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민병두 의원의 '2012대선 패인 분석과 대안' ①

  • 2013-01-16
  • 민병두의원 (투데이코리아)
1. '신 불안층'을 직시하지 못했다(패인분석)

 

민주당의 패배가 특별히 아픈 이유는 시대정신이 진보로 이동했고(박근혜후보의 경제민주화, 선별적 복지), 이명박정부가 실패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공감을 가져왔고, 범진보개혁이 단일대오로 전선을 형성해 ‘이길 수 밖에 없는 선거’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최근 세차례 선거에서 득표율의 차이가 가장 근접했던 것은 높은 기대의 반증이다.

 

하지만 우리사회 보수의 총자산과 진보의 총자산이 각각 결집해 1:1로 대결한 상황에서 결국은 패했다. 높은 투표율 75.8%는 보수와 진보의 총자산을 모두 동원해 치러진 선거임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2012년 대선은 진보의 총역량과 보수의 총역량을 보여주는 선거이고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선거는 반대세력을 최소화하고 지지세력을 최대화하는 과학이다. 시대정신과 가치, 그리고 캠페인과 조직이 모두 이 과학과 맞아 떨어져야 한다. 108만표의 차이는 이길 수도 있는 선거였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다시말해 전략의 실패가 있었고, 전략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있었다면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1-1 세대 전략의 오류

 

투표행태와 전략은 일반적으로 세가지로 나뉜다. 세대투표와 세대전략, 지역투표와 지역전략, 계층투표와 계층전략. 이번 선거에서 인구통계학적 추이의 변화에 착목하고, 단일화가 되더라도 실패할 것이라는 주목할 만한 예측이 있었다. 동아시아연구원 정한울부소장의 ‘세대 투표율분석을 통해 본 2012 대선 예측’(2012.7.25.)에 따르면 그 당시 범야권 후보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철수후보와 박근혜후보의 대결시 투표율 70%를 가정했을 때 1백만표 이상 패한다는 것이다.(박근혜후보 1천3백97만표, 안철수후보 1천2백80만표)

 

실제로 출구조사 결과 드러난 민심도 50대의 비중에 주목하게 한다.

 

눈여겨봤어야 했던 것은 50대 인구의 급증이다. 16대 대선에서 412만명이었으나 18대에는 778만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투표율이 아니라 인구증가가 경이적이다. 50대 연령층이 하나 더 생겨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55년생에서 63년생까지의 ‘베이비붐 세대’가 온전히 50대에 편입된 데 따른 현상이다. 이러한 급격한 인구증가는 투표 결과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1-2 지역전략의 부재

 

지역주의는 상당 정도 해체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대선을 관통하는 것은 지역주의투표행위이다. 호남과 충청, TK지역은 유권자 비율이 모두 1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선거에서의 비중이 같다. 거점지역의 표쏠림을 호남 90:10, TK지역 20:80으로 예상할 때 충청지역에서 45:55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표의 흐름은 대개 예상된 것이었다.

 

결국은 PK와 수도권이 관권이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유권자 비중 16%)에서 지난 총선 득표율 40%를 목표로 했을 때(결과는 그에 근접했다) 수도권에서 5%포인트 차이의 격차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수도권 선거의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강원과 충북에서 크게 패했다. 과거 승리한 선거에서는 중원과 수도권에서도 반드시 승리했다.

 

수도권에서 호남 출신의 원적지 충성도는 2002년에 비해 크게 저하된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총선에서는 ‘수도권지역주의’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수도권에서의 지역주의는 크게 완화됐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의 전략은 앞서 세대전략에서 지적한, 그리고 뒤에 기술할 계층전략에서 ‘신불안층’의 문제로 귀결된다.

 

1-3 계층전략

 

민주당은 선 과 악, 가치 대 비가치, 미래 대 과거, 개혁 대 보수같은 이분법에 여전히 익숙했고 세기가 부족했다. “이번 선거는 민주 대 반민주의 슬로건이 왜 틀렸는가를 입증했다.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바람과는 달리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 대결로 보지 않았다”(최장집교수) 심지어 박정희의 유산이라는 이유로 박근혜후보의 경쟁력을 얕보고 과거사논쟁에 매몰되는 예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는 이념이 아니고 과학이다. 지역전략은 동서대결에서 수도권과 충청을 다투는 중원의 대결이고, 세대전략은 중간값인 40대(精量的를) 둘러싼 다툼이고, 계층전략은 중위수(선거는 자기진영에서 정중앙=중간값, 중위수까지를 얻고 +1을 더하는 게임)인 중간층을 누가 포섭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런데 세대전략과 계층전략에서 50대의 비중(精性的)이 커졌고 ‘신불안층’의 의문에 답했어야 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는 계층을 둘러싼 공약대결의 측면이 약했다. 공약은 거의 전달되지 않았다. 50대와 몰락하는 중산층, 그리고 자영업자를 둘러싼 이미지전쟁, 프레임전쟁의 성격이 강했다. 위 표에서 보듯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은 중산층에서 밀리고 서민층에서는 더 밀린다. 경제가 갈수록 안좋아지는데도 자영업자들의 외면은 여전하다. 민주당으로의 변화가 이 계층에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박근혜후보가 베이비부머세대의 가계부채위기감등에 대해 적절히 대응했고 중산층 복원과 ‘잘살아보세’(12월18일)를 외친 것이 결정타라고 하지만 그 공약이 유권자에게 전달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오히려 박근혜후보는 보수를 결집시키고 여기서 나아가 과거사반성과 경제민주화등을 통해 중간값, 중위수를 차지하는 이미지를 보이고, 지난 8년의 정치역정을 통해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시대교체’등 중간값을 얻기위한 모든 변신을 다했다. ‘책임있는 변화’라는 슬로건은 이런 박근혜후보의 행보와 맞불려 ‘신불안층’에 가장 호소력있게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다. 2012년의 국민연대는 야권연대의 복사판이자 확장으로서 ‘고토의 회복’ 이상의 의미도 없었다. 서울교육감-경남지사와의 연대는 전교조-노동과의 연대라는 고토회복전략에 불과했다. 김대중후보가 1992년 뉴DJ플랜으로 군출신 등 보수파 영입을 통해서 좌익이미지를 탈각시켰고, 1997년에는 DJP연합 같은 과감한 ‘적과의 동침’을 구성했던 것과는 크게 비교가 된다. 물론 중간으로의 연대 대상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중간값에 대한 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어떤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에 찬성한 응답자의 절반은 노무현정부 심판을 뜻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4대악법 철폐 당시의 과도한 이념전선, 종합부동산세 도입시 전선은 형성하되 동맹(가령 종부세를 통한 세수입이 반값등록금 도입이나 기초노령연금 인상 같은 목적세 개념이었다면 동맹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자에 대한 징벌세로 인식되었다)은 만들지 못한 전력등이 유권자의 뇌리에 남아있었지만 ‘우리의 과거사’ 성찰에는 인색했다.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국민의 관심과 동떨어진 새정치 논쟁을 한 것도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졌다.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는 투쟁과 갈등, 대립이 아닌 민생을 살리는 새정치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방향이 엉뚱했다. 신불안층의 의문에 엉뚱한 답을 한 것이었다.

 

중간층의 견인전략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정당문화이다. 유권자를 맨 왼쪽부터 맨 오른쪽까지 나열했을 때 스스로를 진보나 보수로 규정한 유권자가 아닌 중간층은 사실 비이념적이거나 투표 무관심층이다. 이들은 특별한 유인이 있거나, 과도한 불안을 느낄 때 투표하거나, 이념적 요소보다는 정당의 태도와 문화, 언어 그리고 결정의 공고성 신속성 일관성 책임성 같은 것을 많이 따진다. 지난 19대 총선 말미에 나타난 여러 위기 요소에 대응하는 양당의 태도에 있어 새누리당이 단호했고, 민주당은 우유부단했다. 심지어 동정심마저 유발해 중간층을 유인했다.

 

이밖에 후보선택, 단일화관리, 친노책임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지만 부수적이거나 의미가 없다. 복기를 해서 유의미한 결론을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렇듯이 역사에서 가정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결론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미완의 단일화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단일화 과정이 좀 더 매끄러웠더라면 하는 류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결국 단일화 만능주의의 연장에 불과하다. 단일화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각종 인상 비평류의 여론조사 결과는 단일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보수층과 고령층의 결집을 불러 일으켰다는 실증적 결과에 반하기 때문에 의미있는 조사가 아니며, 설령 조사로서 의미가 있다고 할지라도 다음 대선을 위한 복기에는 유의미성이 없다.

 

문재인후보의 의원직 사퇴, 친노의원들의 공직 진출포기선언,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등의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 카드를 사용했다고 할지라도 108만표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승리에 대한 절실함을 보여줄 수는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후보는 잘했고 민주당은 못했다는 논쟁도 생산적이지 못하다. 어쨌든 문재인후보가 당권까지 모두 장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자해행위에 불과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가 최선을 다한 점을 인정해야 하고, 앞으로 그가 어떤 길을 가든 진보진영의 자산으로 성숙해지는 것에 협력해야 한다. 또한 안철수후보의 길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