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대 대선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5년 마다 반복되는 일이나 선택의 대가가 큰 단상이다. 정치권이 처한 현 주소가 한껏 심각한 게 반증한다. 기성정치권을 향한 민의의 점수는 정도의 차이 속에 거의 ‘F’에 근접한다.
민의의 자성·혁신요구 속에 격변기를 맞은 정치권은 재 선택을 받기위한 ‘메이크업’에 열중이다. 좌초직전인 여당은 ‘박근혜 구명정’이 공식 출항하는 가운데 쇄신을 통한 ‘어게인 2012’를 노리고 있다. 야권은 민주통합당이 공식출범하면서 야 권대선후보단일화가 최대 관건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권만의 논리에 불과하다. 국민-정치 간 지속된 ‘동상이몽’ 속에 형식적 단상으로 전락한 ‘헌법 제1조’의 실질의미를 되찾기 위한 국민적 기류가 사뭇 심상찮다. 차기 대통령 요건으론 국민 개개인 행복을 중대 가치로 여기며 국가·국민을 진심으로 위한 채 존경받는 품격 높은 신뢰의 인물이 주테마를 차지한다.
또 차기대선화두는 지난 대선에 이어 ‘경제’가 1순위를 차지하면서 계층괴리 및 복지양극화 해소가 뒤를 따른 채 총론을 차지한다. 각론에선 정치권과 민의 모두 사법부 특히 검찰개혁을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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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교수-박근혜 전 대표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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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건 여당의 지난 10·26서울시장보선 패배 후 안 교수가 박 전 대표 지지율을 지속 추월중인 가운데 1천5백억 사재 기부를 분기점으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 있다. 지난 17일 ‘중앙일보-YTN-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선 안 교수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1위를 고수했다.
전국 성인 8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단순지지율 경우 1~2위는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29.2%)와 안 교수(23.3%) 순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안 교수 간 지지율 격차가 지난달 2.5%P에서 5.9%P 차이로 커졌다. 안 교수 지지율이 20.1%(9월)→25.9%(10월)→27.3%(11월)로 최근 3개월간 상승세를 이어가다 이번엔 4%P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1대1 양자대결에선 안 교수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 가운데 ‘안 교수 49.4% vs 박 전 대표 39.4%'로 10%P를 앞섰다. 다만 지난 11월 조사(안 교수 50.1% vs 박 전 대표 38.4%)대비 격차는 다소 줄었다.(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추출법. 집 전화 RDD(임의번호걸기)-컴퓨터이용 면접방식. 최대 허용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5%P)
춤추는 여론과 여론조사의 유동성 등 차기대선구도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내년 4·11총선에서 거둘 여야성적표가 차기구도를 점칠 1차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현 안-박의 양자구도는 지난 ‘02대선 데자뷰’를 보인다. 安風 vs 박근혜대세론의 현 구도는 당시 盧風(노무현 바람) vs 이회창대세론 구도를 연상케 한다. 당시 이 총재는 높은 지지율 속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40%대를 웃도는 선호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던 ‘이회창대세론’을 무너뜨린 건 새천년민주당의 ‘盧風’이었고, 민주진영 지지율이 분산되자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노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막판 파기선언에도 불구 결국 노 후보가 이 후보를 눌렀다. 현재 지속 상승기류를 타는 중인 ‘安風’은 규모 및 지지기반 등에서 당시 ‘盧風’과 흡사하다.
공통분모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을 느낀 2040세대의 절대적 지지다. 9년 전 ‘盧風’의 성공은 2040세대 열망과 참여가 만들어낸 결과산물이었다. 하지만 지난 07대선에서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2040세대가 재차 지난 10·26서울시장보선을 변곡점으로 02대선당시를 재현할 조짐이어서 여권을 긴장케 하고 있다. 핵폭풍 급으로 부상한 ‘安風’의 기반은 2040세대다.
일각에선 2040세대가 내년 12월대선 전초전인 4·11총선에서 표심을 적극분출 후 12·19대선으로 북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정치관련 전문가들은 차기대선에서 안 교수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등 범야권 후보가 박 전 대표 대비 당선전망을 높게 내다봤다. 단 ‘범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전제조건인 가정하에서다.
‘한겨레’는 학자와 정치평론가, 여론조 전문가 등 정치관련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차기구도전망을 조사한 결과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안 교수(7명), 문 이사장(5명), 박 전 대표(3명)를 차례로 꼽혔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당선자를 예측할 수 없다’고 답했다. ‘安風-박근혜대세론’이 양분하고 있는 차기대선 선호구도에서 ‘02대선재현’ 또는 ‘새 역사’가 써질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차기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