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문가 기고] 박근혜 대세론은 ‘착시현상’ 한시라도 변화 멈추면 ‘패배’

  • 2012-10-09
  • 정한울 (내일신문)
정한울/동아시아연구원/여론분석센터 부소장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사이 안철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박근혜 위기론이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당무거부 파동까지 거치면서 내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문재인 후보에 앞자리를 내줬다. '대세론'이 꼬리를 감췄다. 여야 막론하고 여론조사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일상화된 한국정치문화라 낯설지 않지만, 현재의 여론은 심상치 않다.

 

첫째, 무엇보다 지난 4·11총선 이후 진보층은 안철수 현상을 중심으로 결집도를 높여온 반면 박근혜 후보의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보수,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추세를 보여 왔다.

 

복지·경제민주화를 내세운 탈보수 노선에 대한 반발이었을 뿐 아니라 친이-친박의 내분, 측근관리,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1 대 1 가상대결 기준으로 각 정당의 지지층이 자기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결집도에서 4·11 총선 직후만 해도 박근혜 후보가 우위였지만, 현재 민주당이 많이 따라왔다. 보수층에서의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60%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진보층에서의 안철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70%대를 상회한다.

 

둘째, 지지층 충성도에서의 우위도 약화됐다. 각 후보 지지층 대상으로 앞으로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는가 물어본 결과 문재인 지지층의 43.0%, 안철수 지지층의 34.8%가 지지후보를 바꾸겠다고 한 반면 박근혜 지지층에서는 19.2%가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근 20%가 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문, 안 후보 지지층에 비해 박 후보 지지층이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문재인, 안철수 후보 각 지지층에서의 지지후보 변경은 후보단일화를 염두에 둔 응답이다. 1 대 1 대결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85.1%는 박근혜 대 안철수 후보 대결시 안철수 후보 지지로 흡수되고, 반대로 안철수 후보 지지자의 79.5% 정도는 문재인 후보 지지로 이어진다. 단일화 시 이탈율이 15~20%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박근혜 후보 지지층에서의 이탈 가능응답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 후보 1 대 1 대결시 각 후보 지지자 중 적극적 투표의사층 규모는 1~2% 로 큰 차이 없다.

 

셋째, 비토여론의 강도가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번 조사에서 절대 당선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꼽게 한 결과 박근혜 후보를 꼽은 응답이 27.9%로 가장 높았다.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가 8월에 실시한 대선패널조사에서 20.8% 수준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두 달 새 박 후보에 대한 비토여론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반박(反朴)' 반대여론에 직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후보의 핸디캡이다. 안철수 후보 비토층도 11.1%에서 17.0%로 늘어 박 후보 측에서는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문재인 후보의 경우 비토여론이 4.3%에서 4.6%로 거의 변화가 없어 어부지리를 누리며 지지율 상승을 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듯 박근혜 캠프에서는 '박근혜 후보 빼고 다 바꾸라'는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측근의 2선 후퇴보다 박근혜가 퇴색한 것이 가장 큰 책임일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보수정당의 후보가 보수의 전통적 무기 '안정희구 심리'가 아닌 "변화와 개혁"를 내걸고 치뤄야 하는 선거다. 참여정부 말기의 정권심판론보다 높은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있으며 체감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됐다. 양극화 심화 및 사회적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집권당에게 '비즈니스 프렌들리-성장우선 개발독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책임에 대한 반성과 쇄신을 요구한다.

 

불과 몇 달 전 4·11 총선에서 100석 의석도 쉽지 않다고 당명개정과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정강·정책 개정, 일관된 자성과 자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다름 아닌 박 후보 자신이다. 본인의 말대로 4·11 총선에서의 한번의 기회를 더 얻었다. 대세론은 이를 과대평가한 박근혜 캠프와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반박 캠페인에 매몰되었던 야당이 만든 합작품이다.

 

그러나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부동층이 없다는 일각의 잘못된 평가와 달리 이번 대선은 유동성이 큰 선거다. 미결정층은 적을 수 있어도 자기쇄신을 게을리 하면 어느 후보도 안정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강한 정치불신의 토대위에서 진행되는 선거다. 대세론은 근본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선거다.

 

특히 그동안 안정론에 의지해온 보수정당의 후보인 박근혜 후보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박근혜 후보 자신의 '변화 의지'를 다시 가다듬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