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 정치는 호헌(護憲)과 개헌(改憲)으로 대립하는
이데올로기의 기본축이 작동해왔다.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는 헌법 9조를
수호하여 평화주의를 유지하려는 좌파/진보파와 헌법 9조의
개정을 통해 일본의 자립을 강화하려는 개헌파의 대립 구도가 전후 일본의 최대의 `정치적 신화`였다고 평가한다. 현실적으로는 헌법
9조에 대한 일본인들의 깊은 이해나 연구자들의 사회과학적 고찰은 부족하며, 헌법 9조의 논의는 보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논의들을 담고 있다고 지적한다.
본 워킹페이퍼는 헌법 9조의
정치적 복합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전후 헌법 9조의
제정 과정, 55년 체제와 헌법 9조의 인식틀, 경제성장과 국제분쟁 연루 회피, 냉전의 종식과 국제공헌의 과제라는
흐름 속에서 헌법 9조에 둘러싼 논란을 설명한다. 전후 헌법
정치에서 개헌론은 헌법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전체 개정론, 헌법 9조에
한정된 개정론, 9조 이외의 통치기구나 인권에 관한 개정론이라는 흐름에서 변화해 왔다. 나카니시 교수는 일본 정치의 현실이 헌법 9조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대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변화하는 일본의 안보 환경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 전환과
함께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