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9.5%…내년 총선·대선 변수로
◆ 한국의 20대 `S세대` / ② 정치도 소비도 `Smart`하게 ◆
"등록금을 내리려면 투표하라!"
선거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그 어떤 거대 담론보다 강력한 이 한마디에 S세대가 움직이고 있다. 주요 정치적 사건이나 이슈가 생길 때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글을 읽고 퍼뜨리던 S세대에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는 `정치적 각성`의 계기였다.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S세대가 이제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64.9%에 이르렀다. 투표를 하는 이유로 절반가량(45.8%)이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고 답했다.
매일경제신문이 창간 45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29세 500명의 사회의식과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다. 정치가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생생한 방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투표율은 실제로 상승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33.9%였던 20대 투표율이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41.1%로 7%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
이러한 투표율 상승세와 정치관심도 증가는 작년 지방선거 기준 전체 유권자 3885만1159명 중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 수가 758만5973명으로 약 19.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들 유권자가 가지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 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지금 20대는 30대나 40대와 달리 이념적 일관성을 갖고 투표하는 세대가 아니다"며 "구미에 맞는 정책, 상황과 이슈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지 않고 정책적 지지를 보내는 `상충적` 정치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부소장은 "대한민국의 발전 방향으로 S세대의 47.8%가 `복지국가`를 꼽고 있지만 안보의식이나 대북관은 보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정치성향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특성을 잘 파악해 공략하고 이슈별로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들 세대가 갖는 파괴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어떤 정치적 도구나 조직도 없던 S세대에게 SNS라는 무기가 쥐어졌다. 트위터에서 정치인을 폴로하고 말을 건다.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마음에 맞는 글을 접하면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트위터에서 본 뉴스와 이슈, 공감하는 의견을 퍼뜨린다(리트윗ㆍRT). 정치적 관심은 보이나 아직 `힘`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즐거워하고 서로 투표를 독려하는 것까지만 해도 아직 `스마트 정치`라 부르기는 어렵다.
이들의 `스마트 정치`에 대한 가능성은 `소셜커머스의 부상`과 그 궤를 같이할 공산이 크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갖고 싶은 상품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트위터로 공동구매자를 조직하고 소비자의 집단적인 힘을 만들어 기업에 대한 협상력을 행사하는 이들 세대의 `스마트 소비` 성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단순한 상품 소비자에서 정치 소비자로 거듭나 이슈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조직적으로 `정책 구매 행위`를 시작한다면 정치에 새로운 바람이 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이념이나 이권으로 이뤄지던 기존 정치를 스스로의 유불리에 따라 개별정책 구매나 정책 패키지 구매에 나서는 `스마트 정치`로 바꿔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논의되는 `전자투표 도입`은 이런 S세대의 `스마트 정치`에 큰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지난 16일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는 국내 최초로 투표소 없는 선거가 실시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10% 이상 투표율이 상승했다.
SNS 활용에 더해 전자투표까지 가능해진다면, 몇 번의 터치로 다른 소비자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정책 구매가 이뤄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이호승(팀장) / 이재철 기자 / 고승연 기자 / 정석우 기자 /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 김유태 기자]