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단일화를 넘어라 … 박근혜 ‘일제반격’

  • 2012-11-15
  • 허신열기자 (내일신문)
검증-쇄신-민생 '삼각편대' 총동원 … 성공 여부는 '미지수'

 

야권후보 단일화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일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야권 후보에 대한 검증과 정치쇄신 제안, 민생행보 등 총동원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14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근무했던 법무법인 부산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70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본부장은 "따낸 일감은 채권추심회사들이 신용불량자들 5만명에 대해 10년 동안 채권추심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신용불량자 채권소멸 시효 연장' 소송의 대가"라며 "(문 후보는) 신불자들을 끝없는 빚독촉이라는 고난에 처하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공격했다.

 

 

새누리 공세강화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문재인 후보 법무법인

부산 뇌물 70억 수수 의혹 진상규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김 본부장에 이어 이한구 원내대표는 즉각 '진상규명 회의'를 소집해 공세에 가세했고, '문재인 후보, 서민착취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추가공세를 펼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박 후보 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전현직 국회의원 6명이 참여했다.

 

안대희 "기득권 내려놓을 준비됐다" 압박 =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사흘 연속 기자회견을 열며 야권 후보들을 압박했다. 앞서 제안한 '정치쇄신실천기구' 구성에 대해 14일에는 "새누리당은 기존에 발표된 안이 아니라도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용할 것"이라며 "이번 주에 실무회담을 개최하되 야권에 시간과 장소, 형식 등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의 '새정치' 논의를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일 뿐이라고 몰아세우는 한편 진짜 정치쇄신을 추진할 인물은 박 후보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화법이다.

 

안 위원장은 특히 실무협상단 명단까지 공개하면서 "우리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다. 다른 후보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건 없는 예비회담에 응해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는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호남에서 대선기간 중 첫 '1박2일' 일정을 소화한 그는 14일 충청지역을 찾아 민심을 청취했다. 청주 육거리시장에서는 노점상 할머니에게 브로콜리와 고구마를, 성서동 상가에서는 "옛날에 많이 먹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난다"며 구운 쥐포 한 마리를 구입하는 등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상인과의 오찬에서 "전통시장은 바로 일반 국민이 느끼는 경기의 체온계"라며 "(지원)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민정책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강조했다. 15일에는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전국보육인대회'와 건국대에서 진행되는 '한국대학생포럼 토크콘서트'에 참석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이 총동원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단일화 국면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잠정 논의중단 선언으로 단일화가 삐걱대고 있지만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부산법무법인 의혹제기에 문재인측 "흑색선전" = 문재인 후보를 향한 검증의 칼날은 '네거티브 집단'이라는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미 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대변인은 "문 후보는 법무법인 부산이 사건을 수임했을 당시엔 이미 소속 변호사직을 퇴임한 상태였고, 그 사건의 수임, 진행 과정, 이익배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주장하는 건 흑색선전"이라고 역공을 펼쳤다.

 

정재성 법무법인 부산 대표변호사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후보는 민정수석 재직 당시 휴직계를 낸 상태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아니었다"며 "원래 부산저축은행이 법무법인 국제에 맡긴 소송인데 양이 너무 많아 절반을 넘겨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 대가로 사건을 수임했다면 한 건에 거액의 소송을 맡지, 몇 년에 걸쳐 수만 건의 번거로운 일을 수행하는 소송을 맡았겠느냐"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법무법인 부산은 이미 몇 차례 언론에 오르내린 건"이라며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나가다간 '양치기 소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쇄신 압박도 비슷하다. 안대희 위원장이 한광옥 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과정에서 한차례 상처를 입은 데다, 이인제 대표가 이끌던 선진통일당과의 합당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여전히 많은 수의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쇄신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쇄신 압박이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박 후보의 민생행보는 최근의 '보수U턴' 흐름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의 갈등이 경제민주화 포기로, 경제위기와 성장에 대한 강조가 '반서민'으로 비춰지게 되면 민생행보의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현재 모습대로라면 박 후보가 단일화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보수대결집과 투표율 하락, 상대의 대형 실수"라며 "자력 승리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