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캐치프레이즈로 내놓은 '여성 대통령'이 실제 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40~50대 여성을 중심으로 박 당선인의 승리를 견인한 주요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남성은 문재인, 여성은 박근혜 선호 = 내일신문이 지난 19일 전국 360개 투표소에서 8만6000여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3사 출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남성의 경우 박근혜 49.1%, 문재인 49.8%였다.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앞선 결과다. 반면 여성 유권자에서는 박근혜 51.1%, 문재인 47.9%로 박 당선인이 3.2%p 격차로 우위를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 사이에 격차를 고려한다고 해도 여성의 '박근혜 쏠림현상'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한국갤럽의 대선결과 예측조사(2000명 대상 전화면접)에서도 박 대 문 지지율은 남성의 경우 '47.9% 대 51.6%'로 문 후보가 앞섰지만, 여성에서는 '52.3% 대 47.4%'로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게임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11월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서울여자
대학교에서 열린 걸투(Girl Two) 콘서트에 참석,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과
방송인 박정숙씨(왼쪽), 학생들과 손병호 게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결국 박 당선인의 3.6% 차이 승리에는 40~50대 여성의 지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민주당의 비난으로 여성대통령 더 부각" = 10월 처음 등장할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여성대통령'이 대선 승리의 견인차가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40~50대 여성들이 '여성대통령' 자체를 '변화'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일 내놓고 있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운동권 출신으로 진보적 성향을 가진 40대 후반 여성 지인이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성대통령론의 힘을 실감했다"며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 자체를 변화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한 거부감이 여성대통령을 부각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네거티브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여성대통령이라는 구호가 포지티브한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대통령을 두고 '비아냥'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던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40~50대 여성들의 '박근혜 쏠림'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후보에게 여성성이 있느냐"고 비판했던 민주당은 오히려 선거운동 초기 '대한민국 남자'같은 남성우월적 구호를 내놓다 호된 비난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여성대통령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며 "민주당의 비난이 여성대통령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지지율은 갉아먹는 효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