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일 이명박 정부를 재차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강원 강릉 유세에서 “선거철이면 민생을 살리겠다, 서민을 챙기겠다고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약속한 일들만 다 실천하고 국민의 삶을 최고의 가치로 뒀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이 정부도 양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놓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차단하기 위해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이어간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밤 첫 대선 방송연설에서도 “대통령이 된다면 이념투쟁에 빠져서 민생을 외면하거나, 성장에 집중하다가 민생에는 실패하는 잘못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엔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제민주화는 강력해 보여도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저의 경제민주화는 당장 실현이 가능하고, 파괴력이 가장 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의 여론 흐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새누리당으로의 정권재창출’에 대한 지지보다 높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답변은 54%에 달했고, 지난달 24~25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정권교체 응답은 48.6%로 정권재창출 42.3%보다 높게 나왔다.
하지만 지지 후보를 묻는 조사에서는 박 후보 지지율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보다 높다.
보통 박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3~4%포인트 높고,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결과도 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과는 별도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은 것이다.
이는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세종시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이 대통령과 대립하며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가 정권심판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를 점하면서 야당의 ‘이명박근혜’ 구호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대변인은 “박 후보가 여권 내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에 지난 5년간 야당이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2007년 대선 패배 후 제대로 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거론된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변화 욕구가 반영된 것임에도, 민주당은 단일화 자체에만 매달린 채 이 같은 민심을 담아내지 못했다.
중도·부동층이 많은 안 전 후보 지지자들 가운데 여야 동시심판론과 순수 정권심판론이 38.7%, 37.5%로 비슷하다는 분석 결과(동아시아연구원)가 나오는 데에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동아시아연구원 정한울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새누리당은 4·11 총선 때 당명도 바꾸고 정책 포지션도 재설정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줬지만 야당은 자기 쇄신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유권자들이 정권심판론뿐만 아니라 야당에 대한 심판론도 상당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