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박원순, 이대로 가면 진다'

  • 2011-10-14
  • 정웅재기자 (민중의소리)
정권 심판 메세지 약하고, 야권 조직 느슨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 캠프 주변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진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선거 메세지에 문제가 있고, 전통적 야권지지층을 확실히 끌어안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대체로 박원순 후보가 앞서고는 있으나, 적극적 투표의사층을 기준으로 보면, 혼전을 벌이거나 박원순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뒤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4일 동아시아연구원, YTN, 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에서 박원순 48.1%, 나경원 44.4%로, 두 후보간 격차가 3.7%포인트에 불과했다. 8일 한겨레와 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줄었는데, 적극적 투표의사층에서 박원순 48.6%, 나경원 47.6%로 혼전 양상이었다. 10~11일 서울신문과 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에서 박원순 45.3%, 나경원 48.8%로 나 후보가 역전했다.

 

이런 결과는 보수층과 진보층의 결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수층은 나경원 후보를 중심으로 총결집했다. 한나라당이 우파의 가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독자후보를 모색했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들도 나경원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그동안 선거와 거리를 둬 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나경원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3일 7시간 동안 나 후보 지원 유세를 했다.

 

1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승빈 수습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3일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서울 남대문시장 회현역 5번 출구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시장안 음식점을 들려 인사를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반면, 박원순 후보측은 야권단일후보라는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선거대책위원회가 민주당 중심으로 꾸려지면서 삐걱거린 바 있다. 야권은 지역별로 야당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다. 야권 관계자는 "지역 선대위를 꾸리면서도 민주당이 주요 자리를 맡겠다고 해서 난항이 있었다. 민주당과 다른 야당이 7:3 비율로 나눈다는 합의에 기초해서 거의 정리가 됐다"라고 전했다.

 

지난 4.27 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손학규 대표는 다른 야당의 지원 유세를 사양하고 조용한 선거를 치러 승리했는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중심으로 운동을 해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의 한 인사는 "여권이 총결집한 서울시장 선거와 여권의 결집이 느슨했던 분당 선거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박원순 후보 캠프에는 "전통적인 호남 유권자들로 빠져 있고, 강한 진보적 색채를 가진 지지자들도 소외된 구조"라면서 "1~2%의 박빙 선거에서 이런 약점은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우려했다. 실제, 수도권에 호남 조직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지원 요구가 와야 하는데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후보측의 선거 메시지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후보측은 후보의 자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시정능력이나 도덕성 등 인물대결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물론, 시민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박원순 후보가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나경원 후보보다는 중간층과 무당파층에 어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박원순 캠프 관계자도 "선거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 나가면서 박원순 후보의 사람됨과 자질을 잘 알리면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질론 만으로 야권 전통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비리가 쏟아지면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정권심판이 선거의 기본축이고, 그런 차원에서 박원순 후보측이 주도할 수 있는 선거인데 '정권심판'메세지를 확실하게 내지 못하면서 기선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궐선거,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를 뛰어 온 야권 한 관계자는 "정책 선거는 잘 안 먹힌다. 뒤지지만 않으면 된다. 인물이 아니라 전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 연장이냐, 정권 교체의 시발점이냐가 되는 선거라는 메세지를 분명하게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권심판론을 차단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집중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네거티브의 내용이 확실하고 치명적인 것이 없어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렵겠지만, 무당파와 중도층 일부는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는 견고하지 못한 박원순 후보 지지층을 흔들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네거티브로 선거 분위기를 주도해 정권심판론을 차단하고 보수층의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가 박빙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결국 승패를 가르는 기준은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27 재보궐선거 투표율은 평균 39.4%였고, 손학규 대표가 출마해 당선했던 분당 선거 투표율은 43.5%였다. 이번에도 45%가 넘어가면 박원순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