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 꺾였다는데… 안 믿겠다는 친박
한나라당 홍준표(왼쪽)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박희만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이 꺾인 상황에서 그를 따르는 '친박(친 박근혜)계'가 계속 악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 지도부 교체와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통한 쇄신 요구를 거부했고, 박 전 대표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뒤지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유령(안철수)' 운운하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간 여론조사는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때만해도 비슷하거나 박 전 대표가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안 원장이 지난 15일 1천500억 원대의 거액기부를 하고나서부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뒤지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지난 달 26일과 28일 각각 실시된 동아시아연구원과 리얼미터 조사에선 안 원장이 각각 11.7%포인트, 15.1%포인트 앞서는 등 사실상 '박근혜 대세론'이 꺾인 상황이다.
박근혜 여론조사서 안철수에 두 자릿수 격차
전문가들, 폐쇄적 정치 스타일 등 지적
친박 "잘못된 조사" 과잉충성에 당 안팎 비난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측근정치'로 분류되는 폐쇄적 정치 행태, 국민과의 소통 부재 등 정치 스타일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최근 불거진 당 쇄신에 대한 대응태도도 애매하다. 그동안 당의 정책쇄신을 강력하게 주문해온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29일 당의 쇄신연찬회에는 정작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홍준표 대표가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을 전제로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힌 것도 박 전 대표 측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후문. 이에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대선가도를 순탄하게 갈려면 현 지도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등의 논리를 펴고 있다.
당이 사실상 박 전 대표가 접수한 상황에서 자신이 직접 쇄신을 주도해야 하지만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박 전 대표가 쇄신대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난 30일 최고위회의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 "낡은 정치에 안주하는 흐름으로 포위됐다"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제 여권에서도 박 전 대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때다. 대변신을 하지 않으면 총선은 물론 대선도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친박계는 아직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과잉충성' 발언으로 비난을 듣고 있다. 현기환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 방송에 출연, 양자대결 여론조사 실시에 대해 "정치판에 나오겠다고 얘기한 적도 없는 유령과 같은 사람과 자꾸 이렇게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 중 하나"라며 '무용론'을 제기했다.
유기준 의원도 쇄신연찬회에서 "천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면 사람보다 잘나올 수밖에 없다"며 안 원장의 지지도를 평가절하 했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뒤지니까 이를 문제삼는 것은 다분히 기회적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앞섰는데, 모두 문제가 있다는 그 자체가 문제"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심지어 "마치 여왕과 신하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