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한국 민주주의 시리즈] ⑥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 젠더 격차
ISBN 979-11-6617-871-9 95340
I. 들어가며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특히 주목받은 현상은 청년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이들은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민중가요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나 로제의 ‘아파트’ 같은 K-팝 노래를 부르며 집회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러한 새로운 표현 방식은 청년 여성이 중심인 아이돌 팬클럽 문화에 기반한 것으로, 무겁고 비장하던 기존 집회 분위기를 밝고 역동적인 축제 현장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20~30대 여성이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정치 행동을 보였던 것과 달리, 동 세대 남성들은 집회에서 모습을 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집회를 둘러싸고 2030 세대 내부에서 정치 참여 행동의 젠더 격차가 다시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젠더 격차는 이번 집회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을 지지하는 청년 남성과 이재명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간에 뚜렷한 정치적 대립이 있었고, 22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청년 남성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청년 여성 간의 성향 차이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도 성별에 따른 정치적 행동의 차이는 유사하게 드러났다. 대선과 총선에서는 주로 민주주의 틀 안에서 후보와 정당의 차이로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벗어나 헌정을 중단시키는 쿠데타 성격을 띤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청년 세대 내에서 성별에 따른 정치 행동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선호의 차이를 넘어서,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대한 신념 차이로까지 청년 세대의 젠더 균열이 확장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청년 세대에 초점을 맞추어, 성별에 따라 이들의 정치 행동과 가치관이 어떤 지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 분석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치관의 차이가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판단과 집회 참여 행동에 어떠한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된
II. 청년 세대 남녀의 정치 참여 차이
1. 20대 여성, 가장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행동으로 옮겼다.
응답자 1,514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한 사람은 약 9.7%(147명),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약 90.3%(1,367명)로, 전체 응답자 대비 집회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비율은 낮았다. 또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147명 중 20대 여성 응답자가 28명(19.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40대 남성 응답자가 18명(12.2%), 50대 남성 응답자가 17명(11.6%)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각 인구 집단별로 살펴보면, 20대 여성 응답자 중 25.5%가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다른 집단보다 가장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이는 20대 남성(9.8%), 30대 남성(8.1%), 그리고 30대 여성(6.7%) 응답자들의 참여율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대 여성에 이어 40대 남성 응답자 중 약 14.2%가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으며, 50대 남성(약 11.4%)이 그 뒤를 이었다. 요컨대,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탄핵 촉구 집회는 주로 20대 여성과 40대·50대 남성이 중심이 되어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윤석열 탄핵 관련 집회 참여 - 세대‧성별 차이
[표 1] 윤석열 탄핵 관련 집회 참여 - 세대‧성별 차이
연령 |
성별 |
탄핵 찬성 |
차이 |
탄핵 반대 |
차이 |
20대 |
남성 |
9.8% |
-15.7 |
4.1% |
-2.3 |
여성 |
25.5% |
6.4% |
|||
30대 |
남성 |
8.1% |
1.4 |
4.9% |
2.0 |
여성 |
6.7% |
2.9% |
|||
40대 |
남성 |
14.2% |
8.1 |
6.3% |
1.0 |
여성 |
6.1% |
5.3% |
|||
50대 |
남성 |
11.4% |
3.9 |
6.0% |
2.6 |
여성 |
7.5% |
3.4% |
|||
60대 |
남성 |
6.7% |
-0.2 |
4.5% |
0.3 |
여성 |
6.9% |
4.2% |
|||
70대 이상 |
남성 |
9.5% |
3.1 |
9.5% |
2.3 |
여성 |
6.3% |
7.1% |
|||
평균 |
9.7% |
5.3% |
다음으로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반대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28%(전체 1,514명 중 80명)로, 탄핵 촉구 집회 참여 비율에 비해 다소 낮았다. 80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인구 집단은 70대 이상의 남녀, 그리고 50대 남성으로, 이들 각각의 인구 집단이 약 11.25%씩(9명씩) 차지했다. 또한, 각 인구 집단별로 살펴보면, 70대 남성 응답자 중 약 9.5%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밝혀 가장 적극적인 참여율을 보였다.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그림 1]과 [표 1]에서 볼 수 있듯, 20대 청년 세대 내에서 탄핵 관련 집회 경험의 젠더 격차가 다른 중·장년층에 비해 가장 크게 나타난다. 20대 이상의 다른 연령층에서는 대부분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집회 참여 경험을 보인 반면, 20대 청년 세대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참여를 보였다. 또한, 탄핵 촉구 집회 뿐만 아니라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앞서는 경향이 있었다. 즉 20대 남성은 이번 탄핵 사태에서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측 모두에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위의 [표 1]에서 알 수 있듯 세대‧연령 집단의 평균 탄핵 촉구 집회 참여율은 약 9.7%, 평균 탄핵 반대 집회 참여율은 약 5.3% 수준으로 20대 남성이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특별히 낮은 것은 아니다. [그림 1]에서도 볼 수 있듯 5~10% 구간에 대부분의 인구 집단이 몰려 있다. 요컨대 20대 남성은 다른 집단과 비교해 특별히 낮지 않은 평균적인 참여율을 나타냈던 반면, 20대 여성은 탄핵 관련 집회에서 동 세대 남성이나 다른 연령층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림 2] 윤석열 탄핵 및 계엄에 대한 평가- 세대‧성별 차이
[표 2] 윤석열 탄핵 및 계엄에 대한 평가 - 세대‧성별 차이
연령 |
성별 |
탄핵 찬성 |
차이 |
탄핵 반대 |
차이 |
20대 |
남성 |
3.72 |
-0.58 |
3.98 |
-0.56 |
여성 |
4.29 |
4.54 |
|||
30대 |
남성 |
3.97 |
-0.29 |
4.11 |
-0.43 |
여성 |
4.26 |
4.55 |
|||
40대 |
남성 |
4.32 |
-0.06 |
4.54 |
0.01 |
여성 |
4.39 |
4.53 |
|||
50대 |
남성 |
4.28 |
0.34 |
4.50 |
0.22 |
여성 |
3.95 |
4.28 |
|||
60대 |
남성 |
3.44 |
0.26 |
3.81 |
0.10 |
여성 |
3.18 |
3.71 |
|||
70대 이상 |
남성 |
2.85 |
0.05 |
3.32 |
0.09 |
여성 |
2.80 |
3.22 |
|||
평균 |
3.80 |
4.10 |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20대 여성처럼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집단이 반드시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거나 비상계엄에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표 2]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응답자들은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경향(평균 약 3.8점)을 보였고,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평균 약 4.1점)를 내렸다. 또한 [그림 2]를 보면 20대부터 50대까지는 탄핵을 찬성하고 비상계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4~5점 사이). 반면 60대 이상은 더 젊은 세대보다 탄핵이나 비상계엄에 대해 좀 더 미온적인 태도를 드러낸다(3~4점 사이).
한편, 20대 응답자들이 평균적으로 탄핵을 찬성하고 비상계엄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음에도, 그 내부에서는 성차가 감지된다. [표 2]에 따르면, 여성(탄핵 4.29점, 비상계엄 4.54점)이 남성(탄핵 3.72점, 비상계엄 3.98점)보다 탄핵에 더 찬성하고, 비상계엄에 대해 더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다른 세대보다 20대 내에서 특히 현저하다.
정리하자면,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대체로 계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의견을 행동으로 옮겨 집회에 참여한 데는 20대 여성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2. 정서적 양극화와 윤 정부에 대한 불만
그렇다면, 무엇이 20대 여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했을까? 시위나 집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를 위한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는 등 시민 개인에게 상당한 적극성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체제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20대 여성은 정치인과 정당 호감도 측면에서 윤석열과 여당인 국민의힘을 가장 선호하지 않는 집단인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집단이다.
[그림 3]은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한 선호도를 0에서 100 사이의 점수로 측정한 결과를, [그림 4]는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를 10점 척도로 나타낸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3]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윤석열(9.95)과 국민의힘(15.14)에 대해 다른 인구 집단보다 가장 낮은 감정 온도를 보였으며, [그림 4]에서도 국정운영 평가 점수로 2.39점을 기록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집단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림 3]에서 주목할 점은 윤석열 대 이재명, 국민의힘 대 민주당 간 선호도를 비교했을 때 가장 극단적인 선호를 보이는 집단이 20대 여성이라는 것이다. [표 3]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윤석열(9.95)과 이재명(44.88) 간 선호도 차이가 –34.94로, 다른 집단보다 가장 크게 나타났다. 국민의힘(15.14)과 민주당(52.71) 간 선호도 차이에서도 –37.57로, 역시 가장 큰 격차를 기록했다. 이와 유사하게 큰 차이를 보이는 집단은 40대 남성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 간 선호도 차이는 –30.24, 국민의힘 대 민주당 간 차이는 –32.98이었다. 앞서 확인했듯, 이 두 집단은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집단이기도 하다.
반면, 20대 남성은 윤석열(22.56)과 이재명(24.93) 간 선호 차이가 –2.37에 불과하며, 국민의힘(32.61)과 민주당(31.77) 간 선호 차이도 0.84에 그쳤다. 이는 20대 여성이 보여준 선호 격차와 대비되며, 두 정치인이나 정당 모두에 대해 상대적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그림 3] 정치인 및 정당 호감도
[그림 4]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의국정운영에 대한 평가
[표 3] 정치인 및 정당 호감도 (0~100)
연령 |
성별 |
윤석열 |
이재명 |
차이 |
국민의힘 |
민주당 |
차이 |
20대 |
남성 |
22.56 |
24.93 |
-2.37 |
32.61 |
31.77 |
0.84 |
여성 |
9.95 |
44.88 |
-34.94 |
15.14 |
52.71 |
-37.57 |
|
30대 |
남성 |
18.08 |
31.07 |
-12.99 |
25.72 |
37.05 |
-11.33 |
여성 |
16.16 |
30.18 |
-14.02 |
20.61 |
41.38 |
-20.78 |
|
40대 |
남성 |
13.29 |
43.54 |
-30.24 |
19.90 |
52.87 |
-32.98 |
여성 |
14.37 |
41.80 |
-27.42 |
21.95 |
49.98 |
-28.04 |
|
50대 |
남성 |
19.87 |
46.26 |
-26.39 |
24.55 |
52.68 |
-28.13 |
여성 |
22.21 |
40.06 |
-17.85 |
25.95 |
47.00 |
-21.05 |
|
60대 |
남성 |
38.34 |
34.88 |
3.46 |
41.87 |
39.22 |
2.65 |
여성 |
41.47 |
27.19 |
14.27 |
43.53 |
33.19 |
10.34 |
|
70대 이상 |
남성 |
47.75 |
26.79 |
20.96 |
52.69 |
29.31 |
23.39 |
여성 |
50.75 |
25.16 |
25.59 |
48.83 |
29.48 |
19.35 |
종합하면, 20대 여성의 윤석열에 대한 낮은 호감도와 지난 3년간 축적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과 비판적 태도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와 같은 직접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특히 20대 여성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윤석열과 이재명에 대해 가장 극단적인 호오도를 보이는 집단으로, 이러한 양극화된 감정이 이들을 다른 집단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제20대 대선은 국민의힘 윤석열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 간의 양자 대결이었고, 20대 여성 다수는 이 경쟁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5]는 제20대 대선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나 자유롭고 공정했다고 느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20대 여성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윤석열의 당선된 제20대 대선 결과의 공정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40대 남성이나 30대 여성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데, 40대 남성 혹은 30대 여성은 윤석열 후보에 대한 낮은 호감도를 보이더라도 선거 공정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20대 여성의 정치적 감정은 타 인구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고,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탄핵 촉구 집회 참여로 이어졌을 것이다. 20대 여성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만을 참아왔는데, 마침 비상계엄 사태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그들에게 정당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20대 남녀를 비교해보면, 20대 남성은 동 세대 여성들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을 보이지 않으며, 정치권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비상계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행동으로 이어질 정도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참고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남성들이 극우화되어 제22대 총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한다는 우려와는 달리, 20-30대 청년 남성은 제22대 총선이 평균적으로 공정한 선거였다고 평가했으며, 같은 세대 여성들과의 응답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5] 제20대 대선과 제22대 총선의 선거 공정성
III. 청년 세대 남녀의 민주주의 인식 차이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벗어나 헌정을 중단시키는 초헌법적이고 비정상적인 쿠데타 사건이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국가의 헌정 질서를 뒤흔든 중대한 사안으로서,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선거 결과로 인한 정치적 희비의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20대 여성들이 이번 사태에서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를 분석할 때,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이나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에 대한 개인적 또는 정치적 호불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물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이들의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배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특수성과 중대성을 감안할 때, 20대 여성들의 집회 참여를 촉진한 요인은 단순한 정치적 반감에 그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20대 여성들의 행동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 그리고 헌정 질서를 위협한 사태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의 표현을 넘어, 민주주의 수호라는 더 깊은 의식과 결부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였다. 설문에서는 다음 세 가지 문장 중 자신의 생각과 가장 가까운 문장을 선택하도록 했다: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민주주의나 독재나 상관없다.” 다음 [그림 6]과 [표 4]는 이 설문 결과를 각 인구 집단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6] 민주주의에 관한 인식 - 세대‧성별 차이
그림과 표에 따르면, 인구집단별로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는 문장을 선택한 비율은 30대 여성(86.5%), 50대 남성(82.6%), 20대 여성(80.9%), 40대 여성(80.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문장을 선택한 비율은 70대 남성(27.4%), 20대 남성(23.6%), 30대 남성(21.1%), 60대 남성(19.4%) 순으로 높았다. 전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민주주의를 항상 더 나은 체제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남성은 여성보다 상황에 따라 독재를 선호할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특히, 민주주의가 항상 낫다는 응답에서 세대별로 성차가 두드러졌는데, 중년(40-50대)과 노년(60대 이상) 세대에서는 남녀 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청년 세대(20-30대) 내에서는 성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여성과 남성 간 응답률 격차는 18.3%p에 달했으며, 30대에서는 이 격차가 22.3%p로 더욱 확대되었다.
이러한 청년 세대 내부의 인식 차이와 앞선 집회 참여 행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결국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았을 때 청년 여성들이 이를 수호하려는 행동에 나선 데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연령 |
성별 |
민주주의 |
독재 |
상관없음 |
(B)+(C) |
합계 |
|
(A) |
(B) |
(C) |
(A)+(B)+(C) |
||||
20대 |
남성 |
62.6% |
-18.3 |
23.6% |
13.8% |
37.4% |
100% |
여성 |
80.9% |
9.1% |
10.0% |
19.1% |
100% |
||
30대 |
남성 |
64.2% |
-22.3 |
21.1% |
14.6% |
35.8% |
100% |
여성 |
86.5% |
4.8% |
8.7% |
13.5% |
100% |
||
40대 |
남성 |
78.0% |
-2.4 |
15.0% |
7.1% |
22.0% |
100% |
여성 |
80.3% |
12.9% |
6.8% |
19.7% |
100% |
||
50대 |
남성 |
82.6% |
9.8 |
12.8% |
4.7% |
17.4% |
100% |
여성 |
72.8% |
18.4% |
8.8% |
27.2% |
100% |
||
60대 |
남성 |
71.6% |
0.1 |
19.4% |
9.0% |
28.4% |
100% |
여성 |
71.5% |
20.1% |
8.3% |
28.5% |
100% |
||
70대 이상 |
남성 |
68.4% |
-8.6 |
27.4% |
4.2% |
31.6% |
100% |
여성 |
77.0% |
12.7% |
10.3% |
23.0% |
100% |
[표 4] 민주주의에 관한 인식 - 세대‧성별 차이
IV. 결론
지금까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대 청년은 남녀 모두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탄핵 촉구 집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 집단은 20대 여성이었다. 이들은 동 세대 남성이나 다른 인구 집단과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 참여를 보였다. 이들은 윤석열과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과 비호감이 쌓여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 이재명, 국민의힘 대 민주당 간 구도에서 선호의 괴리가 가장 컸던 집단이었다. 이처럼 양극화된 감정은 이들의 집회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배경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한편, 20대 청년 여성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하여 20대 남성보다 더 강한 신념을 가진 집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 했던 윤석열로부터 체제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같은 세대 남성에 비해 더 강했을 것이고, 결국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직접 행동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더 컸다고 판단된다.
이번 분석은 기초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하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기한 내용을 토대로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20대 청년 여성들의 탄핵 집회 참여는 민주주의 체제 수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기반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강한 양극화된 감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극단화된 태도는 자칫 정책의 합리성보다 특정인에 대한 호감이나 반감에 따라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팬덤 정치로 흐를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20대 남성들 중 민주주의보다는 독재를 선호하거나, 민주주의와 독재에 대해 무관심한 응답이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은 중요하다([표 4]의 (B)+(C)열 참고). 비록 이번 조사에서 20대 남성들이 윤석열의 비상계엄이나 탄핵에 강하게 반대하거나 제22대 총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 경향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현 정권을 넘어 민주주의 헌정 체제 자체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시사한다. 20대 여성들은 적어도 광장으로 직접 나가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분출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데 비해, 20대 남성들은 양대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냉소하며 사태에 침묵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만성적인 정치혐오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강하지 않은 모습이다. 따라서 이 또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
■ 김한나_진주교대 도덕과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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