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주한 러대사 “北 평화협정 제안, 주목할만”…한미와 입장차

  • 2015-10-22
  • 이귀원·김효정기자 (연합뉴스)

주한 러 대사 "시리아 공습은 테러발원 목적"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가 21일 오후 서울 정동 러시아 대사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시리아 공습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뷰…"북핵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 안된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최근 북한이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북미간 평화협정 논의 요구에 대해 "평양의 제안에 주목할만하다"고 밝혔다.

 

티모닌 대사는 지난 21일 서울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의 제안은 한반도에서의 신뢰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전상황이 남북간의 충분한 협력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북미간 평화협정 논의 요구에 대한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과 한국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북핵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0일 "북한과 협상할 경우 우선적 초점은 비핵화가 돼야 한다"면서 북측의 평화협정 논의 요구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전날 외교부와 동아시아연구원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초점을 흐리고 국제사회의 공조를 이완하려는 의도"라며 일축했다.

 

티모닌 대사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이른바 전제조건에 대해서도 "6자회담 재개가 전제조건과 관련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자가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해왔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6자회담이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북한의 사전조치를 요구해왔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도 최근 "지금 북한이 해야 하는 것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부터, 즉 영변의 핵활동을 중단하고 2009년 추방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을 복귀시키는 등 비핵화 초기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강조했다.

 

티모닌 대사는 다만 "러시아는 철저하게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해왔다. 이 부분에 대해 러시아와 한국의 입장은 매우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정상화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지금 금강산에서 진행 중인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환영하며, 이산가족 상봉이 앞으로 남북간 광범위한 교류에 기여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3자(남북러)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철도의 연결, 한반도와 러시아간 전력 인프라 구축, 남북러 가스연결 사업 등을 거론하며 "남북간 관계 정상화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티모닌 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추진하는 통합 의향과 많은 유사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이 방향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