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12년 대선 D-6개월 변수 총점검 │② 구도] 야권 ‘반박근혜 구도 만들기’ 성공 여부가 대선 승부처

  • 2012-06-19
  • 허신열기자 (내일신문)
총선에서 구태의연한 정권심판론에 기대다 패배

여권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교체' 이미지는 강점

 

4·11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을 얻으며 야권연대(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140석 보다 12석을 더 얻으며 승리했다. 18대 총선에 비해선 적었지만 당초 완패하리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였다. 반면 민주당은 울상을 지었다. 과반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할 정도의 참패였다.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민주당이 패배한 배경엔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오만의 자리가 컸다. 그러면서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를 부정하면서 스스로 신뢰의 위기를 자초했다. 공천 실패와 김용민 막말파문에 대한 대응은 미숙했다.

 

정권심판론에 공감하던 중간층은 고개를 돌렸다. 당초 60%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투표율은 54.3%에 그쳤다.

 

그 사이 새누리당은 당명과 정강·정책, 지도부 구성까지 과감하게 바꾸는 공수양면의 변화를 꾀하며 '정권심판론'이 파고들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보수의 위기에 한번, 한미FTA 폐기와 해적발언에 또한번, 김용판 막말파문에 다시한번 결집했다.

 

2011년까지 각종 선거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MB 대 반MB' 구도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 민주당 패배의 주요한 요인이라면 쇄신과 지지층 결집이 새누리당 승리의 요인이 된 셈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례대표 '약지25'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새누리는 의석, 야권은 득표에서 앞서 = 반면 민주당의 실패와 새누리당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표심은 한쪽으로 몰리지 않았다. 지역구를 기준으로 야권연대 득표수(944만7351표)가 새누리당 총득표(932만4911표) 보다 12만2440표 많았다. 비례대표 득표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과반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득표수에서는 야권에 밀린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힘의 균형'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지금의 균형국면은 어느 세력이 잘해서 힘의 균형을 깨기보다는 상대방이 잘못해서 반사이익 얻는 이런 패턴"이라며 "현재의 힘의 우세는 잠정적인 우세"라고 설명했다.

 

◆총선불참-대선참여 350만명, 누구 선택? = 선거구도 측면에서 '대선 투표율'은 중요 변수다. 연말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였던 2007년 63.0% 수준이라고 해도 54.3%였던 4·11 총선 투표율 보다 10%p 가량 높아지기 때문이다. 10%p에 해당하는 350만명의 표심 공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겨냥한 '반MB 정서'의 부활은 야권이 가장 바라는 카드 중 하나다. 4·11 총선에서는 무기력했지만 'MB 대 반MB' 구도가 '반박근혜'로 이어질 경우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반MB-반새누리-반박' 정서의 결합과 확산은 야권의 최대전략이다. 여기에 '반박 정서'를 확신시키기 위해 '낡은 정치 대 새 정치' '기득권 대 반기득권' 같은 새로운 구도가 제안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 전 위원장이 가진 '여당 속 야당', MB 전횡의 '피해자' 이미지는 최적의 방어무기로 꼽힌다. 지난달 16일 헤럴드경제 여론조사에서 박 위원장의 대통령 당선을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2%에 달할 정도로 MB와 박근혜의 이미지는 분리돼 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야당을 '신뢰하기 힘든 집단', '불안정한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역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다만 경제위기로 인해 부각될 가능성이 있는 정부·여당 공동책임론은 박 전 위원장에게는 악재다.

 

◆야권단일화 기대 낮아진 것은 뼈아파 = 야권단일화 에너지와 기대가 무너진 것은 야권 전체에 뼈아픈 지점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와 안철수 원장의 모호한 태도, 친노에 대한 거부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항하는 단일구도 형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절대강자가 여권에 있는 반면에 야권은 구조적으로 통합되기 어려운, 지지율이 한쪽으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양극화와 조로화(早老化)로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기에 봉착했고 국민들은 불만, 불안, 분노, 울분, 좌절,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며 "내면에 잠자던 정서적 에너지가 대선 국면에서 분출하면 판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