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가깝고도 먼 박근혜, 당신은 누구입니까?

  • 2011-06-04
  • 심상근본지주필 (브레이크뉴스)
“박근혜보다 더 재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것”

 

오늘 3일, 한겨레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대표의 3일 회동은 주로 민생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대선을 겨냥해 보폭을 넓히려는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이 사실상 ‘녹색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의 당내 세력판도는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꼭 당직에 있지 않더라도 당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저도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정치적 보폭을 넓힐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렇게 힘써달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포괄적으로 ‘양해’한 것으로 해석된다…이날 회동은 두 사람의 신뢰관계에서 비롯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역학관계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여권 내부 힘의 균형추도 박 전 대표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이 강한 한겨레와 달리 강성보수인 조선일보는 어제 2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년 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보는가'란 질문에 48.8%가 '정권 교체'를, 38.0%가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고 답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좋은가'란 질문에 박 전 대표(59.3%)가 손 대표(31.8%)를 27.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이 두 결과의 괴리에 대하여)… 인물을 직접 집어넣지 않고 '정권 교체냐 정권 재창출이냐'고 물었을 때 현 여권에 대한 불만이 정권 교체란 응답을 끌어냈을 뿐 실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정권 심판론은 미래의 대안 세력에 대한 기대와 연결될 때 실제 투표행위로 나타날 수 있다.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국정 어젠다에 대해 야권 후보보다 박 전 대표가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 소속인 박 전 대표를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현 정권의 대안으로 보는 유권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의미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싫건 좋건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가 가장 큰 화두이다. 조선일보 블로그에 최근 실린 한 글은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일 당시 대변인으로 있다가 후에 골수 친이계로 선회한 전여옥 의원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 박근혜 대표 시절 대변인으로 열심히 도왔죠. 그런데 아무리 옆에서 지켜봐도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김무성·진영 의원과 저는 박 전 대표를 아주 가까이서 본 몇 안 되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왜 떠났을까요? 특정 정치인에 대한 우상화는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민에게 고용된 근로자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의견과 분석과 평가처럼 중구난방인 경우도 드물다. 국민들 다수는 수년 간 변함없이 그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가 지목한 친이계 적군들은 지난 총선에서 모조리 낙선하였고, 그가 “살아서 돌아오라!”는 비장한 말과 함께 떠나 우군 정치인들은 김무성 이하 모두 생환해 왔다. 생환해 온 직후 김무성 의원은 “한 번 안아주셔야지요!”라고 박근혜에게 아양(?)을 떨어 주위 사람들을 웃기기도 했다.

 

반면, 박근혜는 극히 감정적인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대통령이 되여도 대부분 소견을 바꾸지 않고 심지어 더 미워할지도 모른다.

 

나의 의견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민들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유와 전여옥, 김무성 의원 등 정치인들로부터 배신과 배척을 받은 이유는 실제로 같은 뿌리이다. 이는 박근혜 전대표는 속성 상 ‘국물’을 무시한다는 점에 관련된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은 김치로 생각들 한다. 미국에서도 ‘김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흔히 쓰인다. 그러나 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국물’, 혹은 이후락의 그 유명한 표현인 ‘고물’이다. 이것이 없으면 한국인들은 그냥 쓰러진다.

 

이는 미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 진출하고자 할 때 각 회사는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초빙하여 강연을 듣는데,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이 ‘국물’이다. “한국에서 큰일을 진행하려는 경우, ’국물’이 없으면 거의 아무 일도 안 돌아간다, 그리고 그 ‘국물’은 주로 동창관계를 통하여 유통된다. 그에 관련되어, 친구가 과속하는 경우, 미국 백인들은 근 100% 진실로 증언하지만 한국에서는 근 100%가 위증한다. 인간관계가 법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물’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점이다. 모든 일을 맨입으로 진행한다. 하다못해, 같은 보수진영에서도 보수언론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같이 술자리라도 하여야 한다. 자기가 술자리에 나가기 싫으면 측근을 시켜서라도 회동을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그렇게 상식을 어긴 죄는 생각을 하지 않고, 친박 의원들은 지난 번 대선 시 당내 경선에서 박근혜 전대표가 패한 것에 관련되어 조-중-동의 편파적 보도를 오늘까지도 원망한다.

 

실제로, 조선일보가 상술한 바와 같이 박근혜에게 호의적인 소견으로 기사를 마무리한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나의 분석으로는, 결국 박근혜의 ‘맨입주의’가 승리한 것이다. 박근혜가 아니면 보수는 100% 대선에서 패배할 지경이라는 현 사태가 초래한 결과다.

 

나는 박근혜의 맨입주의가 강재섭, 김무성, 전여옥 등을 친이계 쪽으로 가게 만든 것으로 분석한다. 홍사덕 의원은 아직 친박계로 머물러있지만, 그도 아마 박근혜에게 약간이라도 섭섭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박근혜가 아무에게도 정을 주지 않고 물 위의 기름처럼 동동 홀로 떠있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속성 상 누구와 가까워지면 그 정으로 인하여 국익에 반하는 짓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그렇게 혼자 엄정한 척하고 애국적인 척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데?”라고 물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얻는 것은 국민들의 신망이다. 국민들은 어차피 그와 가까워지고 국물이라도 얻게 될 확률이 완전 영이므로 그의 그 재수 없는 수준의 행적으로부터 손해를 볼 일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엄정하다면 실제로 국가적으로는 좋은 일이다. 고로 멀리 있는 사람들, 즉 대다수 국민들은 그를 지지한다.

 

반면, 그를 십년 아니라 백년 보좌하고 따라다녀도, 조금이라도 봐주는 것이 없다는 점은 측근들에게는 진짜로 섭섭한 일이 된다. 누구에게 장래 무슨 자리도 언약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제 정신 가지고 왜 충성을 하겠는가? 그래서 중진들 중에는 그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뉴욕 같은 큰 도시의 경찰들 중에는 마약상 등으로부터 매달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같은 팀의 경찰 중에 그 돈을 나누어 갖기를 거부하는 경우, 그를 죽이는 수도 있다. 박근혜가 그나마 그런 경찰 팀에 속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는 그 경우 필히 동료에게 총을 맞고 죽을상이다. 이는 칭찬으로 들리겠지만, 그가 힘들게 살 사주팔자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는 그 사주팔자를 벗어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한 사주팔자를 가지고도 그런대로 버티고 사는 것은, 내 분석으로는, 그의 건강과 두뇌이다. 그는 겉은 어머니를 닮았지만 속은 아버지의 유전인자를 대부분 물려받았다. 그 결과, 엄청 신체적으로 강건하며, 평소에 운동과 수련으로서 타고난 건강을 항상 보살핀다.

 

미식축구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미식축구는 그 경기가 엄청 난장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치, 특히 한국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MB가 지난 대선에서 크게 승리한 것은 그 이전 진보정권의 많은 실수와 실책의 덕이다. 당시 총선과 대선에서는 보수 깃발만 꽂으면 대부분 승리하였다.

 

마찬가지로, 재수 없을 수준으로 기름처럼 동동 뜨는 박근혜 전대표가 국민들뿐 아니라 이제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고 있는 이유는 그가 그 동안 무엇을 잘 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의도적으로 아무 것도 안 하고 아무 말도 안하며 살았다. 그러나 지난 번 대선,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무너진 것보다도 더욱 요란하게 보수진영이 무너지고 있다. 즉, 한라당 주류 친이계가 너무 많은 실수들을 하였다. 그 결과 박근혜 전대표가 뜨게 된 것이다.

 

누구건 대통령이 되면 측근들은 그를 고립시킨다. 여럿이 나누어 먹으면 별로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도 버린 적이 있었다. 그들은 여러 정치적 사유를 들지만, 근본적인 동력은 나누어 먹는 자들의 수효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며, 누가 대통령이 되던 빠져드는 수렁이다. 그 반대급부로서 대통령은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믿게 되며, 조선왕조 시 왕보다도 더 고집스러워진다. 이는 해방 후 한 번도 예외가 없이 반복되었다. 그 결과 민심은 완전히 이반되고, 그 최소의 수효로 줄어든 측근들이 음지에서 받아 챙긴 뇌물들 중 적어도 일부는 천하에 공개된다. 오장이 뒤집어진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시행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대정치사의 큰 줄거리이다.

 

아마 박근혜 전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처음으로 그러한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게 될 것으로 나는 예측한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예측한다. 그 것이 수년 간 요지부동의 지지도의 내막이다.

 

그러므로, 손학규 이하 경쟁자들이 그를 대선에서 이기려면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여야 한다. 이 점만이 공략의 초점이다.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하고 다른 짓을 하여도 국민들은 꿈쩍도 안 할 것이다. 즉, “강재섭, 전여옥, 김무성 등 측근들을 떠나게 만든 재수 없는 박근혜. 그 박근혜 보다 더 재수 없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 그 것이 관건이다. 경쟁자들이 이에서 박근혜를 이기지 못하면 결국 박근혜가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