특히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EU 선진국 등이 ‘미국 없는 다자협력’을 추동하는 것이다, 역시 관건은 미국의 전략적 재조정(strategic readjustment) 여부이다. 이는 미국 대외경제정책의 재조정으로서 관세 등 경제 강압으로 단기적 이익을 확보한 후 패권으로의 복귀 - 기성 질서의 부분 수정 및 복귀의 수순이다. 1971년 닉슨(Nixon) 대통령은 패권의 의무 축소, 고정환율제 파기, 관세 인상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이루자 관세 인상을 철폐하고 변동환율체제의 안정적 관리로 이행하여 기성 자유주의 질서의 수정과 조정을 통해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과격한 관세정책은 이미 중국 등의 반발과 보복, 관세전쟁에 따른 인플레 우려, 미 국채이자 하락 및 주식시장 폭락 등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이며 중국과 타협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가 미국경제 성장과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점에서 미국의 조정된 자유주의로의 복귀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2. 다중질서화
조정된 자유주의 다자질서화 노력이 난관에 부딪칠 경우 등장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중질서화 즉, 복수의 질서/블록이 경합, 공존하는 체제라 할 수 있다. 미국이 GATT/WTO체제로부터 완전히 이탈하여 새로운 형태의 국제 교역질서를 추구하는 시나리오이다. 관세를 중심으로 한 관리무역이 미국산업 기반의 부활과 무역적자 해소를 가능케 한다는 믿음이 견고한 경우이다. 미국은 전략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양자/복수국간 특혜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을 체결하고 이를 중심으로 저수준의 협조체제를 결성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주도하는 체제, 예컨대 브릭스(BRICS) 확대를 통한 비자유주의적 경제 플랫폼 기반 질서가 형성되는 한편, EU와 CPTPP 국가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적 규칙 기반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 이들이 서로 배타적이고 대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간 혹은 질서간 느슨하게 연계된 복수 다중 네트워크(plurilateral networks)가 짜여지는 경우 경제적으로는 이른바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가 초래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상호 공존하는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
3. 무질서
이상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1930년대와 같은 배타적 블록경제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금본위제가 붕괴한 이후 복수의 공통 통화를 축으로 하여 블록 경제권이 등장하여 블록간 경쟁적 통화경쟁, 보호관세와 수출입 통제, 외환관리 등을 통한 이른바 ‘근린 궁핍화’ 상황이 다시 등장하는 시나리오이다. 이 경우 전환의 핵심 변인은 미국과 중국간 전략적 디커플링이다. 적어도 양국경제간 (또한 주요 경제권) 심화된 경제적 상호의존 상태로 보아 2030년까지 양국관계가 분단과 블록화로 악화될 가능성은 낮다.
III. 한국의 대응 과제와 전략
개방적 통상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이익에 상대적으로 부합되는 선택지는 2안이다. 세계 경제의 분절화를 저지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과제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긴밀한 상호의존의 망이 담보하는 지정학적 안정 효과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이 자유주의 질서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요컨대, 한국의 경제외교 과제는 거시적으로 미국이 자유주의 다자질서 괘도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교 (혹은 미국의 패권 복귀를 돕는 외교), 그리고 이런 질서 회복에 뜻을 함께하는 동지국과 연대를 추구하는 외교라 하겠다. 이상의 전략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3대 실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이 조정된 자유주의 질서로 복귀를 지원하는 외교이다. 새 정부는 한미간 산업적,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차원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25%),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25%), 한국에 적용하는 상호관세(25%) 등 3대 관세 협의를 진행할 것이다.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 정부의 기본 프레임은 관세를 통한 재균형 -무역적자 교정, 제조업-서비스업 불균형 교정, 재정적자 축소, (중국에 대한) 전략적 디커플링- 추구란 시각에서 한미 경제관계와 대한국 무역협상을 다루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역시 거시 복합 프레임을 갖추어야 한다. 조정된 자유주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는 한국경제에 사활적 이익이기 때문에 이를 지탱하는 패권 세력이 존재해야 하며 가까운 장래 미국 이외 패권을 담당할 세력은 부재하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협상은 단순히 미국과 경제적 정치적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적 역할에 대한 지지,’ 다른 표현으로 ‘패권에 대한 투자’라는 명분을 내걸 필요가 있다. 즉, 미국의 이익(재균형 추구)과 자유주의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접점과 교집합을 확대해 가는 노력이다. 반도체 등 첨단 설비 투자, 조선업, 방위산업, LNG 수입 등은 필수불가결한 동맹(indispensable ally)로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돕는 협력 아이템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은 미국이 지적하는 국내 시장의 비관세장벽으로서 불공정 행위 시정 문제 시정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피하려면 자국] 관세를 인하하고 장벽을 해체하며 환율조작을 중지할 것”이라 명언한 바 있다. 차기 정부는 국내 불공정 관행의 시정이란 곧 미국 패권의 회복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과 관련된 사안임을 인지하고 이 작업을 통해 수입을 확대하여 무역의 확대 재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둘째, 동지국과의 연대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 중심 플랫폼은 CPTPP이다. CPTPP 회원국의 대다수는 미국의 동맹국(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등) 혹은 우호국으로서 미국 없는 (조정된) 자유주의 다자질서 수립에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새 정부는 CPTPP 가입을 적극 추진 및 적극 활용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상기 이 과제 -그리고 미국의 패권적 역할 지원 과제- 추진에 있어서 핵심 파트너는 일본이다. 한일 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무역대국으로서 자유와 개방의 국제경제질서에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다. 또한 제조강국으로서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고 긴밀한 공급망으로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과 무역 협상 측면에서도 대단히 유사한 협상 구도를 가지고 있다. 무역에 관한 한 대중 인식과 정책 면에서도 공유의 분면이 넓다.
일본은 이미 미국의 글로벌 리더쉽에 투자하고 있다. 아베 정부에 이어 기시다 정부는 미국이 더 이상 지구적 리더쉽을 행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본이 조력자(혹은 공동 리더쉽의 하위 파트너)로서 미국의 패권 리더쉽 복원에 기여하겠다는 점을 천명한 바 있다. 일본은 패권 하락의 미국과 동맹국 사이 책임과 특권의 배분을 둘러싼 전략적 재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보완하고 패권 블록의 전략적 분열을 억제하여 기성 질서의 복원과 진화로 이끄는 노력을 경주하고자 한다. 한국도 유사한 입장이므로 미국의 패권 리더쉽을 보완하는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은 CPTPP 주도국으로서 한국의 가입을 적극 지원하고 CPTPP 확대와 심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으로서 과잉 의존을 적정한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 한국은 한 때 대중 수출의존도가 28%에 이를 정도로 과잉 의존 상태이며 부품/소재의 대중국 의존도는 30%에 육박한다. 저가로 중국의 부품과 소재를 수입, 가공하여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패턴 때문이다. 2020년대 들면서 한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 리스크가 고조되자 이를 분산, 저감하는 “탈중국화”를 추진하였으나, 그 결과 대미 수출이 급증하여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흑자는 557억 달러로 사상 최대) 트럼프 관세 폭탄에 직면하여 있다. 또한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최종재를 미국에 수출하는 경로도 트럼프 관세로 차단 위기에 처해 있다.
요컨대, 미·중 양대 시장에 대한 과잉 의존 리스크에 노출되어 전략적으로 동반 축소와 다변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미·중 디커플링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양자택일의 리스크 즉, 어느 한쪽과 상호의존의 대폭 축소를 감수하는 상황, 나아가 안보 관계의 약화 상황도 마주할 수 있다. 미·중 디커플링 움직임을 대비하여 과잉 의존을 축소하되 적정한 상호의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경제외교는 지구 남반부(Global South) 특히 아세안과 인도로의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Global South로 보호주의 확산 억제를 위한 지구적 협력 노력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세계 경제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의 전환(China+1 ⇒ China+α)이 필요하다. ■
[도표 1]
[도표 2]
■ 손 열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 담당 및 편집:송채린,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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