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년 세대차를 하나로 묶은 건 불안이었다
실업·집값·교육·노후 등 세대별 불만은 달라도 해도 안된다는 불안은 같아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와 30대·40대는 박원순 시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30년의 세대 차를 넘어 하나가 된 셈이다. 그들의 불만과 분노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들었고, 20~40대를 잇는 하나의 공통점은 '불안(不安)'이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7일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20~40대의 몰표 현상에 대해 "현 정부는 출범할 때 젊은 세대의 환영을 받고 출발했지만,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은 보여주지 못하고 불안함만 더 커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 유세에 적극 참여했던 금태섭(44) 변호사도 "'이명박이라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의 기초 정도는 만들어 줄지 모른다'고 기대하고 2007년 대선 때 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며 "그런데 자신이 한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고 오히려 부자와 대기업만 밀어주고, 그나마 우리의 불안한 현실을 들어주려는 자세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 20~40대의 분위기였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20~40대의 박원순 지지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아시아연구원이 올 초 세대별 정치사회계층인식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65.4%, 30대의 79.7%, 40대의 64.6%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얻은 20대 69.3%, 30대 75.8%, 40대 66.8%의 득표율 분포와 거의 비슷하다.
20대는 사상 최고 수준의 대학등록금과 청년실업률 속에 "나도 직장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30대는 '삼초땡'(3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 생각해야 한다)이라는 경쟁과 대출금·집값·전세금 문제 등으로 불안하다. 40대 역시 과거에는 '중견(中堅)'이라는 말을 듣던 안정된 세대였지만, 지금은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자녀교육·노후(老後)에 대한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2007년 대선에서 이런 불안을 덜어줄 사람으로 '경제 전문가 이명박', '바닥에서 성공한 이명박'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출범 초부터 '부자들을 위한 정권'이란 이미지를 심어줬고, 끝내 그 딱지를 떼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20~40대 10명 중 7명은 "현 정부가 소수의 이익만 대변한다"(동아시아연구원 조사)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청춘콘서트'로 이들의 이런 불안을 감싸주고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자임했다.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선거본부를 '희망캠프'라고 하고 선거운동은 '경청(傾聽)투어'라고 한 것도 이런 심리를 읽었기 때문이다.
결국 20~40대의 불안 심리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하나의 성향'으로 묶이기 힘든 30년 차이가 나는 세대들을 하나로 만든 것이다. 신세대 문화 트렌드를 연구해 온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는 "통상적으로 30년을 하나로 묶는 세대는 생겨나기 어렵다"며 "하지만 안철수 등 386세대 40대가 20~30대의 불안과 고민을 끌어안아줬고 거기에 이명박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배신감이 더해지면서 이들이 하나로 묶여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