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대선 ‘상식’이 깨졌다 … 왜?

  • 2012-12-21
  • 엄경용기자 (내일신문)
야권텃밭 경기·인천이 등돌렸다

투표율은 높았는데 여권이 웃었다

2030세대, 야권만 찍은 게 아니었다

 

18대 대선 결과는 선거상식을 깬 대목이 많이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야권 우위였던 경기와 인천이 박근혜 당선인을 더 지지했다. 투표율이 높아졌지만 야권에 유리하지 않았다. 2030세대 일부에서도 박 당선인 지지가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①경제불안감이 표심 흔들어 = 경기와 인천은 역대 선거에서 야권 손을 들어줬다. 1997년 김대중, 2002년 노무현 당시 후보는 이곳에서 이회창 후보를 제쳤다. 이 표차를 바탕으로 영남의 열세를 넘어섰다. 하지만 18대 대선에서 경기와 인천은 박 당선인을 선택했다. 박 당선인은 경기에서 50.4%를 얻어 문재인 전 후보(49.2%)를 제쳤다. 인천에선 51.6%를 기록해 문 전 후보(48.0%)를 3.6%P 앞섰다. 박 당선인은 경기와 인천의 우세를 앞세워 서울의 약세를 극복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와 인천의 이변을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경기와 인천은 최근 집값이 폭락했고 가계부채가 급증한 대표적인 곳이다. 임금노동자가 많은 탓에 고용불안도 높고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이재환 모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경기와 인천은 임금노동자가 어느 지역보다 많이 사는 곳"이라고 전제한 뒤 "역대선거에서 이들은 정치적으로 필요성을 느끼면 표를 몰아주곤 했는데, 이번 선거에선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불안하다고 느끼면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민주당이) 몰락한 중산층에 대한 대안 패러다임을 제공해야 할 그 중요한 시간을 야권단일화 타령하느라 허비했다"며 "경기도(패배)가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원적지 영향력이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과거 수도권 유권자들은 원적지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게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선 확실 방송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18대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 KT 외벽에 투표 종료 후 방송 3사(KBS·MBC·SBS)의 개표방송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후보의 '당선 확실'이 발표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②2030세대보다 50대가 더 나와 = 이번 대선을 앞두고 투표율이 높아지면 야권이 유리할 것으로 봤다. 선거 전날만해도 다수 전문가는 "72%를 넘으면 야권이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2030대 투표율이 높아질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었다. 실제 투표율은 75.8%까지 치솟았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문 전 후보가 쉽게 당선됐어야 하는 수치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2030세대 투표율은 높았다. 방송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는 65.2%, 30대는 72.5%가 투표했다. 하지만 50대가 더 많이 나왔다. 50대 투표율은 무려 89.9%였다.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한 것. 50대의 62.5%가 박 당선인을 찍었다. 더욱이 50대 유권자 자체가 많았다. 2002년 대선 당시 50대 비중은 12.9%에 불과했지만 2120년 대선에선 무려 19.2%에 달했다. 결국 야권 성향이 강한 2030대가 많이 투표했지만 여권을 선호하면서 애당초 숫자가 많은 50대가 더 투표하면서 투표율이 상승해도 박 당선인이 탄생하는 결과를 불렀다는 해석이다.

 

윤희웅 실장은"2030세대의 분노 결집이 컸지만 5060대의 참여와 결집은 더 강했다"며 "야권이 변화된 유권자 지형과 흐름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투표율만 가지고 (결과를) 예상했는데 세대별 지지율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세대별 지지율은) 고정시키고 투표율만 가지고 이야기하니 (예상이) 틀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③캥거루족의 표심 흔들렸다 = 2030세대와 40대초반은 야권 성향이 강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투표현장을 지켜본 이들은 2030세대와 40대초반에서도 미묘한 흐름이 감지됐다고 말한다. 2030세대와 40대초반 유권자 가운데 6070세대 부모의 손을 잡고 투표장에 나온 경우가 많았다는 것. 엄경영 디오피니언 부소장은 "부모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젊은층이 유독 많았다"며 "청년실업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부모에 의존하는 2030대는 부모의 표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3040대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6070대 부모가 자식의 표심에 영향받는다는 분석을 거꾸로 대입한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3040대 '캥거루족'은 전국 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