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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와 한국 민주주의 시리즈] ③ 누가 계엄을 지지하는가?

  • 2025-04-01
  • 박범섭

ISBN   979-11-6617-861-0 95340

I. 서론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였으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계엄 발동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정책적 판단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과 국가의 통치 방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하였다. 일부에서는 계엄이 국가 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헌법과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누가 계엄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가 어떠한 요인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계엄 지지가 단순한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적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사회적·정치적 요인들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에 주목한다. 본 연구는 성별, 연령, 교육 수준과 같은 사회인구통계학적 변수, 정부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치적 태도, 그리고 정당 및 정치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계엄 지지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 맥락에서 형성되는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단순히 계엄 지지자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을 넘어, 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이 어떻게 논의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첫째, 계엄 지지가 특정 사회적 계층이나 정치적 성향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가 특정 집단에서 더욱 용인되는 경향이 있는지 살펴본다. 둘째,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와 계엄 지지의 관계를 검토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비민주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양극화와 계엄 지지의 관계를 분석하여, 감정적 정치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평가한다.

 

이 연구는 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정치적 조치가 단순히 권력자의 결정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맥락이 존재할 때 가능해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시민들의 정치적 태도가 계엄과 같은 조치에 대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향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 연구는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사회인구통계학적 요인과 정치적 성향이 계엄 지지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를 분석한다. 성별, 연령, 교육 수준, 지역, 이념 성향, 지지 정당과 같은 변수에 따라 계엄 지지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제2장에서는 강한 정부와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태도와 계엄 지지가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지를 분석한다. 국회의 견제에 대한 태도, 지도자의 권한에 대한 인식,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계엄 지지의 연관성을 평가한다.

 

제3장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와 계엄 지지의 관계를 살펴본다. 민주주의를 최선의 체제로 인식하는지, 혹은 상황에 따라 독재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보는 태도가 계엄 지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한다.

 

제4장에서는 정서적 양극화와 계엄 지지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분석한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불호가 강할수록 계엄 지지가 증가하는지, 그리고 정서적 양극화가 민주주의적 가치보다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지를 평가한다.

 

본 연구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민주적 제도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II. 인구 통계학적 요인과 정치적 성향에 따른 계엄 지지

 

1. 성별과 연령대로 본 계엄 지지

 

[그림 1] 성별 및 연령대로 본 계엄 지지

[그림 1]은 성별과 연령대에 따른 계엄 지지 정도를 보여준다. 위쪽 그래프는 남성과 여성의 분포를, 아래쪽 그래프는 연령대별 분포를 나타낸다. X축은 계엄 선포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며, 1(매우 잘못함)에서 5(매우 잘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으로 갈수록 계엄 반대가 강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지지가 강해진다. Y축은 각 집단 내에서 특정 응답을 한 사람들의 상대적 분포를 나타내며, 그래프의 높이가 높을수록 해당 응답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쪽 그래프는 남성과 여성의 계엄 지지 정도를 비교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계엄 선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특히 “매우 잘못함(1)”에서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이 나타난다. 즉, 뚜렷한 성별 차이가 보이지 않으며, 계엄 반대에 대한 압도적인 분포는 전반적으로 두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아래쪽 그래프는 연령대별 계엄지지 정도를 나타낸다. 젊은 층(18-29세, 30-39세)은 계엄에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하며, “매우 잘못함(1)”에 응답이 집중되어 있다. 반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부정적 반응은 다소 완화되며, 특히 60대 이상(60~69세, 70세 이상)에서는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거주 지역별 및 교육 수준별 계엄 지지

 

[그림 2]는 거주지역 및 교육 수준별 계엄지지에 대한 분포를 나타낸다. 그래프 상단은 거주 지역에 따른 계엄지지 정도를 보여준다. 모든 지역에서 계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지역별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매우 잘못함(1)” 응답이 가장 집중되어 있으며,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거의 없다. 반면, 대구·경북 및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즉, 이 지역에서도 계엄 반대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계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응답자의 분포는 다른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그림 2] 거주 지역 및 교육 수준별 계엄 지지

그래프 하단은 교육 수준별 계엄지지를 보여준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계엄 반대가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박사과정 이상을 마친 응답자들은 “매우 잘못함(1)”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응답자들은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다른 학력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계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림 2]의 결과는 거주 지역과 교육 수준에 따라 계엄에 대한 태도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이를 결정적인 요인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모든 지역과 학력 수준에서 계엄 반대가 강하게 나타나지만, 특정 지역(대구·경북 및 부산·울산·경남)이나 학력 수준(고등학교 졸업 이하)에서는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3. 정치 성향에 따른 계엄 지지

 

[그림 3]은 이념 성향과 지지정당에 따른 분포를 보여준다. 먼저 그래프 상단은 응답자의 이념 성향(진보, 중도, 보수) 에 따른 계엄 지지 정도를 보여준다. 진보 성향 응답자들은 계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며, “매우 잘못함(1)”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고, 긍정적인 평가(4, 5)로 갈수록 응답 비율이 극히 낮아진다.

 

[그림 3] 이념성향과 지지정당에 따른 계엄 지지

보수 성향 응답자들의 경우, 계엄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계엄에 대한 태도가 특정 구간(예: 1점)에 쏠리지 않고 전 구간(1~5점)에 걸쳐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분석한 다른 대부분의 경우, 계엄 반대가 뚜렷하게 1점에 집중되는 패턴을 보였지만, 보수 성향 집단에서는 이러한 쏠림 현상이 사라졌으며,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일정한 비율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 성향 응답자들 사이에서 계엄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시사하며, 동시에 계엄에 대한 입장이 단순한 반대나 찬성으로 나뉘기보다 더 다양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래프 하단은 응답자의 지지 정당에 따른 계엄지지 정도를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계엄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며, “매우 잘못함(1)”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지지자들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대체로 민주당 지지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계엄 반대를 나타낸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 비해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많으며, 특히 4~5점(찬성)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 비율을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계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았으며, 1~3점 구간에서도 일정한 응답이 나타난다. 즉,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계엄을 지지하는 경향이 더 강하지만,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III. 강한 정부를 원할수록 계엄을 지지할까?

 

한국 민주주의는 탄핵 정국 속에서 흔들리고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측과 여당 일부는 법적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탄핵 이후의 조치를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계엄 발동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대통령이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정부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견제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보는 사람들이 계엄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정부의 권한과 민주적 절차에 대한 태도가 계엄에 대한 입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응답자들에게 △정부가 국회의 견제를 받으면 큰일을 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지, △대통령이 국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강행해야 하는지, △정치 지도자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법을 무시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림 4] 강한 정부 및 지도력에 대한 인식과 계엄 지지

[그림 4]에 따르면 정부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엄에 대해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먼저, “국회의 견제가 지나치면 정부가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자들은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매우 동의”하는 응답자들은 4~5점(계엄 찬성) 구간에서 높은 분포를 보였으며, 반대로 국회의 견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응답자들은 계엄을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비슷한 패턴은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응답에서도 나타난다. 대통령이 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매우 동의, 다소 동의)은 계엄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고, 국회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전혀 동의하지 않음, 별로 동의하지 않음)은 계엄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러한 결과는 강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태도가 계엄에 대한 태도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회의 견제보다 지도자의 강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계엄을 보다 정당한 조치로 보는 반면, 민주적 절차와 견제·균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계엄을 명백한 민주주의 훼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림 5] 민주적 절차에 대한 인식과 계엄 지지

[그림 5]는 정부가 목표를 달성하거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절차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계엄을 상대적으로 더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도자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존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자들은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특히 “매우 동의”하는 응답자들은 4~5점(계엄 찬성) 구간에서 비교적 높은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계엄을 강하게 반대하며 “매우 잘못함(1)”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패턴은 “정부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질문에서도 확인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덜 중시하는 사람들일수록 계엄을 지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록 기존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여전히 계엄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계엄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입법부 견제에 대한 태도(1, 2번 질문)가 계엄 지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절차보다 강한 지도력을 선호하는 태도가 계엄을 정당화하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즉, 일부 응답자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는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계엄 지지가 단순히 ‘강한 정부’에 대한 선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 견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와 더 깊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IV. 한국 민주주의 현실에 불만이 많을수록 계엄을 지지할까?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에 대한 태도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일반적으로 민주주의를 강하게 신뢰하는 사람들은 계엄과 같은 비민주적 조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민주주의가 반드시 최선의 체제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한국의 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불만이 큰 사람들은 계엄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 장에서는 응답자들의 민주주의 선호도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계엄 지지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분석한다. 민주주의 선호도는 ① 민주주의가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고 생각하는지, ② 특정한 상황에서는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③ 민주주의와 독재에 무관심한지를 묻는 질문을 통해 측정되었다. 또한, “현재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1~10점 척도)”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였다. 이제 이러한 민주주의 인식이 계엄지지에 미치는 영향을 [그림 6]을 통해 살펴본다.

 

[그림 6]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와 계엄 지지

[그림 6]의 상단 그래프는 응답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선호도가 계엄 지지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민주주의를 다른 어떤 제도보다 항상 낫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계엄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며, “매우 잘못함(1)”에 응답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계엄을 명백한 비민주적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도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경우, 계엄에 대한 태도가 더 다양하게 나타나며, 특히 4~5점(계엄 찬성) 구간에서도 일정한 비율이 분포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가 최선의 체제라는 확신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계엄을 하나의 선택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민주주의나 독재나 상관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분포 역시 “상황에 따라 독재가 더 낫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이 그룹은 계엄 반대(1점) 응답이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그룹보다 적고, 전체적으로 계엄에 대한 태도가 보다 중립적으로 분포한다. 이는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동시에 계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그룹의 응답자들이 단순히 정치 체제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독재가 나을 수도 있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회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선택지(민주주의나 독재나 상관없다)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이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독재를 용인할 수 있는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하단 그래프는 현재 한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계엄지지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뚜렷한 패턴은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불만족하는 응답자들일수록 계엄을 지지하는 비율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매우 잘못함(1)”에 대한 응답이 줄어들고, 4~5점(계엄 찬성)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분포를 보인다. 이는 현재의 민주주의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를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주의에 매우 만족하는 응답자들(10점) 중에서도 일부가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들은 대체로 계엄을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일부는 계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이들은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계엄 역시 하나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가능성이 있다. 즉, 현 체제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계엄이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대응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강한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적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민주적 절차를 잠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태도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주의에 불만족하는 사람들이 계엄을 지지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에 만족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가 계엄을 정당한 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함의를 제공한다. 즉, 계엄 지지는 단순히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V. 정서적 양극화가 심할수록 계엄을 지지할까?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양극화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강한 감정적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감과 혐오가 극단적으로 나뉘면서, 이러한 정서적 양극화가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본 장에서는 정당과 인물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계엄 지지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분석한다.

 

이를 위해 정서적 양극화는 두 가지 방식으로 측정되었다. 첫째, 정당에 대한 양극화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도를 각각 0에서 100까지 평가한 뒤, 두 정당 간의 차이를 계산하여 -100에서 100 사이의 지수를 만들었다. 100에 가까울수록 민주당을 강하게 지지하고 국민의힘을 혐오하는 사람이, -100에 가까울수록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혐오하는 사람이 된다. 둘째, 인물에 대한 양극화는 같은 방식으로 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한 호감도를 측정한 후 두 변수의 차이를 통해 -100에서 100 사이의 지수를 계산했다. 100은 이재명을 강하게 지지하고 윤석열을 혐오하는 사람, -100은 그 반대인 사람을 의미한다.

 

[그림 7]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와 계엄 지지

[그림 7]은 정당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계엄 지지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정서적 양극화가 강할수록 계엄에 대한 태도가 더욱 극명하게 나뉜다는 점이다.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국민의힘을 강하게 혐오하는 응답자(양극화 지수 100에 가까운 집단)는 계엄을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을 보이며, “매우 잘못함(1)”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대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민주당을 혐오하는 응답자(양극화 지수 -100에 가까운 집단)에서는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4~5점(계엄 찬성) 구간의 응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양극화 지수가 -100에 가까운 응답자들은 계엄을 강하게 반대하는 응답(1~2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살펴본 다른 그래프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패턴이다. 앞서 지지 정당별 계엄 태도를 살펴봤을 때,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에서도 계엄을 반대하는 응답이 상당수 존재했지만, 정서적 양극화 분석에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강하게 혐오하는 응답자일수록 계엄을 강하게 지지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정당에 대한 극단적 반감이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더 밀접하게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8] 인물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와 계엄 지지

[그림 8]은 그래프는 정치 지도자(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계엄 지지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보여준다. 앞선 정당 양극화와 유사하게, 특정 인물에 대한 강한 호감과 반감이 계엄에 대한 태도를 극명하게 나누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재명을 강하게 지지하고 윤석열을 혐오하는 응답자(양극화 지수 100에 가까운 집단)는 계엄을 강하게 반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매우 잘못함(1)”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윤석열을 지지하고 이재명을 혐오하는 응답자(양극화 지수 -100에 가까운 집단)에서는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특히 4~5점(계엄 찬성) 구간에서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정당 양극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양극화 지수가 -100에 가까운 응답자들(윤석열을 강하게 지지하고 이재명을 혐오하는 집단)에서는 계엄을 반대하는 응답(1~2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지도자를 선호하는 것 이상으로,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강한 혐오가 계엄과 같은 강경 조치를 정당화하는 태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정당과 정치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의 차원을 넘어, 비상조치에 대한 태도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장에서 살펴본 결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 자체보다, 반대 정당이나 반대 정치인에 대한 강한 혐오가 계엄을 정당화하는 태도와 더 깊이 연결되어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국민의힘을 지지하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다면 계엄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을 강하게 혐오하는 응답자들의 경우 계엄을 정당한 조치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이는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에 대한 태도가 단순한 이념적 성향이나 소속 정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반감과 정서적 대립이 깊어질수록 더욱 강한 입장으로 고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정치적 양극화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민주주의적 절차에 대한 인식까지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정치에서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민주적 절차보다 강한 질서를 중시하는 태도가 강화될 수 있으며, 이는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VI. 결론

 

본 연구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둘러싼 국민들의 태도를 분석하며, 계엄 지지가 어떠한 요인과 관련되어 있는지를 탐색했다. 분석 결과, 사회인구통계학적 요인, 정치적 태도, 민주주의 인식, 그리고 정서적 양극화가 계엄 지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인구학적 변수에서는 계엄 반대가 대체로 우세했지만, 일부 집단(예: 고연령층)에서는 타집단에 비해 계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또한, 강한 정부를 선호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강한 사람들은 계엄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계엄과 같은 비상조치가 단순한 법적·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태도와 정치적 맥락이 존재할 때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계엄 지지가 극명하게 나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민주주의적 절차와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이 단순한 제도적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정서적 대립 속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이 어떻게 경쟁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며, 향후 민주적 절차의 지속성과 시민의 정치적 태도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범섭_숭실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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