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실패한 정권의 족쇄
안철수, 변화 밀고갈 뒷심부족
대선이 3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선판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때 대세론을 이끌었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지율 45% 안팎에서 주춤거리고, 야권후보 단일화도 정국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자력'이 아니라 '어부지리'가 승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선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았다. 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았고,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했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 이전과 이후의 변화가 크지 않다. 열기도 뜨겁지 않고,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야권 내부에서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논의중단을 선언하면서 '그저 그런' 이벤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실제 한국갤럽 일일여론조사에서 빅3 후보의 지지율은 문재인-안철수 단독회동이 있었던 지난 6일과 현재 사이에 큰 변동이 없다. 박-안 양자구도는 6일과 14일 조사 모두 '46% 대 46%'였고, 박-문 양자는 '48% 대 44%'에서 '45 대 46%'로 소폭 변동만 보였다.
박 후보도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40~48% 사이에서 움직이며 빅3 후보 중에서 가장 견고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뿐이다.
문제는 빅3 후보 모두 자신들의 한계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박스권에서 맴도는 지지율을 극복하고 대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 후보에게 '보수'는 지지기반이면서 한계다. '보수대결집'을 통해 인혁당과 정수장학회의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역으로 중도층과 거리가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와 진보가 대거 투표를 포기하거나 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아야 한다"며 "박 후보의 '보수유턴'은 1997년과 2002년 이회창 후보의 실패를 연상시키는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에게는 '친노세력'과 '참여정부의 실패'가 그림자다. '통큰 양보'를 보여주면서 '개인 문재인'의 지지는 높이고 있지만 '세력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고 해도 '문재인 대 박근혜'가 아니라 '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가 되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과거의 족쇄를 벗기 위해서는 성찰과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현재의 안 후보를 만든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숙명이다.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단일화 논의 중단선언은 안 후보에게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유권자들에게는 '몽니'로 비칠 수 있다"며 "감동과는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야권후보 단일화를 제외하고 빅3 후보 모두 자력으로 승리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대로라면 대선의 승패는 '실수'가 가를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