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52.6%가 야당 후보라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은 32.7%에 불과했다.
특정 후보를 놓고 조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여권 후보들에게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야당 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젊은층에서 높았다. 20대에선 62.3%, 30대는 70.3%, 40대는 60.4%가 야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50대에서도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45.5%로 한나라당 후보 지지(39.1%)보다 높았다.
60대 이상층에서만 한나라당 후보 지지가 54.4%로 야당 후보 지지(21.5%)보다 높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영남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정당만 보고 투표한다면 내년 12월 대선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는 49.5%가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고 답했으며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34%였다.
하지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6.2%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9.7%,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5.9%로 그 뒤를 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8%, 김문수 경기지사는 3.9%,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은 3.0%,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2.9%,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2.8%,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2.3%, 김두관 경남지사는 1.1%였다.
박 전 대표는 모든 연령층과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60세 이상(50.5%)과 50대(40.9%), 대구·경북(52.2%), 부산·울산·경남(45.5%), 충청권(43.9%) 등에서 높은 지지를 보였다.
또한 호남권에서도 21.4%로 손학규 대표(21.2%)보다 높았다.
이처럼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보다 높았지만 차기 대선주자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과 관련,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한국일보를 통해 “스마트(smart) 투표 행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는 “맹목적인 지역투표나 일관된 이념투표 대신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자유롭게 선택하려는 스마트 투표 행태가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 유권자의 특징은 기존의 이념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성에 있다. (야권이) 정권 심판, 야권 단일화에 찬성을 하더라도 좋은 후보와 비전을 내놓지 못할 경우 야당 후보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여야 중 누가 기존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에서 탈피해 스마트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느냐에 따라 내년 대선의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