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12년 대선 D-6개월, 변수 총점검 | ⑫ 투표율] ‘378만명의 귀환’<대선투표율 63% 가정, 추가투표 예상자> … 유리할 것 없는 박근혜

  • 2012-07-03
  • 허신열기자 (내일신문)
역대선거 투표율, 총선보다 대선이 높아 … 2040세대·빈곤층에서 상승여력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530만표 격차로 승리했다. 11차례 직선제 대선 사상 최대 표차였다. 하지만 득표로만 따지만 이 대통령이 얻은 1149만표는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전 후보가 받은 1144만표보다 불과 5만표 많을 뿐이다. 오히려 2002년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1201만표)보다 52만표나 적게 받았다. 70.8%였던 투표율이 63.0%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통상 총선은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역대 가장 낮았던 2007년 대선 투표율도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 54.2%보다 10%p 가량 높다.

 

연말 대선 투표율이 2007년 대선과 같다고 가정하면 4·11총선보다 대략 378만명이 투표장으로 더 나오게 된다.

 

지역구를 기준으로 한 19대 총선 총득표는 새누리당(933만표)이 야권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945만표)보다 적다. 대선에서 추가로 투표장에 나오는 378만명의 여야 지지율이 '50 대 50'으로 갈린다고 해도 범야권 후보가 승리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투표불참자, 야당 보다 여당에 더 거부감 = 단순하게 보자면 총선에서는 기권했지만 대선에서 투표할 378만명은 '투표율 상승 여력'을 갖고 있는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미 투표율 높은 5060세대와 부유층 보다는 투표율이 낮으면서 인구비중도 높은 2040세대와 빈곤층에서 신규 참여자가 늘어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여권에게 좋을 게 없다.

 

실제 18대 총선에 비해 19대의 투표율 상승폭은 50대(2.1%p)와 60대(3.1%p)가 가장 적었던 반면 △20~24세 12.5%p △25~29세 13.7%p △30~34세 10.8%p △35~39세 9.7%p나 됐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18대 국회에서 서울의 48개 의석 중 40개를 차지했지만 19대 총선에서는 16개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서민 거주지' 서울 강북의 투표율이 올라간 것도 19대 총선의 '서울 승부'를 가른 변수였다.

 

특히 378만명의 대선 추가 참여자 예정자들은 총선에서 투표를 포기한 이들이다. 투표불참이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을 표현하는 또다른 정치행위라고 한다면 이들은 기존의 투표 참여자들보다 좀 더 강한 야성(野性)을 지니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은 야당보다는 여당에, 진보나 개혁보다는 보수에 좀 더 큰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명칭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중심으로 정강정책을 전면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장의 전략이 적중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친박계 핵심 의원도 "2002년 총선을 기준으로 하면 박 전 위원장은 지금 1150만표 정도 확보한 수준"이라며 "최종 승리를 위해서는 추가 투표 참여자 중에서 상당수를 흡수해야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승리주역 3040, 4·11에서 기권 = 그렇다고 이들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 표를 던지기 위해 반드시 투표장을 찾을지도 의문이다.

 

야권이 한국사회의 현안을 풀어나갈 능력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다시 '기권'을 선택하거나,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례로 최소 55%, 최대 60%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야권의 대승을 이끌 것으로 예측됐던 19대 총선 투표율이 54.2%에 머문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좀 더 치고 올라갈 듯 보였던 투표율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승리의 '주역'이었던 3040세대에서 막혔다. 30대 전반·후반, 40대의 19대 총선 투표율은 17대 총선에 비해 각각 10.7~13.4%p 줄어들었다. 20대 전반(0.6%p), 후반(5.4%p) 투표율 하락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런 상황이 연말 대선에서도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총선보다는 높다고 하지만 대선 투표율도 지속적인 하락추세였던 만큼 민주당과 야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투표율 상승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야권에서 지지할만한 후보를 찾지 못한 이들이 박근혜 전 위원장을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전직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경험한 유권자들은 아직 진보에게 '유능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부호를 떼지 않았다"며 "지난 총선에서 야권 M&A와 무능만 보여줬을 뿐 이노베이션(혁신)은 보여주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도 "대선 투표율이 10% 높아지면 젊은층이 더 투표에 참여하면서 야권이 유리해 질 것이라는 추론은 합리적이긴 하지만 2% 부족하다"며 "원론적 수준의 분석인 만큼 좀 더 세밀한 정치적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