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한국 민주주의 시리즈] ⑤ 2016년과 2024년,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ISBN 979-11-6617-863-4
I. 들어가며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우리나라 정치의 불안정은 12월 14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체제적인 위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16년 국정농단에 따른 촛불집회와 이듬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귀결된 정치적인 위기상황이 다시금 재현된 것이다. 그러나 법치에 기반한 위기 해소로 일단락된 2016년의 정국 불안정과 달리, 현재 상황은 극심한 정파적 양극화 속에서 정치권은 물론 일반 대중들까지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의 격화로 이어져 급기야는 일시적이지만 법원이 폭력적으로 점거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공고하게 생각되었던 우리의 민주주의가 커다란 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2016년과 2024년이라는 불과 8년 사이에 반복된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은 파행적인 국정운영에 따른 대통령 탄핵이라는 외견상 유사한 양상이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추이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인다. 즉, 2016년의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론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어졌지만, 2024년의 위기 상황에서 여론의 추이는 탄핵 직전의 압도적인 찬성에서 최근에는 찬반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1] 더욱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10%대로 추락한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탄핵 선고 직전까지 회복되지 못했던 반면에, 현재 상황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20%대 초반으로 하락하였던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반등하여 더불어민주당과 대등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는가?
이 글은 현재 진행 중인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2016년에 벌어진 상황과 비교함으로써 어떠한 차이가 있고 그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의의 초점은 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인 두 시기의 유사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선거의 공정성, 민주주의 인식과 민족도 등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적인 인식변화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두어진다. 또한 이러한 차이가 성별, 연령대별, 이념과 당파성에 따라 어떻게 형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집단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지는지 검토한다. 만일 유권자 차원의 민주주의 인식변화가 현재 상황을 추동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심각한 오작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반면, 현재의 변화가 유권자 차원의 민주주의 인식변화와 무관한 것이라면 2016년과 2024년 탄핵과 지지정당에서 나타나는 여론의 차이는 두 시기 상이한 정치환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2]
II. 2016 vs. 2024: 정당 이념분포와 선호도
민주주의 인식에 관해 검토하기에 앞서 두 시기 정치지형의 차이를 살펴보자. [그림 1]은 두 시기 정당 지지성향에 따른 응답자들의 이념분포를 정리한 결과이다. 결과는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을 보여준다. 우선, 두 시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자유한국) 두 정당 지지자들의 분포는 진보, 보수로 양분되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2017년의 시기에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둘째, 2017년 조사와 달리 2025년의 분포에서는 무당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두 거대정당이 중도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의 흡수하였음을 보여준다. 셋째, 큰 변화로 보긴 어렵지만 2017년에 비해 극단적인 이념성향의 정당 지지분포가 2025년에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유의미한 제3의 정당들이 존재하였던 2016년과 그렇지 않은 지금 정당분포의 상이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정당 간 이념분포
주. 2017년 대선 유권자 인식조사/2025년 EAI 양극화 조사
다음의 표들은 두 시기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응답자들의 선호도를 지지정당과 성별, 그리고 연령대로 구분하여 살펴본 결과이다. [표 1]은 2017년 조사의 결과로서 지지정당에 따른 차이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선호도가 낮은 일관된 패턴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60대 이상 응답자들을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와 큰 차이를 보였다.
[표 2]에 정리된 2025년의 결과는 이와는 조금 차별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지정당에 따른 선호도의 큰 차이는 유지되고 있지만, 무당파의 선호도는 정당과 정치인별로 차이가 거의 없다. 성별과 연령대로 구분한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그 차이는 2017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으며, 60대 이상 응답자들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더불어 정당과 정치인 모두의 선호도가 부정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 역시 특기할 만하다.
[표 3]과 [표 4]는 두 시기 선호도를 성별과 연령대를 함께 고려하여 살펴본 결과이다. [표 3]에 정리된 2017년의 결과는 앞의 내용과 차이가 없지만 2025년의 조사는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2017년의 결과는 응답자의 연령대 높아짐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박근혜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에 대한 선호도는 낮아지는 패턴을 보여주며, 이는 대체적으로 성별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반면, [표 4]에 정리된 결과는 그러한 패턴에 응답자 성별에 따른 차이가 더해지고 있다. 즉, 여성의 경우 정당과 정치인 선호도는 국민의힘(윤석열) 선호 증가, 더불어민주당(이재명) 선호 감소라는 연령 효과의 패턴이 대체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남성 응답자들은 20~30대와 60대 이상이 정당과 정치인 선호도에서 유사해지는 비선형의 패턴을 보였다. 젊은 남성의 보수화가 정당과 정치인 선호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III. 2016 vs. 2024: 선거 공정성과 민주주의 인식
그렇다면 정당과 정치인 선호에 나타난 2016년과 2024년의 차이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관한 인식에서도 확인되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선거공정성에 관한 응답자의 인식을 검토하였다. 아래의 도표들은 선거공정성에 관한 2017년 조사 결과와 2025년의 결과를 지지정당에 따라 그리고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분석한 결과이다.[3]
먼저 2017년 대선 유권자 인식조사에서 선거공정성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은 공정하였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물론 당파성에 따른 차이는 발견된다. 즉,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 비해 선거가 공정하였다는 인식이 더 높았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서도 80% 이상의 응답자가 선거가 공정하였다고 답했다.
주. 이번 선거와 관련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 단속활동이 얼마나 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 (2017 대선 유권자 인식조사)
이와는 달리 2025년 조사의 결과는 지지정당에 따라 선거공정성에 대한 인식의 편차가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 2022년 대통령 선거의 선거공정성에 관해 전체적으로 공정했다는 인식이 우세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약 40%가량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였고 그 수치는 무당파 응답자들에게서도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총선에 관한 응답에서 더 두드러진다. 즉, 응답자 전체의 공정성 인식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지지정당에 따라 공정성 인식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는데,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선거공정성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절반을 넘게 나타났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응답 격차는 40%포인트 이상 벌어져 2022년 대선의 12%포인트에서 크게 증가하였다. 두 선거의 승패가 정당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공정성에 대한 승자와 패자의 인식 격차가 과거에 비해 더욱 커졌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렇다면 성별과 연령대별로 구분한 결과는 어떠한가? 다음의 도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2017년 조사의 결과는 성별과 연령대별로 선거공정성에 대한 두드러진 차이가 확인되지 않는다. 60대 이상의 응답자들에게서 부정적인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 차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2025년 조사 결과는 특징적인 차이가 발견된다. 2022년 대선의 경우 20대 여성 응답자를 제외하고는 성별, 연령대에 따른 선거공정성 인식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2024년 총선의 선거공정성에 대해서는 20~30대 그리고 60대 이상 응답자들의 인식이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인 선거공정성에 대한 인식변화라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지만 여전히 응답자들의 다수가 선거공정성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두 시기 조사의 응답자들이 민주주의 체제에 관한 인식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았다.[4] 먼저 2017년 조사의 결과를 보면 민주주의 체제에 관한 지지정당에 따른 차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정당 지지자들과 무당파 모두에게서 민주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압도적인 다수로 나타났고, 이러한 패턴은 성별과 연령대를 감안해도 유사하게 확인되었다.
주. 민주주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정부 형태보다도 낫다 (2017 대선 유권자 인식조사)
반면 2025년 조사의 결과는 당파성에 따라 응답자들의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민주주의에 관한 전체 응답자들의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30%가량이 “상황에 따라서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라고 응답하였다는 점은 이전에 나타나지 않았던 결과이다. 또한 무당파 응답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큰데,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믿음이 약화하고 정치체제에 대한 냉소적인 인식이 20%에 가깝게 나타났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점이다.
그 아래의 도표는 이를 성별과 연령대를 고려하여 살펴본 결과인데,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의 약화는 20~30대 남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는 인식이 가장 낮고 “상황에 따라서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이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 응답자들의 높은 민주주의 인식에 비하면 두드러진 차이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보다 세밀한 분석이 수행되어야 하겠지만 두 시기 조사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 가지 힌트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에서 발견된다. 다음의 도표와 표는 두 시기 민주주의 만족도에 대한 지지정당과 성별, 그리고 연령대에 따른 응답자들의 답변을 정리한 결과이다.
먼저 도표에 정리된 2017년 조사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민주정치에 대한 만족도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지정당에 따른 응답자 답변의 차이는 크지 않았고 민주정치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은 무당파 응답자들이 추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선호정당이 없는 이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성별과 연령대를 감안한 결과를 보면 집단별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젊은 응답자들의 성별에 따른 차이가 흥미로운데 이들 연령층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낮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표 5]에 정리된 2025년의 조사결과를 보면 이전과 약간의 차이가 발견된다. 전체적으로 30~40대 응답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가운데 남성의 경우 20대, 여성의 경우 60대 이상 응답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특기할 만한 점은 20대 응답자들의 성별에 따른 만족도가 2017년과 비교해 역전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젊은 남성은 다른 집단들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민주주의 만족도를 보인다. 더불어 2017년의 결과와 달리 당파성에 따른 만족도 차이가 나타났는데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물론 현재에도 무당파 응답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지만, 이전과 달리 당파성에 따른 민주주의 만족도 차이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는 점은 특징적인 결과이다.
IV. 나오며
이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2016년에 벌어진 상황과 비교함으로써 어떠한 차이가 있고 그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검토하였다. 검토의 결과, 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인 두 시기는 상황적으로 유사하지만 2016년의 시기가 당파성에 따른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선호의 차이에 국한되었던 반면에, 현재의 위기 상황은 당파적 선호의 차이를 넘어서 유권자들의 선거의 공정성, 민주주의 인식 등 민주주의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물론 그러한 변화가 전체적인 인식을 뒤흔들 만큼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심대한 우려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미세하나마 유권자 차원의 민주주의 인식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심각한 오작동을 겪고 있고 이대로 방치될 경우 체제적인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해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는 집단은 민주주의의 작동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이들로 대체적으로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다. 이들은 선거공정성 뿐 아니라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관해서도 그다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이들 집단 내에서도 전체적으로 소수이며,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이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파국적인 상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본문에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자질에 대한 입장에서는 지지정당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성별, 연령대와 무관하게 국민과의 소통능력과 야당과의 협치능력이 가장 중요하게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의 민주주의가 현재의 난관을 극복할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당파성에 따른 비합리적인 선동이 자제되고 갈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족이 민주주의의 제도적인 틀 내에서 관리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당과 정치인들이 더 큰 합의와 노력을 보여야 함은 분명하다. ■
■ 유성진_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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