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창간19주년 특별기획 - 2012대선, 숨겨진 2% 찾기 ①] 대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 2012-10-09
  • 허신열기자 (내일신문)
유권자 34.8% "지지후보 바꿀 수 있다" … 15~20% 규모 '여야교체 부동층'이 승부처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공동조사

 

대통령선거가 불과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계는 '제로(0)'다. 대선후보 지지율 합계가 90%를 넘어서는 여론조사 발표가 이어지면서 과거 어느 선거보다 부동층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 '현재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대선 때까지 계속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61.0%에 불과했다. 34.8%는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지지후보 없음'이라고 응답하는 전통적 의미의 '미결정 부동층'은 크게 줄어든 반면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는 '후보교체 부동층'이 당락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내일신문이 창간19주년을 맞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선후보 다자대결 지지율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36.9%,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19.9%, 안철수 무소속 후보 28.6%로 나타났다. 박근혜-문재인은 41.1% 대 45.2%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했고,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각각 40.8% 대 48.3%로 안 후보가 앞섰다.

 

위의 결과만 놓고 분석하면 이번 대선의 '추(錘)'는 야권 쪽으로 기운 듯하다. 다자대결에서 문·안 후보 지지율 합계(48.5%)가 박 후보(36.9%)를 크게 앞서는데다 양자대결에서도 야권 후보가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 지지율을 '후보교체 부동층'의 비율과 교차분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자대결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의사를 밝힌 유권자 중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19.5%나 된다. 이들이 야권 후보를 지지하거나, 기권하게 되면 '선거의 여왕'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문·안 후보도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후보교체 응답자' 대부분이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답변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탈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안철수 지지자의 79.5%는 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문재인 지지자의 85.1%가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거꾸로 보면 문재인·안철수 지지자의 14.9~20.5%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박 후보 혹은 기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과거 부동층이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면 이런 의미의 '미결정 부동층'은 크게 줄어들었다"며 "지지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약한 '후보교체 부동층'을 붙잡기 위한 선거전략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흔들리는 또다른 요인은 후보 만족도가 낮다는 점이다. 현재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만족도를 0~10점으로 답해달라는 질문에 평균 응답점수는 7.5점에 불과했다. 8점 이상을 준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인 50.7%였지만 5점 이하의 낙제점을 준 응답자도 12.8%나 됐다. 특히 5점 이하 응답자 비율은 문재인 후보가 15.7%로 가장 높았고 박근혜 9.5%, 안철수 6.7% 순이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불만족이 더 커지거나 당선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언제라도 이탈할 수 있는 유권자가 이 정도 규모라는 뜻이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 대선 흐름의 키워드는 '불안'"이라며 "조만간 승부가 결정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대선에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