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뒤 여야 모두 부동층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부동층은 27일 현재 10~20%대다.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5~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부동층이 급증한 것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에 따른 결과다. 오차범위 내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부동층 규모는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어 여야가 부동층 잡기 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안 전 후보 지지층의 절반가량만 문 후보를 지지하고 약 20~30%는 박 후보로 옮겨갔다. 나머지가 부동층으로 돌아선 셈이다. 이들은 ‘반박근혜·비문재인’ 성향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의 실제 투표율이 판세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부동층의 성격이 기존과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기존 대선의 부동층은 정치적 무관심층이 많았지만 18대 대선의 경우는 기성 정치에 실망한, 개혁적인 적극적 유권자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17대 대선 당시 부동층은 ‘진영 대결에 싫증을 느낀 40대’가 대다수였다면 이번에는 ‘독자적 가치와 신념을 중시하는 2030세대’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쇄신 경쟁’을 벌이며 부동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안 전 후보의 사퇴를 결정적인 반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야권 지지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일부는 박 후보 측으로도 편입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상당 부분이 새누리당으로서는 약한 지지를 받고 있는 20~40대 젊은층이라는 점도 유리한 대목이다. 박 후보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는 “이재오·나경원·원희룡 전 의원 등 수도권 젊은층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사들을 유세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지지층 껴안기에 주력하고 있다. 문 후보가 직접 안 전 후보를 정중하게 예우하고 안 전 후보 지지자들의 상심을 위로하는 전략을 짰다. 문 후보 선대위의 고위 관계자는 “안 전 후보의 정치쇄신 의제를 실천하는 진정성을 보일 때 부동층으로 남은 안 전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