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던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강도를 더해가며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자 여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난 민심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례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전주 보다 1.3%포인트 하락한 29.6%를 보이며 1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6.0%로 전주 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안철수-박근혜 양자대결에서도 안 원장은 52.5% 지지율로 박 전 대표(37.4%)를 15.1% 격차로 앞섰다.
중앙일보와 YTN, 동아시아연구원(EAI)가 지난 2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양자 대결시 안 원장이 50.1%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38.4%)를 11.7% 포인트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원장의 지지율은 42.8%(9월), 47.7%(10월)에 이어 석달째 오름세를 보이는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43.7%(9월), 42.6%(10월)로 정체를 기록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과 무관심”이라며 “때문에 안 원장이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안철수 현상이 무서운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한 수도권 의원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지금처럼 계속 커지면 내년 대선에서 안 원장이 아니라 다른 비정치권 인사가 출마해도 박 전 대표가 힘든 상황”이라며 “‘누가 나와도 정치인보다는 깨끗하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여론도 쏟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 쇄신과 ‘포스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치이슈에는 거리를 두면서 정책 행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치’는 실종됐고 ‘박근혜 정책’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006년 지방선거 중 발생한 테러사건으로 지지율이 최고조에 이른 박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 공세를 펼친 MB(이명박 대통령)에게 추석을 계기로 추월 당한 후 끝내 만회를 못했다”며 “이제 안철수에 추월 당해 온갖 도전과 모색을 할 때인데 아직도 홍(준표 대표) 체제 대안부재 등 부자 몸조심 모드”라고 지적했다.
친박(친박근혜)계 내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에 박 전 대표가 당 쇄신에 나서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박 의원은 "현재의 위기상황에서는 박 전 대표가 깃발을 잡고 지난 2004년처럼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당을 구하는 형태로 가는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그럴 생각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