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이슈]영수회담 마친 손학규, 대권 가도 ‘안갯속’

  • 2011-06-29
  • 김미영기자 (폴리뉴스 )
지지율은 하락세…영수회담도 득보다 실이 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이라는 정치적 승부를 던졌으나 큰 성과는 얻지 못한 채 끝났다. 타 야당들은 물론 당내 일각에서도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손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에서 당선되며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다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원내로 입성하고도 정국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민생진보’라는 화두를 던졌지만, ‘반값 등록금’이라는 핫이슈를 민주당에서 먼저 제기하고도 한나라당에 주도권을 뺏기는 등 다소 무력한 모습마저 보였다.

 

더군다나 손 대표는 정체성 논란에도 휘말려야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변화가 필요한 때이고, 진보의 가치가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밝혔지만 그가 들고 나온 ‘민생진보’ ,‘진보적 성장’ 개념은 ‘탈이념’, ‘성장’ 중심적이다. 당내 정동영·정세균·천정배 의원이 좀더 왼쪽으로 움직이며 이념적 선명성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그는 반값 등록금은 물론 한·EU FTA 처리과정 등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손 대표는 한때 박근혜 전 대표와의 1대1 가상대결 결과, 격차를 오차범위 내인 4.1%p까지 좁히기도 했지만, 지난 25일 YTN과 중앙일보,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8.0%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한자릿수로 내려앉고 말았다(박 전 대표는 37.1%).

 

손 대표는 4.27 재보선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다 답보상태, 하락세를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 영수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의제도 반값 등록금, 저축은행 사태 등 주요 핫이슈들을 제시하며 다시 이목을 끌어오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회담에서, 첨예하게 의견차가 존재했던 반값 등록금, 추경, 한·미 FTA 의제에선 시각차만 확인한 채, 상대적으로 이견이 적은 저축은행 사태, 가계부채 문제, 일자리 창출에서만 합의를 이끌어내자 타 야당들에게서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타 야당들은 “손 대표의 어설픈 협상 행보가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낙담시켰다는 세간의 지적을, 민주당은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것”, “민주당은 국민에게 비쳐지는 모습에만 신경을 썼으니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었던 것”, “이 대통령은 3년 만에 이뤄진 영수회담을 떨어지는 지지율 제고의 수단으로 이용한 느낌이고, 손학규 대표는 이런 대통령의 면만 세워준 꼴”이라고 손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실상 이 같은 비판은 예견됐던 것이었다. 손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일각에선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회동이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뒤이어 영수회담을 가짐으로써 ‘박근혜 대항마’ 이미지를 강고하게 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눈길을 보냈다. 그러면서 회담이 서로의 입장만 주고받고 끝날 경우 비판이 일 것이 틀림없고, 득보단 실이 많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선 손 대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난다고 뭐 그리 큰 걸 얻을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들도 나왔다. “원래 민심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수습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손 대표는 ‘알맹이 없는’ 영수회담으로 ‘박근혜 대항마’ 이미지도 굳히지 못하고, 야당의 무력함만 확인한 채, 야권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도 잃는 상황에 처했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의 앞길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