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정치시평] 박 대통령 지지율, 변곡점 임박했나?

  • 2013-10-14
  • 정한울 (내일신문)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정치학박사

 

최근 한국갤럽 등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 집권 초기 국정지지율에 비해 낮은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초기 지지율 관리에 비교적 성공적이다.

 

멀리 보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NLL 논란, 가깝게는 3자회담 결렬과 복지공약의 후퇴, 채동욱 검찰총장 및 진 영장관 사퇴 등 각종 악재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허니문 효과, 야당의 약한 견제력과 같은 환경요인과 남북관계에서의 성과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취임 초 허니문 효과나 야당의 약한 견제력은 박근혜 정부에만 해당되는 요인은 아니다. 남북관계 및 안보 이슈 역시 단기적인 효과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노무현 정부의 대일강경노선, 이명박 대통령 시기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상승한 지지율이 두 세 달을 넘기지 못했다.

 

여권내부 갈등관리에 성공한 박 대통령

 

무엇보다, 현재 국정지지율에는 '경제평가가 반영되지 않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역으로 보면 현재의 국정지지율은 주로 정치적 요인과 국정통치스타일에 대한 평가에만 의존한 절반의 평가임을 의미한다. 참여정부도 이명박정부도 정권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결정타는 경제였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의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전략과 통치 스타일과 같은 내부요인에 있다.

 

집권초기 대통령 지지기반 약화는 보통 대야관계의 악화나 정책적 실패보다 여권내부의 균열을 관리하는 데 실패하면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명박·노무현정부 당시 집권 초 국정 지지율 추락은 내부에서 비롯되었다. 참여정부 1년 차에 집권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분당했고, 이명박정부 역시 친이 대 친박의 권력갈등이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반면 채동욱 사태 전까지 정부여당은 집권세력 내부갈등 관리에 성공적이었다.

 

한편 아젠다 분업 및 양면전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4대개혁법안, 4대강 이슈 등 대통령 스스로 이념적·정치적 대결을 유발하는 이슈를 주도했다. 대통령이 정국 갈등의 중심에 선만큼 정치적 책임도 온전히 대통령 몫이었다.

 

이번 정부에서는 갈등을 유발하는 이슈(NLL, 국정원 문제, 통진당 사건 등)는 국정원장·새누리당이 나서고, 대통령은 합의가능한 의제(민생과 남북문제)를 주도하는 분업전략으로 정치적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보수 아젠다와 진보 아젠다를 병행하는 양면전략도 중간층의 이반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보수 드라이브를 걸면서 동시에 대기업 비리수사, 전직 대통령 추징금 환수 등의 성과를 보여준다. 특정 이념정파에 휩쓸리지 않는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지지를 붙잡고 있는 힘이 여기에 있다.

 

정치적 이슈 주도하며 지지율 변화 조짐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은 지속될 수 있을까? 낙관적일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지지율을 받쳐주던 힘들이 약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나 진 영 장관의 사퇴 등이 집권세력 내부 균열의 전조로 비춰지면서 그 동안 봉합되었던 내부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고 있다.

 

만약 이러한 내부 마찰이 권력갈등으로 심화될 경우 중간층 이탈은 현실화될 것이다.

 

둘째 첫 정기국회가 현 정부의 경제적 책임을 묻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전 정부들처럼 여야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파행국회로 이어질 경우 여론은 정부여당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다.

 

셋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과 했던 약속이 퇴색하고 있다. 오래 지속될 것 같던 박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에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이야 말로 지지율 변화에 포착되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바라보는 여론에 변곡점이 형성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당선자 시점의 초심으로 돌아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