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에서 중도세력까지 아우르는 제3의 신당 창설이 예고돼 있고, 당 내부에서도 인물 교체 등 쇄신안 마련에 분주하지만 박 전 대표는 복지에 이어 과학, 교육 분야 정책 마련에만 바빠 보인다. 오히려 박 전 대표는 "지금은 정책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지 정치 쇄신은 그다음"이라며 본인이 직접 복지 예산 챙기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민생 분야와 복지 예산 등에 세출 예산 1조원 이상 순증 필요성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와 일자리 창출 등 청`장년층 대책은 물론, 영세 자영업자 등 워킹 푸어 대책에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솔직히 박 전 대표가 신경 쓰는 예산은 친박 진영에서 알아서 챙겨줄 수 있다"며 "지금은 자중지란인 집안 정리에 나서 총선과 대선을 위한 동력 결집에 힘써야 할 때라는 분위기"라고 한나라당 내에서 일고 있는 비판론을 전했다.
당 외부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참여하는 신당 창설에 군불을 지피는 분위기인데 박 전 대표만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목소리다. 박 전 대표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책 세미나를 열고 과학기술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초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 세미나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정책 세미나다.
홍준표 대표가 한미 FTA 기습처리를 성공시켜 단기적으로는 입지를 단단히 했지만 여전히 박 전 대표의 '등판론'은 숙지지 않는 분위기다.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대책위원장 자리 정도는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 지도부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인지 안 교수와의 가상 대권 구도에서도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앙일보와 YTN-동아시아연구원(EAI)이 2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 안 교수는 50.1%의 지지율로 박 전 대표(38.4%)를 양자대결 구도에서 11.7% 포인트 앞섰다. 오차 범위를 넘어선 수치다. 차기 대선 주자들을 한꺼번에 놓는 다자간 구도에서는 박 전 대표(29.8%)가 안 원장(27.3%)을 약간 앞섰지만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 FTA 처리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최루탄이 터졌을 때 비통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자리도 뜨지 않았다면 보수 진영이 결집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