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막상 2013년 대통령선거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달라진다. 어둡다.
민주당 사람들이 입으로는 ‘박근혜 한계론’을 들먹이지만, 실제는 ‘박근혜 대세론’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전례는 없었다.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그가 누구든 당연히 대선에서 패배하는 게 상식이다.
또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낮으면, 여당 후보도 덩달아 타격을 입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앞에서는 모두 깨지고 말았다.
민주당의 고민은 바로 이 것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보다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일보>가 동아시아연구원과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가 야당 후보라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2.7%에 그쳤다.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무려 19.9%포인트에 달했다.
또 인터넷 매체<뉴스톡>이 여론조사기관 < MRCK >에 의뢰해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서울지역 48개 선거구에서 가상총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한 40개 의석 가운데 70%인 28개가 지역구를 잃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한나라당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권에서도 7개 선거구 중 단 1곳만 안정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 역시 초라하기 그지없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6월 둘째 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8.4%에 불과했다.
반면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57.3%에 달했다.
즉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6명이 ‘반(反) MB’ 성향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내년 대통령 선거는 해 보나마나 ‘여당후보 필패’로 끝나는 게 맞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전히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야권의 그 어떤 잠룡(潛龍)들보다도 높다.
어떤 경우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야권 잠룡들 모두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도 높게 나온다.
심지어 국민들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에 대해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교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파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유시민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정권교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허위의식”이라고 비판하는 등 야권에서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지만, 국민의 귀에는 그저 ‘못난 놈들’의 허튼 소리 쯤으로 들릴 뿐이다.
그러니 민주당으로서는 죽을 맛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제1 야당에게 돌아오지 않고 박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현상, 한나라당에는 등을 돌리면서도 박 전 대표에게는 변함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이 바로 ‘박근혜 현상’이다.
민주당이 이런 박근혜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지금처럼 박 전 대표를 겨냥해 마구잡이식 공세를 취하면 취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친이계로부터 핍박받아온 박 전 대표에게 또 다른 핍박이 가해지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어찌해야 하는가.
아주 간단하다. 이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확실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민주당의 정책 능력을 국민들 앞에 보여 주면 된다.
이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박 전 대표를 끌어 내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