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사설] 일본은 진정성, 한국은 유연성 보여라

  • 2014-07-29
한·일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내년의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양국 경제계나 전문가 그룹 등에서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지만 정부 관계는 아직 빙하기에 가깝다. 23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 당국 간 3차 국장 회담이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은 한국 정부가 대일 관계 개선의 시금석으로 여기는 사안이다.

 

25일엔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후속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지난해 연말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이래 역사 수정주의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일본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간 대립과 마찰이 장기화하면서 양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시민단체 ‘언론 NPO’의 최근 공동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71%, 일본인 54%가 상대국에 부정적 인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의 부정적 응답은 지난해에 비해 17%포인트나 늘어났다.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이 조사처럼 잘 보여주는 거울은 없다.

 

한·일 양국 정부는 이제 서로 열린 마음으로 전략적 차원에서 방향 전환을 모색할 때가 됐다. 8월 이후 내년 봄까지 양국 모두 큰 선거가 없다. 국내 정치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마침 8월 초에는 미얀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다자 외교장관 회의가, 11월엔 베이징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주일 한국대사도 새로 내정됐다. 양국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개최해 갈등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그러러면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진정성을 입증하고, 추가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한국도 회담 형식 등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한·일 우호·협력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었다는 점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