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에 호감이 있었지만 투표를 꼭 할지는 결정 못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개표방송에서 ‘인증샷’이 나오고 SNS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 왠지 젊은 층 쪽으로 너무 쏠릴 것 같아 투표장에 갔다.”(수도권 거주 한 60대 유권자)
제18대 대선에서 5060세대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에 따른 거리감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야권 성향이 강한 인터넷·모바일의 영역 밖에 놓인 5060세대의 응집력이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는 의견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1 무선인터넷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94.1%가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50대는 22.8%에 그쳤다. 스마트 기기 사용률은 20대가 71.6%에 달했으나 50대는 10.5%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이용률도 20대 69.6%, 50대 10.0%였다. 모바일 SNS 이용률도 20대 65.3%, 50대 3.9%였다. 조사 대상에서 빠진 60대는 50대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여 5060세대의 ‘디지털 디바이드’는 뚜렷한 셈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1년 정보격차지수 및 실태조사’에서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41.1%로 전체 평균 78.3%에 크게 못 미쳤다.
선거방송을 준비했던 한 방송사 관계자는 “선거방송에 SNS나 신기술 활용도가 높으면 중장년층 시청자가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실제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계층은 위기의식을 투표로 표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미디어 대신 신문과 방송 등 올드미디어를 주로 소비하는 5060세대는 여권 패널들이 주도하는 종편 보도프로그램과 정권 비판 보도가 사라진 방송뉴스에 더 의존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YTN, 뉴스Y 등 보도전문채널의 주 시청자 층이 50대 이상 남성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선을 전후로 한 종편 뉴스의 강세도 5060 시청자에 힘입었다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SNS는 이번 대선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 또한 지배적이다. 그러나 SNS가 유권자의 40%를 차지하는 5060세대 여론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십자군알바단’을 운영할 정도로 SNS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여권 트위터리안을 집중 육성한 탓에 야권의 일방적 독주 역시 깨진 면도 있다. 선거 국면에서도 박 후보에게 ‘아이패드 가방’ 사건 등 악재가 터질 때 SNS에서 끊임없이 역공을 취한 것이 주효하기도 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야권은 2002년 대선 승리 당시 공식의 연장선으로 인터넷과 SNS을 이용해 젊은 유권자들에게만 집중했을 뿐 사각지대에 있는 5060세대에 대한 전략과 정책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같은 지적은 이미 지난 4월 총선 때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한 언론 기고에서 “양극화를 얘기하면서 스스로 특정집단을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등 자신들의 정책이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배제하지 않는지, 그렇다면 어떤 보완책이나 대안이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을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SNS는 여전히 야권 득표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5060세대도 전통 매체에 좌우됐다기보다는 역사적 향수, 생활적 불안감 등 미디어 외적으로 표심을 결정했다고 봐야한다”며 “SNS에 대한 과소평가, 전통 매체에 대한 과잉평가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