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새누리당 지지자 역선택 효과는 미미…호남의 친노에 대한 실망은 실재한다

  • 2012-11-08
  • 한윤형기자 (미디어스)
단일화를 둘러싼 여론동향에 대한 몇 가지 분석

 

▲ 후보 단일화 회동 이후 서로에게 먼저 나갈 것을 권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뉴스1

 

지난 7일 수요일 오전 10시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회는 “단일화와 언론토론회”에 대한 정세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발제를 통해 단일화를 둘러싼 여론동향에 대해 몇 가지 시사점이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한울 부소장은 EAI와 한국리서치 정기여론바로미터조사를 바탕으로 상세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현재 단일후보 선호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문:43% / 안:38.4%). 새누리당 지지층 제외시 선호후보 역시 문재인이 앞섰다(문:46.2% / 안:40.9%). 그런데 지지성향별로 분석을 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문재인 선호와 무당파 층에서의 안철수 선호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무당파 층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이 박빙이었는데, 10월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에선 문재인이 20% 가량 앞서고(문:56.2% / 안:36.4%) 무당파 층에선 안철수가 24%가량 앞서는 것으로(문:20.7% / 안:44.9%) 유권자 성향별 단일후보 선택의 균열의 강화 현상이 뚜렷했다. 이는 양 후보의 지지율이 쉽게 한쪽으로 쏠리지 않을 것을 보여주는 한편,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지지후보 차이로 인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유발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해석된다.

 

정부소장은 안철수 캠프가 후보의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제시한 새누리당 지지층의 전략적 투표인 ‘역선택’의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기본적으로 전략적 투표라는 것이 굉장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발제자료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 중에서 안철수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본 이들의 60%가 실제로 야권 단일후보로 안철수를 선호했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본 이들의 81.3%가 실제로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을 선호했다. 당선가능성이 낮은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호하는 것을 모두 전략적 투표로 볼 수는 없지만 그 비율을 보더라도 안철수 당선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의 문재인 지지는 18.3%, 문재인 당선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의 안철수 지지는 6.3%에 불과했다. 새누리당 지지층 내에서의 문재인 선호는 양측의 당선가능성을 비슷하다고 보는 층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문:56.7%, 안:16.4%).

 

정부소장은 “새누리당 지지층이 안철수 후보를 무섭게 여겨 문재인 후보를 더 지지한다기 보다는, 그들의 판단기준으로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문재인 후보를 더 선호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새누리당 지지층의 선택을 제외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는 있겠지만, 새누리당 지지자의 역선택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설명할 정도의 변수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 사람의 지지율은 10월 27일자의 3자대결 구도에서 박근혜가 36.2%, 안철수가 29.4%, 문재인이 23.1%가 나오는 등 일정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는 사람들이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문재인에 더 기대를 걸지만 단일후보로서의 경쟁력은 안철수에게 더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안철수로 단일화 시 문 지지자의 86.6%가 양자대결에서 안철수를 지지하지만, 문재인으로 단일화 시 안 지지자의 79.5%만이 양자대결에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정 때문이다. 문재인을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층이 안철수를 선호하는 무당파 층보다 야권단일후보로의 지지전이의 효과가 높기 때문에 후보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양자구도 선거에서 유리한 후보는 안철수가 되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10월 27일자 양자 가상대결 지지율에서 안철수는 51.8%를 얻는 반면 (박근혜는 42%) 문재인은 47.5% 밖에 얻지 못하는 (박근혜는 43.8%) 상황이 벌어진다. 야권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문재인이 앞서고 단일후보 경쟁력에서는 안철수가 앞서는 현실은 많은 지지자들을 고뇌하게 할 것이다.

 

문재인 지지자 중 안철수를 비토하는 유형과 안철수 지지자 중 문재인을 비토하는 유형을 지지정당, 이념성향, 세대, 지역별로 분류해서 평가한 결과도 흥미롭다. 정부소장은 발제에서 “민주당 지지층과 40대에서만 문재인지지-비안철수 유형이 높았을 뿐 나머지 전 계층에서 안철수지지-비문재인 유형이 높았다”고 설명한다. 안지지-비문 유형이 특히 많은 유형은 지지정당으로는 무당파(23.9%), 세대로는 20대(15.1%)와 30대(16.0%), 지역으로는 호남(18.5%)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문재인 선호와 결부시켜 보면 호남이 문재인 비토가 많은 지역이란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신인이고 문재인 후보는 정치적 경험은 많지 않을지언정 이전부터 존재했던 세력에 기대고 있다. ‘신상’이 ‘중고’보다 두루 호감을 주고 안티가 더 적다는 건 납득할 만한 일이다. 대신 ‘중고’는 적극적 지지층이 더 많다. ‘안철수 후원금’보다 ‘문재인 펀드’의 규모가 압도적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이 전반적으로 문재인을 더 선호하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비토층이 많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호남이 친노세력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있다’라는 가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말이란 점을 입증하는 자료로도 볼 수 있다. 문재인 후보 측이 전략적으로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