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시장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측과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측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이번 선거전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세대간 대결 주목
선거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이상 뒤지던 나경원 후보측은 전방위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벌였고, 선거 막판 판세는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양 진영이 각각 자기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 모으냐가 관건이다.
선거의 전통적 변수로는 '지역변수'와 '세대변수'가 있다. 영남은 한나라당, 호남은 민주당을 찍는 전통이 지역변수의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고, 호남에서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이 선전하는 등 지역변수는 깨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가 번갈아 가며 당선하는 경향이 있는 수도권에서는 지역변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변수는 세대변수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결국 이번 선거의 승패는 투표율이 가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세대변수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50대 이상 고연령층은 한나라당, 30대 이하 젊은층은 야당 지지성향이 강하다. 그 사이에서 40대의 선택이 선거결과 풍향계의 역할을 하곤 했다. 20~30대 젊은 사람들보다는 50대 이상 장년, 노년층이 투표에 더 적극적이다. 따라서 투표율이 낮으면 중장년 이상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다는 것으로 한나라당에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층이 예년과 달리 투표에 많이 참여해 투표율을 그만큼 끌어 올린 것이기 때문에 야당에 유리하다.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에서도 세대간 지지가 엇갈리는데, 나 후보는 50대 이상으로부터, 박 후보는 30~40대 이하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계급투표 '강남3구'와 비강남권 투표율도 변수
투표율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의 투표율이다. 서울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인 이곳들은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계급투표' 성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강남3구의 투표율은 평균 투표율 25.7%를 훨씬 웃돌았다. 서초 36.2%, 강남 35.4%, 송파 30.6%로 서울 25개구 중 세 곳만 투표율이 30%를 넘었다. 당시 야권이 투표 거부 운동을 벌여, 투표는 곧 오세훈 시장 지지로 해석되던 상황에서 강남3구가 오세훈 시장 구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강남3구는 '계급투표'로 오세훈 전 시장 재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7개구에서 이겼고,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그 절반 수준인 8개구에서 이기는데 그쳤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가 강남3구(서초 59.07%, 강남 59.94%, 송파 51.28%)에서 60% 가까이 득표하면서, 전체 득표 합산에서는 한명숙 후보를 0.6%포인트 차로 누르고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했다.
2008년 7월 30일 처음으로 직선으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전교조와 야당 등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은 주경복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17개구에서 이겼으나, 강남3구에서 공정택 후보에게 17%~39%포인트 뒤져, 전체 득표율 합산에서 1.78%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이런 투표 성향과 관련해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서울시 전체적으로 계급투표 성향을 보인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은 계급투표라고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강남3구의 계급투표의 힘이 발휘될지, 비강남권에서 박원순 후보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설지 등이 선거 결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