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선의 최대 이슈는 단연 야권의 단일화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주자가 6일 단일화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다른 이슈들은 대부분 관심 밖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 단일후보의 파괴력은 박근혜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가 자칫 대선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으로 치닫게 될 경우 적잖은 후유증을 동반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8일 단일화 논의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현재까지 단일화는 야권승리의 필요조건은 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면서 "단일화를 득표전략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실질적인 표의 확장성에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정치퇴행이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일화 전략이 정당의 정체성과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측면에 대한 점검과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소장은 단일화의 성공 기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단일화의 명분은 정치개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선거승리를 위한 공학 이상이 아니었다는 점은 그동안 선거연합이 유지된 기간을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1996년도 내각제를 매개로 추진된 DJP 연합은 2년간 지속된 후 공동정부를 유지하지 못한 채 파산했고, 내각제 합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 2002년 대선에서의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는 선거 전날 파기된 바 있다.
정 부소장은 이를 근거로 승자 독식 구조와 패자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념과 가치, 정당의 역사적 뿌리에서 이질적 결합이었다는 한계점을 보여줌과 동시에 대통령중심제 권력 구조 하에서 집권 후 선거 전 합의를 강제할 제도나 수단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에서 단일화 패자의 경우 안정적인 연합정부의 유지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승리한 진영은 집권이후 권력기반의 안정화, 재집권 전략 차원에서의 지지기반 확장의 필요성 때문에 끝까지 권력분점을 유지하기 보다는 흡수하거나 배제하는 전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필연적으로 집권세력의 내분, 분당으로 이어져 집권세력을 위축시키고 심각한 정치 불신과 지지층 이탈을 가져오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출범직후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이 대표적인 경우라는 설명이다.
정 부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의 명분과 기준 역시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권교체를 바라는 모든 세력의 연대를 주장해 오던 것에서 안철수-문재인으루 국한된 이유와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이 논의과정에서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선거승리, 득표에 부담이 되는 세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정치개혁, 정치쇄신이라는 단일화 명분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