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발언이다.
유 대표는 지난 14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권교체'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과반수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으로 '친박'이다 '친이'다 대립하니까 그런 허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박씨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서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 이름만 바뀌는 것이지 정책은 이 대통령 하는 것과 거의 똑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명박=한나라당 소속=박근혜’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미 필자는 수차에 걸쳐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박근혜 현상’을 거론한 바 있다.
그런데 유 대표는 상식의 틀에 갇혀 이 같은 현상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박근혜 현상’에 대한 몰이해가 이런 황당한 발언을 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물론 유 대표의 지적처럼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는 모두가 한나라당 소속임에는 들림이 없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보자면 박 전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것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권 재창출’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박 전 대표에게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야권이 극복하기 어려운 ‘박근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필자가 지겨울 만큼, 예를 들었던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한 번 더 언급하면 이렇다.
<한국일보>가 동아시아연구원과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가 야당 후보라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2.7%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 역시 초라하기 그지없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8.4%에 불과했다.
반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57.3%에 달했다.
즉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예외다.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야권의 그 어떤 잠룡(潛龍)들보다도 높다.
심지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정동영,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 등 야권 잠룡들 모두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도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가운데 절반이상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대해 ‘정권재창출’이 아닌 ‘정권교체’로 생각하고 있다는 민주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르면, 국정운영 방식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국민의 반대 속에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보자.
이 대통령은 국민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을 ‘MB 거수기’로 만들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다르다.
현재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당권과 대권이 분리돼 있다. 이 규정을 만든 사람이 바로 박 전 대표다. 대통령이 되어도 당무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과 원칙이 있기에 대표시절에 이런 규정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만큼은 완벽하게 지켜질 것이라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점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근본적인 차이다. 일반 국민들도 알고 있는 이런 상식을 야권의 지도자가 모르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