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이자 인물은 누가 뭐라 해도 '안철수'이다. 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원장(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자칫 싱거울 뻔했던 승부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정치학 박사·사진)이 발표한 보고서 <안철수 현상의 진화? 안철수 바람의 연속성과 차별성>은 '안풍'의 성격과 향후 추이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와 분석을 제공한다.
흔히 안철수의 주요 지지기반을 이념적 진보층·야권 지지층으로 인식하지만 이는 반쪽의 진실만 담고 있는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등에 업은 안철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총선 즈음까지 중도·무당파층에서도 박근혜에 상당한 우위를 보였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의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의 최종 승패를 가를 중도층(4월, 54.1% 대 41.6%)과 무당파층(4월, 62.4% 대 28.6%)에서 최대 12~34%p까지 격차를 벌렸다.
중도·무당파층 이탈과 안철수의 딜레마
반면 진보층(56.3%→74.7%)과 민주당 지지층(68.9%→84.8%)에서는 지난해 9월보다 큰 폭 상승함으로써 최근 '안철수 바람'의 진원이 어디인지 확인시켰다. 7월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직전 5~6월에 비해 하락(문재인)하거나 정체(손학규·김두관)를 보였음은 물론이다.
정한울 부소장이 안풍 제1기(2011.9~2012.총선)와 구분해, 총선 이후 제2기와 '차별성'을 언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불신과 경제불만·미래불안 여론이 안풍의 근원이라는 점에서는 '연속성'을 가지지만, 중도·무당파층 그리고 보수층에서 확장력이 약화된 것은 1기와 적지 않은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여론 변화의 주요 배경엔 서울시장 선거 이후 강화된 안철수의 친야 행보가 있었다. 정 부소장은 "안철수의 친야 행보는 독자 출마시 승산이 약해지는 현실적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높은 정권심판론에도 현 민주통합당을 대안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야당 지지층의 급격한 결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보수층의 위기감을 자극해 박근혜에 대한 결집을 이끌어냈고, 또 여야, 진보·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무당파층에게는 일정한 거리감을 강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보수층의 결집 역시 지표상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박근혜는 지난해 9월과 비교해 보수층(53.5%→64.1%)과 새누리당 지지층(74.7%→81.0%)에서 지지세를 크게 확장했다. 안철수 등장 이후 박근혜의 경쟁력에 회의가 일었던 게 사실이나, 이후 당명 개정과 경제민주화 정책 강화, 4·11 총선 승리 등을 이끌면서 이탈하던 보수층을 다시 복원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한울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안철수 현상을 떠받치는 정치적 힘, 즉 새정치의 기대라는 측면을 기준으로 보면 중간지대에 기반하면서 제3의 길을 실험하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에도, 득표전략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 이분법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탈진영론적 사고와 그러한 정책 프로그램, 현재의 야당·진보에 대한 균형 잡힌 비판이 필요한데, 여야에 맞서 정치투쟁을 펼쳐나갈 세력과 조직이 취약한 게 안철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힐링캠프〉 출연 후에도 '출마 반대' 많아
안철수의 딜레마이자 한계는 '출마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데서도 확인된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책 출간과 <힐링캠프> 출연 직전(6월, 39.3%)보다 이후(7월, 44.3%)가 오히려 출마반대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안철수 지지층에서도 36.4%가 출마를 반대하거나 입장을 유보하고 있었다.
주원인은 역시 정치 경험과 정치세력 부족에 대한 우려였다. 7월 여론조사에서 민심의 절반 이상(56.3%)이 "국정운영은 혼자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염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철수 지지층에서도 41.5%가 염려된다거나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에서도 50%가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안철수의 성공 여부는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이미지와 평판을 정치인 안철수, 대통령 안철수에 대한 정치적 신뢰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게 정한울 부소장의 최종 결론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매월 실시한 것으로, 지역·성·연령에 비례할당 후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했다. 유선전화·무선전화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9.1%, 신뢰수준은 95%,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3.5%p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