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승자의 함정’에 빠지면 대통합 ‘흔들’

  • 2012-12-26
  • 허신열기자 (내일신문)

사회 곳곳서 심상찮은 '대선 후 갈등'
"통합은 구호가 아닌 생존의 문제"

 

한국사회 곳곳에서 대선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세대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벌이고 있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운동'이 이슈화되면서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승자의 함정'에 빠질 경우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

 

◆"기대 높았던 MB정부도 3개월 만에 와르르" =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중앙일보·SBS·한국리서치가 대선 직후인 20~22일 실시한 패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은 세대와 정치지향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대선 당시 박 당선인에게 투표한 응답자의 경우 박 당선인이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97.4%에 달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 중에서 잘할 것이라고 답한 경우는 46.6%에 불과했다. 2007년 낙선한 정동영 후보에게 투표했던 이들이 당시 이명박 당선자에게 기대감을 표시했던 비율인 73.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런 정서는 세대별로 지지후보가 엇갈린 현상과 맞물려 세대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이 세대별로 차이를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여기에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세대갈등이 대선 직후부터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한울 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대선이 끝났는데도 상대후보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라며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이명박정부도 초기 '강부자 인사'로 3개월 만에 무너지기 시작했는데 이번 정부는 더 심각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 당선인의 조그만 실수에도 반발심리가 크게 작동할 수 있다"며 "통합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박근혜정부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상황에 '전문성' 얘기 해봐야" =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의 첫 인사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승자의 함정'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승리'라는 결과에만 집착해 승부 과정에서 분출된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면 '실패의 길'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이 첫 인사로 윤창중 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을 선임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극우성향'의 인사를 영입한 것이 '대통합'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혁성향의 모 의원은 "야권에 대해 용인되는 수준을 넘어선 비난을 퍼부었던 인물이 첫 인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 자체가 곤혹스럽다"며 "이 상황에서 '전문성' 이야기를 해봐야 누가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의원은 한발 더 나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면 빨리 물리는 것도 국민들에게 실망을 덜 주는 방법"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도 26일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지금 대통령에 바라는 것은 탕평·통합, 어머니처럼 사회를 골고루 다스리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인사가 나와야 하는데 (윤 대변인과 같은) 공격수를 대변인으로 쓰는 것은 안 맞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직도 반수에 가까운 사람들, 2030세대에는 '질 선거가 아닌데 졌다'는 억울한 심정이 깔려 있을 정도로 지금은 그렇게 안정된 사회가 아니다"라며 "어머니처럼 다독이는 인사를 해야 정권이 안정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